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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10화 (110/450)

110. 열차는 언제 오나

110. 열차는 언제 오나

츠쿵- 츠쿵- 츠쿵- 츠쿵-

동이 트기 전, 경찰 기동 타격대 멕 나이트 30대가 텅 빈 겨울의 들녘을 지나갔다.

경갑과 투구를 착용한 기동 경찰 수백 명이 방패와 창검으로 무장하고 그 뒤를 따랐다.

범인을 체포하고 호송하기 위한 수레와 마차들은 멀찍이 세워 두었다.

맨 뒤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가던 수도 군단 4전단 연락관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아니, 무슨 작전이기에 이 시국에 멕 나이트를 이렇게나 많이 동원하는 겁니까?”

경찰 기동 타격대는 반란군 소탕 작전이라는 언질을 사전에 들었으나 연락관은 듣지 못한 상태였다.

노바 외곽이라지만, 엄연히 수도 안에서 멕 나이트를 움직이는 작전을 보고 놀란 것이다.

길고 두꺼운 외투 대신 움직임이 편한 재킷, 방한용 털모자와 가죽 장갑을 착용한 오스카가 입김을 뿜어내며 대답했다.

“많으면 오히려 다행이지요. 부족하면 큰일입니다.”

“네?”

그동안 봐렌 철강에 드나드는 사람과 화물을 확인하도록 마을에 배치된 감시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그곳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급증해 무려 400여 명에 달했다.

화물을 나르는 수레는 딱히 늘지 않았다.

‘봐렌 철강을 반란 세력이 노바 안쪽에 마련한 멕 나이트 비밀 생산 기지라고 본다면,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멕 나이트 준비가 이미 끝났다는 것이 아닌가? 흩어져 있던 파일럿들이 모이기만 하면 멕 나이트를 가동할 수 있다는 뜻? 아니면 다행이지만······.’

오스카는 자신의 추측이 들어맞지 않기를 바랐다.

“어쨌든 연락관은 절대 앞으로 나가지 말고 뒤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유사시에 4전단으로 돌아가 원군을 불러와야 하기 때문이다.

“뭐···, 네, 알겠습니다.”

연락관이 덩달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경찰 기동 타격대의 멕 나이트들은 들판과 좁은 길을 지나 점점 안쪽으로 들어갔다.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아질 무렵 선두 멕 나이트가 봐렌 철골 입구에 도착했다.

원래 기동 경찰이 먼저 입구로 다가가 경비원에게 순순히 문을 열도록 지시하고 거부하면 제압하고 들어가기로 했으나 그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으그그그그그그그그-

입구에서 골짜기로 넘어가는 산길 옆 숲에서 거대한 물체들이 일어나더니 나무를 부러뜨리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멕 나이트다!”

기동 경찰들이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거사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에 있던 봐렌 철골 경비원들이 어스름을 뚫고 다가오는 정체불명의 멕 나이트를 보고 곧바로 안에 연락을 했던 것이다.

[적 출현! 전조등 켜!]

30대의 경찰 멕 나이트가 일제히 멕 나이트의 전조등을 밝혔다.

팟!

파팟!

파파파팟!

어둑어둑한 겨울 새벽에 우뚝 솟은 멕 나이트가 환하게 드러났다.

[세상에, 저게 뭐야?]

[무슨 모델이야?]

경찰 기동 타격대 파일럿들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아이언 워리어보다 머리가 두 개 정도 더 큰 멕 나이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단지 키만 큰 것이 아니라 그에 따라 덩치도 더 크고, 들고 있는 방패와 대검의 크기도 무시무시했다.

봐렌 철골에서 비밀리에 제작하고 있던 두 가지 모델 중 하나인 기가스였다.

후쿵- 후쿵- 후쿵- 후쿵-

으드드드드드드드- 쿵!

기가스 세 대가 방패를 들고 나무를 부러뜨리며 다가왔다.

방패는, 아이언 워리어의 전신을 가릴 정도로 넓고 마치 철벽인 양 비정상적으로 두꺼웠다.

[겁먹을 것 없다! 덩치가 커 봐야 겨우 세 대에 불과하다! 감히 노바 안에서 몰래 멕 나이트를 만들다니, 반란죄가 얼마나 중한지 깨닫게 해 주어라! 해치워!]

지휘관이 명령을 내리자 경찰 멕 나이트들이 넓게 포위망을 그리며 다가갔다.

3 대 30.

열 대가 한 대를 해치우면 되는 간단한 싸움이었다.

상대가 처음 보는 모델이고 키가 크다고 해서 주눅 들 필요가 없었다.

멕 나이트 대전에서 숫자는, 전부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것이다.

