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변경이 꽃동산이었네
113. 변경이 꽃동산이었네
시내 중심가로 가는 길은 군대에 의해 막혀 있었다.
루산이 도로를 막고 있는 병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거 무슨 일인가요?”
“소식 못 들었어요?”
“방금 지방에서 올라와서······.”
“반란군이 노바 역을 장악했어요.”
“그러면 큰일 아닙니까?”
화들짝 놀라는 루산의 모습에 병사는 경계 근무의 피곤함을 잠시 날려 버릴 수 있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씩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곧 끝난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아요. 노바 역 주위의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완전히 막고 있어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거든. 저기 보여요?”
병사가 높은 빌딩을 가리켰다.
“저거 마나포라는 건데, 멕 나이트도 뚫어 버리는 거예요. 도로는 완전히 막혀 있고, 위에서는 마나포가 겨누고 있으니 이미 상황 끝인 거지. 반란군 놈들,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지만, 황제 폐하께서 우리 병사들과 노바 시민들에게 피해가 조금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가둬 놓는 거예요.”
“아!”
“며칠 안에 끝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병사의 설명에 노바 시민들이 몰려들자 병사가 다시 인상을 구기며 큰 소리로 말했다.
“자자, 물러나요! 군사 작전 중이라 함부로 접근하면 처벌 받을 수 있어요. 황제 폐하께서도 우리를 위해 인내하시는데 여러분도 이 정도 명령은 따라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요! 방해하지 말고 물러납시다!”
시민들이 맞장구치며 물러났다.
루산도 그들과 함께 병사에게서 멀어졌다.
반란군을 욕하고 황제를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루산은 복잡한 심경으로 그 소리들을 들으며 우회로를 선택했다.
“전대장님, 반란이 금방 진압되나 보네요? 뭔가 좀 시시한데?”
“시시하긴 뭐가 시시해? 그럼 더 난리가 나야 한다는 말이야? 싸움이 커지면 피해를 보는 건 백성들이잖아. 나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닌데도 걱정이 되는데, 넌 왜 이렇게 철이 없니?”
“그게 아니라, 멕 나이트도 엄청나게 동원했다면서 이렇게 끝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렇긴 해. 뭐, 필센 제국의 군대가 강한가 보지.”
루산은 무거운 얼굴로 바이크와 시에나의 대화를 들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반란 사건으로 인해 오가는 마차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금방 진압된다는 이야기에 손님을 태우는 마차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루산은 마차를 잡아 바이크, 시에나와 타고 가다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우리가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요.”
“두 사람은 호텔 잡고 관광이라도 하고 있어. 난 볼일이 있으니까. 그게 시간이 빠르겠다.”
바이크, 시에나가 동시에 펄쩍 뛰었다.
“내가 바이크랑 호텔을 잡아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에요!”
“누가 할 소리! 그리고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무슨 관광을 하라는 겁니까?”
“노바에서 며칠 머무를 텐데 그럼 호텔 말고 어디서 자려고? 시에나는 신분 증명 서류가 없으니 사고 치지 말고. 나중에 찾아올 테니까 바이크는 본명 쓰고 데스크에 말해 놔.”
루산은 법원 남쪽에 있는 작은 호텔을 지나다 두 사람을 내려놓고 혼자 마차를 타고 가 버렸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흥!”
“야! 나도 꼬맹이 관심 없거든? 괜히 혼자 난리야.”
“뭐라고?”
시에나가 바이크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악! 이게!”
바이크가 한 발로 폴짝폴짝 뛰었다.
시에나가 호텔로 걸어가며 말했다.
“방 따로 잡아!”
“당연하지!”
바이크가 다리를 절룩이며 따라가다 대꾸했다.
“방만 잡고 나와서 일단 옷 좀 사야겠다.”
“알았어.”
“밥도 좀 먹고.”
“그래! 밥은 먹어야지.”
“근데··· 돈 있냐?”
“당연히 있지. 왜? 없냐?”
“급하게 오느라 안 가져왔는데······.”
시에나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갑자기 바이크의 얼굴이 확 폈다.
“지금 돈도 없이 호텔을 잡네, 옷을 사네, 밥을 먹네, 했던 거야?”
“돌아가서 갚으면 되잖아!”
“몰라. 난 방 하나 잡고 좀 쉬고 있을 테니까 넌 밖에서 떨든 구걸을 하든 맘대로 해. 아함~ 밥은 뭘 먹지?”
“야! 치사하게!”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루산을 태운 마차는 법원 거리를 지나 스텐커의 사무실 쪽으로 달렸다.
***
“바덴이 경찰서에 잡혀 있습니다.”
포렌시스가 루산을 보고 가장 먼저 한 얘기였다.
루산은 깜짝 놀랐지만, 설명을 듣고 나서 안심했다.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제는 반란 사건과 미약하게나마 얽혀 있어서 경찰들이 쉽게 놓아 줄 것 같지가 않다는 겁니다. 요즘 경찰들 분위기가 장난 아니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곧 조치를 취할 테니까.”
