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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74화 (174/450)

174. 자동 마차 시장에 진출해 보려고요

174. 자동 마차 시장에 진출해 보려고요

상공인 연합회 회관에서 기자 회견이 열렸다.

단상에 오른 사람은 모두 열두 명.

공업 은행장 안스탈이 대출 사기로 집어삼켰다가 팔아넘긴 회사가 다섯 개인데, 그 회사들의 사장뿐 아니라 자금 담당자들까지 참석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며 안스탈을 성토했다.

발표가 끝나고 기자가 질문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이, 그 정도 피해를 입었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관련 부처에 탄원을 넣어야 하지 않습니까? 왜 당하고 가만히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당연히 했죠. 왜 안 했겠어요? 배포한 자료를 보시면 고발 사건을 접수한 날짜, 담당 경찰관, 그리고 재무부에 민원을 넣은 날짜, 각종 소송을 제기한 날짜, 다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는 진행하던 담당 형사가 자꾸 바뀌고, 재무부 민원은 유야무야, 소송은 다 패소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정부는 대체 무얼 하는 겁니까? 기술력 하나로 열심히 회사를 일구어 보려는 사람들을 이렇게 무참히 무너뜨려도 되는겁니까? 그런 짓을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 비호해 준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어요?”

포이어 바겐.

코끼리 자동 마차의 전신인 씽씽 자동 마차 사장의 아들이었다.

사기 사건 이후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동분서주해 온 그는 그동안 이 사건을 외면해 온 정부와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 스텐커가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후 바덴과 만나게 되었다.

포이어는, 기술자 출신으로 오로지 기술밖에 모르던 아버지와 달리 상당히 수완이 좋고 정치적 감각까지 지닌 인물이었다.

판을 깔아 준 바덴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그는 자신이 확보한 자료와 스텐커가 넘겨준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히 회견을 준비한 뒤 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자극적 표현들을 미리 구상해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그의 주도로 기자 회견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안스탈은 도망갈 곳이 없었다.

그동안 조사와 수사를 미온적으로 한 경찰, 검찰, 은행을 감독할 권한을 지닌 재무부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회견장 뒤에서 내용을 모두 들은 스텐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상공인 연합회 회관에서 나와 길옆에 대기하고 있던 바덴의 자동 마차로 다가갔다.

바덴이 창문을 살짝 내렸다.

“포이어가 잘하더군요. 내일 아침 신문에 은행과 재무부를 비난하는 기사가 넘쳐날 겁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이거 원본인가요?”

바덴이 두툼한 봉투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오늘 아침에 스텐커로부터 받은 코끼리 자동 마차의 상납 장부.

어제 코끼리 자동 마차 본사와 사장의 주택을 급습한 그리마가 찾은 것이었다.

그는 장부를 찾아 스텐커에게 넘겨준 뒤에도 남아 있는 불법의 증거를 찾는다고 사장을 붙잡아 두고 있었다.

재무대신에게 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재무대신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네. 원본이라고 들었습니다. 내용을 옮겨 적을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먼저 가 볼게요.”

“네, 조심히 가십시오.”

바덴이 탄 자동 마차가 떠나자 스텐커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 다른 골목에 주차해 둔 자신의 자동 마차로 걸어갔다.

그의 조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우린 뭘 하죠?”

“울름 남작 뒤를 밟아볼까?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군.”

울름 남작은 오베론 공작의 심복으로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스텐커의 조수가 자동 마차를 출발시켰다.

***

바덴을 태운 자동 마차는 대학로 노천카페 거리로 갔다.

나무 그늘 아래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었지만, 여름날 오후는 여전히 무더웠다.

간간이 젊은 대학생 커플들이 잎이 무성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매미들의 사랑 노래를 들으며 날씨에 신경 쓰지 않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으나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바덴은 약속한 가게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찾았다.

세련된 차림을 한 중년의 신사가 그늘막 아래 테이블에서 신문을 펼쳐 읽고 있었다.

그 주위로 경호원과 비서로 보이는 사람들이 날카롭게 사방을 주시하며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바덴은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다가갔다.

비서와 경호원의 시선이 바덴에게로 쏠렸다.

“안녕하십니까, 상무대신 각하.”

신사가 고개를 들었다.

상무대신 벤야민 스트라스였다.

