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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61화 (161/450)

161. 북쪽은 춥다고 해서요

161. 북쪽은 춥다고 해서요

3전대 원정 사냥 팀은 접시꽃 분지로 들어가는 통로 하나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육식 괴수 소탕 작업을 시작했다.

루산은 원래 업그레이드된 우르사를 테스트하기 위해 세르펜스를 사냥할 생각이었지만, 괴수 목장을 만들고 육식 괴수를 처치하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해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동원한 레오파드들을 화물 열차에 싣기 전에 정비하고 도색하려면 출발하기로 한 날짜보다 먼저 레이크 시티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레오파드 스피드와 라이트닝이 속도가 빠르고 영악한 중소형 육식 괴수들을 추격해 사냥하는 동안 레오파드 파워는 공격성이 강한 중형 괴수와 대형 괴수들을 해치워 나갔다.

그리고 우르사는 그중에서도 우두머리격인 대형 육식 괴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근처에 시원한 물이 흐르고 초식 괴수들이 많이 뛰어놀아 먹이를 구하기 쉬운 좋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은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우르사가 다가와도 결코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으르렁거리며 다가왔다.

우르사보다 더 키가 크고 묵직해 보이는 타르보 한 마리가 쿵쿵 땅을 울리며 건방진 침입자를 혼내 주기 위해 달려오자 우르사는 대형 철퇴의 마나 진동 기능을 활성화시켰다.

두 손으로 감싸 쥔 손잡이 부분을 제외하고 대형 철퇴의 긴 봉과 거대한 쇠공에 금빛이 일렁였다.

우르사는 대형 철퇴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 강하게 내리쳤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소리 다음에 곧바로 단단하고 두꺼운 것이 무참히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억!

타르보의 두개골이 바스러지면서 머리가 철퇴의 모양대로 함몰됐고, 내리치는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한 괴수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쿵!

단 일격에 펼쳐진 모습이었다.

우르사가 철퇴를 들어 올리자 움푹 파인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아까운 피가!’

그러나 루산은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른 채 테스트를 위해 여전히 대형 철퇴의 마나 진동 기능을 활성화시킨 상태로 달려드는 대형 괴수들을 쓰러뜨렸다.

더 강력해진 엔진 파워, 더 유연해진 관절, 그리고 마나 진동 기능을 탑재한 무기 덕에 괴수들은 강타당한 부위가 푹 꺼진 채로 쓰러졌다.

타르보와 미커는 물론이고 근처에서 서성이던 중형 육식 괴수 데이노와 벨로키 무리까지, 갑자기 발생한 공격 소음에 흥분하여 달려들었다.

우르사는 흉포한 중대형 육식 괴수들 사이에서 금빛이 일렁이는 대형 철퇴를 붕붕 휘두르며 전진해 나갔다.

괴수의 피와 살점이 허공에 흩어져 날리고 몸에 달라붙었지만, 우르사는 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세르펜스 가죽 덕에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해 보였다.

아무리 많은 적이 몰려와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먼 옛날의 원시 전사처럼 우르사는 피와 살점을 온몸에 바른 채 과격한 살육의 시간을 보냈다.

한참 후 그 주위는 쓰러진 육식 괴수들로 가득했다.

“후우-!”

루산은 호흡을 고르는 긴 숨이 토해내고 지시를 내렸다.

[멕 워커들은 들어와서 작업 시작하고, 1소대 레오파드 레오파드 스피드들이 경계를 섭니다.]

[알겠습니다, 전대장님.]

미켈이 루산의 지시를 전하자 분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멕 워커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이번에 육식 괴수를 모두 소탕하지는 못하겠지만, 가능한 한 중대형은 다 잡도록 하죠. 이대로 놔두면 목장이 아니라 녀석들을 위한 먹이 저장소가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이 지역을 빠르게 훑으려면 라이트닝과 스피드가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예요. 내가 나머지 레오파드 파워를 지휘해 평지를 맡을 테니, 스피드와 라이트닝을 지휘해 최대한 소탕하세요.]

[네, 전대장님!]

루산의 명령에 따라 미켈이 레오파드 스피드와 라이트닝을 지휘해 육식 괴수를 유인하고 몰이해 때려잡기 시작했다.

