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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14화 (114/450)

114. 싸움이 길어질 것 같아서

114. 싸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밤.

필센 제국의 수도 노바를 관통하는 엘버 강을 따라 작은 배 한 척이 내려가고 있었다.

반란 사건 직후라 배에 대한 검문검색도 강화된 상태.

순시선 한 척이 다가왔으나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검문검색 없이 보내 주었다.

승객이 그 광경을 보고 있다 한숨을 내쉬었다.

결코 무사통과가 기뻐서 안도하는 한숨이 아니었다.

어두운 강물 위, 다리 위에 밝혀진 가로등 불빛도 그의 마음처럼 차가워 보였다.

그는 루트 오베론이었다.

“공작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사건이 잠잠해질 때까지 이삼 년 밖에 나가 계시면 그 사이에 관련자들 정리하고 공훈을 붙여서 불러들이겠다고.”

“지, 지금 나보고 나라 밖으로 몸을 피하라는 거요?”

“···네. 워낙 엮인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도 공자님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마련이고 전쟁 통에 관련자들 대다수가 죽을 테니 몇 년만 참으라고 하셨습니다. 공자님은 특수 임무를 띠고 외국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질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 찾아온 아버지의 심복 울름 남작의 말에 루트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난 지금, 그는 부친이 준비한 배를 타고 엘버 강을 내려가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이 온몸을 바친 지난 15년의 시간에 대한 상실감에 그는 서 있기도 힘들었다.

루트 오베론은 진심이었다.

황제를 증오하는 귀족들은 정부 안팎으로 차고 넘쳤다.

그런 귀족파 관리들의 도움을 받고, 대전쟁에서 살아남은 귀족파 파일럿들을 모으고, 황제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법사들과 손을 잡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게다가 아우로라 연합을 잘 이용하고, 남방군만 제때 투입할 수 있다면 단순히 승산이 있는 정도를 넘어 거사의 성공은 확정적이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황제의 동생 빌헬름을 차기 황제로 추대하겠지만, 곧바로 그의 아버지가 공작이 아닌 황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역시 공작의 둘째 아들이 아니라 황제의 둘째 아들이 되고, 아버지를 황제로 만든 공을 인정받아 차기 황제가 되거나 그렇게 안 되더라도 거사를 함께 한 귀족파를 등에 업고 광대한 필센 제국에서 숙청된 황제파의 재산과 권력을 크게 차지해 공작의 둘째 아들일 때에는 결코 누리지 못할 권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노력해 왔던 것이다.

물론 그동안 오베론 공작이 루트에게 거사와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지시를 내린 적은 없지만, 그의 승인이나 묵인이 없었다면 루트가 해 온 거의 모든 일들은 불가능했다.

공작가의 고용인들을 활용하고, 남방군 파일럿들의 은퇴 시기를 조절하여 특정 지역으로 보내는 일은 다 공작이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사람들이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거사가 일어나고 남방군이 제때 출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뒤늦게 출동해 동지들을 포위해 진압했다.

그때 루트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나마저 속였구나! 무려 15년을!’

배신감, 허무함, 증오, 분노로 터져 버릴 것 같은 루트를 실은 배는 엘버 강을 내려가 브레머 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는 경호원 두 명, 비서 한 명과 함께 외항선 하부르그 호로 옮겨 탔다.

사복 차림의 울름 남작이 신분증과 자금을 건네주었다.

배가 항구를 떠나 육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을 때 경찰선 한 척이 전속력으로 추격해 배를 멈춰 세웠다.

- 하부르그 호는 정선하라! 하부르그 호는 정선하라! 반란 용의자가 탑승하고 있다! 하브르그 호는 정선하라!

반란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외항선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장 경찰들이 줄사다리를 타고 배에 오르고, 승객들을 살폈다.

그러다 루트를 발견했다.

“반란 혐의로 체포한다!”

“감히 이분이 누군 줄 알고!”

경호원과 비서가 거세게 저항했지만, 무장 경찰의 실력이 놀라워 순식간에 나가 떨어졌다.

