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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12화 (112/450)

112. 열쇠 찾아 봐

112. 열쇠 찾아 봐

황궁으로 들어간 밤베르크 백작은 곧바로 황제를 만날 수 있었다.

밤베르크 백작이 그만큼 황제와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지만, 정작 본인이 놀랐다.

반란군이 수도 군단 일부를 제압하고 노바 역을 장악한 이때 경호와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황제와 가까운 사이라 해도 현재 군인도 아니고 관리도 아닌데 곧바로 만남이 가능하다니, 이 또한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여유가 느껴진다!’

황궁 안을 오가는 관리와 군인들의 표정이 굳어 있고 발걸음이 바쁘기는 했지만, 두려움이나 당황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종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작전 회의실처럼 꾸며진 방 안에 황제와 장군들이 탁자 위에 펼쳐 놓은 커다란 지도를 중앙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군 출신인 밤베르크 백작은 힐끗 보고도 즉시 알아챘다.

‘반란 진압 계획이 아니야. 대전쟁 작전 계획이구나!’

대륙 전도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밤베르크 백작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제가 미소를 지으며 장군들을 내보냈다.

“이따가 다시 합시다.”

“네, 폐하!”

장군들이 물러나며 밤베르크 백작에게 목례를 했다.

밤베르크 백작도 답례했다.

제국군 총사령부 작전 참모, 동방군 부사령관, 군수 사령관··· 다 아는 장군들이었다.

“백작, 걱정이 되어 달려왔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폐하.”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

밤베르크 백작은 ‘제가 도울 일이 없어 보이는군요.’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프리드리히는 알아들었다.

“백작께서 와 주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러면서 황제는 백작의 손을 잡고 지도가 펼쳐진 테이블로 이끌었다.

자세히 보니 병력의 규모를 나타내는 작은 모형들이 주요 거점마다 놓여 있었다.

“우리 동방군 병력이 기동 군단 여섯 개 규모인데, 현재 육상에서 부르가스로 다가오는 아우로라 연합의 병력은 기동 군단 여덟 개 규모예요. 멕 나이트가 우리보다 600대는 많다는 겁니다.”

친절하게도 프리드리히 황제는 손으로 짚어 가며 상황을 알려 주었다.

밤베르크 백작은 졸지에 대전쟁 현황에 집중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적은 바다에서 상륙해 올 겁니다. 이미 수송 함대 준비가 끝났고, 멕 나이트가 항구로 이동하고 있어요. 최소 2개 기동 군단 병력이 부르가스 해안에 상륙해 우리의 지원군을 차단하고 내륙으로 진군해 갈 겁니다.”

“흐음!”

“그것으로도 끝이 아닙니다.”

프리드리히 황제는 손가락으로 바다를 건너 필센 제국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그렸다.

“아라드 왕국으로 1개 군단, 오베리 왕국으로 3개 군단, 우리 제국으로도 최소 6개 군단을 보내려 할 겁니다.”

“음!”

어마어마한 규모에 밤베르크 백작은 신음을 흘렸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에요. 아우로라 연합은 병력의 수로만 따지면 우리의 몇 배는 되니까요. 저들이 승기를 잡는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겁니다.”

이기는 전투에 기여해야 자기 몫을 크게 가져가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결코 쉬운 싸움이 아니에요.”

“네.”

밤베르크 백작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 황제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 대적을 앞두고 분열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해를 바라는 간절한 눈빛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자신이 왜 황제를 찾아왔는지도.

밤베르크 백작은 감동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네, 폐하!”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주동자는 엄벌에 처해야겠지만, 나머지는 살 수 있는 기회를 줄 겁니다. 그래도 중죄를 저질렀으니 국법의 지엄함을 보여야 백성들이 수긍하고 나라를 위해 더욱 충성하지 않겠어요? 포위망이 완성되면 투항을 권유할 겁니다. 투항을 받아들인 자들은 죄를 씻을 기회를 줄 겁니다.”

“어떤······?”

“최전선에서 아우로라 연합을 물리쳐 공을 쌓는 것이지요. 이것 말고 그 무엇으로 반란이라는 중죄를 씻을 수 있겠습니까?”

“······!”

밤베르크 백작은 소름이 돋았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어쩌면 이리도 선황 폐하와 닮았단 말인가!

반란죄로 다 죽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자비로운 것일까?

확실히 이반 황제보다 자비롭다고 할 수 있는 면이 있었다.