포렌시스는 자신이 바덴을 데려오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이 건을 너무 쉽게 말하는 루산에 대한 미움이 동시에 살짝 치밀어 올랐으나 드러내지는 않았다.
바덴이 체포된 것이 루산 탓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포렌시스는 노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루산에게 들려주었다.
“경찰에서 청결한 새벽 작전으로 그동안 감시하던 인사들을 속속 체포하고 있습니다. 고위 관리들, 귀족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서 노바가 한바탕 뒤집힐 거예요.”
“그렇겠죠.”
“그리고 스텐커 씨와 우리 쪽 사람들이 오랫동안 특별히 미행하고 추적해 온 사람들에 대한 체포 작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베론 공작가의 둘째 아들, 공업 은행 관계자, 툴롱 마법 연구소··· 이들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넘겼어요. 그런데 문제는, 오베론 공작가의 둘째 아들입니다. 오베론 공작이 직접 남방군을 이끌고 반란군을 포위하러 왔기 때문에 경찰이 무척 곤란해 하고 있어요.”
“흐음······.”
루산은 신음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자칫하다가는 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베론 공작의 둘째 아들은 실행 그룹의 핵심 인물이었다.
사기 피해 가문의 땅은 여러 개로 찢어져 오베론 공작가의 고용인 출신들이 최종적으로 소유주가 되었고, 반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파일럿들도 남방군 출신이었다.
그가 최종 책임자는 아닐지라도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실행을 주도해 온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풀려나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이 황제와 오베론 공작이 손을 잡고 벌인 일이라면 공작의 둘째 아들을 공격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감정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루산이 포렌시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스텐커거 돌아왔다.
“기사님! 어떻게······?”
“스텐커 씨, 미안하지만 일단 8구역 통치자님을 만나게 해 주세요. 나머지 이야기는 가면서 하죠.”
“아! 네.”
스텐커는 오자마자 다시 루산을 태우고 갔다.
“오베론 공작 둘째 아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경찰 상층부에서 아직도 결론을 못 낸 것 같습니다.”
“음!”
“공업 은행 관계자들은 체포했고, 툴롱 마법 연구소는 주위에 경찰을 좍 깔아 놓은 상태인데, 아무래도 마법 연구소는 윗선의 재가를 받은 다음에 칠 모양입니다.”
툴롱 마법 연구소의 위상에 대해 들은 루산은 경찰의 고심을 이해했다.
그러나 그것은 경찰의 사정이었다.
“스텐커 씨, 오베론 공작의 둘째와 툴롱 마법 연구소는 경찰과 무관하게 계속 추적해 주세요.”
“경찰이 손을 못 쓰더라도 말입니까?”
“네!”
“으음······.”
“아시겠지만, 황제와 공작이 손을 잡은 거라면 지금까지 조사한 게 다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반란을 막았다 해도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요.”
“······!”
우리의 싸움이라는 말이 스텐커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보름스 가문 사기 사건이 정확히 어떤 계획에 의해 누가 진행해 왔는지는 여전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번 반란과 진압 과정에서 대강의 그림은 나온 상태였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누구를 상대로 어디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나도 그 우리에 포함되어 끝가지 가야 하나?’
두려움이 일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한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잘못을 저지른 자는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스텐커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건만 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기사님.”
“고맙습니다, 스텐커 씨.”
자동 마차는 밤베르크 백작의 저택에 도착했다.
스텐커가 율리안과의 만남을 요청했고, 자동 마차 안에서 율리안과 루산이 만났다.
루산은 먼저 변경 7군단 반란 진압 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게 그렇게 된 줄은 몰랐어요. 정말 우리 부장님은 대단하군요!”
율리안이 입을 떡 벌리며 감탄했다.
루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율리안도 표정을 가다듬고 밤베르크 백작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미 짐작했지만, 루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황제 폐하께 꼬치꼬치 캐물을 수는 없지만, 밤베르크 백작께 듣고 추측한 것은, 아우로라 연합의 간첩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불만 세력, 이반 황제께 숙청된 귀족들이죠, 그들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려 할 때 황제께서는 다 아시면서도 묵인하고 틈을 준 것입니다. 대전쟁을 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그리고 이 나라를 단결시켜 대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루산은 고개를 저었다.
“묵인 정도를 넘어선 것 같은데요? 자기편이라고 생각한 오베론 공작의 남방군에 들어간 귀족파의 젊은 기사들을 포섭해 변경과 수도로 빼돌렸다가 일시에 반란을 일으키도록 한 뒤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것은 단순히 묵인한 수준이 아닙니다. 계획에 개입하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으면 오늘날 이 장면이 나타날 수가 없어요.”
율리안은 입맛이 썼다.
황족이라 섣불리 동의의 표현을 하지는 못했지만, 루산의 말이 옳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루산은 울분이 치솟으려는 것을 억눌렀다.
율리안이 올바른 사람 - 약자를 긍휼이 여기고 변경까지 온 개척민을 안타까이 여겨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역시 황족이었다.
