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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15화 (115/450)

115. 쓰기와 읽기를 가르쳐요

115. 쓰기와 읽기를 가르쳐요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원시의 숲 사이로 장난감처럼 작아 보이는 금속 인형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그중 맨 앞에서 달리는 것은 레오파드 003이었다.

츠쿵- 츠쿵- 츠쿵- 츠쿵-

한참을 달리던 003은 속도를 줄이다 멈춰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 갔지?]

[놓쳤나?]

[그런 것 같습니다, 대장님! 분명 똑바로 따라갔는데······.]

[덤불 속이나 나무 위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 곧 가겠다.]

[네, 대장님!]

대답을 마친 시에나는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청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거대한 나무에서 뻗어 나간 가지들이 바람에 서로의 몸을 비비는 소리, 오래된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새소리, 열매가 툭 떨어지는 소리,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작은 짐승의 바스락 소리··· 온갖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사이로 피부를 긴장시키는 위협적인 소리가 미약하게 섞여 있음을 시에나는 알아냈다.

괴수가 낮게 그르렁대는 소리였다.

‘한두 마리가 아니야! 포위된 건가?’

거대한 나무 아래에 우거진 잡목들로 인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있었다.

시에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방패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대장님, 아무래도 포위된 것 같습니다!]

[지금 가고 있어!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나무에 등을 대고 버텨!]

괴수로부터 사방에서 공격받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알겠습니다!]

시에나는 대답을 마치자마자 원시의 거목에 등을 맡기기 위해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츠쿵-

츠쿵-

그런데 바로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측면 잡목 숲에서 바실리스크 두 마리가 튀어 올라와 003을 덮쳤다.

크롸아아-!

몸통 길이가 멕 나이트 신장보다 훨씬 긴 성체 바실리스크가 놀라운 탄력으로 공격해 온 것이다.

시에나는 순간적으로 반응하여 왼쪽 바실리스크를 피하고 오른쪽 바실리스크 쪽으로 이동해 방패로 녀석의 입을 막으며 대검으로 목덜미를 힘차게 찔렀다.

쿡!

엔진 출력은 강력했지만 중량이 부족한 003이 바실리스크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뒤로 쓰러지는 바람에 대검이 바실리스크의 목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

목에 큰 상처를 입은 바실리스크는 훌떡훌떡 뛰다 재차 분노의 공격을 가해 왔다.

그 사이 왼쪽에서 나타난 바실리스크도 입을 쩍 벌리며 독액이 묻은 이빨로 003의 팔을 물어뜯으려 했다.

“흥!”

시에나는 녀석들의 공격을 날렵하게 피하며 옆구리와 머리를 찔렀다.

푸-!

그러나 피부가 워낙 단단하고 두꺼워 완전히 뚫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시에나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처를 입혔다.

그런데 바실리스크는 그 두 마리가 끝이 아니었다.

원시의 거목에서 뻗어 나온 굵은 나뭇가지 위에서 바실리스크들이 003 머리 위로 뛰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잡목 숲 뒤에서도 새로운 괴수들이 나타났다.

[대장님, 여기가 서식지인가 봐요! 벌써 여섯 마리, 일곱 마리···, 계속 나타나요!]

[거의 다 왔다!]

원시의 거목에서 뻗어 나온 굵은 나뭇가지를 타고 바실리스크들이 계속해서 다가와 뛰어내렸고, 지상에서도 풀숲과 덤불숲 뒤에서 날아올라 003을 공격했다.

시에나는 집중력을 극한으로 발휘하여 녀석들을 피하면서 동시에 공격까지 해 나갔으나 거대한 괴수들이 워낙 많아 움직일 공간이 부족한 물리적 한계는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때 거대한 바실리스크가 궁전의 기둥처럼 굵은 나뭇가지를 낭창낭창 흔들며 접근해 003 머리 위로 뛰어내렸다.

휘익-

시에나는 정면과 좌우의 바실리스크들을 상대하느라 뒤쪽 머리 위에서 뛰어내린 녀석을 미처 포착하지 못했다.

거대한 바실리스크가 003을 깔아뭉개기 직전이었다.

쐐애액-!