무장 경찰들은 루트 일행을 순식간에 포박해 경찰선으로 내려 보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반란 용의자요. 이제 가도 좋소.”

하부르그 호의 선장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떠나고 경찰선은 브레머 항의 작은 부두로 들어왔다.

그곳에 자동 마차 세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브레머의 경찰 그리마가 큰소리로 외쳤다.

“노바 경찰에 반란 용의자를 인계합니다.”

“협조 고맙소. 브레머 경찰의 도움을 잊지 않을 것이오.”

스텐커 역시 그리마의 부하들이 듣도록 큰소리로 대답했다.

‘선배! 이제 우리 만나지 맙시다!’

‘왜 이래? 이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는데.’

‘승승장구 필요 없어요! 오래 살고 싶으니까. 얼른 가세요!’

스텐커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나중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손을 흔들고는 자동 마차로 이동했다.

경찰 경갑으로 무장한 루산이 직접 루트를 자동 마차로 끌고 갔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다들 옷 벗을 각오 해!”

루산이 두툼한 방검용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루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퍽!

“윽!”

“동지들 버리고 혼자 튀려고? 기다려. 동지들 곧 만나게 해 줄 테니까.”

“뭐, 뭐, 뭐라고?”

루트는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자동 마차 세 대는 전조등을 켜고 서쪽으로 달려갔다.

***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게 개혁 헌법 60주년 기념식이 예정대로 열렸다.

장소만 경마장에서 노바 역 광장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아직 복구되지 않은 건물들과 바리케이드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고, 반란군 파일럿들이 타던 멕 나이트 역시 그대로 서 있었다.

반란군을 에워쌌던 제국군 멕 나이트 수백 대가 대로에 길게 도열해 있었고, 빌딩 옥상에는 마나포가 동쪽으로 포문을 돌린 채 똑같은 각도로 방렬해 있었다.

‘의도가 빤히 보이는군.’

대전쟁을 앞두고 반란군을 제압한 노바 역 광장에서 개혁 헌법 6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벌이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었다.

고취, 고무, 과시.

귀빈들이 속속 도착하고, 그 뒤로 노바의 시민들이 드넓은 노바 역 광장에서 도로까지 가득 들어찼다.

멕 나이트 수백 대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광경을 처음 본 시민들은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와! 사람 좀 봐! 어마어마하게 많아!”

시에나가 똥그래진 눈으로 인파를 구경했다.

“야! 여기서 길 잃으면 찾기 어려우니까 옷자락 꼭 잡고 있어.”

“응!”

이럴 때는 또 바이크의 말을 잘 들었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호텔로 먼저 돌아가. 거기서 만나자.”

“네, 대장님!”

루산은 바이크, 시에나와 헤어져 노바 역 쪽에 마련된 귀빈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근위대 병사에게 초청장을 보여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율리안이 루산을 발견하고 불러서 밤베르크 백작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우리 조카님을 많이 돕고 있다고?”

그러나 밤베르크 백작의 말은 의례적인 것이었다.

율리안이 루산에 대해 자세히 말한 것도 아니고, 워낙 신경 쓸 일이 많아 젊은 변경 파일럿에게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루산도 정중하게 인사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율리안이 미안한 표정으로 따라와 말했다.

“부장님, 나중에 다시 자리를 잡을게요.”

“그렇게까지 신경 써 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통치자님. 정말입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네.”

율리안은 앞자리, 루산은 뒷자리였다.

루산은 자리 배정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필센 제국에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족들, 정부 고관들, 법원 고위 판사들, 고위 장성들, 직위 없는 고위 귀족들······, 전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모두 참석한 것이 아닐 텐데도 최소 수백 명이 자신보다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루산은 변경 7구역 반란군을 저지한 공로로 초청을 받았다.

이번 반란 사건의 전공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포상 내역과 시상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코부스 지방군 사령관과 아이젠 자작의 보고 그리고 율리안의 언질을 받은 밤베르크 백작의 노력으로 초청장을 받게 된 것이다.

그때 군악대의 연주가 들려오고 황제가 뚜껑 없는 마차를 타고 들어왔다.