“과례는 생략합시다. 각하 대신 님을 붙이는 게 적당하겠군요. 고슬라 사장 맞죠?”

“네, 맞습니다. 대신님.”

“앉아요, 고슬라 사장. 시원하게 아이스티 한 잔 시킬까요?”

“네, 감사합니다.”

뒤에서 듣고 있던 비서가 재빨리 가서 주문을 했다.

“이렇게 확 트인 곳을 약속 장소로 잡을 줄 몰랐어요. 좀 더운 것이 흠이지만, 오랜만에 대학 시절 생각도 나고, 나쁘지 않군요.”

상무대신이 가벼운 이야기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런 데서 만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청사 옆 식당가나 고급 레스토랑이 주목을 더 끌지 않을까요?”

“맞는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고슬라 사장에 대한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와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분일 줄은 몰랐군요.”

바덴은 미소를 지을 뿐 대꾸하지 않았다.

어떤 소문일지 능히 짐작이 되었지만, 굳이 바로잡기 위해 애를 쓸 필요는 없었다.

그때 종업원이 아이스티를 가져왔다.

그러자 비서와 경호원들이 대화를 듣지 않기 위해 더 뒤쪽에 있는 자리로 물러앉았다.

상무대신이 아이스티를 한 모금 입안에 머금고 잠시 청량감을 느끼다 말했다.

“남들은 내 자리를 부러워할지 몰라도 사실 아주 피곤한 자리예요. 별의별 청탁이 다 들어오거든. 고슬라 사장은 그런 일로 내 시간을 빼앗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말투는 온건했지만, 내용은 얼음 칼날처럼 차갑고 날카로웠다.

바덴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지금 각종 비리 혐의로 체포된 공업 은행장이 재무대신에게 바친 코끼리 자동 마차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 코끼리 자동 마차에서 재무대신에게 꾸준히 갖다 바친 현금 내역입니다.”

벤야민이 순간 멈칫했다.

그러나 이내 서둘러 봉투에서 장부를 꺼내 훑었다.

엄청난 액수들이 기록된 이 장부의 의미에 짓눌려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음······!”

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 일어났다.

한참 후에 벤야민이 바덴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물었다.

“이걸 나한테 준 이유가 뭡니까?”

“상거래는 신뢰의 바탕 위에서 발달하는 게 아니겠어요? 신뢰가 없다면 모든 상인은 무장을 해야 할 것이고, 끊임없이 상대를 의심하고 감시하고 확인해야 할 겁니다.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해 결국 상업의 발달은 지체되고 말겠죠. 그러니 대형 은행의 이런 부정행위는 철저히 단죄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익을 위해서 말이죠.”

원론이고 정론이라 바덴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국익을 위해서다?”

“네. 믿음을 쌓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죠. 이 사태를 방치하면 정부에 대한 믿음이 크게 약화될 겁니다. 어려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때, 스스로 국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해서야 되겠어요?”

“으음! 애국자시로군.”

방금 한 말이 진심이라면 감탄한 것이고, 진심이 아니라면 비꼬는 것이었다.

바덴은 그렇게 이해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주무부 관할이 잘못되어 일어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무대신님.”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상업을 진흥하고 신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상무부가 은행을 관장했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상거래를 자유롭게 풀어 주면서도 신뢰 저해 행위를 엄격히 관리했을 겁니다.”

노골적인 아부가 아니라 은근히 상무부를 띄우는 말이었다.

상무대신으로서는 당연히 듣기에 좋았다.

“그건 그렇지요.”

“원래 재무부 소관도 아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구조가 잘못되어 집이 무너졌다면, 새로 세울 때 구조를 바로잡아야 다시 무너지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일을 기화로 은행 관할을 상무부로 옮겨라?”

벤야민의 얼굴에 감탄과 경계의 빛이 동시에 떠올랐다.

일개 사장, 그것도 나이도 어린 여자 사장이 정부 관할 범위를 조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스케일이 대단하구나! 대체 뭘 믿고 이러지? 무엇을 원하는 거야? 이렇게 해서 무슨 이익을 얻으려는 것인가?’

단순히 국익을 위해 재무대신을 공격하고 정부 조직도를 바꾸려 한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인 가문에서 태어나 상무대신 자리에 오른 벤야민으로서는 이익 없이 행동한다는 말을 더욱 믿을 수 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오가는데, 좀 더 솔직해 봅시다. 대체 뭘 원하는 겁니까?”

