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조국과 나를 위해
100. 조국과 나를 위해
밤베르크 백작이 방문했을 때 이미 변경부 일부 사무실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밤베르크 백작은 곧바로 변경대신을 방문했다.
제국의 중대사를 처리하는 정부 대신의 집무실도 황제의 친구, 밤베르크 백작의 방문에는 깃털처럼 가볍게 열렸다.
“아이고 백작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변경대신 슈베린 백작이 환하게 밤베르크 백작을 맞이했다.
보고를 하던 관리 하나가 대신의 손짓을 받고 일단 물러났다.
슈베린 백작의 얼굴이 밝은 것이 아직 편지 건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밤베르크 백작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인사를 할 정신이 없군요. 그래서 실례인 줄 알면서도 연락도 없이 찾아온 것입니다.”
변경대신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밤베르크 백작은 변경대신의 권유하는 대로 응접 소파에 앉았다. 변경대신이 얼른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밤베르크 백작은 앉자마자 다급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무역 공사를 맡고 있잖습니까?”
“그러시지요.”
“우리나라의 수출량과 수입량이 점점 늘어 늦은 나이에 일복이 터졌다고 생각하고 일만 하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출 상품 현황을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
“어떤······?”
“아시다시피 변경에서만 나오는 원료로 만드는 전략 물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괴수 부산물로 만드는 제품을 말하는 것이다.
“네.”
“이 전략 물자 수출량이 점점 늘더란 말입니다. 대전쟁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위에다 물어보니 정부 차원에서 아직 수출 제한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먼저 빌미를 줄 수는 없고, 당장 높아진 가격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서요.”
“맞습니다. 군무부와 상무부를 비롯한 유관 부서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전쟁을 억누르려는 의도도 있고요.”
슈베린 백작의 말에 밤베르크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해는 합니다. 어련히 알아서들 하셨겠지요. 어쨌든 대전쟁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는 영 찜찜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변경 7구역의 원료 공급량이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다른 구역보다 7구역의 규모다 훨씬 더 크니까요.”
슈베린 백작이 무엇인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밤베르크 백작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느슨한 생각이 우리나라의 안보에 구멍을 뚫는 겁니다.”
“······!”
슈베린 백작은 깜짝 놀랐다.
공적으로 자신은 대신이고 밤베르크 백작은 상무부 산하 기관의 대표일 뿐인데, 너무나 무례한 말이 아닌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은 두려움이었다.
한때 이반 황제의 총애를 받던 영웅, 현 황제 친구의 질책에 떨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나?’
밤베르크 백작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설마 내가 그 정도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겠어요?”
“······.”
“하필 대전쟁을 눈앞에 두고 전략 물자 수출량이 늘고 있단 말입니다. 이건 원료 공급이 늘어났다는 뜻이잖아요?”
“그야 가격이 올라가니까 변경에서도 수입을 늘리려고 괴수 사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니까······.”
“그게 아니죠.”
왜 자꾸 아니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슈베린 백작은 일단 듣기로 했다.
“아우로라 놈들이 과거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하겠어요? 나라면 파일럿들을 잠입시켜 변경에 보내겠어요. 어차피 변경에서는 출신과 무관하게 전투 요원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대전쟁을 앞두고 괴수 부산물 공급을 늘리면 전략 물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니 좋고, 유사시 멕 나이트를 타고 후방을 교란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설마······!”
슈베린 백작이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쯧쯧쯧, 다 조사해 보고 하는 말입니다. 7구역에 이런 불순한 파일럿이 굉장히 많아요. 변경은 다 백작의 책임 아닙니까?”
슈베린 백작이 침을 꿀꺽 삼켰다.
“물론 신분 증명을 제출하지 않아도 멕 나이트를 탈 수 있도록 하는 변경 정책은 백작이 만든 것이 아니지만, 조사하고 감찰하여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은 백작이 할 일입니다.”
“···네.”
