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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58화 (158/450)

158. 돌격형 기체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158. 돌격형 기체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매번 이렇게 엄청난 선물을 가져다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기사님.”

가라로슈가 루산을 보자마자 감사 인사부터 해 왔다.

아우로라 연합군의 멕 나이트와 멕 워커를 한 대씩 선물 받은 일에 대해서였다.

“마침 여러 대 획득해서 모델별로 한 대씩 드린 것뿐인데요, 뭘.”

루산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마치 길을 가다 주워 생각난 김에 줬다는 투였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오만하게 들릴 이야기였지만, 가라로슈는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큰 활약을 하셨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기사님!”

루산 덕에 레오파드의 평판이 또다시 높아질 것을 생각하니 가라로슈는 그가 마냥 귀하고 예뻐 보였다.

가프 마법 연구소의 발전을 위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귀한 파트너인 것이다.

“답례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기사님께서 지난번에 주신 기체들을 최대한 빠르게 조립해서 넘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루산이 몰래 빼돌려 레이크 시티에 있는 레오파드 생산 기지 깊숙이 숨겨 놓은 반란군 기체를 두고 말한 것이다.

미완성 기가스 한 대와 로쿠스타 43대.

미완성 기가스와 로쿠스타 한 대는 연구용으로 가프 연구소에 넘겨주었으니 로쿠스타 42대가 오롯이 루산의 것이었다.

가프 마법 연구소는 현재 레오파드 생산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레오파드 생산 설비는 급격히 늘어났으나 마법사는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는 법.

새로운 마법사들을 열심히 키우고 있다지만, 가프 마법 연구소의 마법사와 기술자들은 그야말로 선잠을 자며 일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로쿠스타를 빨리 조립해 준다는 말은 그만큼 루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빨리 로쿠스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터라 루산은 기분이 좋아졌다.

“감사합니다, 가라로슈 님. 아라드 변경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기체들은 변경 8구역에서 운용하기 어려웠다.

낯선 기체는 눈에 띄는 법이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특히나 로쿠스타는 레오파드 라이트닝과는 또 다른 경량 멕인데다 갑자기 40여 대나 나타난다면 아무리 변경 구석이라 해도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루산은 모두 아라드 변경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왕 조립해 주시는 김에 마나 진동 투창 공급에도 힘써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쨌든 아라드 왕국에서 노획한 아우로라 연합군 멕 나이트가 모두 수리되고, 반란군으로부터 빼돌린 로쿠스타 조립이 완료되면 아라드 변경의 멕 나이트 수가 졸지에 80대를 넘게 된다.

‘아! 수도 군단이 놓고 간 아이언 워리어 일곱 대도 수리를 마치는 대로 아라드 변경에서 사용하면 괜히 신경 쓸 일이 없겠구나!’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왠지 거리낌이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이렇게 되면 아라드 변경은 졸지에 1개 전단급 멕 나이트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

아이언 워리어 7대(일반형).

헤비 스틸 8대(일반형).

그레이 울프 3대(일반형).

산악형 그리에 울프 23대(경량).

와일드 고우트 5대(경량).

로쿠스타 42대(경량).

총 88대.

물론 일반형은 18대뿐이고 경량 멕이 70대나 되기 때문에 군의 기동 전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한 전력이지만, 변경에서는 오히려 발 빠르고 마나 연료 소모가 적은 경량 멕이 더 도움이 된다고 보는 루산에게는 충분히 흡족한 규모였다.

‘우르사와 003을 포함하면 내 멕 나이트가 90대나 되네.’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가 아닌가?

봉건 영주제가 철폐된 필센 제국에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라드 왕국 변경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처치 곤란할 뻔했다.

아우로라 연합의 멕 나이트나 반란군 멕 나이트는 어디다 판매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산은 90대의 멕 나이트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끼다 화제를 돌렸다.

“이번 전쟁도 역시 멕 나이트 전력이 중요하지만, 마나포의 중요성이 부쩍 부각되는 느낌입니다.”

“흐음!”

가라로슈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쪽 전선이야 기사님께서 직접 겪으셨을 테고, 북쪽 전선 소식도 들으셨군요?”