그 사실을 파일럿들은 기사 아카데미와 실전 경험을 통해 다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상대 멕 나이트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포위해!]

경찰 멕 나이트들이 방패를 들고 다가갔다.

그때 기가스가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후웅-

경찰의 아이언 워리어는 방패를 들어 가슴을 막았지만, 상대의 대검은 방패를 거짓말처럼 절단하고 몸통 절반까지 파고든 뒤 힘으로 멕 나이트를 붕 띄워 날려 버렸다.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크다고 움직임이 느린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 경찰 멕 나이트를 쉽게 해치운 기가스는 포위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앞으로 성큼 내딛으며 비상식적으로 크고 두껍고 무거운 방패를 휘둘러 다른 경찰 멕 나이트를 강타했다.

텅!

방패에 얻어맞은 경찰 멕 나이트가 공처럼 튕겨져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른 경찰 멕들이 뒤에서 공격하려 했지만, 놀랍게도 기가스는 긴 다리와 빠른 발놀림으로 포위를 피하고 한 대, 한 대 착실히 격파해 나갔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경찰 멕 나이트 열 대 이상이 차가운 들판에 쓰러져 있었다.

“세상에!”

4전단 연락관이 입을 떡 벌렸다.

오스카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멕 나이트를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락관보다는 충격에서 회복하는 것이 좀 더 빨랐다.

“서두르시오! 4전단으로 돌아가서 반란군의 출현을 알려야 해요!”

“아! 그, 그것이···, 아, 알겠습니다!”

정신을 차린 연락관이 저 뒤쪽에 세워 놓은 자신의 말을 향해 허둥지둥 달렸다.

경갑으로 무장한 기동 경찰들도 후퇴 명령에 따라 뒤로 물러났다.

거대한 멕 나이트들이 싸우는 전장에서 서성대다가는 형체도 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스카는 물러나지 않고 짚단을 쌓아 놓은 가리 뒤에 몸을 숨기고 새로운 멕 나이트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해는 점점 지면 위로 떠올랐고 그만큼 세상은 더 밝아졌다.

그런데 그때 봐렌 철골이 있다는 골짜기 방면에서 무언가가 산을 넘어오기 시작했다.

다닥다닥 붙어 계속해서 밀려오는 모습이 마치 메뚜기 떼가 언덕을 넘어오는 것 같았다.

“······!”

오스카와 같은 광경을 목격한 경찰이 소리쳤다.

“멕 나이트다!”

그것 역시 멕 나이트였다.

봐렌 철골에서 기가스와 함께 제작한 신형 멕 나이트 로쿠스타.

루산이 정비부장 바르통에게 의뢰해 만든 멕 스켈레톤처럼 앙상했는데, 힘은 훨씬 좋아서 긴 다리로 산을 폴짝폴짝 뛰어 거침없이 내달렸다.

산을 넘은 로쿠스타들이 떼 지어 경찰 멕 나이트를 덮치고 지나갔다.

그들이 지나간 곳에는 서 있는 경찰 멕 나이트가 남아 있지 않았다.

“후퇴하라! 본부에 소식을 알려!”

기동 경찰들이 빠르게 달리기 위해 방패와 대검을 집어던졌다.

그러나 로쿠스타의 기동력 앞에서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소식이 전해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반란군은 멕 나이트에 타지 않은 경찰조차 모조리 짓밟았다.

맨 먼저 달려간 4전단 연락관 역시 말을 타고 달렸지만, 로쿠스타가 던진 마나 진동 투창이 말을 꿰뚫자 차가운 바닥에 거칠게 나뒹굴었다.

로쿠스타는 말에 꽂혀 있는 투창을 회수한 뒤 쓰러져 있는 말과 사람을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한동안 들판을 뒤흔든 사람들의 고함과 비명은 어느덧 사라지고 멕 나이트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후쿵- 후쿵- 후쿵- 후쿵-

츠벅- 츠벅- 츠벅- 츠벅-

츠벅- 츠벅- 츠벅- 츠벅-

짚단 가리 속으로 파고든 오스카는 죽은 듯이 꼼짝 않고 숨어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반란군 멕 나이트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은 뒤에도 그는 한참 동안 그대로 있다가 들판을 가로질러 감시자들이 머물러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스텐커가 배치해 놓은 감시자들 역시 경찰 멕 나이트가 지나가는 광경과 반란군 멕 나이트가 반대 방향으로 행군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수효를 기록해 놓은 상태였다.

“내가 가져가겠소!”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오스카는 그 집에 있는 말을 타고 시내 방향으로 달렸다.

다행히 반란군이 이동한 방향은 시내와 반대인 남쪽이었다.