“대전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후방을 튼튼히 해야 합니다. 서둘러 변경을 조사하세요. 특히 7구역! 철저히 점검하세요. 이렇게까지 알려 줬음에도 사고가 터지면, 백작은······.”
밤베르크 백작이 말을 줄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슈베린 백작이 따라서 일아나며 말했다.
“곧바로 조사단을 파견하겠습니다, 백작님!”
밤베르크 백작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살짝 까딱하고 대신의 집무실을 나왔다.
“후유······.”
슈베린 백작이 한숨을 내쉬고 비서에게 국장들을 소집하라고 명령을 내리기 직전, 다른 국장이 헐레벌떡 뛰어들어 왔다.
파펜의 편지를 가지고 온 것이다.
편지를 읽던 슈베린 백작은 심장이 멎을 뻔했다.
밤베르크 백작은 아우로라 놈들의 책략, 편지는 반란이라고 돼 있지만, 변경을 적도가 차지해 후방이 위태롭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국장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일단 요원을 만나 진위를 확인하고······.”
슈베린 백작이 국장을 말을 끊고 소리쳤다.
“진위 확인은 무슨! 당장 특별 감사를 실시하세요! 지금 바로! 특히 7구역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도록! 파일럿을 비롯한 전투 요원 신분과 멕 나이트 현황, 부산물 생산 현황을 철저히 확인하도록!”
“하지만, 편지 하나로 이렇게 움직이면 변경이 혼란에 빠질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에서도 놀라지 않겠습니까? 벌써 우리 부서 관리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슈베린 백작이 뱀처럼 국장을 노려보았다.
“국가 안보가 장난입니까?”
“네?”
“부서 직원들에게 함구령 내리세요. 보고를 해도 내가 보고해야지, 이런 이야기가 함부로 밖으로 돌면 되겠어요? 만약 밖에 이 소식이 알려지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장, 오늘 당장 특별 감찰단 조직하고 떠나세요!”
“네, 대신 각하!”
감찰단을 조직하느라 변경부가 들썩들썩했다.
어쨌든 대신의 지엄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변경부 관리들이 마나 열차를 타고 변경으로 떠났다.
***
사무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추위에 옷깃을 세워 올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구인 구직 사무소 건너편 찻집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따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복 경찰들이었다.
경찰들은 2인 1조로 움직여 대상을 추적하다 대상이 누군가를 접촉하면 흩어져 따로따로 뒤를 밟았다.
‘청결한 새벽’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미행하다 집이나 숙소를 파악하면 인근 경찰서로 가서 지원을 요청해 다시 2인 1조 체재를 갖추고 미행과 잠복을 계속해 나갔다.
경찰 신분증을 보여 주며 청결한 새벽 작전 중이라고 말하면 노바에 있는 모든 경찰서는 기꺼이 지원을 해 주도록 노바 경찰청장이 엄명을 내린 탓에 많은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접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모든 경찰관은 각자 해 오던 일이 있기 때문에 문제의 사무소에서 나온 사람을 추적해 그와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확인한다는 청결한 새벽 작전은 금세 한계에 부딪쳤다.
전에 이러한 작전을 시행해 본 적이 없었던 데다 작전에 투입된 경찰들이 정확한 목적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걸러야 할 사람과 계속해서 추적할 사람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여러 경로로 전해 들은 스텐커가 율리안에게 조언했다.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대상은 최소한 멕 나이트 파일럿 이상의 귀족들입니다. 남방군 파일럿들은 거의 다 귀족 출신이고 이 사건의 성격이 귀족파가 일으킨 반란이니까요.”
“맞습니다.”
“그러니 거주지가 확실하고 가족과 살고 있고 신분이 확실한 평민은 기록만 해 두고 추적을 중단하는 게 낫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우리는 신분이 불확실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숙박 시설에 머물고 있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 위주로 추적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겁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율리안은 스텐커의 아이디어를 밤베르크 백작에게 말했고, 밤베르크 백작은 에르젠 자작에게 전달했다.
