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이것이야말로 제국의 놀라운 선진 기술
180. 이것이야말로 제국의 놀라운 선진 기술
바덴은 슈텐달 남작을 만났다.
투자자는 아니지만, 상무대신이 생각하는 투자자로 내세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그 역시 사기 피해를 당할 뻔했지만, 기지를 발휘해 피해를 면했을 뿐 아니라 사기를 치려는 측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척하며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아 지금의 피닉스 제철을 일구어 낸 영리한 사업가.
그렇게 이해하기 딱 좋았다.
“정말로 충성스러운 신하라면 일단 보고를 하는 게 우선이겠죠. 판단은 자신의 상사, 그러니까 황제께 맡겨야죠. 그 정도 대형 비위 사건을 자신의 판단으로 황제에게 보고하지 않고 묻은 채로 오베론 공작의 기반을 무너뜨릴 계획을 꾸미는 건 문제가 있어요.”
“자기 계산이 있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렇지 않을까요?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사익을 전혀 배제한 충성심만으로 그런 제안을 해 왔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고슬라 사장은 협력하겠다는 겁니까? 야심만만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목적이 다를지 몰라도 대상은 같으니까요.”
“음!”
슈텐달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돈에는 이름이 없으니까요.”
사업하는 사람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구별해서 상대할 수는 없었다.
빵을 파는 사람은 가게에 들어와서 빵을 사는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 인격을 따지지 않는다.
“돈에는 이름이 없어도 그래서 그 돈을 쥐고 있는 건 결국 사람이에요.”
슈텐달 남작이 충고했다.
경쟁자를 잘못 고르면 이쪽이 박살이 날 수 있고,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면 소비자가 외면할 수도 있다.
돈은 의지와 감정이 없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의지와 감정이 있어 그에 따라 도구를 사용할 것이다.
이번에는 바덴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생각이에요.”
“어떻게 말이오?”
“저는 조용히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게 좋겠어요.”
오베론 가문의 주요 사업들과 겹치는 것이 많지 않았고, 겹친다 해도 아직 규모가 작아서 싸울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오베론 가문은 아직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았다.
피해 가문들과의 연결 고리를 파악했다면 이미 견제가 들어왔을 것이다.
상무대신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시점에 굳이 나서서 오베론 공작의 주목을 끌 필요는 없었다.
“일단 피닉스 제철이 나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나서는 게 낫다?”
“네, 남작님. 아마도 피닉스 제철은 사기 시도가 실패한 뒤에도 거액의 대출을 받아 대규모 제철소를 차렸을 때부터 주목하고 있었을 거예요. 피닉스 제철이 오베론 가문의 사업을 공격한다 해도 그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겁니다.”
루산도 전에 이렇게 말했다.
슈텐달 남작이 피닉스 제철로 밝은 곳에서 드러나게 활동하는 동안 루산은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오베론 가문의 약점을 파악해 공격하는 것이 좋겠다고.
루산과 바덴의 연결 고리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바덴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닉스 제철이 선봉에 서서 오베론 가문과 세상의 주목을 끄는 동안 바덴이 힘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 제국 중부의 광산들은 여러 회사들이 나눠 갖고 있지만, 남부의 광산들은 오베론 가문이 꽉 쥐고 있어요. 그것으로 오베론 제철이 엄청난 양의 철강을 생산하고, 거기서 나온 철강이 오베론 공단에 있는 많은 업체들에 공급되죠.”
“맞소.”
“피닉스 제철에서 부르사 철광석을 더 많이 들여오는 겁니다. 다른 회사들이 부르사 철광석에 관심을 기울이기 전에, 그리고 부르사 사람들이 철광석 가격을 올리기 전에 전부 계약해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단가가 낮은 철광석을 잔뜩 들여온다?”
“네. 광산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겠죠. 철광 수요가 급증해 국내산 철광석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까요.”
“하지만, 고슬라 사장도 잘 알다시피 우리의 부르사 왕국의 철광석은 전쟁에 크게 영향을 받아요. 어찌 될는지 모른다는 것이오.”
해전에서 패한다거나 아우로라 연합이 부르가스를 공격하기 위해 부르사를 침공하기라도 한다면 부르사 왕국의 철광석에 투자한 자금은 전부 날리는 셈이 된다.
“이건 필센 제국을 믿을 수밖에요.”
“허허!”