은은한 빛에 감싸인, 굵고 긴 창 하나가 원시의 나무들 사이로 빠르게 날아와 거대한 바실리스크의 머리를 관통했다.

푹!

머리가 뚫린 거대 바실리스크는 그대로 숨이 끊어졌지만, 003 역시 녀석의 중량에 눌려 앞으로 철퍼덕 쓰러지고 말았다.

[으아! 공격받았어요! 엄청난 녀석한테 눌려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시에나가 놀라 소리쳤다.

[엄살 피우지 마. 그 녀석은 죽었으니까.]

루산이 침착하게 대꾸하고 새로운 마나 진동 투창을 던졌다.

쐐애액-!

푹!

투창은 엎어져 있는 003의 팔을 물어뜯으려던 바실리스크의 머리를 꿰뚫었다.

[으잉?]

[우리가 왔다고, 꼬맹아! 그대로 엎드려 쉬고 있어!]

바이크가 큰소리를 뻥뻥 치자 시에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바이크, 넌 못 미더운데?]

[체!]

바이크는 시에나의 구박을 가볍게 받아넘기고 가장 먼저 달려와 003을 물어뜯으려던 다른 바실리스크를 밀쳐 싸움을 시작했다.

그 뒤로 원정 사냥을 나온 3전대 멕 나이트들이 속속 도착했다.

[꼬마야, 일부러 쉬려고 수작 부리는 거 아니냐?]

[이 대머리 아저씨가 뭐라는 거야? 내가 아저씬 줄 알아요?]

파펜이 등장하고,

[조금 늦었군.]

레보르크가 곧바로 전투에 합류했다.

[3조는 12시 방향 퇴로를 차단하게.]

[내가 그쪽으로 가지.]

모리츠와 파비안이 다른 파일럿들을 이끌고 포위망을 형성했다.

모두 15대의 멕 나이트가 동원된 원정 사냥에 무시무시한 바실리스크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경험이 부족한 신입 파일럿들이 바실리스크의 꼬리에 얻어맞고 나동그라지기는 했으나 그다지 큰 피해는 없었다.

사냥이 끝난 뒤 멀찍이 떨어져 있던 멕 워커들이 다가와 혈액과 독액을 모으고 몸을 쩍 갈라 나머지 부산물을 채취해 나갔다.

루산은 마나 진동 투창을 회수해 나무에 대고 쓱 닦았다.

노바 반란 사건에서 반란군이 마나 진동 투창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멕 나이트 무기 제작 업체에 의뢰해서 만든 것이었다.

마나 진동 기능을 탑재한 무기는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전장에서는 사실상 쓰기 어려웠다.

거리가 멀면 명중률이 떨어지고 거리가 가까워도 미리 대비하고 두꺼운 방패를 들면 관통하기가 쉽지 않은 투사 무기를 무려 1만 골드나 들여 만들어서 던지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게다가 적이 회수해 곧바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돈은 돈대로 쓰고 적을 돕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변경에서 괴수를 상대로 하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괴수는 적의 멕 나이트처럼 아군의 마나 진동 투창을 회수해 사용할 일도 없고, 투사 무기를 인지하고 일부러 회피하거나 방패를 들어 막지도 않는다.

훨씬 효과적이고 회수하지 못할 일도 없었다.

‘나중에 장벽에는 아예 마나포를 설치할까?’

던지는 것보다 겨냥해서 쏘는 것이 훨씬 명중률이 높기 때문에 루산은 그런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마나포의 비용, 마나 진동 화살의 가격, 구입 가능성, 손상 없는 괴수 사냥 가능 여부를 따져 보았을 때 아직은 멕 나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루산은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괴수를 멕 나이트로만 사냥해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더 저렴하게, 더 효과적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냥법이 있다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루산이 마나 진동 투창을 회수해 괴수의 피를 닦아 내고 있을 때 정찰병들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야영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알람을 설치하고 임시 숙영지를 건설했다.

탐탐-

탐탐-

맛있는 벌레를 찾은 탐탐들이 가슴을 두드리며 기뻐하고 사람보다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변경의 풍경은 달라진 게 없었다.

겉으로 볼 때에는.

