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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55화 (155/450)

155. 밥은 그냥 사 드세요

155. 밥은 그냥 사 드세요

자라 공작은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고 움직임이 신중하여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하지만,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무능하다면 아우로라 연합군의 한 갈래를 책임지는 사령관이 되었을 리가 없었다.

호리아 평원에서 시간을 끌다 남방군에 호되게 당하고 후방 보급 기지를 공격받았음에도 그는 재빨리 룬드 항으로 돌아와 병력을 수습하고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멕 나이트와 멕 워커, 보급 물자를 잃었을 뿐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기 때문에 주력 부대가 돌아와 복구공사를 시작하자 혼란에 빠져 있던 기지의 병력은 금방 수습되었다.

자라 공작은 보급 기지 안으로 움츠러들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적이 평지에서 룬드 항 보급 기지를 포위하게 되고, 이동식 마나포 부대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룬드 지방으로 들어오는 모든 길목에 방어 요새를 쌓고 그 위에 마나포대를 설치하라!”

다행히 룬드 항 보급 기지를 습격한 적은 마나포를 훼손하지 않았다.

남방군이 산길을 통해 룬드 지방으로 들어오려 한다면 아우로라 연합군의 마나포에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게다가 좁은 산길이라 적은 이동식 마나포 부대를 충분히 활용할 공간이 없었다.

“견뎌라! 원군과 보급 물자가 금방 도착한다! 그때 놈들을 다 쓸어버릴 것이다!”

분노를 침착하게 가라앉힌 자라 공작의 냉정한 명령이 없었더라도 아우로라 연합군 장병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적에 맞서 싸웠을 것이다.

물러날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리아 평원에서부터 아우로라 연합군을 추격해 온 남방군 1군단과 아라드 왕국군은 좁은 산길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우로라 연합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아이언 워리어들이 요새를 돌파하기 위해 커다란 방패를 들고 달려 나갔다.

그러나 아우로라 연합군 주력 멕 나이트 헤비 스틸들의 보호를 받는 마나포대에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물러서지 마라! 조잡한 요새만 뚫으면 놈들은 끝이다! 계속 밀어붙여 적을 모두 바다로 밀어 넣어라!”

남방군 지휘관들이 고함을 쳐 봤지만, 그것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었다.

상대편 지휘관도 고함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렇게 발이 묶인단 말인가!”

남방군 1군단장 바트 오베론은 서쪽 봉우리에서 길목 요새 공방전을 내려다보며 성난 표정으로 으르렁거렸다.

아라드 전쟁을 서둘러 끝내고 아우로라 대륙으로 빠르게 진출해 많은 나라를 점령해야 했다.

그 공으로 광대한 해외 영토를 받아 다스릴 생각이었다.

필센 제국 본토에서는 이제 군대를 보유하기 어렵지만, 해외 식민지를 다스리는 총독은 왕과 마찬가지로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오베론 가문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해외 영토를 발전시켜 더 큰 부를 쌓는 것은 물론 강력한 군대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바트 오베론은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이 실현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적을 몰아내고 룬드 항을 수복하기 위한 필센 제국 남방군 1군단과 아라드 왕국군, 룬드 지방을 사수하기 위한 아우로라 연합군. 양군 사이의 전투가 연일 치열하게 이어졌다.

***

가프 마법 연구소의 대표 마법사 가라로슈와 변경 8구역의 통치자 율리안은 루산의 주선으로 비밀리에 협상을 체결했다.

변경 8구역 본부는 아라드 왕국 변경에 본부를 설치해 통치하고, 가프 마법 연구소는 아라드 변경 본부에서 사냥한 괴수의 부산물을 이용하여 생산과 판매를 담당한다.

말하자면 현재 필센 제국 변경 8구역에서 가프 마법 연구소와 8구역 본부 사이의 관계를 아라드 변경에서도 그대로 이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변경 8구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변경 8구역에는 가프 마법 연구소 외에도 괴수 부산물을 구입하는 다른 마법 연구소들이 있는 반면 아라드 왕국 변경에서는 가프 마법 연구소가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것이다.

