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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95화 (95/450)

95. 같이 볼래요?

95. 같이 볼래요?

수스마르를 잡아 미끼 작업을 끝내고 기다리니 저 깊고 어두운 늪지대 안쪽에서 큰 배가 수면을 가르고 다가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촤아아-

늪지대 바깥에서 숨죽이고 대기하던 파펜과 레보르크 그리고 멕 워커 파일럿들은 깜짝 놀랐다.

루산으로부터 이미 설명을 들었지만, 막상 보니 그 거대함에 말문이 막힌 것이다.

“마나 열차처럼 생겼다.”

그 말이 딱 맞았다.

엄청난 길이와 굵기와 힘.

수스마르만 해도 대형 괴수인데, 아무리 세로로 쪼개놓았다지만 턱 관절을 빼 그것을 그대로 꿀떡 삼키고 머리를 높이 쳐들어 중력을 이용해 서서히 뱃속으로 밀어 넣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배가 언덕만큼 불룩해진 세르펜스들이 소화를 시키느라 축 늘어졌다.

루산은 고민했다.

‘아까운 세르펜스, 혈액까지 다 가져가려면 한 마리씩 잡을까?’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생명 구슬과 혈액에 함유된 마나 밀도는 괴수의 덩치가 클수록 높아진다.

단순 비례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소형 괴수 란드라트를 중형 괴수 벨로키의 무게만큼 잡아도 벨로키 한 마리에서 추출하는 마나 연료에 턱없이 못 미치고, 벨로키를 대형 괴수 타르보의 무게만큼 잡아도 타르보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절대적으로 못 미친다.

소, 중, 대 분류에서 벗어난 거대 괴수 세르펜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피 한 방울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괴수는 사망할 때부터 부패가 진행되고 마나가 흩어진다.

그리고 멕 워커들이 짊어지고 있는 드럼통이 매우 크기는 하지만, 세르펜스 한 마리의 혈액을 모두 담으려면 드럼통 6개로는 턱도 없었다.

‘세르펜스가 소화를 완전히 끝낼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른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루산은 위험을 다소 무릅쓰더라도 최대 수익을 노리기로 했다.

루산은 외부 확성기로 작게 말했다.

- 멕 워커, 여기서 대기. 신호하면 오세요.

- 알겠습니다, 커맨더.

[파펜, 레보르크, 따라와요.]

우르사가 세르펜스를 향해 철벅철벅 걷자 아이언 워리어 두 대가 찰박찰박 뒤따랐다.

우르사는 세르펜스 코앞까지 다가갔다.

멀리서 볼 때는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것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진녹색 피부로 번들거리는 몸통이 출렁출렁 움직이고 가늘게 뜬 눈으로는 불청객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겁을 먹지 않는 파펜과 레보르크도 그 모습을 보고는 섬찟했다.

멕 나이트도 세르펜스 앞에서는 한입 거리밖에 안 될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루산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형 철퇴 자루로 세르펜스 대가리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자, 여기 두 눈 사이 이 부분, 마름모 모양이 보이죠? 여기를 일격에 부숴야 해요. 이 안에 있는 뇌를 부수면 끝납니다. 뼈가 무척 단단해서 마나 진동 대검으로도 뚫기가 쉽지 않아요. 정확히, 있는 힘껏 찔러야 해요. 철퇴로 두드릴 때에도 이 마름모가 함몰 되도록 강하게 내리쳐야 해요. 안 그러면 놀라서 크게 출렁이는 몸통에 깔릴 수도 있고 옥죄일 수도 있으니까. 이따가 시범을 보일 테니 잘 봐요.]

설명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르사가 세르펜스 턱관절 쪽으로 움직였다.

[만약 활동성이 강한, 그러니까 먹이를 소화시키는 중이 아닌 세르펜스를 만났을 때는 도망가는 게 상책인데, 우리는 사냥을 해야 하니까 상황을 봐서 싸워야겠죠? 그때에도 대가리 마름모 부분을 노려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대가리를 높이 쳐들고 멕 나이트를 내려다보고 있을 테니까. 그럴 때는 입 안을 찌르는 게 좋아요. 녀석의 대가리 높이가 낮고 두 사람이 협공할 수 있다면 입을 찢는 게 좋습니다. 턱 관절을 베어 버리면 사실상 몸통 조이기밖에 할 수가 없는데, 조이기에 걸리면 멕이 부서지겠지만, 턱 관절을 베인 고통의 충격 때문에 녀석도 금방 쓰러질 거예요.]