이반 황제는 정책에 대한 반대를 이적죄로 몰아 최전선으로 내보냈다면, 프리드리히 황제는 실제로 거병하여 경찰과 군대를 공격하고 죽인 죄인들조차 항복하면 살려서 최전선으로 보낸다는 것이니 선황보다 자비롭지 않은가!

그러나 반란을 유도했어도 자비롭다 말할 수 있을까?

아우로라 연합이라는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내부 단결과 경각심 고취가 필요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정말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백작께서 오셨으니 부탁을 하나 드려야겠군요.”

“무슨 하명이 있으십니까, 폐하?”

“포위망이 완성되면 백작께서 저들에게 가셔서 투항을 권유해 주십시오. 나도 저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일 줄은 몰라 당황했답니다. 저들이 타고 있는 멕 나이트, 아군의 멕 나이트가 소모되는 것은 대전쟁을 앞두고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아까운 파일럿들을 고작 이런 일로 잃는 것은 아우로라 연합이 바라는 대로 해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백작께서 잘 설득해 주세요.”

밤베르크 백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부탁인가 시험인가?’

이런 의혹이 든 것은 황제에 대한 두려움이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지, 사실 황제의 말이 옳았다.

반란군을 소탕하면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대전쟁을 앞두고 있는 필센 제국에 이로운 일인 것이다.

밤베르크 백작은 찰나의 순간 판단을 마치고 대답했다.

“제국의 안녕과 이로움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폐하!”

“정말 고맙습니다, 백작.”

프리드리히 황제가 밤베르크 백작의 손을 다시 한번 꼭 잡았다.

밤베르크 백작이 익히 알고 있던, 인간적인 황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밤베르크 백작은, 이제 마음속 혼란을 떨쳐 버리기로 했다.

‘황제는 황제다!’

누군가의 희생과 누군가의 죽음을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연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황제조차 언제든 나라와 자신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프리드리히 황제인 것이다.

밤베르크 백작은 친구를 잃고 황제를 만났다.

두려움이 일 정도로 뛰어난 황제를.

***

열차를 타고 노바로 향하던 루산은 생각했다.

‘비상사태에는 관문이 차단되거나 검문검색이 강화될 것이다.’

수도 방어 훈련에 수차례 참가해 왔기에 파워 아머를 싣고 관문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자.”

“네? 어디로요?”

“조용히 따라와.”

“네!”

노바와 가까워질 무렵 루산은 바이크와 시에나를 데리고 화물칸으로 갔다.

물론 객차와 화차 사이에 출입문이 없어 이동할 때 곡예를 해야 했지만, 그 정도는 추억 거리였다.

“전대장님,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요?”

“검문에 걸려 탈출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

그들은 달리는 열차 위를 뛰어넘어 화물칸 문을 힘겹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반란 사건 이후 승객뿐 아니라 화물칸도 텅텅 비어 있어 물건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루산은 상자를 뜯고 파워 아머를 착용했다.

파워 아머를 처음 본 바이크와 시에나는 멕 나이트를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신기해했다.

“와! 이 쇳덩이를 입고 움직일 수 있어요?”

“멕 나이트도 움직이잖아.”

“하지만 그건······.”

“원리는 똑같아.”

루산은 파워 아머에 익숙해지기 위해 화차 안을 몇 번 왕복해서 달리며 몸을 풀었다.

그러다 노바 서쪽 관문이 가까워지자 바이크와 시에나에게 말했다.

“바이크는 엔진 팩에 앉고, 시에나는 바이크 등에 업혀. 떨어지지 않도록 팔과 다리로 꽉 껴안아.”

“어쩌시려고요?”

“뛰어내리려고.”

“네에~?”

“관문 앞에서 열차가 속도를 늦출 거야. 그때 열차에서 뛰어내릴 거야. 서둘러!”

쭈뼛쭈뼛하던 바이크가 파워 아머 등에 배낭처럼 짊어진 마나 엔진 팩 위에 앉아 파워 아머 목을 껴안자 시에나도 입술을 깨물고 바이크 등에 업힌 뒤 팔로 그의 목을 꽉 두르고 다리로 허리를 꽉 조였다.

“숨 막혀! 죽일 셈이야!”

“시끄러! 괜한 생각 하지 마!”

“뭐라는 거야?”

루산은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화차의 열린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 멀리 관문이 보였다.

양옆 산비탈이 점점 경사가 심해졌다.

관문에 다가갈수록 열차의 속도가 느려졌다.