“모든 걸 다 알고 사업할 수는 없어요.”
“그건 그렇소만······.”
“그럴 경우를 대비해 전에 말씀하신 아라드 왕국 광산 개발을 서두르는 겁니다.”
“음!”
“남부선 철도가 아라드 왕국 국경까지 나 있으니 그 다음 구간만 도로를 건설하든 철로를 건설하든 하면 됩니다. 인건비도 싸고 국가 재건 비용도 필요하니 아라드 왕국에서도 적극 협조해 줄 겁니다.”
“그 땅도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니지 않소? 거기도 많은 자금을 투자했다 다시 전선이 밀리면······.”
“아우로라 연합이 워낙 거세게 저항하고 있어 룬드 항을 함락하는 게 쉽지 않다지만, 우리 제국 남방군이 일부러 져 주지 않는 한 룬드 지방 서쪽으로 밀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슈텐달 남작은 바덴의 준비성과 정보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변경 8구역 광산 개발에도 자금과 인력을 더 쏟아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쪽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소.”
레오파드 생산 기지에 공급하는 철강의 운반비를 절약하기 위해 레이크 시티 공단에 작은 규모의 제철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다.
그에 맞춰 광산 개발을 서두르는 중이었다.
“잘됐어요. 남작님, 피닉스 제철이 제3공장까지 건설하고 있지 않습니까?”
“맞아요. 제4공장 부지 확보를 서두르고 있지요.”
“제6공장까지 한꺼번에 가시죠.”
“······!”
슈텐달 남작의 눈이 확 뜨였다.
그러나 바덴은 이미 충분한 계산을 해 보고 왔다.
“어차피 단가 경쟁에서 승리할 겁니다. 제3공장까지 완공하고 풀가동을 해도 브레머 공단 수요, 노바 동부 공업 지구 수요를 다 대지 못해요.”
“음!”
“게다가 이건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덴이 목소리를 낮추어서 비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라드 왕국 변경 개발권을 가프 마법 연구소가 따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는 자재와 기계 설비들을 우리가 대기로 했습니다. 원시의 땅으로 돌아서 가기로 했기 때문에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죠.”
“오!”
“정직한 기계 그룹의 철강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겁니다. 게다가 붐붐 자동차도 피닉스 제철의 강판을 쓸 생각이에요. 요구 조건에 맞게 생산만 해 주신다면 말이죠.”
슈텐달 남작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피닉스 제철이 다른 제철소들보다 저렴하게 물량을 쏟아낸다면 기존의 제철소들은 다 타격을 받을 겁니다. 오베론 제철과 거기서 물량을 받는 오베론 공단의 공장들도 마찬가지가 될 거예요.”
바덴은 그 이후의 계획도 설명했다.
“제6공장까지 짓고 나면 8구역까지 일곱 개의 제철 공장을 운영하게 되는데, 거기까지 체제를 갖추면 신규 공장 건설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 생산 물량이면 기존의 제철소 몇 개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거예요. 브레머, 노바, 중부 산지 제철소들 중에 있겠죠. 그걸 인수해서 비용 절감 설비를 도입해 확장해 가는 겁니다.”
슈텐달 남작의 머릿속에 필센 제국 전도가 나오고 제철소들의 위치가 찍혔다.
그런데 그 제철소들이 피닉스 표시로 바뀌어 갔다.
“필센 제국이 승전을 거둔다면 슈텐달 공단의 여섯 개 제철 공장에서 나오는 물량은 모두 수출용이 되겠죠.”
바덴의 말을 들을수록 슈텐달 남작은 가슴이 더욱 벌렁거렸다.
“최대한 빨리, 더 많은 철강을 생산하세요. 모두 팔리도록 돕겠습니다.”
바덴의 말이 끝나자 슈텐달 남작은 현실로 돌아왔다.
“고슬라 사장, 문제는 자금이 아니겠어요? 최근에 피해 가문들의 투자로 숨통이 트였다지만, 한꺼번에 그 많은 일을 진행할 자금이 없어요. 고슬라 사장도 알다시피 피닉스 제철은 대출이 안 됩니다.”
제철 사업은 공장 건설, 설비 건설, 광산 개발, 철광 매입 등 한 번 투자할 때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피닉스 제철은 공업 은행의 사기 계획에 따라 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대출을 다 받았기 때문에 은행 대출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덴은 슈텐달 남작의 말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일단 전에 남작님께 빌린 자금을 갚겠습니다.”