파펜과 레보르크는 눈을 부릅뜨고 루산이 철퇴 손잡이로 가리키는 부분을 지켜보고 귀 기울여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머리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몸통은 건드리지 않는 게 나아요. 세르펜스 가죽은 워낙 질기고 탄력이 좋아서 마나 진동 대검으로도 잘 베이지 않거든. 이건 또 비싸게 팔 수 있는 상품이니까 상처를 낼 수 있어도 안 내는 게 낫죠.]

그렇게 설명을 마친 루산은 다시 세르펜스 정면으로 돌아와 녀석을 마주보고 서서 말했다.

[자, 철퇴로는 이렇게 칩니다.]

우르사가 두 손으로 철퇴를 뒤로 한껏 젖힌 다음 온몸을 접는 것처럼 강하게 내리쳤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소리가 나고, 세르펜스의 노란 눈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으나 녀석은 커다란 먹이를 삼킨 상태라 반가사 상태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빠작!

끔찍한 소리와 함께 두 눈 사이 마름모 모양이 함몰되며 세르펜스의 길고 커다란 몸통에 경련이 일어났다.

잠시 늪지대가 크게 출렁거렸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거대 괴수의 최후라기에는 너무나 빠르고 고요해서 파펜과 레보르크는 오히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세르펜스가 쉬운 괴수인 것이 아니야. 이걸 이렇게 쉽게 잡는 루산이 무시무시한 괴물인 거지!’

레보르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파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때 루산이 뒤쪽에 있는 멕 워커들을 불렀다.

- 천천히 와서 작업 시작하세요.

등에 거대한 드럼통을 지고 있는 멕 워커 여섯 대가 첨벙첨벙 다가왔다.

멕 워커 파일럿들도 살아 있는 세르펜스들 사이에서 작업하려니 오금이 저렸지만, 한편으로는 이 거대 괴수들을 작업한다는 자부심과 이로 인해 벌어들일 막대한 성과 보상금 생각으로 두려움을 떨쳐 버렸다.

[작업하는 동안 파펜과 레보르크는 멕 워커들을 지키세요. 다른 괴수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아, 알았소!]

[예스, 커맨더.]

루산은 두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고 멕 워커 파일럿들에게 세르펜스 작업 방법을 일러 주었다.

- 이쪽 점선을 따라 가죽을 벗길 거니까 마나 진동 단검으로 살짝 찢어서 채혈 바늘을 꽂으세요. 무리해서 곧바로 바늘을 찌르려다가는 바늘이 부러져요.

멕 워커들이 서로의 등에 있는 드럼통을 얕은 늪에 내려놓고 루산이 말한 대로 채혈 장치 바늘을 꽂았다.

드럼통에 괴수 혈액이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멕 워커들은 드럼통이 쓰러지지 않게 잡고 있다가 혈액이 어느 정도 차 흔들리지 않게 되자 다른 부산물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세르펜스 대가리 쪽으로 가서 이빨을 뽑고 독샘에서 독액을 모았다.

그런 뒤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루산의 말대로 마나 진동 기능이 있는 작업 단검을 사용해도 좀처럼 자를 수가 없었다.

빠른 작업을 위해 우르사가 마나 진동 단검으로 세르펜스의 기다란 몸통을 쭉쭉 잘라 나갔다.

벗기는 일도 큰 힘이 필요해 멕 워커들이 죄다 달라붙어 가죽을 힘껏 잡아 당겼다.

그러는 와중에 드럼통에 혈액이 가득 찼다.

- 전대장님, 눈대중으로 봐도 3분의 1이 채 안 되겠는데요? 드럼통 20개는 필요하겠어요.

- 일단 채취한 것을 레이크 시티로 운반하세요. 가서 장벽 생산 시설을 담당하는 멕 워커는 세 대만 빼고 모우 이리 오라고 하세요.

- 세 대요? 평상시에도 열두 대씩 일했는데······.

- 장벽이 완공되었으니 장벽 앞을 서성이는 괴수를 당장 때려잡을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잡으면 되죠.

장벽이 완공되기 전에는 건설 인력이 해를 입을까 봐 모두 다 해치워야 했지만, 장벽이 완성된 뒤에는 선택적인 사냥이 가능했다.