-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확성기로 울려 펴지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모두가 일어섰다.

와아아아!

미리 연습한 듯한 군인들의 우렁찬 환호 소리에 광장으로 들어온 노바 시민 수만 명이 격동하여 힘껏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빌딩에 둘러싸인 노바 역 광장이 사람들의 함성으로 들썩였다.

함성 소리가 사람들의 몸을 두드려 격동시키고, 격동된 사람들이 더 큰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차에서 내린 황제는 자신을 열렬히 환영하는 군대와 백성들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단상으로 올라갔다.

루산은 건성으로 박수를 치며 그 광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황제가 손을 들자 함성과 환호가 거짓말처럼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다.

이윽고 황제가 말했다.

- 친애하는 필센 제국의 장병들, 백성들과 개혁 헌법 60주년 기념식을 거행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모두 알다시피 얼마 전 개혁에 역행하는 자들이 바로 이 자리에서 무도한 짓을 벌였으나 우리는 단호히 이를 격퇴했다. 자신들의 특권을 위해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절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황제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광장 곳곳으로 퍼져 나가 이 자리에 참석한 귀족, 병사, 백성들의 귀와 가슴에 깊이 박혔다.

- ···공을 세운 자는 상을 받고 땀을 흘린 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세상! 그리하여 황제를 비롯한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나라! 이반 황제께서 염원하신 이러한 나라는 아무런 노력 없이 실현되지 않는다. 그대들도 보지 않았는가? 자신들의 특권을 회복하려는 무도한 자들의 만행을! 그런데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내부의 일부 수구 세력만이 아니다. 아우로라 대륙의 약탈자들이 다시 준동하고 있다. 우리가 피땀으로 이룩한 부를 빼앗고 질서를 무너뜨려 우리를 자신들의 노예로 삼으려 한다. 가만히 당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나는 앞장서서 싸울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싸운다, 침략자들을 무찌른다, 죽인다, 가만 두지 않겠다!

이러한 구체적인 말들은 하나의 함성으로 응집했다.

개혁 헌법 60주년 기념식은 출정식을 갈음하는 행사로 군인들, 백성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진행되었다.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들에게 임명장이 수여될 때마다 광장이 환호로 흔들렸다.

그리고 황제의 마지막 발표가 이어졌다.

- 과거 대전쟁에서 우리 제국을 위해 헌신한 오베론 공작 가문이 이번 반란 진압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 공을 높이 사 오베론 공작을 재상으로 임명한다! 오베론 공작은 제국에 충성을 다하고, 관리와 백성들은 재상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난을 극복하라!

오베론 공작이 단상에 올라가 황제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황제가 공작의 손을 잡고 높이 치켜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고위 관리들은 인상을 찌푸리거나 마지못해 박수를 쳤지만, 병사들과 백성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수만 명이 동시에 지르는 환호성에 격동한 오베론 공작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손을 맞잡은 황제와 오베론 공작.

루산은 그 모습을 뇌리에 각인시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코부스에 수감되어 있던 변경 7구역 반란군 파일럿들이 수도에서 온 감시 병력에 이끌려 이송되었다.

노바의 반란 사건이 마무리되고 개혁 헌법 60주년 기념식도 끝이 나 변경 구역 반란군 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코부스에서 무수히 맞아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험상한 남방군 출신 7군단 파일럿들은 줄줄이 묶인 채 절뚝거리며 열차에 올랐다.

열차가 코부스 역을 떠나 도심을 지나 인적 없는 산지를 구불구불 지나갈 때였다.

갑자기 눈앞에 커다란 멕 나이트 한 대가 나타나 앞을 막아섰다.

기관사는 깜짝 놀라 급정거했다.

끼이이이이이이이-

열차에 탄 감시병과 죄수들이 앞으로 쏠려 뒤엉켜 넘어졌다.

잠시 후 열차가 멈추자 멕 나이트가 외부 확성기로 우렁우렁 소리쳤다.

- 동지들을 풀어 주면 해치지 않겠다.

