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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29화 (129/450)

129. 용감한 나라를 세울 겁니다

129. 용감한 나라를 세울 겁니다

줄리아는 파혼의 충격과 고통을 잊기 위해 그림을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에는 혼돈과 좌절, 열망과 욕망의 에너지가 넘실거렸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정밀화 또한 잘 그렸다. 매우 세밀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바덴이 레오파드 그림을 그릴 화가로 줄리아를 선택한 데에는 이 정밀화 실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줄리아는 레오파드를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세세한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특징을 강조하여 감정과 분위기,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애를 썼다.

줄리아가 그린 그림 속 레오파드는 표정과 동작으로 감정, 욕망, 의지를 표현했다.

말썽쟁이 레오파드 라이트닝이 많은 괴수를 사냥할 욕심으로 신나게 숲속으로 달려 들어갔는데, 하필 괴수들의 서식지여서 많은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광경을 보고 당황하다가 살려줘! 하며 번개처럼 달려 나왔다.

말괄량이 레오파드 스피드는 도망쳐 나오는 레오파드 라이트닝을 구하기 위해 바람처럼 달려가 순식간에 괴수들을 처지하고 우쭐해 했다.

그때 가죽이 두꺼워 마나 진동 대검이 박히지 않는 대형 괴수들이 레오파드 스피드를 둘러싸자 과묵한 레오파드 파워가 나타나 덩치로 괴수들을 밀어내고 커다란 방패로 듬직하게 동료들을 보호했다.

레오파드보다 훨씬 큰 거대 괴수들이 출현하자 레오파드 슈퍼 파워와 레오파드 슈퍼 스피드가 오연하게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레오파드 라이트닝이 환호하며 그들을 반기고, 레오파드 5형제는 힘을 합쳐 괴수들을 물리쳤다.

“이거 재밌어요! 마치 만화 같아요.”

“그러니?”

클라크의 말에 줄리아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네! 근데 뭐랄까, 만화보다 훨씬 멋져요! 장갑판과 장갑판 사이를 주름처럼 그려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어요. 동작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있고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줄리아의 표정이 감탄과 기쁨으로 활짝 펴졌다.

“클라크, 넌 내가 만난 관람객 중 최고야!”

“헤헤!”

클라크의 얼굴이 빨개졌다.

줄리아는 단지 만화처럼 단순하고 간결하고 과장되게 나타낸 것이 아니었다.

의지, 의욕, 욕망, 분노, 좌절, 환희, 우정, 질투, 두려움, 슬픔 같은 감정을 몸체의 기울기, 팔다리의 각도, 얼굴의 표정, 무기의 위치, 장갑판의 배치를 통해 한 화면에 모두 표현해 내려 했던 것이다.

줄리아는 더 나아가 멕 나이트와 원시의 땅,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모순, 변경의 의미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레오파드뿐 아니라 변경에서 활동하는 모든 중고 멕 나이트와 멕 워커들, 변경의 풍경, 괴수와 인간을 그려 나갔다.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탐탐과 붐붐을 그리고, 길들여지지 않은 탐탐과 붐붐을 대비시켰다.

가프 마법 연구소에 의해 지어진 거대 공장과 개척 도시의 모습도 그렸다.

변경 사람들이 땅을 개간하고, 공장에서 일하고, 일을 마치고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가끔 찾아오는 관광객들과 함께 검투장에서 탐탐 경주, 글라디아토르 시합을 관람하며 소리 지르는 모습도 화폭에 담았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변경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산이 찾아왔다.

“줄리아! 이걸 어쩌지? 나, 일하러 가야 하는데?”

“다녀오세요, 루산.”

장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던 줄리아는 눈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오래 걸릴 거야. 한 달이 넘을 거거든.”

“아!”

그제야 줄리아는 그림에서 시선을 떼고 루산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다시 그림으로 고개를 돌렸다.

채혈 바늘이 달린 호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거대 괴수 에라스와 그 옆에서 안도와 기쁨, 자부심, 분배될 몫에 대한 욕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멕 나이트, 멕 워커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었다.

전에 잔인하다는 생각에 레오파드 그리기를 포기하게 만든 장면을 이번에는 직시하고 그려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에 집중하고 싶은데 루산과 이대로 헤어지는 것도 아쉬워 줄리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루산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옛날 - 파혼하기 전 - 이라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달려와 품에 안겼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파혼했기에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쉬움과 섭섭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마음도 들었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줄리아가 멋져 보였고 옛날과는 다른 의미로 정말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정말 잘 그렸는걸? 저 멕 워커에 탄 파일럿은 자식이 다섯이나 돼.”

“정말요?”

