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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38화 (138/450)

138. 암회색 레인저 3중대를 붙여 주겠소

138. 암회색 레인저 3중대를 붙여 주겠소

브레이브 랜드 사업은 정부의 허가 없이 진행하기 어려웠다.

레오파드 트레이너(훈련용 레오파드)가 멕 워커 엔진을 채택하고 몸체도 가볍고 마나 진동 기능이 없는 대검을 사용한다지만, 외형이 분명 전투용 레오파드와 똑같았고, 사용 목적 또한 전투 훈련이었기에 군용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루산은 바덴으로부터 브레이브 랜드 사업 아이디어를 듣고 가프 마법 연구소에 레오파드 트레이너 생산을 제안함과 동시에 가프 측에서 정부에 허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민간 기업보다는 멕 나이트를 제작해 납품하는 마법 연구소에서 수월하게 허가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그리하여 바덴이 브레이브 랜드의 사업 취지와 목적을 작성하고, 허가를 위해 브레이브 랜드와 가프 마법 연구소의 대표 명의로 군무부에 사업 제안서를 넣었다.

당연히 가프 측 인맥을 통해 곧바로 군무부 인력정책, 교육훈련정책, 군용장비 등 관련 부서의 장들에게 곧바로 제안서가 전달되도록 했고, 제안서의 내용에 감탄한 부서장들이 이 내용을 대신에게까지 올렸다.

“귀족 소년들을 대상으로 놀이 요소를 포함한 멕 나이트 훈련을 한다고? 놀이 공원이자 수련장 같은 곳에서 어릴 때부터 훈련용 멕 나이트를 구경하고 미리 타 보면서 멕 나이트에 친숙해진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검술 훈련이야 어릴 때부터 한다지만, 파일럿이 되기 위해 멕 나이트에 타는 것은 나중의 일이죠. 기사 아카데미 고학년, 아니면 졸업하고 나서 입대한 후가 될 겁니다.”

멕 나이트는 고가의 전쟁 무기라 파일럿 후보생에게 한 대씩 제공할 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신체 능력이 뛰어나고 검술 실력이 좋으면 멕 나이트에 금세 적응하고 조종도 훌륭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멕 나이트를 미리 접할 수 있다면 뛰어난 파일럿을 기르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필센 제국은 신분이 높거나 돈이 많다고 아무나 전쟁 무기인 멕 나이트를 보유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멕 나이트는 아니지만, 똑같은 외형을 지닌 훈련용 멕 나이트를 미리 접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면 소년들에게 멕 나이트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 주고 조종 실력을 높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일럿에 대한 꿈을 키우고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기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파일럿을 꿈꾸게 하고, 애국심을 기르고, 조종 실력을 높인다는 것이로군.”

“그렇습니다. 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많은 파일럿이 필요합니다. 열정이 가득하고 충성심이 강한 예비 파일럿들을 많이 키울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장려할 일이지 거부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곳을 이용하는 비용도 각 가정에서 알아서 내는 것이라 정부의 부담도 없습니다.”

군무대신도 아주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가지가 걸렸다.

“반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어. 사고가 나지는 않겠지?”

“말이 훈련용 멕 나이트지 멕 워커나 다름없습니다. 멕 나이트 한 대면 모조리 진압이 가능합니다.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인근 부대에서 점검을 나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음······.”

“그래도 걱정이 되신다면 차라리 황제 폐하께 보고를 해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황제 폐하께?”

“네. 이것은 칭찬을 받을 일이지 절대 질책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직접 허락하신다면······.”

문제가 일어나도 군무부의 책임은 더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야!”

군무 대신은 브레이브 랜드 건을 황궁 회의에서 정식으로 보고했다.

“오!”

프리드리히 황제가 기분 좋게 탄성을 터뜨렸다.

“좋군요! 가프 마법 연구소, 용감한 나라, 아주 좋아! 이게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군무대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용감한 나라 쪽에서 기획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누군지 몰라도 아주 머리가 좋아요.”

“네, 폐하.”

“파일럿이 되기를 꿈꾸는, 충성스러운 소년들이 많아지면 필센 제국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렇습니다, 폐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황제의 말에 대신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귀족 아이들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평민의 수가 훨씬 많은데, 그 아이들에게도 파일럿이 될 기회, 나라에 충성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습니다, 폐하!”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 평민 아이들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건 정부에서 해 봅시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이왕 교육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지요. 은퇴한 파일럿들을 소개시켜 주세요. 아무래도 민간인들이 뛰어난 교관을 일일이 찾아보는 건 어려울 테니까. 교관은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 좋겠지요? 이전 대전쟁에서 활약한 파일럿이면 더욱 이야기가 풍성해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수련에 집중하기가 더 좋을 테고 말이에요.”