호송 병력은 무슨 상황인지 대번에 파악했다.

“반란군이다!”

반란군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반란군 파일럿들이 열차 밖으로 나오지 않자 멕 나이트는 객차를 흔들고 밀어 넘어뜨렸다.

“으아아아!”

멕 나이트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

호송 임무를 맡은 병사들이 묶은 줄을 풀어 주고 밖으로 나와 멕 나이트를 쳐다보다 눈치를 보고 달아났다.

기관사 역시 그들과 함께 코부스 방면으로 뛰었다.

멕 나이트가 그들 뒤를 따라 한참 동안 달려 멀리 쫓아 버렸다.

잠시 후 험상궂은 몰골을 한 7군단 파일럿들이 서로 부축해 가며 열차에서 내렸다.

그들 가운데 오토도 포함돼 있었다.

“누구인가?”

오토가 멕 나이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잠시 후 멕 나이트 조종실이 열리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

“너, 너는!”

오토가 깜짝 놀랐다.

조종실에서 나온 사람은 루산 보름스, 자신들의 거사를 망친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루산은 돈과 단검이 든 자루를 밑으로 던지며 말했다.

“변경 모든 구역의 반란군은 붙잡혔고, 반란은 실패했다.”

“······!”

“붙잡힌 자들은 아우로라 연합과의 전쟁에서 선봉에 서게 될 거야. 너희의 가족과 친척들이 당했던 일이지.”

“으음!”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오베론 공작이 재상에 임명되었다. 이해가 되나?”

“뭐?”

“처음부터 황제와 한패였다 이거야.”

“거, 거짓말!”

“허튼 소리 마라!”

파일럿들 모두 남방군 출신이라 루산의 말을 믿지 않았다.

루산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거야 노바로 가서 직접 확인해 보면 알 일이지.”

“우, 우리를 정말로 풀어 주겠다는 거냐?”

“그럼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겠어?”

“······.”

“전쟁터로 끌려가 동지들과 함께 진한 전우애를 느끼며 가장 먼저 죽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한데, 그런 개죽음이 싫거든 내가 다른 방법을 알려 주지.”

“······?”

“8구역으로 와. 변경에서 죽은 듯이 지내.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올 거야.

“······!”

“바보같이 한꺼번에 몰려오지는 말고. 잘 의논해서 따로따로 들어와. 아무래도 반란 사건 때문에 신분 증명을 제출하지 않는 파일럿은 당분간 의심을 받을 테니까. 그래도 변경의 특성상 모두 신분 증명을 제출하도록 바뀌지는 않을 거야.”

오토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루산을 쳐다보며 물었다.

“대체 왜······?”

“내 싸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너희도 마찬가지 아닌가?”

“······!”

오토는 루산의 사연을 들어 알고 있었다.

“강요하는 건 아니야. 그럼 이만.”

루산이 안으로 다시 들어가자 조종실이 닫혔다.

멕 나이트가 나무를 쓰러뜨리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어떡하지?”

7군단 파일럿들이 오토를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를 잡기 위해 병력이 출동할 거야. 일단 벗어나야지. 그런 뒤 노바로 가서 확실히 알아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

오토의 말에 파일럿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추격대를 피하기 위해 절룩거리며 산으로 들어갔다.

한편, 숲으로 들어간 루산은 멕 나이트에서 내렸다.

멕 나이트를 타고 산을 넘거나 코부스를 통과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 산을 오른 루산은 8족 반구형 산악 운반차 - 일명, 대형 거미를 만났다.

칼리슈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루산은 미완성의 기가스 엔진을 넘겨주기로 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칼리슈는 이것을 받지 않았어도 기꺼이 도왔을 것이다.

“기사님!”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칼리슈가 반갑게 루산을 불렀다.

“칼리슈 님.”

루산은 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8족 반구형 산악 운반차에 올랐다.

대형 거미는 거침없이 산을 넘어 코부스 지방을 지나 변경에 들어섰다.

루산은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거칠지만 고향 같은 땅이 길고 어려운 싸움을 각오하고 있는 자신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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