다 잡아도 되고, 몇 마리만 잡고 쫓아 버려도 되고, 유인해 와도 되는 것이다.

- 알겠습니다.

- 파펜, 레보르크는 멕 워커들 호위했다가 돌아오세요.

파펜, 레보르크가 멕 워커 6대를 호위해 레이크 시티로 떠났다.

얼마 안 있어 바이크와 시에나가 멕 워커 여섯 대와 함께 도착했다.

다행히 부패가 심해지기 전에 빈 드럼통이 도착했기 때문에 루산은 작업하던 세르펜스의 몸통에서 부산물 채취를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는 동안 바이크와 시에나에게도 세르펜스 사냥 방법을 가르쳤다.

- 와! 이 큰 걸 한 방으로 끝냈다고요?

- 한 방으로 끝내지 못하면 두 방, 세 방으로 안 끝나. 괴로워지는 거지.

루산의 설명을 들은 시에나는 죽은 세르펜스의 대가리에 마나 대검을 찌르고 턱 관절을 베며 연습했고, 그 모습을 본 바이크도 경쟁적으로 연습에 돌입했다.

원래대로라면 멕 워커들이 작업하는 동안 주위를 경계해야 하지만, 루산은 어린 파일럿들이 연습할 시간을 주고 자신이 작업 현장 주위를 감시했다.

부산물 획득 작업을 마친 멕 나이트 여섯 대는 거대한 드럼통을 등에 지고 바이크, 시에나의 호위를 받으며 레이크 시티로 돌아갔다.

첫 번째 세르펜스를 잡은 뒤 사흘이 지났지만, 나머지 세르펜스들은 깨어나지 않았다.

대형 괴수를 삼키고 소화시키는 데는 그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

파펜과 레보르크가 호위한 지원 팀이 멕 워커 아홉 대를 추가로 데려오면서 작업 속도와 작업량이 급격히 늘었다.

마나 밀도가 매우 높은 고가의 혈액을 가프 마법 연구소 생산 시설에 공급하게 된 것이다.

루산은 바이크를 통해 1전대와 2전대 멕 워커도 지원해 줄 것을 부탁했다.

트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새로 1전대장이 된 가우스도 그의 부탁을 들어 주어 멕 워커 스물두 대가 추가로 투입되었다.

어차피 일한 만큼 성과 보상금은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1전대, 2전대에도 손해가 아니었다.

늘어난 멕 워커를 호위하기 위해 멕 나이트도 1, 2, 3전대를 합쳐 11대로 늘어났다.

1전대, 2전대도 3전대의 원정 사냥 노하우를 배우려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루산은 며칠에 한 마리씩 사냥하던 것을 하루에 두 마리씩 잡게 되었다.

첫 번째 세르펜스를 잡은 뒤 15일이 지났을 때 아직까지 사냥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던 세르펜스 세 마리가 꿈틀거렸다.

그동안 옆에서 동족들이 강철 거인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해체되는 것을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소화라는 자연적 기능을 수행하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거대 괴수가 깨어나려 했다.

그동안 느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분노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무시무시한 응징에 나설 것이 분명했다.

마침 바이크, 시에나가 막 돌아온 뒤였다.

굳이 완전히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연습도 중요하기 때문에 루산은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시에나! 바이크! 큰 뱀들이 깨어나려 한다. 지금 다 처치해.]

[네, 대장님!]

[예스, 커맨더!]

시에나가 탑승한 003이 세르펜스의 미간에 있는 마름모를 노리고 마나 진동 대검을 강하게 찔렀다.

첫 번째 공격은 그대로 적중해 세르펜스가 경련을 일으키다 이내 축 늘어졌다.

그러나 두 번째 세르펜스는 동족이 경련을 일으키며 늪을 출렁이게 하다가 고꾸라지는 모습에 경각심을 가지고 목을 빳빳이 세웠다.

바이크가 탑승한 004는 세르펜스의 미간 마름모를 찔렀지만, 세르펜스가 대가리를 움직이는 바람에 눈을 찌르고 말았다.

[이런!]

녀석이 고통에 몸부림을 치다 004를 건드리자 엄청난 질량에 004가 허수아비처럼 넘어졌다.

그때 다른 세르펜스가 긴 혀를 날름거리며 독액을 공기 중에 뿜어내고 시에나를 향해 대가리를 쭉 뻗었다.