마침내 중요한 순간이 왔다.

바덴은 아이스티로 입술을 축이고 말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는 말씀은 믿어 주셨으면 합니다.”

“뭐, 그야 믿습니다.”

벤야민이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눈빛으로 진실한 답변을 하라고 재촉했다.

바덴은 그가 원하는 진실을 들려주기로 했다.

“공업 은행장이 재무대신에게 넘겨준 코끼리 자동 마차는 사실 씽씽 자동 마차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그걸 빼앗아 쪼갰다가 관련된 작은 회사를 합치는 식으로 세탁해 만든 게 코끼리 자동 마차죠. 씽씽 자동 마차의 사장은 회사를 돌려받기를 원합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대로 돌려주게 되면, 다시 말해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면, 중간에 여러 번 세탁하는 과정을 모르고 개입한 제3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나오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법률적으로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생기게 되죠. 우리 법은 중간에 개입한 선의의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걸 소송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씽씽 자동 마차의 사장은 코끼리 자동 마차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벤야민은 바덴의 말을 이해했다.

씽씽 자동 마차와 코끼리 자동 마차는 완전히 동일하지 않았다.

세탁 과정을 거치며 회사의 일부는 떨어져 나갔고, 일부는 새로 추가되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소유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송 없이 코끼리 자동 마차를 씽씽 자동 마차 사장에게 넘겨주도록 힘을 써 주시길 바랍니다.”

“흐음······!”

법적으로 처리하려면 상당히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사실적으로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코끼리 자동 마차를 씽씽 자동 마차 사장에게 주면 되는 것이다.

벤야민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어쨌든 그 피해자에게 코끼리 자동 마차를 넘겨준다고 합시다. 그러면 고슬라 사장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저는 코끼리 자동 마차를 더 키워서 군수 시장뿐 아니라 민간 시장에도 진출해 볼 생각입니다.”

“······!”

“연구 개발은 기존 씽씽 자동 마차 사람들에게 맡기고 판매, 운영을 맡아 보려 합니다.”

“코끼리 자동 마차를 바탕으로 자동 마차 시장에 진출해 보겠다는 겁니까?”

“네.”

바덴이 벤야민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오호!”

그제야 벤야민은 의아함이 모두 풀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익 없이 나설 리가 있나? 노리는 게 이거였군!’

재무대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 마차 회사를 원주인에게 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재무대신이 죄를 지었다 해도 법적으로 처리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것을 권력의 힘으로 간단히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 투자해 자동 마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말하자면 일종의 청탁이었다.

그러나 재무대신을 끌어내리고 은행 관할권을 가져올 수단을 바쳤기 때문에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었다.

“하하하! 확실히 소문대로 통이 크시군요. 받아들이죠. 오늘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이만 돌아가 봐야겠어요. 하지만, 다음에 꼭 다시 만납시다. 궁금한 게 많으니까요.”

벤야민이 봉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덴도 얼른 일어나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상무대신님.”

상무대신이 떠나고, 바덴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람은 보통 이익을 추구한다는 말을 진실이라고 믿고 올바름을 추구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벤야민 역시 마찬가지, 사업가가 국익을 위해 이 위험한 파워 게임에 뛰어들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반면 자동 마차 사업 진출을 위해서라는 말은 단박에 믿고 만족스러워하며 떠났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바덴이 철저히 의도한 것이었다.

황제와 공작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서라는 본래 목적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공업 은행장과 상업 은행장을 다 끌어내리고 재무대신까지 치면 공작은 황제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동 마차 사업 진출 계획이 이러한 목적을 숨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 자동 마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고, 전쟁이 아우로라 대륙으로 확대되면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자동 마차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 섰던 것이다.

이미 포이어 바겐과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여기요!”

바덴의 부름에 종업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네, 손님.”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 더 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덴은 미지근해진 아이스티를 멀찍이 밀고 새로 한 잔을 시켜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원함을 즐겼다.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커플들은 더위 속에서도 무엇이 재밌는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바덴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어디서 뭘 하나요?’

루산과 이 자리에서 사랑을 속삭이듯 사업 이야기를 나누던 그날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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