노동자 시위와 파업을 막는다는 작전 - 작전에 투입된 경찰들에게는 이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 을 수행하면서 가난한 평민들은 거르고 귀족 같아 보이는 사람들 위주로 감시하라는 명령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미행과 감시에 투입하는 경찰력에 여유가 생겼다.
편지 도착 이후 구인 구직 사무소에서 나온 사람과 바로 접촉하거나 몇 단계를 거쳐 접촉한 사람들의 명단이 속속 올라오고, 명단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감시를 늘렸다.
보고서에 적혀 있는 정부 관리나 고위 귀족들의 명단을 확인한 노바 경찰청장 에르젠 자작은 살이 떨렸다.
“이 사람들이 왜······?”
아무리 봐도 노동자들의 시위와 파업을 선동할 공화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미행과 감시가 아무 가치가 없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모르는 이름이 많아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아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뚜렷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특징이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 경력 20년 이상으로 노바 경찰청장까지 올라온 것은 다른 사람이 밀어주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능력, 눈치, 처세, 다져온 인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귀족파······!’
명단을 읽어 본 밤베르크 백작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확신했다.
‘이번에 뿌리 뽑으려는 건 공화주의자가 아니라 어쩌면······!’
그러나 밤베르크 백작에게 묻지 않았다.
알아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낫다.
이 일의 방향에 자신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기동 타격대 동원 준비는 잘 되는가?”
“네, 사령관님!”
“명심하게. 비밀 유지가 핵심이야.”
“명심하고 있습니다!”
에르젠 자작은 사활을 걸었다.
공화주의자 시위가 발생하면 잃을 것은 자리뿐이라면 자신이 짐작한 이번 일이 잘못되면 목이 날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바 서장들을 매일 불러 닦달했다.
“청결한 새벽 작전에 투입된 경찰들 입단속 잘 시키고 비밀 유지에 더욱 신경을 써! 절대로 미행, 잠복을 들키면 안 된다는 거 명심하고!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서 대충 넘기려 하지 말고 무조건 나한테 보고해!”
그가 그토록 신경을 쓴 덕분에 아직까지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작전의 규모가 워낙 컸고, 일거에 체포하는 시기도 정해지지 않아서 언제까지 문제없이 미행, 감독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었다.
***
<···변경부에서 특별 감찰단을 파견했습니다. 7구역을 가장 강력하게 감찰할 테지만, 다른 구역도 감찰을 실시할 겁니다.>
감찰단 파견과 동시에 스텐커가 편지를 보낸 덕에 루산은 감찰이 시작되었음을 즉시 알게 되었다.
루산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율리안이 외숙을 통해 노바 경찰을 움직여 반란 용의자를 포착하고 있고 기동 타격대 동원 준비를 마친 것은 훌륭했다.
강력한 그물을 제대로 펼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물고기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이었다.
노바 내부로 들어간 남방군 은퇴 파일럿이 생각보다 많은 멕 나이트를 동원한다거나, 남방군이 전격적으로 움직인다거나, 수도 군단이나 근위대에서도 반란 세력이 암약하다 결정적으로 혼란을 조장한다면 경찰 기동 타격대 정도는 순식간에 쓸려 나가지 않을까?
게다가 변경에 미리 깔아 놓은 남방군 은퇴 파일럿이 생각보다 많다면 제국 서부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더 나아가 변경의 반란군 멕 나이트가 한데 모여 진격한다면 수도 서쪽 관문 정도는 뚫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반란 세력이 그 정도로 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상당했다.
‘어떻게든 외부에서 노바의 반란을 돕는 것을 막아야 해.’
루산은 북방군 제3 기동 군단장으로 가 있는 아이젠 자작에게 편지를 썼다.
<변경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경의 멕 나이트가 혹시라도 노바로 이동하는 일을 막기 위해 열차 역을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아이젠 자작이라면 변경 북쪽 구역 이동로를 막아 줄 것이다.
그러나 변경 남쪽 구역의 이동로는 남방군 담당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부탁할 수가 없었다.