“네, 들었습니다.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도 마나포를 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남쪽 전선이나 북쪽 전선에서 전황을 바꾼 결정적인 무기 아닙니까?”

가라로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나포의 대대적인 활용이 가능해진 것은 무엇보다 재력입니다.”

가라로슈의 첫 번째 논평이 루산은 의외였다.

전쟁의 승패를 가를 만한 위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무기를 사용하게 된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흥미로웠다.

“효율이 개선된 게 아니에요. 여전히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극악의 효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나 진동 화살 제작 단가를 생각하면 아무리 싸게 잡아도 3, 40발이 멕 나이트 한 대 가격인데, 사용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요.”

루산도 같은 생각이었다.

“맞습니다.”

“이번에 마나포를 사용해서 승리를 거둔 오베론 공작 가문이나 페르보 제국의 굴다크 공작 가문은 엄청나게 부유하기 때문에 마나포 부대를 대규모로 운용할 생각을 했지 어지간한 가문이나 나라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요. 전투를 치를 때마다 멕 나이트 수십 대를 허공에 뿌려 없애는 셈이니까요.”

“그렇기는 해도 전장을 선점하고 적이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면 막강한 위력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겠죠. 결국은 승자가 다 갖는 것이니까요.”

전쟁의 승자는 모든 것을 갖는다.

루산만 해도 이번 전쟁에서 멕 나이트 40여 대, 멕 워커 130여 대나 획득했다.

“허허, 그렇지요. 그래서 오베론 가문이나 굴다크 가문은 마나포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공을 세운 만큼 전리품을 획득할 힘이 있는 가문들이니까요. 필센 제국이나 아우로라 연합군도 곧 야전에서 마나포를 사용하게 되겠지요. 효과를 확인했으니 사용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나포를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마나포는 아무리 부유한 나라라도 마구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무기가 아닙니다. 지난 세월, 필센 제국이 크나큰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지만, 여기에 돈을 쏟아부으면 전쟁에서 지기 전에 나라가 망할 겁니다.”

루산은 가라로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필센 제국은 대전쟁을 맞아 전시 체제로 전환하면서 증편 작업을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있었다.

멕 나이트를 두 배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고 보관해 둔 멕 나이트가 있다지만, 그 수는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는 멕 나이트 제조 마법 연구소들에서 생산을 독촉하고 있었다.

멕 나이트 5천 대 증산 작업.

한 대당 15만 골드라고 하면 7억 5천만 골드.

전쟁이 지속되면 계속해서 멕 나이트를 구입할 테고 유지 보수 비용을 생각하면 전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본격적으로 마나포 부대를 운용한다면?

마나 진동 화살 회수율을 생각해 봐야겠지만, 마나포 부대 하나가 한 번 전투에 마나 진동 화살을 최소 수십 발 쏜다면 멕 나이트 기동 전단 하나를 허공에 날려 버리는 셈이다.

이것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요충지 방어전이나 평지 대회전에서 사용하게 되겠군요.”

“그렇지요. 그것도 아주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밀집 전투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않겠습니까?”

가라로슈가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기사님이 우리 마법 연구소에 주셨던 기가스라는 모델이 있지 않습니까? 툴롱 마법 연구소가 반란군을 위해 만들었다는, 아트라스보다 더 육중하고 큰 멕 나이트 말입니다.”

“네.”

“기가스의 가치가 부각될지도 모르겠군요.”

“아!”

기가스는 아트라스보다 크고 육중한 기체로 엄청나게 넓고 두꺼운 강철 방패로 마나 진동 화살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실제로 반란군은 기가스 세 대를 앞세워 마나포를 막으며 전진해 노바 남쪽 관문과 서쪽 관문을 장악했다.

“방패 재질도 중요하겠지요. 두껍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나 진동 화살에 맞고 쪼개져 버리면 안 되니까요. 어쨌든 기가스로 방패벽을 세우면 마나포 부대를 운용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더 싸게 먹힐 겁니다.”

가라로슈의 말에 루산은 머릿속으로 가상의 전장이 떠올랐다.

한쪽에서는 마나포 부대, 다른 쪽에서는 방패벽을 세운 채 전진하고 있는 기가스 부대와 그 뒤에서 돌격을 기다리는 멕 나이트들.