아라드 왕국 변경 개발권을 보유한 가프 마법 연구소가 번거로운 통치 업무 - 개척민을 정착시키고 질서를 유지하며 안전을 보장하고 세금을 거두는 모든 일 - 를 맡아 줄 전문 업체를 고용한 셈이라 형식상으로는 가프 마법 연구소가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등한 관계였다.

변경 8구역의 도움 없이는 전란에 빠진 아라드 왕국의 변경을 개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라 아라드 왕국의 변경에는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옛 개척촌 외에 변변한 건물 하나 없었다.

피란민들을 동원하여 가프 마법 연구소 생산 시설 부지 기초 공사, 각종 창고와 숙소 건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비와 자재가 부족하여 작업 속도가 무척 느렸다.

제대로 된 공사는 8구역 개척 건설 요원, 장비와 자재, 설비 부품들이 들어온 뒤에 이루어지겠지만, 그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전선에서 물러나 변경으로 들어온 루산은 이번에 획득한 멕 워커 130여 대를 건설 현장에 투입했다.

“3전대의 멕 워커 파일럿을 남겨 조종 교육을 시킬 테니, 아라드 피란민들 가운데 파일럿을 뽑아 쓰도록 하세요. 작업 속도가 올라갈 겁니다.”

“고맙습니다, 기사님.”

“가프 측에서 설비 부품과 인력을 최대한 빨리 투입해야 할 겁니다. 생산 설비를 한 세트라도 완성시켜야 연료를 운반해 오는 번거로움이 없어질 테니까요.”

“계속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이번에 복귀하시면 기사님께서 스승님께 직접 말씀 좀 해 주세요.”

칼리슈가 루산에게 부탁했다.

말투는 가벼운 장난 같았으나 진심이었다.

루산의 말은 가프 마법 연구소의 대표 마법사인 가라로슈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뵙죠.”

루산은 복귀하기 전에 이곳에서 전투 요원들을 지휘할 책임자도 정했다.

“레보르크가 파일럿 14명을 지휘하세요.”

그러면서 이번에 획득한 경량 멕들을 동원하여 변경 지도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지리 정보는 물론이고 각 지역의 특징, 출몰하는 괴수 현황도 최대한 자세히 파악해야 합니다.”

“네.”

“생산 시설 건설 현장과 피란민들의 임시 거주지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세요.”

“알겠습니다.”

과묵한 레보르크가 짧게 대답했다.

믿음은 말이 길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레보르크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

“혹시나 내가 없을 때 아라드 왕국군에서 참전 요청을 해 오면 거절하세요. 주력 기체와 메인 파일럿들이 레오파드 정비 문제로 본국으로 잠시 돌아갔다고 핑계를 대면 조르지 못할 겁니다.”

“아라드 왕국이 위태로운 경우에도 두고 보라는 말씀입니까?”

“위태로울 일은 없을 거예요. 아우로라 쪽보다 남방군의 멕 나이트가 더 많으니까. 룬드 항 공략이 수월하지 않으니 우리한테 산을 넘어 배후를 공격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요.”

“아!”

산을 넘어 룬드 지방으로 들어가면 아우로라 연합군의 멕 나이트 수백 대를 상대해야 한다.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진입로를 확보해 준다 해도 결국 남방군 1군단을 이롭게 해 주는 일이었다.

“그렇게는 못 하죠.”

“알겠습니다, 대장님.”

똑같은 ‘대장님’인데 시에나가 부를 때와 레보르크가 부를 때는 느낌이 달랐다.

시에나가 “대장님!” 하고 부를 때는 왠지 몰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레보르크가 부를 때는 변경의 파일럿들에게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충성과 신의가 몸을 휘감고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 같았다.

루산은 그런 것을 요구한 적이 없었으나 싫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민망했다.

그래서 얼른 화제를 돌렸다.

“파일럿들한테서 편지는 다 받았어요?”

“네. 여기 있습니다.”

“소재를 파악할 만한 내용은 들어 있으면 안 됩니다.”

