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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05화 (105/450)

105. 내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105. 내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철로를 끊고 고갯길과 벼랑길에서 막대한 피해를 끼치며 거사를 방해한 루산은 반란군에게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원수였다.

레오파드 여섯 대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반란군 멕 나이트들이 마주 달려왔다.

사탕에 몰려드는 개미 떼 같았다.

개미와 달리 그들은 고함을 지를 줄 알았다.

- 죽여 버려!

- 포위해!

- 선두 여섯 대 먼저 박살 내고, 나머지 차근차근 부수면 된다! 겁쟁이 놈들이 없어도 우리가 이긴다!

반란군 멕 나이트들은 방패들 들어 올려 상체를 가리고 몸으로 돌진해 왔다.

수적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중량도 더 나가는 멕 나이트를 타고 펼칠 수 있는, 본능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작전이었다.

‘멕 나이트들 간의 간격이 더 좁아지면 제아무리 빠른 003이라 해도 뚫을 수 없다!’

평지에서 반원형 포위망에 둘러싸이면 두드려 맞다 끝나는 것이다.

003의 기동성을 살리려면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

루산은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먼저 갈 테니, 001은 대형 유지하고, 003은 기동성 살려!]

[예스, 커맨더!]

루산은 003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스쿵스쿵스쿵스쿵-

아이언 워리어 중량의 3분의 1, 엔진 출력의 1.3배(순간 출력 2.0배)의 기체가 평지에서 선보이는 바람 같은 질주!

반란군 파일럿들은 003을 보기는 했지만, 산에서 이동할 때와 좁은 길에서 싸울 때 본 것이 전부라 아직 눈에 익지 않았다.

그 속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 어딜!

사이로 지나치려는 003을 보고 반란군 멕 나이트가 방패를 뒤로 젖혔다가 강하게 휘둘렀다.

후웅-

그러나 003은 방패가 자신을 치기 전에 간발의 차이로 먼저 통과했다.

몸만 통과한 것이 아니었다.

쓰릉!

방패보다 더 긴 마나 진동 대검이 멕 나이트의 왼쪽 허벅지를 깊이 베고 지나간 것이다.

몇 걸음 그대로 달리던 반란군 멕 나이트는 다리가 꺾이며 고꾸라졌다.

터텅!

멕 나이트는 굉음을 일으키며 몇 바퀴 구르다 일어나려 버둥거렸지만, 그때 루산은 이미 그 멕 나이트를 잊고 새로운 적의 옆구리를 긁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촤릉!

게다가 그 와중에도 003을 타고 있는 시에나와 바이크에게 충고하기까지 했다.

[003은 정면으로 붙지 마! 싸울 필요도 없어! 빠르게 움직여 적진을 어지럽힌다고 생각해! 기회가 와도 간격을 유지하고 외곽에서 긁기만 해! 한 번에 쓰러뜨릴 생각 말고 피해를 누적시킨다고 생각해!]

[네, 대장님!]

[예스, 커맨더!]

시에나와 바이크는 루산 양옆 대각선 방향으로 달려 나가 날렵하게 반란군 멕 나이트 사이를 지나가고 지그재그 방향을 틀어 정신을 어지럽게 했다.

그러다 허점이 보이면 팔, 허리, 다리를 멀찍이서 촥촥 베고 지나갔다.

겨우 장갑판을 베는 수준이거나 좀 더 깊이 몸체 표면을 긁고 지나가는 수준이었지만, 반란군 멕 나이트 파일럿들로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쓰릉-

촤릉-

스컥-

그극-

자신의 멕에 손상이 쌓이는 소리는 파일럿의 마음을 옥죄고 긴장의 끈을 더욱 팽팽하게 당겨 결국 평정심을 잃게 만들었다.

001에 탑승한 모리츠, 파비안 그리고 파펜은 그런 파일럿이 탄 기체들을 안정적으로 하나씩 부숴 나갔다.

003이 헤집고 001이 중심을 지키고 있는 전선에 코부스 지방군 멕 나이트들이 가세했다.

수에서는 여전히 반란군 멕 나이트가 많았지만, 7구역 변경 파일럿들이 빠져나가며 좌우, 후방이 혼란스러웠고 001이 적진을 휘저어 놓은 덕에 003과 지방군 멕 나이트들은 차근차근 반란군 멕을 쓰러뜨려 나갔다.

***

루산은 양 진영이 대치할 때부터 반란군 우두머리가 있는 방향을, 외부 확성기로 말하는 내용을 토대로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멕 나이트 기종이 거의 동일하고 말할 때 사람처럼 입을 움직이는 게 아니어서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했다.

전투 지휘는 외부 확성기가 아니라 마나 통신기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지휘관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짐작한 곳으로 달려가자 지휘관이 타고 있는 멕 나이트가 어떤 것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지휘관은 직접 싸우는 대신 싸움을 지켜보며 명령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약간 높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위에 호위하는 멕 나이트들이 배치돼 있었다.