프리드리히 황제는 브레이브 랜드 아이디어를 접하자마자 뛰어난 소년들을 충성스러운 소년으로 기를 생각을 했다.

그 충성의 대상은 국가이지만, 그에게 국가는 곧 황제인 것이다.

“정말 훌륭한 말씀이십니다, 폐하!”

“용감한 나라라! 재밌군, 재밌어!”

황제의 허가로 브레이브 랜드 사업 계획은 탄력을 받았다.

군무부뿐 아니라 내무부와 재정부에서도 지원해 주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던 토지 매입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바덴은 노바 남쪽의 보름스 장원뿐 아니라 동, 서, 북까지 노바에만 총 네 개의 브레이브 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노바뿐 아니라 브레머, 파르나, 타나스, 코부스 등 필센 제국 모든 지방의 주요 도시에 부지 조성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가프 마법 연구소는 레오파드를 생산하기에도 급급한 터라 레오파드 트레이너까지 양산할 여력이 없었다.

바덴은 가라로슈에게 편지를 보냈다.

***

<···황제 폐하께서도 관심을 갖는 사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기대되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내는 모습도 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허허,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갑자기 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처음에는 100대만 팔아도 좋고 999대를 팔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레오파드가 대전쟁의 발발로 인해 계속 생산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상태이고, 레오파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가볍게 생각한 레오파드 트레이너 사업이 황제가 챙기는 사업이 돼 버렸다.

문제는, 생산 설비.

생산 설비 증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큰 가라로슈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그런데 바덴의 편지를 받은 직후에 한 무리의 엔지니어들이 찾아왔다.

“정직한 기계 그룹에서 왔습니다.”

“아! 기계, 설비 제작 업체들이 모였다는······?”

루산이 말한 업체의 사람들이 찾아온 것이다.

“맞습니다, 마법사님.”

“잘 오셨소!”

가라로슈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레이크 시티까지 직접 데리고 가서 생산 시설을 돌아보고 도면을 제공하는 등 모든 편의를 봐 주었다.

“기존의 설비를 증설하는 것이라 새롭게 제작하는 것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겠군요.”

“빠르게 가능하겠소?”

“규격과 재료만 정확히 하면 되는 일입니다. 필센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여기서 조립할 겁니다.”

정직한 기계의 엔지니어들은 필센 제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룹 내 회사들뿐 아니라 그룹에 속하지 않은 기계 부품 제조 회사들 - 장원 별장 회원들의 사업체도 있었고 그들로부터 소개받은 사업체도 있었다 - 에도 일감을 나누어 주었다.

각지에서 만들어진 기계 부품은 열차를 타고 변경 8구역 레이크 시티로 이동했다.

부품을 받은 설비 건설 엔지니어들이 레오파드 생산 설비를 조립해 나갔다.

레이크 시티의 레오파드 생산 설비 증설 작업에 엄청난 탄력이 붙었다.

한편 레오파드 트레이너는 겉모습만 레오파드와 같을 뿐 엔진, 골격, 몸체 부품이 완전히 달랐다.

이를 제작하려면 생산 설비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 작업 역시 정직한 기계 그룹 엔지니어들이 맡았다.

자회사뿐 아니라 그룹에 속하지 않은 관련 회사들도 모두 목록에 넣고, 필요한 기계 부품을, 통일된 설계 하에, 정확한 치수와 재료로 제작해서, 한데 모아 조립하는 것이다.

변경 8구역 레오파드 생산 단지에서 일할 노동력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 일정한 교육 과정을 거쳐 각 부품 생산 공정에 투입되었다.

그래도 노동력이 부족하자 아라드 왕국 피란민들과 개척민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주민들도 원하는 경우 일정한 교육을 마친 뒤 일하게 했다.

루산이 떠나고 나서 몇 달 사이에 레이크 시티는 급격하게 성장했다.

레오파드는 생산되는 족족 짧은 시험 기동을 거쳐 노바로 이동했다.

당장 전투에 투입되지 않는 수도 군단에서 먼저 타 보고 테스트를 해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수도 군단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안정성이 증명된 기체는 전선으로 보냈다.

레오파드가 과거 아라드 왕국 전선에서 활약했다지만, 제국군이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선에 보내기 전 안정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제국군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북부 전선이 한때 급격히 무너지고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필센 제국은 아직 신규 멕 나이트의 안정성을 충분히 테스트할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한편 레오파드 트레이너도 만들어지자마자 마나 열차에 실려 갔다.