“서로 돌아가며 읽어서 다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다시 한번 읽어 볼 거예요. 괜찮겠죠?”

“이미 동의한 부분입니다.”

그제야 루산은 레보르크가 내민 편지 꾸러미를 받아 들었다.

변경 8구역을 출발하기 전에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에게 약속했었다.

원하는 사람에게는 수입을 가족들에게 보내 주겠다고.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은, 그때는 루산의 말을 거의 믿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의 다 믿었다.

반란에 가담하여 변경에서 숨을 죽이고 살아온 세월은 파일럿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 미안함의 무게 때문인지 루산은 편지 꾸러미가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그럼 갔다 올게요.”

“네, 대장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루산은 남방군 출신 멕 나이트 파일럿 15명을 놔두고 나머지 인원들을 데리고 변경 8구역을 향해 떠났다.

전리품으로 획득한 멕 나이트와 멕 워커를 모델별로 한 대씩 가프 마법 연구소에 주기로 해서 변경 8구역을 떠나올 때보다 멕이 더 많았다.

중간에 수도 군단 3전단이 원시의 땅에 놓고 간 아이언 워리어 남은 것도 모두 들고 갔다.

이로써 전에 아이젠 자작이 두고 갔던 파손된 아이언 워리어 일곱 대를 모두 보유하게 되었다.

반달 호수 지역으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밤, 루산은 파일럿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말했다.

“이번 작전에 참가한 파일럿들에게는 모두 1,000골드의 상여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와!”

바이크가 환성을 질렀다.

자신의 1년 기본급을 다 합쳐도 1,000골드에 크게 못 미쳤다.

물론 사냥 성과 보상금을 합치면 그보다는 많지만, 바이크에게 1천 골드는 거액이었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성과 보상금이 따로 나갈 거예요.”

“오오!”

이번에도 바이크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루산은 그 모습을 보고 슬며시 웃다가 표정을 가다듬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강조했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대장님.”

다음 날.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캄캄한 새벽에 루산 일행은 멕 나이트 전조등 불빛에 의지해 조용히 레이크 시티로 돌아왔다.

종류별로 넘겨주기로 한 전리품 멕 나이트와 멕 워커는 레오파드 생산 기지로 바로 보냈고, 오랫동안 정비를 받지 못한 레오파드 14대와 원시의 숲에 처박혀 있던 아이언 워리어는 레이크 시티 정비 공장에 집어넣었다.

“오늘을 포함하여 11일 동안 휴가입니다.”

“와! 상여금에 성과 보상금에 11일 휴가? 11일이나 뭘 하지?”

바이크가 신이 난 표정으로 호응을 바라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기분은 좋아도 다들 피곤해서 얼른 집에 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시에나조차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다가 아무도 말을 받아 주지 않자 안타까운 마음에 대꾸해 주었다.

“잠이나 자야지. 여기서는 딱히 할 일도 없잖아.”

“죽으면 계속 잘 잠을 11일이나 잔다고?”

식지 않는 바이크의 열정에 루산은 슬쩍 웃고는 모두가 들으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조용히 지내세요. 휴가 끝나면 또 원정을 가게 될 테니까 푹 쉬도록 해요.”

레오파드 밀수도 계속해야 하고, 아라드 왕국 변경 개발에 필요한 물자도 운반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파일럿들이 정비 공장을 떠나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루산은 소식을 듣고 온 정비부장 바르통과 아이언 워리어 수리에 대해 잠깐 대화를 나눈 뒤 가장 늦게 정비 공장을 떠났다.

조금 전에 레이크 시티로 들어올 때 어렴풋이 느꼈던 것이지만, 지난 반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먼저 레오파드 생산 기지가 이 시간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는데, 그 면적이 무척 넓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니 놀랍게도 군데군데 가로등이 설치돼 있었고, 주택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레오파드 생산 설비가 빠르게 확충되고,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하는 이주민들이 전쟁 이후 확 늘면서 레이크 시티의 풍경이 크게 변한 것이다.

달라진 것은 레이크 시티의 풍경만이 아니었다.