지휘관이 없으면 아무리 병력이 많아도 무질서하게 하나씩 당하다 패할 뿐이기 때문에 지휘관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찾았다!’

반란군은 7군단 변경 파일럿들이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면서 혼란스러웠고, 거사를 위한 편제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정체를 드러내게 되어 명령 체계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지휘관을 지키는 호위 기체도 전투 중에 가까이 있던 멕 나이트 두 대가 맡게 되었다.

호위 기체 두 대 외에도 전방으로 달려가려던 반란군 멕 나이트들이 003이 접근하는 것을 보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루산은 날렵하게 그 공격들을 피하고 간간이 한 칼씩 먹이며 지그재그 적진을 돌파해 마침내 작은 언덕에 도달했다.

츠쿵- 츠쿵- 츠쿵- 츠쿵-

레오파드 003은 가늘고 긴 다리로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언덕을 성큼성큼 뛰어 올라갔다.

그러자 지휘 기체를 호위하던 멕 나이트 두 대가 뛰어 내려왔다.

- 그렇잖아도 죽이러 가고 싶었는데, 죽으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변경에서 사용하는 멕 나이트답게 외관부터 무척 낡은 아이언 워리어가 단칼에 끝내겠다는 듯 대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피하지 못하도록 사선으로 내리긋겠다는 뜻!

가늘고 약해 보이는 003은 단번에 부러지거나 날아갈 것 같았다.

아이언 워리어가 대검을 내리치기 전, 003은 딱 한 번 좌우로 몸을 움직였다.

그동안 아이언 워리어 파일럿의 눈에 익은 멕 나이트로는 불가능한, 빠른 속임 동작!

아이언 워리어 파일럿은 찰나의 순간 멈칫하다 대검을 내리쳤다.

쉬익!

그러나 003은 대검의 궤적이 지나가는 곳에 없었다.

오른발로 지면을 박차고 왼쪽으로 이동해 상대의 오른쪽 다리를 베고 지나간 것이다.

쓰릉!

균형을 잃은 아이언 워리어가 우당탕 언덕을 뒹굴었다.

그 전에 두 번째 호위 기체가 첫 번째 호위 기체를 베고 나온 직후의 003 머리 위로 대검을 내리꽂았다.

‘피할 수 없다!’

003은 자신의 대검을 머리 위로 들어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챵!

불꽃이 튀었다.

상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검을 연거푸 내리쳤다.

챵! 챵! 챵! 챵! 챵!

중량의 차이로 003은 무릎이 굽혀지고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중량에서는 크게 밀릴지언정 출력에서는 더 우위에 있는 003은 계속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상대 멕 나이트가 다시 한번 내리치기 공격을 감행하는 순간 003은 무릎을 좍 펴고 상대의 대검을 밀어 올렸다.

대검을 든 상대의 팔이 뒤로 젖혀지자 003은 오른쪽으로 크게 한 걸음 내딛으면서 대검을 그대로 힘차게 잡아당겨 반란군 멕 나이트의 가슴을 베어 버렸다.

쓰릉-

003의 대검이, 조종실이 있는 멕 나이트 가슴 중간까지 들어갔다 길게 빠져나왔다.

대검 끝에 빨간 핏방울이 살짝 맺혀 있었지만, 거대한 강철 괴물들의 전쟁에서 작은 핏방울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츠쿵- 츠쿵- 츠쿵- 츠쿵-

003은 다시 언덕으로 올라갔다.

뒤에서 반란군 멕 나이트가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 이놈!

언덕 위에 서 있던 오토가 분노하여 고함을 지르며 달려왔다.

루산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덕 아래에 있던 반란군 멕 나이트들이 지휘관의 위기를 보고 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루산은 이 반란군 우두머리에게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았지만, 싸움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휘익-

휘익-

오토의 멕 나이트가 대검을 수평으로 휘두르자 003은 뒤로 겅중 뛰어 물러났다.

굳이 정면으로 충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루산은 맞지 않기 위해 무조건 멀찍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예민하게 거리를 재고 있었다.

끼륵-

아슬아슬하게 적의 대검이 가슴 장갑을 긁고 지나가는 순간, 003은 바닥을 박차고 안으로 파고들어 오토의 멕 나이트 오른쪽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쓰릉!

003은 출력은 강하지만 중량이 부족하여 완전히 잘라 버리지 못했다.

오토가 탄 멕 나이트의 오른쪽 팔이 덜렁거렸다.

그러나 루산은 굳이 완전히 벨 생각이 없었다.

반란군 멕 나이트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방패를 잃지 않은 상대 - 게다가 오른팔을 잃어 잔뜩 움츠리고 있을 상대를 해치우기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적 우두머리를 해치우는 일보다 자신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003은 바람처럼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 너 이놈! 거기 서라!

뒤에서 맹수의 울부짖음 같은 오토의 고함이 들려왔지만, 003은 미련 없이 내달렸다.

츠쿵츠쿵츠쿵츠쿵-

노바 외곽 멕 나이트 기동 시험장에서 레오파드 획득 시험을 할 때 실력이 뛰어난 근위대와 수도 군단 파일럿들도 루산이 탑승한 003을 잡지 못했다.

