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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18화 (118/450)

118. 그러면 큰 사업은 못 하죠

118. 그러면 큰 사업은 못 하죠

“길거리만 보면 전쟁이 일어났다는 걸 모르겠어요.”

운전대를 잡은 바덴이 말했다.

“그렇군요.”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의 손님이 줄어든 것은 전쟁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반란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회원들이 일부 있었고, 반란과 무관하지만 그들과 친하게 지내던 회원들이 행동을 조심했기 때문이다.

귀족들에게는 몸가짐에 신경을 써야 하는 기간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런 예외적인 사업체를 제외하면 전쟁은 아직 노바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반란 사건 직후 사람과 마차의 통행량이 살짝 줄어들기는 했으나 진압 이후 원래대로 회복되었고, 상점이나 식당들도 여전히 북적거렸다.

그 이유는 현재 전쟁터가 필센 제국 본토가 아니었고, 대규모 징집이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갈수록 삶이 위축될 겁니다.”

“그런가요? 극적으로 대립이 해소될 가능성은 없는 거예요?”

“···네.”

루산은 장밋빛 환상으로 바덴을 안심시켜 주지 않았다.

사업은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이다.

훈장 수여식에서 만난 아이젠 자작이 말했다.

“전쟁은 북쪽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다. 북방군은 순차적으로 증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

작은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큰 전쟁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다.

아우로라 연합군이 필센 제국 본토에 상륙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제국과 적대적인 오베리 왕국에 상륙할 것이다.

이에 대해 필센 제국 북방군은 오베리 왕국과 맞대고 있는 국경 수비를 강화하고 북쪽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편 작업을 실시한다.

평소 두 명의 파일럿이 한 대의 멕 나이트를 타던 것을 멕 나이트를 추가 공급함으로써 기동 병력을 최대 두 배까지 늘리는 것이다.

당장 두 배로 늘지는 않아도 일단 비축해 두었던 예비 기체를 공급하고, 전쟁 물자 특별 생산 명령에 따라 모든 멕 나이트 생산 설비를 풀가동하여 생산량을 늘리게 된다.

이 전쟁의 목적은 아우로라 연합이 원시의 땅을 차지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므로 필센 제국군은 자국 수비뿐 아니라 오카수스 대륙의 나머지 나라들을 지켜야 했다.

“1차 증편 작업이 끝나면 나는 이스타드 왕국으로 가게 될 것이다.”

“네.”

“너의 결정에 대해서는 이제 말하지 않겠다. 황제 폐하 앞에서도 변경에 남겠다고 말할 정도면 내가 더 무슨 말을 하겠느냐?”

“···죄송합니다.”

“다만, 내가 없는 동안 줄리아와 집사람을 돌봐 주면 좋겠구나. 거리가 있으니 당연히 직접 들러 살펴 달라는 말은 아니야. 다만, 편지로라도 안부를 묻고 잘 지내는지 확인해 줬으면 좋겠구나.”

“······!”

“사실, 집사람이 몸이 많이 안 좋거든.”

“네? 어디가요?”

“심장이 안 좋아.”

“아······!”

루산은 전장으로 떠나는 아이젠 자작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설사 아이젠 자작이 출정을 빌미로 줄리아와의 관계를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전쟁터로 떠나는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알겠습니다.”

전쟁은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루산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동 마차는 전쟁의 영향을 전혀 알 수 없는, 봄꽃이 만발한 강변도로를 달려 경치가 좋은 식당에 도착했다.

***

식사를 마치고 바덴과 루산은 꽃나무 그늘 아래 마련된 테이블에서 차를 마셨다.

바덴은 숨을 쉴 때마다 꽃향기가 가슴으로 들어오는 이 계절이 너무 좋았다.

눈앞에 루산이 앉아 있으니 더욱 기뻤다.

그러나 그녀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사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휴양 산업은 당분간 고전하게 되겠죠?”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레오파드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장원 별장 수입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 생길 테니까요.”

레오파드의 공식 가격은 루산도 아직 정확히 몰랐다.

그러나 아이언 워리어의 출고 가격이 15만 골드 선에서 책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레오파드 일반 모델은 비슷한 수준, 특별 모델은 60만 골드에서 80만 골드 사이가 될 것이다.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은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고 계약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다.

그런데 루산은 이미 신화 공업사뿐 아니라 많은 부품 업체들에 투자하여 대당 판매 수익이 가프 마법 연구소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

바덴이 투자 계약을 맺을 당시 어림하여 계산한 바로는 레오파드 일반형 한 대를 팔면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약 3만 골드의 수익을 올리는데, 루산이 투자한 업체들의 수익을 모두 합했을 때 약 2만 골드를 벌게 된다.