반란에 가담한 파일럿들은 남방군에서 어느 정도 근무한 뒤에 변경에 잠입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은 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오토와 같이 초반에 변경으로 잠입한 기사들은 통상적인 파일럿 은퇴 연령을 훌쩍 넘겼다.

그들은 빠른 주력이 요구되는 스피드와 라이트닝을 타고 계속 달리는 임무가 버거워 가장 먼저 나가떨어졌다.

미켈은 속도가 처지거나 거칠고 힘겨운 숨소리가 마나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파일럿을 귀신같이 알아내어 휴식을 명하고 아직은 힘이 남아 있는 파일럿들 위주로 육식 괴수 소탕 임무를 수행해 나갔다.

이번 작전을 계기로 그는 어느 파일럿을 어떤 기체에 태우는 것이 좋은지 판단해 나갔다.

마음속으로 부대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고 사냥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3전대를 재편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3전대 원정 사냥 팀은 최대한 빠르게 접시꽃 분지 내의 중대형 육식 괴수들을 휩쓸고 나서 다시 통로를 막은 뒤 철수했다.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빠르게 복귀합니다.]

[알겠습니다, 전대장님.]

멕 나이트 30여 대, 탐탐 정찰병 20여 명, 멕 워커 50여 대로 이루어진 원정 사냥 팀의 이동을 지휘하는 것도 루산은 미켈에게 맡겼다.

초원을 지나고, 늪지대를 건너고, 울창한 밀림을 통과하면서도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루산은 미켈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복귀하는 길에 야영을 할 때 루산은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만 따로 모아 말했다.

“가족에게 연락할 사람은 편지를 쓰세요. 이곳 위치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담지 말고. 생활비를 보내고 싶은 사람도 말하세요. 원하는 액수만큼 급료에서 제하고 보내 주겠습니다.”

파일럿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오토가 파일럿들을 대표해 물었다.

“아라드 왕국 전쟁에 참전한 파일럿들은 이미 그렇게 했어요. 강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원하는 사람만 그렇게 하세요.”

“음!”

루산은 그들이 고민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에 농간을 부릴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자칫 발각되기라도 하면 가족들이 고초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레이크 시티로 복귀한 뒤 그들은 남쪽 전선으로 갔다가 돌아온 동지들에게 물었다.

절반 이상이 편지를 쓰고 생활비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8구역에 뒤늦게 들어와 이번에 원정 사냥을 함께 다녀온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도 루산에게 편지를 넘겨주고 생활비를 부탁하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파일럿들이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루산은 소재를 들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일일이 다시 읽어 보고, 가족들에게 보내고 싶은 금액을 기록해 스텐커에게 부쳤다.

<조심스럽게 이 편지를 전달해 주세요. 답장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받아 주세요. 그리고 노바에서 돕고 있는 사람들 가족에게도 편지와 생활비를 보낼 의향이 있는지 의향을 묻고 도와주도록 하세요. 소요되는 자금은 사장님에게 말하면 내줄 겁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텐커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보았다.

편지와 생활비 목록을 넣은 소포를 보낸 뒤 루산은 가라로슈를 만나러 갔다.

***

“···괴수 목장이라고요?”

“네.”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오로지 이동만 신경 쓰고 빠르게 움직이면 열흘 안팎인데,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의 유속이 빠르고 늪지가 넓어지면 두 배도 더 걸릴 테고, 땅이 바짝 말라 있으면 닷새 만에도 갈 수 있겠죠.”

가라로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했다.

“괴수 목장은 시도를 해 온 역사가 있습니다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저도 압니다.”

관리와 안전 문제, 경제성 문제가 가장 컸다.

초식 괴수가 하루에 먹는 풀과 나뭇잎의 양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좁은 지역에서는 키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소를 키우는 것처럼 사람이 꼴을 베어다 줄 수도 없었다.

드넓은 초지를 품고 있으면서 관리가 용이한 땅이 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땅이 넓으면 말이 목축이지 사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지역은 상당히 괜찮은 것 같아서요.”

“기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우리 쪽에서 최대한 빠르게 마법사와 엔지니어를 보내 상황을 살피고 공급량을 추산해 보도록 하지요.”

“고맙습니다, 가라로슈 님.”

“고맙기는요. 저희가 고맙죠.”

마나 연료로 기반을 다진 가프 마법 연구소로서는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늘 중요한 관심사였다.

