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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86화 (186/450)

186. 국익을 위해서

186. 국익을 위해서

오베론 공작은 밤 10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전쟁은 전선의 군인들이 수행하지만, 그들이 전투를 잘하려면 무기와 물자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국 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했고, 오베론 공작이 바로 정부를 총괄했다.

전쟁뿐 아니라 국내 민생도 살펴야 했다.

징집되어 전선으로 떠난 병력을 대신할 노동력 공급 방안, 치안 문제, 생필품 공급 문제를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가 매일 끊이지 않았다.

간간이 황제가 어전 회의를 주재하는 날이면 준비할 일이 많았다.

황제의 비서들은 정부의 일을 거의 모두 파악하고 있었고 정부에서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정보들을 입수하는 통로가 따로 있어서 황제의 질문과 지시는 무척 날카로웠다.

이러한 어전 회의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정부 내에서 권위가 떨어져 신료들이 깔보기 때문에 오베론 공작은 제국 내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이를 위해 귀가 후에도 그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공작가의 가신 그룹, 보좌 그룹이 국내외의 현안, 전쟁 상황, 경제와 정치, 중요한 정보를 입수해 보고하고 주요 쟁점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가신 그룹, 보좌 그룹은 오베론 공작의 공적 업무 수행을 돕기도 하지만, 공작이 재상 업무를 수행하면서 획득한 정보를 일러 주면 공작 가문의 사업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물랭 마법 연구소에서 남방군 1군단에 아이언 워리어 100대를 추가로 보낸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아라드로 들어온 아우로라 연합군을 몰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한 비난을 듣게 될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남방군 1군단은 다른 군단보다 훨씬 병력 규모가 컸다.

오베론 공작은 반란 사건 진압을 기점으로 자신이 지휘하던 남방군을 제국군에 완전히 편제시켜 황제에 충성한다는 뜻을 보였다.

남방군 3개 군단 가운데 바트 오베론이 지휘하는 1군단만 남고 2군단과 3군단은 북방 전선으로 이동했는데, 문제는 남방군 1군단의 병력 규모가 다른 군단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었다.

다른 군단은 모두 전시 증편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고 있는 와중에 유독 남방군 1군단만 이미 증편이 끝난 데다 전시 증편도 두 배가 아닌 세 배가 되어 사실상 증편 이전의 남방군 3개 군단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마나 포 전단, 아이언 워리어 Ⅱ 전단 등 다른 군단에 없는 특수하고 강력한 전단을 보유하고 있어 오베론 공작이 남방군 2군단, 3군단을 제국군으로 배속시키기 전에 자신의 아들이 지휘할 군단의 힘을 미리 강하게 해 주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어쨌든 강력한 전력 덕분에 남방군 1군단은 아라드 왕국으로 들어온 아우로라 연합군을 초전에 크게 무찔렀으나 그 이후에는 별다른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산악 지형이라는 난관에 부딪쳐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멕 나이트 100대가 남방군 1군단에 추가로 배치되었고 이번에 다시 100대를 보낸다는 것이다.

다른 군단은 아직 전시 증편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방군 1군단에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해 준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다.

“그런 비난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니까.”

오베론 공작이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그가 바로 물랭 마법 연구소로 하여금 남방군 1군단에 200대나 되는 추가 지원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어차피 남방군 1군단이 아라드 왕국에 상륙한 아우로라 연합군을 몰아내면 우리 제국은 전선이 하나 줄어들고 아우로라 대륙으로 전쟁이 확대되게 돼 있다. 나중에는 이 조치를 칭송하게 될 것이야.”

“알겠습니다, 각하!”

“그것보다 레오파드라는 기체는 어떤가? 바트가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주목할 만한 멕 나이트라던데.”

오베론 공작이 물었다.

군무부에 대한 장악력이 높지 않아 새로운 멕 나이트 레오파드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아라드 왕국에서 산악 유격전으로 크게 활약을 했다는 소문은 들리는데, 아직 우리 군에 많이 보급되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봅니다. 생산 대수를 점점 늘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수도 군단, 북방군, 아라드 왕국에 일부 배치되고 있을 뿐이어서 군 관계자들도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라드 전쟁에서 벌써 두 번이나 활약했다지 않은가?”

“그때에도 투입된 기체가 많지 않아 기체의 성능 때문인지 아니면 운용하는 부대의 능력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군. 그래도 괜찮은 멕 같으면 미리 투자를 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알아 봤나?”

아이언 워리어를 생산하는 물랭 마법 연구소의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오베론 공작이라 이런 투자에 익숙했다.

“네, 각하. 가프 마법 연구소는 지분을 공개하는 연구소가 아닙니다. 그리 널리 알려진 마법 연구소가 아니고 오지에서 마나 연료를 만들어 팔아 온 소규모 연구소였는데, 어쨌든 오랜 세월에 걸쳐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굳이 지분을 팔아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죠.”

“그런가?”

“레오파드라는 멕 나이트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알아봤는데, 이미 투자를 받을 만큼 받아 굳이 지분을 주고 투자를 받을 생각이 없답니다. 투자 시기가 레오파드가 군무부 획득 시험을 거치는 동안에 몰려 있더군요. 아마 시험에 참관한 장군들이 아는 사업가들을 동원해 투자한 모양입니다.”