“간다!”

“네, 대장님!”

“알겠습니다!”

루산은 열차의 진행 방향으로 힘차게 뛰었다.

착!

지면과 닿자마자 넘어지지 않기 위해 루산은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파워 아머의 엔진이 힘차게 움직였다.

마침내 루산은 균형을 찾고 등에 두 사람을 태우고도 산비탈을 척척 올라갔다.

이곳에 관문을 설치했을 정도로 산의 경사가 심한 편이지만, 엔진의 출력이 아머의 움직임을 도와 오히려 맨몸으로 산을 오르는 것보다 수월했다.

녹지 않은 눈을 디뎠을 때 미끄러질 뻔하기도 했으나 루산은 산을 넘으며 파워 아머에 점점 익숙해졌다.

“전대장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내 고향에.”

“아!”

시에나는 루산의 고향에 간다는 사실이 왠지 설렜다.

그래서 아주 잠시, 고향으로 가기 파워 아머라는 신기한 병기를 착용하고 산을 타고 비밀리에 이동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지 의문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어리석지는 않아서 무척 심각한 일을 하기 위해 간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추위가 문제였다.

변경 8구역은 겨울에도 별로 춥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노바는 곳곳에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을 정도로 추웠다.

따뜻한 엔진 팩에 앉아 있는 바이크는 모르겠지만, 그의 등에 업혀 가자니 등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야, 바이크! 나랑 바꾸자!”

“뭐라고? 뭘 바꿔?”

“너무 춥다고! 내가 엔진 팩 위에 앉을 테니까 네가 업히라고!”

“그래도 그건 모양새가 좀······. 나 그런 놈 아니야.”

“야, 이 씨! 얼어 죽겠는데, 그런 놈은 어떤 놈인데!”

등에서 들리는 대화를 듣고 루산은 달리기를 멈추었다.

시에나가 엔진 팩에 올라타 앉고, 바이크가 시에나를 뒤에서 꽉 껴안았다.

“네가 하자고 한 거다. 후회하지 마!”

“후회는······. 대장님, 됐어요!”

“알았다.”

루산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시에나를 팔과 다리로 꼭 껴안은 바이크가 뜨거운 콧김을 시에나의 머리와 목에 뿜어 대기 시작했다.

“야! 뭐 하는 거야?”

“뭐가?”

“왜 내 목덜미에 콧김을 부냐고?”

“아니, 그냥 숨 쉰 건데 뭐?”

“숨도 쉬지 마!”

바이크는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시에나의 목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입으로 숨을 쉬었다.

그러나 시에나를 뒤에서 안고 가는 것이 좋아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

루산은 노바 토박이일 뿐 아니라 제국 기사 아카데미에서 수도 방어 훈련을 여러 차례 참석하였기 때문에 노바의 산줄기, 도로와 다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날이 저물었지만, 파워 아머 헬멧 양쪽에 달린 전조등 덕분에 이동하는 데 별 지장은 없었다.

오히려 뒤에서 매달려 가는 바이크와 시에나가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매일 단련해 온 몸이라 힘은 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간간이 그들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문제가 되기 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마침내 루산은 산을 타 넘고 도로를 가로질러 옛 보름스 가문의 장원에 도착했다.

경찰 기동 타격대가 진입한 남동쪽 길이 아니라 북서쪽 산을 넘어 문제의 봐렌 철강이 있는 곳 근처에 도착했다.

“잠깐 쉰다.”

루산의 말에 바이크와 시에나가 팔다리를 풀고 쓰러졌다.

“헉헉!”

“후유~”

루산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파워 아머의 엔진이 동력으로 보조해 준다 해도 산을 타고 이곳까지 이동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도 고프고 몸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땀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루산은 다시 시에나와 바이크를 등에 태우고 산을 넘어 보름스 가문의 장원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골짜기로 가기 위해 마지막 산을 넘었다.

“와!”

“저게 뭐야?”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 시에나와 바이크가 낮은 목소리로 탄성을 질렀다.

“쉿!”

루산 역시 규모에 놀랐지만, 예상한 일이기에 두 사람처럼 놀라지는 않았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여기 있을지도 모르는 멕 나이트를 부수기 위해서야. 반란군이 여기서 생산되는 멕 나이트를 이용할 것이거든.”

“대장님의 고향이라면서요?”

“그래. 말하자면 길다.”

“···네.”