“생산 시설이 아니라 저장소만 지으면 된다는 말씀입니까?”

“생산 시설 공사를 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해서요. 레이크 시티 레오파드 생산 기지도 아직 증설 공사가 한창인데 거기까지 판을 넓히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중간에 험지가 많아 개척민을 이주시키기도 어렵습니다. 오로지 목장 관리와 괴수 사냥의 편의를 돕기 위한 전진 기지를 세울 생각입니다. 혈액 부패 방지용 저장소나 각종 부산물 보관을 위한 창고가 필요합니다. 숙소나 나머지 건물, 방어벽 공사는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기사님.”

루산은 시설뿐 아니라 필요한 멕 나이트 소요에 대해서도 말했다.

“목장을 둘러싼 능선을 둘러보며 감시하고 목장 내 중소형 육식 괴수들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레오파드 라이트닝이 상당히 많이 필요합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목장 관리 외에도 접시꽃 분지 외곽의 넓은 초지에서 사냥할 수도 있고요.”

“몇 대나 필요하십니까?”

“라이트닝이 서른 대 정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른 대나요?”

“목장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목장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정찰하고 또 반달 호수 지역 서쪽과 남쪽, 북서쪽 탐사를 제대로 하려면 장기적으로 그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반달 호수 지역은 이제 괴수 사냥이 거의 끝물이었다.

산을 넘어오는 중소형 괴수와 호수에 사는 수중 괴수들이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였다.

원시의 땅 깊숙이 원정 사냥을 나갈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레오파드 스피드와 파워도 많으면 좋겠지만, 그건 우선적으로 전선으로 가야 할 테니 여유가 될 때 받기로 하고 우선적으로 라이트닝 보급을 우선적으로 해 주세요.”

“그래도 서른 대는 무리입니다.”

“그럼 일단 열 대만 빼 주시고 나머지는 차례차례 되는 대로 해 주세요.”

루산이 라이트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었다.

가프 마법 연구소는 8군단과 협정을 맺어 레오파드를 원가에 공급하기로 했다.

그래서 4만 골드 수준으로 레오파드 라이트닝을 구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이언 워리어에 비교해서 무게가 0.23에 불과하고 엔진 출력은 0.6밖에 되지 않는 레오파드 라이트닝은, 연료비가 아이언 워리어의 3분의 1도 들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 낮은 유지비, 빠른 기동력을 갖춘 라이트닝.

변경에서 괴수를 상대하는 일과 전장에서 적 멕 나이트를 상대하는 일을 겸하려면 레오파드 파워나 스피드가 훨씬 낫지만, 오로지 변경에서만 사용할 것이라면 라이트닝이 더 나았다.

그래서 루산은 장차 변경 멕의 3분의 2를 이 기체로 채울 생각이었다.

그래도 괴수 사냥과 안전 확보에 지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알겠습니다, 기사님. 최대한 애써 보겠습니다.”

루산은 가라로슈와의 면담 결과를 가지고 율리안을 만나 접시꽃 분지의 괴수 목장 프로젝트에 대해 보고했다.

“흥미롭군요. 성공하길 바랍니다.”

“네, 통치자님.”

레이크 시티로 돌아온 루산은 켐니츠에게 접시꽃 분지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미켈에게 3전대의 레오파드 라이트닝 7대와 중고 아이언 워리어 3대를 맡겨 접시꽃 분지 목장 관리를 지시했다.

“켐니츠, 접시꽃 분지를 최대한 지원해 줘요.”

“알았어. 그렇게 하지.”

“그리고 레이크 시티와 3전대를 다시 맡아 줘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남쪽에 이어 북쪽이라, 자네도 편하게 살 팔자는 아닌가 봐.”

“그러게 말이에요.”

루산은 엷게 웃으며 켐니츠와 작별하고 레이크 역으로 갔다.

바이크와 시에나가 불룩한 배낭을 메고 기다리고 있었다.

“피난 가냐?”

루산의 핀잔에 바이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북쪽은 춥다고 해서요.”

곧바로 시에나가 말했다.

“바이크가 춥다고 해서······.”

“후후, 알았다.”

그들은 화차에 레오파드를 잔뜩 실은 특별 수송 열차를 타고 레이크 시티를 떠났다.

북쪽 전선.

춥다고 소문이 난 그 땅을 향해 마나 열차는 닷새 넘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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