***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 가에는 루산과 레보르크, 두 사람만 앉아 있었다.

레보르크에게 할 말이 있는 루산이 사람들을 다른 모닥불로 보냈기 때문이었다.

적으로 목숨 걸고 싸우기도 한 변경 7군단 파일럿들도 풀어 준 마당에 3전대에서 함께 일하며 이미 3전대 사정을 잘 아는 유능한 파일럿을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복수와 상관없이 변경 사업만을 생각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오?”

레보르크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루산은 굳이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궁금해할 것 같아 몇 가지 알려 줄까 해요.”

“뭘 말이오?”

“변경에서 반란이 일어났는데, 모두 실패했어요. 변경 1군단부터 7군단까지 모조리 다.”

레보르크는 루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눈을 깜박이다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떴다.

“노바에서도 대규모 반란 사건이 터졌는데, 금방 진압됐죠.”

“저, 정말이오?”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레보르크가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이 소식에는 더 놀랄지도 모르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무슨··· 소식?”

“남방군이 반란 진압을 위해 출동했고, 그 공으로 오베론 공작이 재상이 되었다는 소식.”

“거짓말!”

레보르크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자 다른 모닥불 주위에 있던 3전대 요원들이 일제히 쳐다보았다.

“진정 하라니까요.”

“흐음······!”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알 일이에요. 내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유는, 레보르크 씨가 변경부 특별 감찰단 조사를 아직 안 받은 것으로 아는데, 좀 있으면 받을 것이고 또 노바에서 조사단이 파견돼 아주 강도 높게 조사할 건데, 그때 당황하지 말라는 겁니다.”

“후우우- 하아아-”

레보르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루산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방군, 반란군에 대해 물어도 다 모른다고 하세요. 나도 말을 잘 해 줄 테니까.”

한참 후에 레보르크가 날카롭게 쏘아보며 물었다.

“남방군을 언급하는 걸 보니 나에 대해 뭔가 아는 것 같은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면 저절로 자세히 알게 될 테지만, 나는 당신을 잃고 싶지 않거든.”

“뭐?”

사랑 고백도 아니고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유능한 3전대 파일럿을 잃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을 믿으라고?”

“믿든 안 믿든 그야 당신 마음이지만, 나는 할 일이 많고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풋내기 파일럿들 가르쳐 쓰려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잘 알 테죠?”

“허!”

레보르크는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반란과 연루돼 있음을 알면서도 제 이익을 위해 모른 척해 주겠다고?’

그러나 그동안의 루산이 해 온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고마워해야 하나?”

자조적이면서 비꼬는 듯한 레보르크의 말에 루산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억지로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나중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면 모를까. 다만, 사람들 앞에서 상사에 대한 예의는 지키길 바랍니다. 이전 조직에서는 당연한 일 아니었어요?”

레보르크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루산은 평소 말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던 레보르크가 이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뻤다.

남들이 모르는 사실을 혼자 알고 있을 때 느끼는 흐뭇함이었다.

“그건 변경에서도 마찬가지니까 일할 때만큼은 상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주길 바랍니다. 알았어요?”

레보르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러나 루산의 말을 거역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알았소.”

“이번에 레이크 시티로 복귀하면 본부 호출을 받고 조사를 받게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누구보다 빨리 일터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

변경 7구역 반란을 진압한 코부스 역의 영웅이 보증하는 파일럿이라면 아무리 신분 증명이 없다 해도 심하게 다루지는 못할 것이다.

파펜에 이어 레보르크도 굴복시킨 루산은 만족스러웠다.

상관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자발적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게 되면 그것은 몸에 배게 되고 행동과 관계를 결정짓는다.

“과거를 적당히 둘러댈 이야기를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겁니다.”

“···알았소.”

레보르크는 순순히 대답했지만,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원시의 땅 깊숙이 들어갔던 사냥 팀이 돌아오고, 그동안 원정 사냥을 핑계로 조사를 받지 않았던 3전대 신분 증명 미제출 파일럿들이 본부의 호출을 받고 떠났다.

그들 가운데는 레보르크도 포함돼 있었다.

루산은 그들과 함께 본부로 가서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입니다.”

“그걸 3전대장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실력이 없어요. 남방군 출신 파일럿이 이렇게나 실력이 달릴 수는 없죠.”