루산이 레오파드 획득 시험에 참가하던 중 바덴에게 레오파드 부품 납품 업체들에 최대한 투자하라고 지시했고, 그때 피닉스 제철의 자금을 빌린 적이 있었다.
그 자금을 모두 상환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회사로 들어오는 수입은 필요한 금액을 빼고 모두 피닉스 제철로 밀어드리겠습니다.”
반달 그룹과 정직한 기계 그룹이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라 현금이 들어오고 있었다.
용감한 나라는 아직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았지만, 생산과 판매망을 갖춰 추가 지출 소요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되겠소? 식품 공장도 계속 짓고, 브레이브 랜드도 늘리고, 자동차 공장도 새로 짓는다고 하지 않았소?”
슈텐달 남작은 바덴에게 과연 그럴 만한 여력이 있는지 걱정하면서도 놀랐다.
바덴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행히 우리는 아직 은행 대출이 됩니다. 담보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정 곤란하면 상무대신을 이용하려고요. 그 사람이 직접 한 말이 있으니 도움을 주겠죠.”
정 안 되면 루산에게 다시 부탁할 생각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도 돈을 받아 내려면 사업이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빌려주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허허허!”
바덴의 대범함에 슈텐달 남작은 감탄했다.
“지금은 제철소를 최대한 키울 때라고 생각해요. 최적의 시기죠.”
겉으로 피닉스 제철을 크게 키워 부각시킨다.
피닉스 제철은 전쟁 특수와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크게 성장해 오베론 공작의 사업을 깎아 나갈 것이다.
식품과 장난감은 숨 쉬는 공기처럼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때쯤 되면 푼돈처럼 여겨지던 식품과 장난감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거대 설비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커져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
바덴은 그렇게 생각했다.
“해 보겠소! 내가 앞장서지요.”
피닉스 제철을 키워 오베론 공작의 기반 사업과 충돌하는 일.
슈텐달 남작은 바덴의 계획에 기꺼이 따르기로 했다.
***
까까아-
까까아-
질주를 멈춘 신타르 두 마리가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을 쳤다.
“이제 좀 알아서 찾아 먹으면 안 되겠니?”
하루 종일 신타르를 타고 정찰에 나서느라 지친 바이크가 굵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아 간편식 레오파드를 씹으며 투덜거렸다.
신타르들이 그런 바이크를 쳐다보다 다시 울음소리를 냈다.
까까아-
까까아-
‘너는 처먹으면서 왜 우리는 굶기느냐?’
마치 그러는 것 같았다.
“쳇!”
바이크는 할 수 없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쉬고 있어. 내가 할게.”
보로츠 사냥 팀 소속의 젊은 정찰병 트라비가 역시 간편식 하나를 먹다 말고 일어나며 말했다.
그는 아라네 거미줄에 걸려 있다 레오파드 전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이후 이스타드 해방 작전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간편식도 좋아했다.
이스타드 변경에서는 원정 사냥을 나가면 누군가가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규모가 큰 사냥 팀에는 요리사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경력이 짧은 막내들이 맡았다.
험한 원시의 땅을 돌아다니고 괴수의 침과 피로 엉망이 된 상태로 남들이 다 쉴 때 요리를 하는 것은 얼마나 귀찮고 힘든 일인지 모른다.
입맛이 까다로운 리더나 고참을 만나면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필센 제국군은 요리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간편하고 맛있는 음식을 가져왔다.
‘이것이야말로 제국의 놀라운 선진 기술이야!’
트라비는 특히 간편식 레오파드 딸기 맛이 좋았다.
북방에서 딸기는 흔한 과일이 아니었고, 변경에서는 구경한 적도 없었다.
바이크는 이기적이고 잘난 체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딸기 맛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기꺼이 바꿔 주는 좋은 사람이라 이 정도 일을 돕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트라비는 신타르 두 마리의 고삐를 쥐고 썩은 나무나 초식 동물의 똥 무더기로 끌고 갔다.
그곳에는 원시의 땅만큼 거대하고 특이한 벌레들이 득실거렸고, 신타르들은 게걸스럽게 그 벌레들을 먹었다.
덩치가 커서 많은 벌레를 먹어야 했기에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원시의 땅에 썩은 나무와 풀, 괴수의 똥은 흔한 것이었다.