바닥이 보통 흙이라면 껑충 뛰어 피했겠지만, 늪 바닥이라 생각처럼 움직이지 못한 시에나는 대검을 수직으로 내리치며 세르펜스의 대가리를 세로로 쪼개려 했다.

깡!

그러나 중량이 부족한 003은 세르펜스의 머리뼈를 완전히 가르지 못했다. 마나 진동 대검은 쇳소리를 내며 튕겨 나왔고 003은 세르펜스 대가리에 맞고 쓰러졌다.

003이 얼른 몸을 돌려 일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좋은 판단이다! 늪지대 밖으로 끌어내는 게 좋아! 거리가 너무 떨어지면 포기하고 돌아갈 수 있으니 적당히 거리 유지해!]

[네, 대장님!]

그때 엉겁결에 세르펜스의 눈을 찌른 뒤 거대한 채찍처럼 요동치는 녀석의 몸통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난 바이크는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녀석의 주위를 맴돌며 공격 기회를 엿보았다.

몸통을 공격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기억하고 어떻게든 한 방을 노리려는 것이었다.

‘실력이 늘 때도 됐지.’

루산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바이크를 보고 만족했다.

눈이 찔린 고통에 요동치다 분노한 세르펜스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입을 좍 벌리며 004를 공격했다.

004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포기한 것 같았다.

세르펜스의 대가리가 사선으로 강하게 내리꽂혔다.

- 앗!

지켜보던 멕 워커 파일럿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004는 마지막 순간 오른쪽으로 살짝 움직여 각을 확보하고 대각선 위로 대검을 쭉 뻗어서 세르펜스의 나머지 눈을 찔렀다.

푹!

끄끄끄끄끄-!

세르펜스가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004는 하체가 세르펜스 대가리에 맞아 쓰러지기는 했으나 늪지대라 찌그러지지는 않았다.

- 오!

- 바이크, 최고다!

멕 워커 파일럿들이 멀리서 바이크에게 환호를 날렸다.

그러나 바이크는 흥분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고통에 입을 벌리고 있는 세르펜스의 입안을 찔렀다.

푹!

끄끄끄끄끄-!

두 눈을 찔린 세르펜스가 보이지 않는 적을 공격하기 위해 온몸을 뒤틀었으나 바이크는 영리하게 뒤로 물러났다.

흙탕물이 하늘 높이 사방으로 튀고 늪이 뒤집혔다.

한참 동안 발광하던 세르펜스는 본능에 따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늪지대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서식지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004가 뒤따르고 우르사가 달려갔다.

물이 점점 깊어지고 발이 푹푹 빠졌다.

- 멕 워커, 모두 이리와! 붙잡아!

첨벙첨벙!

철벅철벅!

멕 워커들이 얕은 늪지대를 달려와 세르펜스의 몸통에 마나 진동 단검을 꽂은 뒤 마나 진동 기능을 꺼버렸다.

멕 워커들은 몸통에 꽂은 단검의 자루를 잡고 끌려가지 않기 위해 버텼다.

우르사는 대가리 쪽으로 달려갔다.

발목, 종아리, 무릎, 허벅지까지 점점 깊이 빠졌지만, 대가리 옆에 붙어 대형 철퇴를 쉼 없이 내리쳤다.

쩡!

깡!

콰직!

꽈작!

어느새 달려온 004도 우르사 맞은편에 서서 세르펜스 입아귀를 마구 찌르고 베어 버렸다.

늪 안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던 세르펜스는, 물이 우르사의 허리 부분까지 찰 때쯤,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축 처지고 말았다.

- 와아아아!

- 우리가 잡았다!

멕 워커 파일럿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바이크가 마나 통신으로 용서를 빌었다.

[한 방에 끝내지 못해서 이 난리를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커맨더.]

루산이 늪지대 바깥으로 돌아가며 짧게 말했다.

[잘했다, 바이크!]

루산의 칭찬에 바이크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사이 시에나는 늪지대 밖으로 따라온 세르펜스를 003의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힘을 빼면서 나무 사이로 꼬이게 만들었다.

그런 뒤 몸이 꼬인 세르펜스의 대가리에 마나 진동 대검을 계속해서 내리쳤다.

피가 튀고 살이 튀었지만, 죽을 때까지 때렸다.