“멕 나이트를 탈취할 수 있으면 탈취해서 부수고, 나중에 산을 넘어 탈출할 거야. 감시가 있다면 할 수 없지만, 감시가 소홀하면 생각보다 많은 멕 나이트를 부술 수 있겠지.”

바이크와 시에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알겠습니다.”

“일단 기다리고 있어. 내가 가서 보고 올 테니까.”

“네.”

루산은 산을 내려가 보안등이 곳곳에 켜져 있는 대규모 시설로 접근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했지만, 금속으로 된 파워 아머를 착용하고 이동하는 것이라 철컥철컥 발자국 소리가 신경을 거슬렀다.

그런데 다행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 장소에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루산은 반란을 저지하기 위해 반란군의 멕 나이트를 최대한 파손한다는 계획을 실천할 필요가 없었다.

루산은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봐렌 철골 감시자들을 찾아갔다.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해당 마을이 어디쯤인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루산은 파워 아머를 벗고 촌장을 찾아가 가장 최근에 이사 온 집을 물었다.

밤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촌장은 무척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루산은 해당 집을 찾아가 감시자들을 만나 스텐커 이름을 대고 질문했다.

“봐렌 철골에 아무도 없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경찰 기동 타격대가 이곳으로 들어가서 전멸하고, 반란군이 남쪽 관문과 서쪽 관문을 장악한 뒤 노바 역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그 뒤로 각지에서 병력이 올라와 노바 역을 장악한 반란군을 포위했다.

경찰 기동 타격대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병력을 보냈다.

“아마 대부분의 병력이 빠져 나갔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현장을 확보하고 잔당을 체포해 체면이라도 차리려 했겠죠.”

그러나 봐렌 철골에서 안에 있던 멕 나이트가 다시 나타나 경찰은 또다시 패퇴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뒤 외부에서 봐렌 철골 쪽으로 사람이 급하기 들어가더니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반란이 실패했다고 판단했겠죠. 듣기로 노바 역을 둘러싼 병력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북방군, 지방군, 수도 군단에 남방군까지, 멕 나이트가 사람들 말로는 수천 대라고 하더군요. 그 정도까지야 될까 싶습니다만, 어쨌든 근위대는 투입되지도 않았다고 해요. 시내 한가운데에 갇혔으니 끝장 난 거죠.”

“남방군이라고요?”

루산이 깜짝 놀랐다.

감시자들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흐음······.”

루산은 불길한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우선적으로 할 일을 정해야 했다.

“여하튼 반란군은 제국군에 포위된 상태고, 봐렌 철골은 아직 경찰이나 군대가 들어오기 전에 스스로 달아난 거네요?”

“그렇게 봐야죠.”

이 땅을 되찾아야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멕 나이트 생산 시설을 정부가 순순히 보름스 가문에 넘겨 줄 리 없었다.

루산은 서둘러 파워 아머를 착용하고 봐렌 철골로 돌아갔다.

반란 규모를 어느 정도나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남아 있는 멕 나이트가 한두 대가 아니었다.

루산이 나중에야 이름을 알게 된 기가스가 만들다 만 채로 한 대, 완성된 로쿠스타가 40대가 넘었다.

제작 중인 로쿠스타는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바이크, 시에나, 멕 나이트 열쇠 찾아 봐!”

“네!”

마침 거사를 앞두고 있었기에 열쇠는 근처 출고 사무소에 있었다.

루산은 미완의 기가스에 올라타 로쿠스타들을 잔뜩 들어 골짜기 아래로 한참 떨어져 있는 산중 호수에 집어넣었다.

바이크와 시에나는 로쿠스타에 타고 빠르게 한 대씩 날랐다.

그들은 밤새 멕 나이트를 날랐다.

마지막으로 타고 있던 멕 나이트까지 호수에 수장시키고 나왔다.

생각 같아서는 이 안에 있는 모든 설비, 모든 자재를 다 숨기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경찰이나 군대가 언제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루산은 설비를 빠르게 돌며 더 챙길 만한 것을 찾았다.

그러다 아트라스 엔진을 닮은 거대한 엔진 - 이 역시 만들다 만 것이었다 - 을 찾아 수레에 싣고 감시자들의 집으로 옮겼다.

“들키지 않도록 보관하고 있다가 스텐커 씨의 지시에 따르세요.”

“알겠습니다.”

밤새 일하느라 고단한 루산 일행은 감시자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푹 자가다 그들에게 파워 아머까지 맡기고 마을을 떠났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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