마나포는 원거리 명중률이 떨어지고 위력 또한 감소하기 때문에 곡사보다는 직사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게 될 것이다.

일반 멕 나이트보다 훨씬 큰 기가스들이 육중한 방패를 들고 전진하면 그 방패에 마나 진동 화살이 쉴 새 없이 꽂혀 고슴도치 같아 보일 것이다.

‘이미 그것으로 멕 나이트 한 대 가격을 날린 셈이 되는 것이고.’

기가스 파일럿들은 마나 진동 화살이 방패에 꽂히는 충격에 몸체가 들썩여 두려움이 밀려오겠지만, 주어진 임무대로 쉼 없이 전진할 것이다.

그러다 가까이 가게 되면 방패를 일제히 옆으로 돌린다.

방패벽이 열리고 뒤에 대기하고 있던 멕 나이트들이 돌진해 적의 마나포 부대를 호위하고 있던 멕 나이트 부대를 쓸어버리고 마나포를 짓밟아 뭉갠다.

‘확실히 마나포 부대보다는 기가스 방패벽이 비용 면에서는 물론이고 접전을 벌일 때에도 더 나아 보이는데?’

그러나 마나포 부대에 이를 타개할 무기가 존재한다면?

“아라드 왕국에서 골드 라이노라는 기체를 상대한 적이 있는데, 출력이 높고 몸체가 두꺼운데 그럼에도 움직임이 느리지 않아서 상당히 까다롭더군요. 그런 묵직한 돌격형 기체들이 방패벽을 무너뜨리고 그 틈에 마나포가 근접 정밀 사격을 하면 상당히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골드 라이노라, 흐음······. 확실히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마나포를 활용한 야전이 벌어진 것이 최근의 일이라 그런 전술이 제대로 확립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물량도 확보해야 할 것이고요. 그래도 골드 라이노 정도의 기체라면 기가스의 방패를 충분히 들 수 있을 것 같으니 저쪽도 방패벽 전술을 쓸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이제 이쪽에 골드 라이노 같은 돌격형 기체가 만들어져야 균형이 맞지 않겠습니까?”

기가스는 육중한 방패를 들고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강력한 출력과 긴 무기로 위력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동력이 느려 적의 방패벽을 부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필센 제국에도 돌격형 기체가 있기는 있지요?”

“네. 그런데 아우로라 쪽과 달리 크게 활용하지 않아 거의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쪽으로도 한번 생각해 보시죠.”

“흐음······.”

“전쟁 양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필센 제국이 아우로라 대륙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대회전이 자주 일어날 겁니다. 그때는 진형을 무너뜨리는 골드 라이노 같은 돌격형 기체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가라로슈가 얼른 메모했다.

<가볍고 빠른 레오파드 시리즈와는 다른 개념의 돌격형 멕 나이트!>

마나포는 우리 연구소에서 그동안 연구해 온 무기가 아니어서 이제부터 연구에 뛰어들어도 이번 전쟁에서 판매하기 어렵다. 연구를 한다 해도 장기로 보고 시작하는 게 맞다.

게다가 경제적인 비효율을 극복하지 못하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필센 제국의 성향을 보면 공세를 막은 뒤에 반드시 아우로라 대륙을 점령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돌격형 멕 나이트를 반드시 사용하게 될 것이야!

우리는 멕 나이트 기술력이 충분하다.

멕 나이트 샘플도 충분한 편이다.

돌격형 멕 나이트! 그래 개발해 보자!

“알겠습니다, 기사님. 제대로 된 돌격형 멕 나이트를 한번 연구해 보겠습니다.”

가라로슈는 루산과의 대화에서 가프 마법 연구소의 새로운 방향을 결정했다.

자신의 조언이 받아들여지자 루산은 흐뭇하게 웃었다.

“아라드 변경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서둘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바쁘시겠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고 동시에 밀고 나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기사님. 아라드 변경으로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최대한 빠르게 보내도록 하지요.”

가프 마법 연구소가 잘되는 일인데, 마다할 리가 없었다.

“다만 기사님도 아시다시피 우리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있습니다.”

가라로슈의 부탁에 루산은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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