노바에 있는 네 곳의 브레이브 랜드 중에서 가장 먼저 보름스 장원 북서쪽에 있는 곳을 채우고, 황제의 지시로 만들어진 평민 소년 대상의 ‘필센 소년 캠프’도 채워야 했다.

필센 소년 캠프는 장소부터 기동 군단이나 기동 전단 훈련장을 그대로 활용하도록 한, 그야말로 군대식 교육이 철저히 바탕에 깔려 있는 교육 과정이었다.

체격이 좋은 평민 소년들을 선발하여 체육 활동과 전쟁놀이, 검술 훈련을 시키면서 레오파드 트레이너를 태워 주어 파일럿의 꿈을 키우고 국가와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졌다.

바덴은 브레이브 랜드를 계획할 때부터 애국 마케팅을 염두에 두었지만, 최소한 놀이와 여가 시간은 어느 정보 확보하여 즐겁게 지내는 가운데 수련과 훈련, 노기사의 전쟁 이야기와 전략 전술 등 군사적 요소를 가미할 생각이었다.

황제가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충성할 소년들을 키우려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 이건 아닌데!’

필센 소년 캠프로 들어가는 소년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소년들의 얼굴에는 선발된 데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고, 그 자부심은 캠프를 마치고 나올 때 더욱더 커져 있었다.

***

“사령관님, 산악 특임 기동 전대는 제국군 내에서도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아라드 왕국을 위해 특별히 고용한 용병으로 활동하겠습니다.”

“필센 제국 남방군에도 말이오?”

“네. 남방군도 우리의 존재를 모릅니다.”

“허!”

“그러니 우리를 실제로 용병으로 대해 주시고, 그와 관련된 계약도 작성해 주시길 바랍니다.”

니트라 장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루산이 추가로 설명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반란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아우로라의 첩자가 어디까지 들어와 있는지 모릅니다.”

“아! 알겠소!”

니트라 장군은 루산의 말을 듣고 자신이 편리한 대로 이해해 버렸다.

루산은 전에 레오파드 네 대만으로 마리노 공화국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다.

이번에는 무려 열네 대!

공식적인 지원이든 정체를 숨긴 지원이든 지원해 주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더구나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레오파드 정비 공장을 세우고 변경 개발을 곧바로 진행해 연료와 윤활유를 바로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필센 제국과 가프 마법 연구소의 적극적인 지원에 감격할 따름이었다.

“현재 호리아 평원을 중심으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소.”

호리아 평원.

아라드 왕국에서 몇 안 되는 넓은 평지로, 여러 지방으로 이어지는 길들이 통과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아라드 왕국군은 전에 마리노 공화국이 침공했을 때 수도 근처까지 밀리는 바람에 무척 압박감이 심했다.

압박감이 심해지면 수도는 혼란에 빠지고 지휘부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 전쟁을 치르는 일은 막기 위해 어떻게든 호리아 평원에서 적을 저지하려 했던 것이다.

“우리 아라드 군과 필센 남방군이 호리아 평원을 막겠소. 가프 용병단은 전처럼 후방을 교란해 주면 좋겠소. 암회색 레인저 3중대를 붙여 주겠소.”

암회색 레인저(Charcoal Ranger).

다섯 개 색깔로 이름을 지은 아라드 왕국 5개 레인저 부대 가운데 하나.

아라드 왕국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산악의 바위색이 암회색이라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루산은 수도를 떠나기 전,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꾸린 지원 팀에 요청해 레오파드를 암회색으로 도색했다.

거대한 멕 나이트는 아무래도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모습이 잘 보이지 않도록 보호색으로 바꾼 것이다.

챠콜 레인저 3중대가 길을 안내하고 암회색으로 도색한 레오파드 14대와 서브 파일럿 27명이 그들 뒤를 따랐다.

노바가 겨울일 때에도 남쪽은 따뜻하다지만, 아라드 왕국의 산악 지대는 간간이 눈이 내리고 잔설이 남아 있을 정도로 추웠다.

찬바람에 손과 얼굴이 부르트고 군복도 변변하지 않아 군인인지 사냥꾼이지 알 수 없는 챠콜 레인저들.

그러나 그들의 얼굴과 태도에는 이 나라를 지켜온 레인저로서의 자부심이 굳건하게 서려 있었다.

챠콜 레인저 3중대는 무거운 멕 나이트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을 신경 쓰며 조심스럽게 산허리를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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