‘7구역 반란 세력이 마나 열차를 타고 코부스 지방을 지나면 저지할 수가 없다!’
변경 백서에 기록된 7구역 멕 나이트 수는 375대.
그중 절반, 아니 3분의 1만 반란에 가담한다 해도 무려 125대.
노바 내부에서 호응한다면 서쪽 관문을 뚫을 수도 있는 규모였다.
‘7군단 반군이 마나 열차를 타고 코부스로 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루산은 코부스에 있는 가프 마법 연구소로 가서 칼리슈를 만나 부탁했다.
“이번에 생산하고 있는 멕 나이트 시제기는 당분간 가프 마법 연구소에 보관해 주세요.”
“기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게 하겠지만, 왜요?”
빨리 만들어달라고 재촉하던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부탁이었던 것이다.
“지금 특별 감찰이 진행되면서 멕 나이트를 조종할 파일럿이 부족하거든요.”
이 말은 사실이었다.
변경부에서 파견된 특별 감찰관들이 신분 증명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파일럿과 전투 요원들을 본부로 불러들여 들들 볶고 있었던 것이다. 시에나와 파펜은 루산이 보증하고 둘러대어 이틀만 시달리고 돌아온 유일한 케이스였다.
본부 서류도 다 뒤집고 단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탈탈 털고 있었다.
단장은, 원래가 차갑고 어두운 표정의 소유자였으나 이제는 독이 바짝 올라 건드리면 폭발한다고 했다.
루산은 애초에 서류를 다 냈고 본부 간부가 아니라 현장 책임자여서 덜 시달리는 중이지만, 본부 감찰이 끝나면 현장도 돌 예정이었다.
“아!”
루산의 말에 칼리슈가 수긍했다.
“그래도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연료 채우고 무기 들려서 대기해 주세요.”
“하하하! 그 점은 걱정 마세요, 기사님.”
칼리슈의 확답을 들은 루산은 다시 레이크 시티로 돌아와 믿을 만한 파일럿들을 불렀다.
모리츠, 파비안, 바이크, 시에나, 그리고··· 파펜.
‘나까지 여섯인가? 후유······.’
루산은 국적도 다르고 출신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실력도 제각각인 파일럿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조국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기꺼이 나서겠습니까?”
모리츠와 파비엔 두 사람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말했다.
“당연한 말 아니겠소?”
“기꺼이 나서야죠. 조국이 나를 써 주는 게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엥? 내가 태어난 나라는 여기가 아닌데······?”
“응? 전대장님이 조국을 이야기하니까 왠지 이상한데요?”
“그렇지? 그럼 내가 명령하면?”
루산이 빙긋 웃으며 바이크와 시에나를 보고 물었다.
“대장님의 명령이면 당연히 따라야죠!”
당찬 시에나의 대답.
“내 대답을 먼저 하지 말라고!”
시에나에게 따지는 바이크의 대답.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잔뜩 찡그리는 파펜의 대답.
“오케이! 확인 끝!”
“아니, 무슨 확인 끝이야? 나는 대답 안 했는데?”
파펜이 따졌지만, 루산은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
“당분간 여기 있는 인원들은 모두 장벽 동쪽에서 대기합니다.”
다섯 명은 영문도 모른 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변경 투어의 사장 렌커가 본부 신사업부 요원 바네사를 만나 긴급 통신을 넣었다.
[기사님, 7구역에 난리가 났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여러 중계소를 거쳐 루산이 타고 있는 우르사에까지 전해졌다.
루산이 대기하고 있던 다섯 명의 파일럿에게 지시를 내렸다.
[출동!]
[아니, 대체 왜? 무슨 일인데?]
[조국과 나를 위해서.]
파펜의 질문에도 루산은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다.
루산의 대답에 시에나와 바이크가 킥킥댔다.
[하여간 멋대로야!]
파펜은 투덜거리면서도 명령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여섯 대의 멕 나이트가 동쪽으로 달려갔다.
괴수 사냥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