지치고 당황한 반란군 파일럿들이 변경의 중고 멕 나이트를 타고 003을 잡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루산은 포위망을 간단히 뚫고 언덕을 내려와 전장을 누볐다.

시에나, 바이크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적의 시선을 빼앗고 주위를 어지럽혔다.

그러는 동안 001 세 대와 지방군 멕 나이트들이 정면의 반란군 멕 나이트를 착실히 줄여 나갔다.

그러자 진압군의 승세를 느낀 변경 7군단 파일럿들이 전장의 좌우와 후방에서 반란군을 조이기 시작했다.

의도한 일은 아니라지만, 잠시나마 반란군과 함께 움직였던 죄를 씻으려면 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패배의 낌새가 보이는 순간,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 온 동료였음에도 가차 없이 진압군에 붙는 것은 변경 파일럿들이 유독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승패는 이토록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것이었다.

코부스 역 서쪽에 죽 늘어서 있던 멕 워커들이 도시를 무사히 방어하고 자신들이 아무런 피해 없이 싸움이 끝난 데 기뻐하며 방패로 땅을 두드렸다.

쿵쿵쿵쿵쿵쿵쿵쿵-

칼리슈와 가프 마법 연구소 마법사들은 코부스 역 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 망원경으로 전투를 지켜보다 환호했다.

반란군을 물리쳤다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이 전투에서 자신들이 만든 레오파드가 맹활약을 했다는 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국군에 자랑할 거리가 더 늘었군요!”

“맞습니다! 주문량이 더 늘겠어요. 허허허!”

“여러분이 간과한 게 있습니다.”

“뭡니까?”

“변경 7군단 멕 나이트가 이렇게나 많이 파괴되었다는 건 무얼 뜻하겠습니까?”

“아! 부족한 멕 나이트를 채워야겠군요!”

“그렇지요! 멕 나이트 생산 기지를 더 빠르게 건설해야 합니다. 레오파드 계열이든 스피디 계열이든 만드는 족족 팔려 나갈 테니까요.”

“허허허! 역시 전쟁은 곧 기회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아요.”

가프 마법 연구소 마법사들이 승리의 기쁨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계산해 만끽하는 동안 칼리슈는 대화에 끼지 않고 망원경으로 루산의 003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루산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승리였다.

누구보다 먼저 루산과 인연을 맺은 그였기에 이 승리가 그저 돈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감격스러웠고 자랑스러웠다.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그 역시 가프 마법 연구소의 마법사였기에 연구소의 이익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멕 나이트 몇 대 더 파는 게 문제가 아니야. 루산 보름스를 꽉 잡고 함께 가야 한다. 스승님께 서둘러 약속을 지키라고 말씀드려야겠어. 반란이 완전히 제압되면 우리 도움의 가치가 줄어들 테니까.’

쿵쿵쿵쿵쿵쿵쿵쿵-!

온몸을 뒤흔드는 멕 워커 수백 대의 방패 응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루산 보름스!

칼리슈는 가슴이 뛰었다.

마법사로서의 계산뿐 아니라 친구로서의 우정으로 고생했다, 잘했다, 자랑스럽다, 기쁘다, 고맙다, 말하기 위해 칼리슈는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코부스 지방군 보병 사단이 전장에 투입돼 포로들을 묶고 도주한 서브 파일럿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변경 7군단 파일럿들은, 비록 전투 막바지에 살짝 기여하기는 했지만, 정밀한 조사를 위해 멕 나이트와 격리시킨 채 수용하기로 했다.

7군단 파일럿들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반란이란 그만큼 두려운 말이었던 것이다.

살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우리는 어쩌죠?”

시에나가 물었다.

“상을 받게 되겠죠?”

이번에는 바이크였다.

루산은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야 반란이 완전히 제압되었을 때 이야기지. 수도나 다른 곳에서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잖아.”

“아!”

“우리가 거기까지 신경 쓸 수도 없고.”

“···네.”

“일단은 좀 쉬었다가 돌아가자.”

“네!”

그러나 루산은 돌아가지 못했다.

코부스 지방군 사령관이 루산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내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변경 기사로 살아가기에는 영 아까워서 말일세.”

루산은 쓴웃음을 지으며 철저한 변경 기사의 마인드로 자신이 변경에서 얼마나 버는지 대강 말해 주었다.

사령관이 깜짝 놀랐다.

“변경 파일럿이 그 정도까지 버는 줄은 몰랐군.”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많이 버는 편이죠.”

“흐음, 자네 정도 실력이면······.”

사령관은 수긍해 버렸다.

“어쨌든 저는 제 삶에 만족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목표가 다르니까요.”

사령관은 안타까워했지만, 더는 권유하지 않았다.

그 대신 7군단 파일럿들 조사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변경 파일럿은 변경 파일럿이 잘 알지 않겠나?”

루산은 자신을 좋게 봐 준 사령관이 고마워 기꺼이 협조하기로 했다.

사실은 무척 바라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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