물론 그 수익이 순수하게 루산의 주머니로 바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로 들어갔다가 지분 비율에 따라 분배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은행 대출과 피닉스 제철에 빌린 자금도 상환해야 하지만, 레오파드 004나 005와 같은 일반형 한 대를 팔면 약 5천 골드가 루산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때그때 의뢰가 들어온 부품만 생산하던 작은 업체일 때 투자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지분 비율이 무척 높았다.

수리를 위한 부품 생산까지 고려하면 수입은 더욱 늘게 될 것이다.

전쟁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빚 상환은 금방 이루어지고 막대한 부를 쌓게 된다.

이로써 평시에는 휴양 산업, 전시에는 멕 나이트 제조 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레이크 시티 개척 사업과 괴수 사냥 수입이 있었다.

전쟁으로 개척민 수가 어떻게 변할지 아직 몰라 레이크 시티 개척 사업은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전쟁 특수로 괴수 부산물 가격이 점점 오르고 있어 괴수 사냥 수입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장원 별장이 문을 닫는다 해도 전체 수입은 더욱 늘어날 상황이었다.

“기사님 말씀대로 별장 사업 자체를 크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걱정이 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하겠지만, 노력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렇죠.”

루산은 바덴이 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별장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돌파하려고 애를 써 나가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확고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예전처럼 안달복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기사님께 별장 사업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루산은 바덴의 찻잔으로 떨어지려는 꽃잎을 팔로 저어 날려 버리고 말했다.

“말씀해 보세요.”

바덴이 그 모습을 보고 싱긋 웃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반란 사건으로 잡혀간 귀족들 중에 우리 회원들이 많다는 말씀은 드렸죠?”

“네.”

“그분들, 반란에 가담했어도 회원들이라 존칭이 입에 익어서요.”

“괜찮습니다. 편하게 부르세요.”

“네. 그분들이 운영하던 사업체가 곤란을 겪고 있는 모양이에요. 귀족 부인들이 찾아와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뭐라고요?”

“사업체를 인수해 달라는 거예요.”

“네?”

“옛날이라면 반란에 가담한 사람은 일가친척을 모두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 버리고 가문의 재산은 국가가 몰수하겠지만, 개혁 헌법 수립 이후에는 처리 방식이 달라졌거든요.”

바덴은 루산을 위해 추가로 설명해 주었다.

반란 가담자의 성년 직계 혈족과 4촌 이내의 친인척은 일정한 권리가 박탈되고 강제 복무의 의무를 진다.

항복한 반란군 일가가 최전방에서 복무하는 것은 황제의 자의적인 처분이 아니라 명문 규정에 따른 조치였던 것이다.

이반 황제 때는 없던 조문이지만, 이반 황제가 그렇게 처리한 뒤 명문화되었다.

재산과 관련해서는 따로 규정이 없었다.

남아 있는 가족 - 부인이나 딸 또는 미성년 자녀 - 이 운영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반란에 가담한 가문이라는 낙인이 찍혀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었다.

황제의 감시가 두려워 거래하려는 사람도 없었고 일하려는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시선을 무릅쓰고 거래하려는 사람들은 폭리를 취하거나 사업체를 헐값에 사들이려는 자들이었다.

그런 와중에 먼 친척들이 찾아와 돕겠다면서 죽은 고기의 살을 뺏어 먹으려는 하이에나처럼 달라붙었다.

이대로는 망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반란에 가담했다 실패했으니 당연한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가족들에게는 가혹한 일이었다.

“반란 가담자의 사업을 인수하자는 겁니까?”

“네.”

“흐음······.”

루산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이익보다 손해가 클 것 같은데요? 소문이 어떻게 나겠어요? 반란 가문을 도우려는 의도라면 망해야 하는 가문을 망하지 않게 도왔다고 황제 쪽에 밉보일 테고, 반대로 헐값에 사들인다 해도 남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버는, 그야말로 무도한 장사꾼이라는 평판을 얻지 않을까요? 그동안 내가 알기로 장원 별장 사업을 하면서 미스 고슬라는 상당히 괜찮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아닌가요?”

자칫하면 황제파에 반란 가문을 돕는다고 찍힐 수도 있고, 반대쪽에는 돈을 벌기 위해 남의 불행도 이용한다고 욕을 먹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바덴은 물러서지 않았다.

“기사님께서 우려하는 부분도 깊게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첫째,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가져갈 사업입니다. 이대로 못 버텨요. 둘째,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가기까지 그 사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고통을 겪어요. 거래가 안 되니까 돈이 안 들어오고 급료를 제대로 지급하기 어렵다는 거죠.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

루산은 바덴이 말하는 두 번째 이유를 수긍하기 어려웠지만, 일단 끝까지 듣기로 했다.