“응. 먹여 살릴 입이 많아서 악착같이 일을 하지. 그래서 채혈 호스를 누구보다 빠르게 당겨서 허실이 생기지 않는 부위에 정확히 꽂아. 이 그림은 저 파일럿의 사정을 알고 그린 것 같아.”

루산의 말을 들은 줄리아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러더니 루산을 안았다.

‘어!’

루산은 놀라 움찔했다.

“또 와도 되나요?”

루산은 줄리아를 가볍게 안아 주며 되물었다.

“너무 멀지 않아?”

“그려야 할 게 너무 많아서요.”

“그러면··· 와야지.”

“네!”

루산은 줄리아의 어깨를 잡고 잠시 바라본 뒤 장벽 계단으로 내려가다 열려 있는 조종실로 풀쩍 뛰어 003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레오파드 003이 줄리아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아트라스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멀어져 갔다.

멀리 대기하고 있던 다른 레오파드들이 003에 합류해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줄리아는 눈물을 훔치고 그 모습을 얼른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한편 루산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새벽에 먼저 떠난 밀수용 레오파드 아홉 대를 따라잡기 위해 서둘렀다.

[대장님, 근데 저 화가 언니 누구예요?]

시에나가 살짝 부글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무슨 사이···, 아니! 아니에요!]

시에나가 뾰족하게 소리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야! 척 보면 모르냐? 친척 동생이겠지.]

바이크가 현실을 부정하며 시에나의 뒤를 따라 달렸다.

[에유~!]

루산은 가벼운 한숨에 이어 미소를 짓고는 둘을 따라갔다.

005와 스피디 뒤를 달리는 레오파드 003은 루산을 따라 한숨과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마치 줄리아의 그림 속 레오파드처럼.

***

줄리아를 포함한 세 명의 화가들은 무려 십오일 동안 변경 8구역에 머물며 그림을 그리다 돌아왔다.

그들이 가져온 작품은 바람의 언덕 장원에 신축한 본관 건물 로비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전시되었다.

바덴은 장원 별장의 모든 직원과 손님들에게 전시된 레오파드 그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다섯 작품을 고르도록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회의를 열었다.

“정교한 건 놀라움을 줍니다. 하지만, 우리 간편식 레오파드를 상징하는 그림은 정교하고 사실적인 것보다 친근하고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어야 해요. 정교한 기계가 아니라 다정하고 힘이 되는 친구여야 하는 거죠. 그래서 미스 아이젠의 그림을 간편식 레오파드의 포장 그림으로 채택하겠습니다. 그에 따른 그림 사용 대가는 나중에 따로 말씀을 나누기로 하죠.”

바덴은,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줄리아의 그림들을 간편식 포장 모델로 결정했다.

그러나 줄리아의 나머지 그림이나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사장시킬 생각은 없었다.

“식품 사업 포장 그림으로만 쓰기에는 이 작품들이 너무 아까워요. 그래서 장난감 사업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장난감 사업이라고요? 이 시기에 과연 적합하겠습니까?”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전쟁 기간에 아이들 장난감을 사 주겠는가?

그러나 바덴은 여러 날 고민한 자신의 생각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풀어 나갔다.

“일단 군용 간편식 열흘 분량 정도를 담은 상자에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레오파드 캐릭터 인형을 넣을 겁니다. 그런데 모든 상자에 넣는 건 아니고 일정 확률로 무작위로 넣는 거죠. 그럼 무척이나 기다리던 - 우리 레오파드는 맛있을 테니까요 - 간편식 상자를 받아 개봉했을 때 레오파드 인형을 발견한 병사들은 기쁘지 않겠어요? 그것을 행운의 부적으로 여겨 소중히 간직할 수도 있고, 모았다가 휴가 때 어린 동생이나 조카에게 선물할 수도 있겠죠.”

“음······.”

기획 팀 직원들, 식품 팀 직원들, 화가들이 바덴의 말을 들으며 상상해 보느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 우리의 캐릭터 인형은 조잡해서는 안 됩니다. 잘 만들어야 해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그렇다면 역시 비용이······.”

“그래서 모든 상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일정 비율로 넣는다는 겁니다. 많은 병사들이 이 인형을 갖게 되겠지만, 모든 종류의 인형을 다 모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인형이 나오면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

“이 캐릭터 인형은 일단 다섯 종류가 되겠죠. 레오파드 파워, 스피드, 슈퍼 파워, 슈퍼 스피드, 라이트닝. 그런데 색깔을 다르게 할 수도 있잖아요. 그린, 옐로우, 레드, 화이트, 브라운··· 이렇게 말이에요. 그리고 골드나 실버를 넣어 특별한 의미를 더 부각시키는 것도 좋겠죠. 레오파드 슈퍼 파워나 슈퍼 스피드는 희소성이 있게 확률을 확 낮추는 방식도 괜찮을 겉 같네요. 어쨌든 모으는 재미를 준다, 이 말입니다.”