***

노바로 들어오는 남쪽 관문을 지키고 있는 수도 군단 4군단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혼비백산했다.

노바 안쪽에서 나타난 기가스 3대, 로쿠스타 300여 대는 멕 나이트 100여 대로 이루어진 4전단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반란군은 순식간에 4전단 멕 나이트들을 파괴했다.

근무를 나가 있거나 달아난 기체를 제외하면 무려 60여 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반면, 반란군의 피해는 미미했다.

그러나 이들이 이곳을 공격한 이유는 4전단을 궤멸시키기 위함이 아니었다.

관문에 설치된 멕 나이트 킬러 포대를 부수는 것이다.

“반군 새끼들! 뜻대로 되게 해 줄 성싶으냐!”

이미 4전단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관문 수비대는 멕 워커를 이용해 노바 바깥쪽을 겨냥하고 있던 묵직한 마나포들을 노바 안쪽으로 돌렸다.

고정 포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짧은 순간 기적에 가까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들은 곧 고가의 마나 진동 화살을 마나포에 장착했다.

잠시 후 반란군이 멕 나이트를 타고 나타났다.

슝!

슝!

슈슈슈슝!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거대한 마나 진동 화살.

그것에 맞은 로쿠스타들이 순식간에 나가 떨어졌다.

방패를 들어 막아 봤지만, 방패를 뚫고 들어와 몸통을 꿰뚫었다.

로쿠스타들은 마나 진동 화살에 맞지 않기 위해 폴짝폴짝 요란하게 뛰었다.

그 사이에 기가스 세 대가 무식하게 크고 어지간한 성벽 두께만큼 두꺼운 금속 방패를 들고 전진했다.

거대한 표적이라 빗맞히기가 더 어려웠다.

슝!

슝슝!

슈슈슈슈슈슝!

터터터터터터터터터텅!

멕 나이트 잡이용 마나 진동 화살이 두꺼운 방패에 깊이 고슴도치처럼 꽂혔지만, 방패가 워낙 두꺼워 관통하지는 못했다.

기가스가 이 무식한 방패를 들고 있는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아!”

관문 수비대 관측병이 망원경을 들고 그 모습을 지켜보다 탄식했다.

결국 노바 남쪽 관문은 기가스의 방패 뒤에 숨어 관문 가까이까지 다가온 로쿠스타들이 마나 진동 투창을 던져 마나포를 부수는 바람에 반란군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반란군은 잔뜩 고무되었다.

비록 경찰 기동 타격대가 공격해 오는 바람에 예상보다 조금 일찍 움직이기는 했지만, 큰 피해 없이 노바 남쪽 관문을 장악하였으니 나머지 일정도 순탄할 것만 같았다.

전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멕 나이트에서 나온 파일럿들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이제 남방군만 합류하면 반정이 성공하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 전력이라면 남방군 없이도 황궁까지 함락시킬 수 있을 것 같소이다!”

“하하하! 그렇기는 합니다!”

대전쟁 이후 오랜만에 멕 나이트를 조종해 본 중년, 노년의 지방 기사들이 벅찬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병력을 지휘하는 남방군 출신 기사들은 그들이 충분히 기쁨을 만끽하고 자긍심을 높일 시간을 주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밝은 표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남방군은 언제 오는 것이오?”

“남방군 병력을 태운 열차가 지금은 지나가야 하는 것 아니오?”

“설마···, 오베론 공작이 여기까지 와서 발을 빼는 것은 아니겠지요?”

“설마요!”

반란군 파일럿들이 웅성거렸다.

“자자, 원래 전쟁에 돌입하면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생기는 법입니다. 열차가 고장 났을 수도 있고, 약속 시간을 잘못 알았을 수도 있지요. 당황하지 말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방군이 와서, 이런! 우리가 공을 세울 기회를 다 가져다 버리다니! 하고 당황하게 말입니다.”

“맞습니다. 여기서 죽치고 있는 건 이 좋은 기세를 스스로 던져 버리는 일이니 바로 움직입시다!”

“좋습니다. 갑시다!”

한곳에 가만히 있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라도 움직이고 적을 쳐부숴야 했다.

처음이 어려웠지 승리에 고무되고 자신감까지 붙은 마당이라 거칠 것이 없었다.

기가스 세 대와 로쿠스타 300여 대는 일부 병력을 남쪽 관문에 남겨 두고 메뚜기 떼처럼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뒤에도 남방군을 태운 열차는 오지 않았다.

휘이잉~

차가운 겨울바람이 남쪽 관문을 지키고 있는 지방 귀족들의 주름진 얼굴을 매섭게 훑으며 지나갔다.

하염없이 남쪽을 바라보던 지방 귀족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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