기분 내키는 대로 모든 말을 퍼부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때 율리안이 말했다.
“정치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
“보름스 부장님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루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통치자님.”
“네, 부장님.”
“무리하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루산의 말에 율리안이 미안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
“당연히 목숨 걸고는 못하죠. 잘 살려고 하는 건데······. 적당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내가 고맙죠.”
“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위험하고 살벌한지 깨달을 기회를 주셨잖아요. 노바에 와 보고 나서야 변경이 꽃동산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루산이 비로소 희미하나마 미소를 지었다.
율리안은 정말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었다.
“부장님이 아니었으면 그저 변경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갔을 겁니다.”
루산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새로운 용기가 솟아나는 것 같았다.
“통치자님,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이번에 무고한 사람 하나가 반란 세력에게 숙식을 허락해 줬다고 경찰에 잡혀 갔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변호사가 찾아갔음에도 풀어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절대 반란과 관련된 사람이 아닙니다.”
루산은 바덴 사건에 대해 요약하고 도움을 청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풀려나도록 애써 보겠습니다.”
율리안은 곧바로 밤베르크 백작에게 부탁을 했다.
밤베르크 백작, 노바 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명령에 바덴은 즉시 풀려났다.
***
며칠 사이 수척해진 바덴이 경찰서 밖으로 나오자 포렌시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 많았어.”
“몸이 조금 불편했지 고생한 건 없어요. 반란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석방이 쉽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어떻게 한 거예요? 선배가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인 줄 미처 몰랐는데?”
바덴의 농담에 포렌시스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루산이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자신을 더욱 옹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귀족은 귀족인가?”
“뭐가요?”
“보름스 기사님 말이야. 황족에게 부탁하니 곧바로 해결되네. 내가 있는 법률, 없는 법률 검토하고 들이대도 끄떡도 안 하던 경찰서 문이 바로 열리더란 말이야. 역시 헌법이니 법률이니 하는 것보다는 높은 사람 말 한마디가 훨씬 강력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하하하!”
포렌시스는 무기력하고 허탈한 마음을 웃음으로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바덴은 루산이 왔다는 말에 포렌시스의 상처받은 마음을 신경 쓰지 못했다.
“아! 기사님이 오셨어요? 반란 때문에 어지러울 텐데, 어떻게······?”
두리번거리며 루산을 찾는 바덴의 모습이 포렌시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말하자면 길어. 일단 갈까?”
“네.”
두 사람은 경찰서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는 마차에 올라탔다.
바덴은 자꾸만 고개를 돌리며 누군가를 찾았고, 포렌시스는 그 모습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리고 품위를 유지하며 바덴이 유치장에 갇혀 있는 동안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해 주었다.
***
반란군이 몇 차례 포위망을 두드렸으나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들을 막고 있는 제국군 멕 나이트는 다가오는 대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굳건한 바리케이드 사이에서 반란군을 상대로 돌아가며 방어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반란군의 기세가 거셀 경우에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빌딩 옥상에 설치된 마나포로 공격해 왔는데, 거리가 가까워 쏘는 족족 멕 나이트에 명중했다.
마나포 사격 연습, 방어 연습을 위한 도구가 된 느낌, 농락당하는 느낌이었다.
모멸감과 함께 좌절감이 찾아오고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체념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부딪쳐 싸우다 죽자!”
“그래 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그저 자결하는 게 깨끗하지.”
그때 밤베르크 백작이 바리케이드를 통과해 찾아왔다.
“황제 폐하께서 말씀하셨다!”
“뭐라고 말이오?”
“투항하면 살려준다고.”
“뭐라? 농락도 정도껏 하시오! 지금까지 한 걸로 충분하지 않소?”
“그것이 아니야! 선대의 예를 본받아 투항하면 공을 세워 죄를 씻을 기회를 준다고 하셨네!”
선대의 예가 무엇인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았다.
최전선에서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
치가 떨리는 이야기였다.
그로 인해 가문의 남자들이 씨가 마르지 않았는가?
반란군 파일럿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보고 밤베르크 백작이 절절하게 호소했다.
“당장 다 죽을 텐가 아니면 전장에서 적을 죽이고 살아날 기회를 붙잡을 텐가?”
“그만하시오!”
“이 사람들아! 그래야 내일이 있지 않겠는가? 남은 식솔들은 하나라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반란군 파일럿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열 명이 가서 한두 명 살아남는다 해도 다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개똥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도 일단을 살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다시 복수를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지금 자신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난 기어이 살아남아서 오베론 공작, 이 망할 배신자 놈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뜯어내 씹어 먹을 것이다!”
“나 역시 악착같이 살아남아 이 징글징글한 마이센 황가를 지워 버리겠소!”
반란군 파일럿들이 피눈물을 쏟으며 멕 나이트에서 내려 항복했다.
필센 제국의 고질적인 갈등 요인인 귀족파가 사라지고 악에 받친 전위 부대 하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반란이 종결되고 나서 며칠 후, 율리안이 루산에게 초청장 하나를 전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