“모아서 뭐 하죠?”

바덴은 질문한 직원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전쟁이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이전 대전쟁은 20년 동안 이어졌어요. 전쟁은 병사들에게 무척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입니다. 병사들뿐 아니라 기다리는 가족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두렵고 걱정스럽고 슬픈 시기예요. 이 캐릭터 인형을 모으는 건, 전쟁으로 인해 힘든 사람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이 힘든 기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희망, 즐거움, 소망 같은 것을 줄 수 있다면 좋지 않겠어요?”

“아······!”

직원들과 화가들 - 그중에 줄리아도 있었다 - 은 바덴의 이야기를 듣고 감탄하고 감동했다.

그녀는 돈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돈 이전에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고 기쁨을 줄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런 뒤 돈을 버는 방식을 고안해 내는 것이다.

“군대에 가 있는 삼촌과 아버지와 형이 이 레오파드 캐릭터 인형을 다 모으지는 못할 겁니다. 휴가를 나온 그들에게 캐릭터 인형을 받은 아이들은 동네 친구들과 이 인형을 가지고 놀겠죠. 친구에게 있는 인형이 나에게 없다? 당연히 갖고 싶겠죠? 엄마한테 조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난감 가게에 이 레오파드 캐릭터 인형이 있는 겁니다. 더 크고, 더 좋은 것으로 말이에요.”

“캬아!”

집중해서 듣던 직원 중 누군가가 독한 술을 꿀꺽 삼킨 것 같은 탄성을 터뜨렸다.

바덴은 더욱 신이 났다.

“그 장난감 가게에는 레오파드 시리즈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괴수 시리즈도 팔게 될 겁니다. 변경 세트가 통째로 판매될 수도 있겠죠. 원시의 땅에 있는 온갖 괴수들과 군단의 여러 요원들, 멕 워커들, 탐탐 정찰병들, 개척병들······. 나중에는 멕 나이트 전쟁 시리즈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몇몇 직원들은 바덴의 말을 들은 것뿐인데도 벌써 갖고 싶어 침을 꿀꺽 삼키고 눈을 반짝였다.

“그렇잖아도 아이들은 평소에도 전쟁놀이를 하고 노는데, 전쟁 기간에는 오죽하겠어요?”

“그렇죠!”

“귀족 아이들이 평민 아이들과 똑같은 물건을 가지고 놀지는 않지 않겠어요? 정교하고 극적인 장면을 담은 고가의 레오파드 모형, 괴수 모형은 분명히 수요가 있습니다. 고객은 아이들만이 아닙니다. 어른들도 이런 정교한 모형을 장식품을 대체하는 예술품으로 수집하게 될 겁니다.”

예술품 수준의 값비싼 장난감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바덴은 귀족들을 상대로 엄청난 수입을 올려 온 장원 별장 사장으로서 귀족 사업가들의 재력을 염두에 둔 상품도 잊지 않았다.

“용감한 나라라는 회사를 설립해 장난감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바덴은 반달 그룹에 이어 용감한 나라(Brave Land)라는 회사를 출범시켰다.

장난감 회사의 이름을 용감한 나라로 지은 것부터가 철저히 전쟁과 관련된 애국 마케팅을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레오파드 캐릭터 인형, 레오파드 모형을 주력 상품으로 할 것이며, 변경 시리즈, 전쟁 시리즈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전시에 필센 제국 모든 아이들을 고객으로 삼을 것이고, 귀족 아이들과 귀족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고가의 상품도 판매할 것이다.

바덴은 국민 과자, 국민 간식 레오파드 시리즈에 이어 레오파드와 연관된 장난감 사업으로 전쟁 통에도 아이가 있는 모든 부모와 전쟁에 흥미가 있는 귀족들의 주머니를 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덴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용감한 나라를 세울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장님?”

“어디에 무얼 세운다는 말씀입니까?”

“필센 제국에 있는 모든 주요 도시에 용감한 나라(Brave Land)를 세울 겁니다.”

용감한 나라에서 만든 모든 장난감과 모형을 직접 보고, 가지고 놀 수 있는 곳.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레오파드 트레이너를 가져와 진짜 레오파드를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바덴은 장원 별장을 모든 가족이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놀 수 있는 평화로운 곳으로 남겨 두고, 소년들의 들끓는 에너지로 요란할 용감한 나라를 장원 별장과 별개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아무래도 고즈넉한 자작나무숲 장원이나 상쾌한 바람의 언덕 장원에서 멕 나이트가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어쨌든 그녀는 용감한 나라가 장난감 사업과 멕 나이트 체험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리라 확신했다.

전쟁 시기에 이는 간편식과의 상승효과뿐 아니라 결국 멕 나이트 레오파드와도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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