부족한 중량은 공격 회수로 채우려는 듯이 한참 동안 내리치자 마침내 세르펜스가 축 늘어졌다.

- 잡았다!

시에나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 잘했어, 시에나!

- 멋져!

- 예쁘다!

- 예쁘다는 말이 왜 나와?

- 잘하면 예쁜 거지, 뭐가 문제야?

멕 워커 파일럿들이 신이 나서 재잘거리며 늪 안쪽으로 달아나려던 세르펜스를 밖으로 끌어냈다.

마지막 세 마리.

완전히 소화가 끝나지 않아 몸이 가벼운 개체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에나와 바이크는 훈련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

***

원정 사냥 팀은 세르펜스 12마리뿐 아니라 오가며 많은 중대형 괴수를 잡고 레이크 시티로 돌아왔다.

세르펜스의 가치는 엄청나서 이번 원정 한 번으로 사냥 팀은 50만 골드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세르펜스의 혈액에 함유된 마나 농도가 매우 높아 고가의 세르펜스 생명 구슬 가액을 훨씬 넘어섰고, 세르펜스 가죽도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비싸게 매입했다.

루산은 협조해 준 다른 전대 파일럿들에게도 충분한 몫이 돌아가도록 성과 보상금을 분배했다.

그러나 3전대에 돌아가는 몫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3전대 분배 비율 - 실력, 경력, 직위, 사냥 참가 여부에 따라 성과 보상금 분배 비율이 결정된다 - 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자신의 멕을 타고 있는 루산에게 중고 멕 나이트 두 대 가격이 성과 보상금으로 떨어졌다.

시에나, 바이크, 파펜, 레보르크 - 분배 비율이 낮고 자기 멕을 타고 있지 않지만 - 또한 목돈을 쥐게 되었다.

“휴가 좀 씁시다.”

“음.”

파펜과 레보르크가 휴가를 신청했다.

장시간 원시의 땅에서 사냥을 했으니 며칠 휴가를 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장벽 건설도 끝이 났고 3전대 멕도 늘어나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할 필요도 없었다.

“뭘 하려는 겁니까?”

루산이 휴가증을 끊어 주며 물었다.

“돈 좀 생겼으니 라돔에 가서 놀다 오려고. 변경에 무슨 낙이 있나? 이렇게라도 쓰고 살아야지. 어차피 못 벗어나니까 걱정 말라고.”

파펜이 대답하고 레보르크는 옆에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들은 8군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가를 낸다 해도 라돔 시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고 치지 말고 복귀 시간 늦지 않게 신경 써요. 나중에 기본급 협상하고 분배 비율 산정할 때 다 영향이 있으니까.”

“애도 아니고, 잔소리는 넣어 둬.”

“알겠소, 커맨더.”

파펜과 레보르크가 함께 라돔 시로 떠났다.

그러나 함께 휴가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라돔 시에 도착하자마자 헤어졌다.

그런데 그들의 뒤를 은밀히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8군단 감찰부 요원들이었다.

원정 사냥을 끝내고 레이크 시티로 돌아오자마자 루산은 이미 라돔 시에 가서 율리안을 만나고 온 것이다.

“두 사람의 뒤를 밟아야 합니다.”

“무슨 일인가요?”

“별일 아닐 수도 있는데, 별일이 생긴다면 무척 큰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결국 율리안이 루산의 부탁을 들어주어 비밀리에 감찰부 요원을 동원한 것이다.

두 사람은 따로 만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잠을 잤다.

그러기 전에 편지를 부쳤다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일이었다.

변경은 거친 곳이기는 하지만, 무법 지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통치자의 명령은 지엄하여 두 사람이 부친 편지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율리안의 책상 위로 올라갔다.

율리안은 몇 군데 중계소를 거쳐 레이크 시티에 있는 루산에게 곧바로 마나 통신을 넣었다.

[네, 통치자님. 루산 보름스입니다.]

[내 책상 위에 편지 두 통이 있는데, 같이 볼래요?]

루산은 곧바로 경갑을 착용하고 탐탐을 타고 달렸다.

중간에 벨로키 한 마리가 따라붙었으나 루산은 삼지창으로 벨로키의 쩍 벌린 입 안을 찌르고 계속 달렸다.

주인의 실력이 마음에 드는지 탐탐이 달리면서 가슴을 신나게 두드렸다.

탐탐- 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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