잠시 후 트라비가 신타르 두 마리를 다시 끌고 돌아왔다.
까까아-
바이크가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졸고 있다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트라비가 친근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와 물었다.
“근데 바이크, 궁금한 게 있는데······.”
“아함~! 퉤퉤! 으이, 씨!”
나무 위에서 벌레 하나가 떨어져 하품을 하던 바이크의 입으로 쏙 들어가자 바이크가 기겁하여 벌레를 뱉으며 인상을 썼다.
“뭔데, 궁금한 게?”
“그게, 나도 멕 나이트 파일럿이 될 수 있을까?”
“안 될 것도 없지. 멕 워커 파일럿이나 정찰병으로 일하다가도 멕 나이트 파일럿이 되니까. 변경에서는.”
그 정도는 트라비도 알고 있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이번에 아우로라 놈들한테 멕 나이트를 많이 빼앗으면 그중 하나를 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뭐, 아주 많이 획득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멕 나이트를 타고 움직이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트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잘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문제이긴 해. 어릴 때부터 수련을 해 온 기사나 평생 농사만 지어 온 농부나 대검을 쥐고 휘두를 수는 있지. 그런데 누가 더 잘 다루겠어?”
“음······.”
“상대가 안 돼. 농부 열 명이 달려들어도 싸우는 법을 모르면 마구잡이로 달려들다 기사한테 다 죽고 말 거야. 멕 나이트도 그런 거지. 어쩌면 차이가 더 심해질지도 모르고.”
트라비의 얼굴이 풀 죽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귀찮을 일을 대신해 주는 착한 친구가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이자 바이크는 괜히 미안해졌다.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할 것도 없어. 괴수 잡는 데는 별 차이도 없으니까. 적 파일럿과 싸울 때가 문제이긴 한데, 원한다면 내가 수련을 도와주지. 사실 우리 대장님이 엄청난 실력자거든. 멕 나이트를 타면 혼자서 적진을 쓸어버리시지.”
트라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우리 대장님한테 직접 배우는, 말하자면 음···, 수제자 정도 되고. 그러니 내가 가르쳐 줄게.”
“정말?”
“그럼! 하지만, 조금 힘들고 괴로울 거야. 버틸 수 있지?”
“그럼!”
수제자인지는 몰라도 루산에게 배웠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바이크의 실력이 워낙 형편없어서 루산은 새벽마다 클라크와 함께 검술 기초 훈련을 시켰던 것이다.
바이크는 이스타드 변경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말 잘 듣는 부하를 만들기로 했다.
“내일부터 시작하자. 그럼 가 볼까?”
“좋아!”
두 사람은 다시 신타르를 타고 달렸다.
이 변경 땅에 흩어져 괴수 사냥을 하고 있는 아우로라 사냥 팀이 어디에 있는지 정찰하는 임무를 맡았던 것이다.
물론 두 사람뿐 아니라 이스타드 출신 정찰병들이 대거 동원되었다.
후방에 아우로라 멕 나이트를 두고 본부를 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북방의 가을은 남쪽보다 훨씬 빨리 찾아와 활엽수들이 알록달록 색을 바꾸었고, 침엽수들은 누렇게 빛을 바랬다.
아름다웠지만, 잠복해 있는 괴수들을 발견하기가 더 까다로웠다.
그럼에도 신타르를 타고 질주하던 이스타드 출신의 젊은 정찰병은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마냥 들뜬 표정이었다.
“그런데 바이크!”
“왜?”
반면 이스타드 변경이 낯선 바이크는 덤불숲에서 괴수가 뛰쳐나올까 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달리고 있었다.
“공을 많이 세우면 멕 나이트를 받을 수 있을까? 아우로라 놈들한테 획득한 것 말이야.”
“야!”
바이크가 소리를 질렀다.
“어?”
“장난 지금 나랑 하냐?”
“응?”
“멕 나이트가 한두 푼이야?”
“아!”
“그 많은 공을 세웠지만, 나도 보상으로 멕 나이트를 받아 본 적이 없어!”
“그렇구나.”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마.”
“응?”
“우리 대장님이 보상에 인색한 것 같아도 또 너그러운 면이 있거든. 그러니 일단 내 말이나 잘 들으라고.”
“음! 알았어!”
순진한 북방의 청년은 바이크의 말을 잘 듣기로 다짐하고 낙엽 쌓인 변경의 숲을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