“하하하!”

“그리고 보세요. 반란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표정 변화가 없잖아요. 원한이 깊이 사무친 사람들일 텐데 그럴 수 있겠어요?”

“흐음!”

“그렇지 않아도 바쁘니까 적당히 하고 보내 주세요. 우리가 괴수를 많이 사냥해야 전방에 연료 공급에 차질이 안 생기는 겁니다.”

레보르크의 경우에는 전에 어깨치기 사건에서 활약한 일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그때는 파펜 - 변경부 특별 감찰관 - 이 주도했다고 하여 넘어갔다.

그리고 루산과 율리안이 이번 반란 진압에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조사단은 8구역 감찰을 심하게 할 수가 없었다.

3전대 파일럿들은 며칠 만에 혐의 없다는 판정을 받고 레이크 시티로 돌아왔다.

‘어깨치기 사건 때도 그렇고, 반란 정보를 미리 아는 것도 그렇고, 이번 조사단을 설득하는 것도 그렇고··· 보면 볼수록 보통내기가 아니야!’

레보르크는 새삼 루산의 능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

루산을 상관으로서 존중하고 예를 다하기로 했지만, 능력이 대단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내적 저항이 클 수밖에 없는데, 루산에 대해서는 존중하고 예를 다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레보르크는 반란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채 그대로 3전대의 일원으로 남게 되었다.

변경 1구역부터 7구역까지 반란 사건에 휘말려 정부 조사단에 의해 완전히 뒤집히고 파일럿과 멕 나이트의 공백으로 인해 괴수 부산물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달리 8구역은 비교적 평온하게 이 비바람을 비켜 가고 있었다.

전쟁으로 마나 연료와 윤활유를 비롯한 괴수 부산물 생산품 가격이 급등하고 8구역은 그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전쟁 물자 특별 생산 명령에 따라 가프 마법 연구소는 레이크 시티에 짓고 있는 레오파드 생산 단지 건설에 더 많은 물자와 장비를 투입해 멕 나이트 생산 채비를 빠르게 갖춰 나갔다.

거기에 신경 쓰는 와중에도 가프 측은 8군단과 맺은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레오파드 시제기를 꾸준히 생산하여 공급해 준 덕에 전쟁 특수로 중고 멕 나이트도 구하기 어려운 이 시국에 3전대의 멕 나이트 수는 점점 늘어났다.

가라로슈와 칼리슈가 루산과 한 약속을 굳게 지키려 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8구역에서의 일이 순탄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루산은 율리안의 호출을 받았다.

“부장님, 반란 진압 포상 건으로 노바로 출두하라는 명령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노바로 갈 일이 있었기 때문에 루산은 곧바로 클라크에게 출장 준비를 지시했다.

루산과 클라크, 율리안과 그의 경호 기사가 노바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8구역에서 가장 높은 사람과 함께 여행하게 된 클라크는 온몸이 굳어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모습을 보고 율리안이 웃으며 장난을 걸었다.

“보름스 부장님을 모시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뭐니?”

“워낙 집에 안 들어와서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클라크가 경직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들어온다고?”

“네! 일 년에 절반 아니, 3분의 2 이상을 밖에서 괴수 사냥을 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사실 급료 받기가 미안할 지경입니다!”

“하하하!”

율리안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의 경호 기사와 루산은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율리안의 웃음은 루산에 대한 미안함이 내포된 웃음이었다.

그는 클라크에게 장난치려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렇구나. 보름스 부장님이 애를 써 주신 덕분에 우리가 편히 지내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구나. 그래, 그럼 부장님이 집에 없을 때 너는 뭘 하면서 지내니?”

“낮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책과 신문을 읽으며 지냅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네! 레이크 시티에 아직도 선생님 수가 부족해 저학년 아이들에게 쓰기와 읽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

율리안은 가슴이 먹먹하여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클라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생각에 잠겼다.

클라크는 자신이 무슨 큰 잘못을 했나 싶어 놀란 눈으로 루산을 쳐다보았다.

‘아니야, 잘했다. 네 덕에 8구역이 또다시 변화하겠구나.’

루산은 미소를 지으며 클라크를 안심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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