“셋째, 사업체가 너무 헐값에 넘어가 회원 가족들이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를 믿고 부탁해 오는 고객과의 신뢰를 훼손하고 싶지 않아요. 저 역시 개혁 헌법을 지지하지만, 회원들은 우리에게는 고마운 고객이었거든요. 그리고 이 가문이 반드시 망한다는 법은 없지 않겠어요? 반란 가담자들이 전장에서 죽거나 공을 세우고 돌아오면 죄는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흐음······.”

나락으로 떨어진 가문과의 신뢰 관계도 저버리지 않겠다.

사람이 가장 궁할 때에도 외면하지 않겠다.

취지는 이해했지만, 루산은 바덴이 너무 무모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이 끌려가고 자식이 끌려가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체마저 뜯어먹으려는 사람들로 득실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고 해요. 우리도 정상 가격을 주고 사지는 않겠지만, 말도 안 되게 후려치지는 말아요. 평판을 말씀하셨죠? 바로 이런 평판을 쌓는 거죠. 어려울 때 돕는다는 평판.”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황제파의 눈총과 온갖 음해에 시달릴 텐데요?”

“부당한 거래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하게 매매할 건데요? 뒤에서 음험한 모략을 꾸미더라도 앞에서는 흠잡을 수 없도록 깔끔한 계약서를 작성할 텐데 뭐가 걱정이에요? 밝은 곳에서 이루어진 일은 황제라도 해코지를 못한다면서요?”

며칠 전에 율리안이 비슷한 말을 했었다.

“밝은 곳에서는 해를 끼치지 못해도 밤길은 조심해야 할 겁니다.”

그러자 바덴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걸 무서워하면 큰 사업은 못 하죠. 이걸 우리가 흡수하면 엄청난 규모가 되는 거예요.”

루산은 바덴을 새삼 다시 보았다.

몇 년 사이에 정말 멋진 사업가가 돼 있었던 것이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익을 위해서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업가.

그녀는 크게 도약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험가였다.

“어떤 사업들을 인수하려는 건가요?”

루산의 질문에 바덴이 눈을 반짝이면서 대답했다.

“일단 와이젠 자작의 제분 공장들을 인수할 거예요. 필센 제국 내 밀가루 점유율이 10퍼센트나 되는, 망할 일이 거의 없는 사업이거든요.”

“10퍼센트!”

루산은 깜짝 놀랐다.

“그러면 가격이 어마어마하겠는데······? 자금이 있어요?”

이미 은행 대출을 낼 수 있을 만큼 냈다.

피닉스 제철에도 은행 대출보다 많은 자금을 빌렸다.

루산이 8군단에서 가장 높은 사냥 수입을 올리고 있다지만, 그런 것은 갖다 댈 수도 없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체였다.

“그래서 기사님께 상의를 드리고 있잖아요. 자금을 구할 방법이 없어서······. 이건 정말 저를 믿고 자작 부인이 특별히 부탁한 거예요. 이거 놓치면 후회합니다. 공장 단위로 쪼개져 헐값에 팔려 나가기 직전이거든요. 이거 말고도 다른 회원 부인들이 부탁한 매물이 한둘이 아니에요.”

“후유······.”

루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덴은 정말 통이 컸다.

처음부터 컸는지 점점 커졌는지 몰라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그러나 루산은 바덴의 제안이 끌렸다.

어차피 공작이나 황제와 맞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힘을 가져야 한다.

슈텐달 남작의 피닉스 제철이 있다지만,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 정도로는 턱도 없었다.

“인수 자금은 마련해 볼게요.”

“정말요?”

바덴의 눈이 놀란 소처럼 커졌다.

일단 상의해 보고 함께 머리를 쥐어짜고 할 생각이었지 루산이 단번에 자금을 마련해 준다고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평판이 나쁘게 돌지 않도록 신경 쓰고, 특히 황제파를 자극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그런 사업체라면 황제파 사람들이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으니까. 그 사람들과 너무 무리해서 경쟁하지 말아요.”

“알겠어요, 기사님!”

바덴은 루산을, 동경하는 배우를 쳐다보는 소녀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루산은 쓴웃음을 흘렸다.

‘레오파드 100대를 판매하면 최선을 다해 나를 돕겠다고 약속했지? 가라로슈 영감한테 약속을 지키라고 말해야겠군.’

루산은 오랫동안 마나 연료와 윤활유, 각종 소모품을 만들어 팔아 온 변경의 알부자, 가프 마법 연구소의 자금을 끌어오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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