***

희미한 가로등 불에 의지해 집으로 들어가 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루산은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에 봉투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루산은 방에 불을 켜고 봉투를 열어 안에 들어 있는 편지를 꺼내 읽었다.

<기사님, 대입 공부를 하러 노바로 떠납니다. 미스 고슬라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올라와서 공부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요. 집안일은 에밀리가 소홀함 없이 해 나갈 거예요. 그래도 기사님 걱정에 발걸음이 안 떨어져요.>

루산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넉살이 많이 늘었네. 발걸음이 안 떨어지기는···, 결국 갔으면서.”

<너무 오랫동안 옷을 안 갈아입으면 병에 걸리기 쉽대요. 속옷과 작업복을 여러 벌 사 놨으니까 자주 갈아입으세요. 원정 사냥을 나갈 때에도 갈아입을 옷을 충분히 가셔가세요. 에밀리가 어려서 아직 음식은 좀 서툴러요. 그러니 밥은 그냥 사 드세요.>

루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크크큭!”

<레이크 시티에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면서 식당도 여러 개가 새로 생겼는데,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 가운데 새싹 식당하고 봐름 레스토랑이 괜찮아요.>

생존을 위해 중요한 정보라 루산은 식당 이름을 머릿속에 얼른 입력했다.

물론 자고 나서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아침에 빵과 우유를 배달해 주는 가게도 생겼어요. 기사님이 집을 자주 비워 우리 집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배달 신청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기사님이 집을 비우실 때는 에밀리와 찰스가 먹으면 되니까요.>

집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순간에도 클라크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래, 알았다.”

루산은 자신을 위해서는 동전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지만, 클라크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해 들어주기로 했다.

<제 생각에 신전에 가서 기도를 한 뒤에 기사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시간을 내서 신전에 나가 기도할 테니 기사님도 시간이 나실 때마다 기도하시는 게 어떨까요?>

편지는 그 이후로도 길게 이어졌다.

주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레이크 시티에 어떤 상점이 어느 곳에 있고 어떤 일처리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 주는 내용이었다.

루산이 편지를 읽는 동안 해가 떠올라 창문이 환하게 밝아졌다.

루산은 변경에 들어오고 나서 2년 차부터 클라크와 줄곧 함께 살았다.

클라크가 휴가를 받아 부모와 동생들이 있는 개척촌으로 돌아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이 비어 있을 때가 없었다.

클라크가 남긴 편지로 인해 루산은 따뜻함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꼈다.

“곧 적응하겠지, 뭐.”

루산은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자리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에밀리가 찰스를 데리고 집안일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낯선 루산을 보고 찰스가 입술을 삐죽이며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

“우우웅···! 누나!”

에밀리가 얼른 찰스를 안아 들고 루산에게 인사했다.

“아! 기사님! 안녕하세요.”

“어! 잘 지냈니?”

“네.”

루산은 곤란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에밀리가 찰스를 어르며 말했다.

“나쁜 아저씨 아니야. 좋은 기사님이야.”

“나쁜 사람, 아니야?”

“응! 그럼! 나쁜 사람 아니야. 나 모르겠니?”

“찰스, 잘 봐. 클라크 오빠랑 함께 사는 기사님이잖아.”

“클라크 형아랑 함께 사는 아저씨야?”

“응!”

그때 멀리서 종소리와 함께 우유와 빵을 판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루산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수레를 끌고 오는 사람을 불러 우유 한 병과 빵을 사고, 매일 넣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런 뒤 집으로 들어와 찰스 앞에 자랑스럽게 내밀며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우유랑 빵이다! 우리 다 같이 먹어 볼까?”

“제가 얼른 아침을 준비할게요, 기사님.”

“아니야, 에밀리. 괜찮아.”

루산이 손사래를 쳤다.

클라크의 편지 내용을 잊어버리기에는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누나! 나 빵! 우유도!”

“아, 알았어! 기사님 먼저 드리고.”

“싫어!”

루산은 피곤이 급격히 밀려왔지만, 쓸쓸하지 않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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