시기는 맞지만, 투자자 정보는 정확하지 않았다.

어쨌든 오베론 공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정보를 함부로 빼돌려 사리사욕을 채우다니, 군부도 문제가 많아.”

“···네.”

“그건 그렇고, 황제 폐하께서 아우로라 대륙으로 병력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수송하지 못한다고 질책하셨다. 북부 전선도 제때 대응했다면 이렇게 지지부진하지 않았을 거라며 답답해 하셨지.”

공작의 말에 가신들이 눈을 빛냈다.

“대규모 수송선이 여러 척 필요하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멕 나이트를 한 번에 많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송선 말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철로가 복선화 될 거야. 도로도 대대적으로 정비될 것이고.”

“무척 규모가 큰 공사가 되겠군요?”

“그렇지. 단순히 전선에 병력과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만이 아니야. 전시에는 강력한 규율과 명령도 받아들이게 돼 있어. 황제 폐하께서는 이 시기에 제국의 도로망을 충실하게 다질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거야. 철로와 도로를 확충하면 황제 폐하의 뜻이 순식간에 제국 전역으로 퍼지고 사람과 물자가 활발하게 이동해 경제가 발전하지.”

전쟁도 이기고 경제도 발전시킨다.

황제의 권위가 더욱 높아지고 중앙 집권적인 통치 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

“건설, 토목, 열차, 자동 마차. 앞으로 이쪽을 더욱 신경 쓰도록 해.”

“알겠습니다, 각하!”

오베론 공작이 화제를 돌렸다.

“상무대신의 가문에 대한 조사는 당분간 접도록 해.”

“네? 지금 조사 중입니다만······.”

“철수시켜. 다행히 말귀를 알아먹는 사람 같으니까.”

가신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오베론 공작이 설명해 주었다.

“은행 감사 결과를 확인했을 텐데도 그걸 공개하지 않더군.”

“아!”

“굳이 드잡이할 필요 없다, 이 말이야.”

“알겠습니다, 각하!”

오베론 공작은 가신들, 보좌관들을 물렸다.

잠시 후 울름 남작이 들어왔다.

그는 오베론 공작가를 위해 겉으로 내세울 수 없는 일을 담당하는 공작의 심복이었다.

“주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울름 남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인가?”

“전에 둘째 공자로부터 연락이 한 번도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루트 오베론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그랬었나?”

“네, 주군.”

“그런데?”

“둘째 공자가 머물기로 한 나푸라 왕국으로 사람을 보내 봤는데······.”

오베론 공작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미간을 모으고 울름 남작을 응시했다.

아우로라 대륙의 나푸라 왕국은 루트 오베론이 필센 제국을 떠나 머물기로 한 나라.

바트는 반란 사건에 깊이 얽혀 있어서 몇 년 외국에서 머물게 하고 잠잠해지면 다시 불러와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게 해서 과거를 세탁하려 했다.

“보내 봤는데, 없었습니다. 온 적이 없답니다.”

“뭐라고!”

“오지 않았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때 자네가 루트를 배웅하지 않았는가?”

”네, 그랬지요. 브레머 항까지 가서 배를 타고 떠나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배가···, 침몰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오베론 공작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제가 확인해 보니, 배를 타고 떠난 것까지는 맞는데, 경찰 순시선이 따라와 해상에서 체포해 갔다고 합니다.”

“경찰이?”

“네.”

“흐음······!”

오베론 공작이 두 손을 불끈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경찰에도 알아보려 했으나 섣불리 들쑤시고 다니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일단 보고를 드린 뒤에 다시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누가 감히 내 아들을! 경찰이면, 설마 황제가?”

“섣불리 단정 지을 일이 아닙니다, 주군!”

“음······.”

“반란 가담자 가운데 복수심을 품은 자들의 소행일 수도 있고, 경찰이나 정부, 황제파의 소행일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주군을 노리는 자들이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듣고 있던 오베론 공작의 눈에서 강렬한 불꽃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둘째 공자의 소재 파악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당연한 소리! 반드시 찾아내게!”

“네, 주군!”

“내 자식을 건드린 자들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오베론 공작이 노호성을 터뜨렸다.

***

바덴은 상무대신 벤야민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두 사람의 세 번째 만남은 대학로 노천카페 거리 대신 평범한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노출을 꺼려서가 아니라 날이 추워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노천카페 안에도 테이블이 있지만, 공간이 넓지 않았고 옆 테이블과 거리가 가까워 이야기가 잘 들렸다.

두 사람은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쭤볼 게 있어요, 상무대신님.”

“말씀하세요, 고슬라 사장.”

“중고 무기 수출을 허락해 주실 수 있나요?”

“무기라고요?”

“네.”

“무기도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습니까?”

“중고 멕 나이트를 팔아 볼까 해서요.”

벤야민의 눈이 똥그래졌다.

“허허, 갑자기 멕 나이트 수출이라니······. 당황스럽군요.”

“될까요?”

벤야민이 진지하게 말했다.

“안 됩니다.”

“그런가요?”

“네. 그건 평범한 물건이 아니죠. 상무부 소관이 아닙니다. 군무부 그리고 황궁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갑자기 멕 나이트 수출 이야기를 꺼내시는 건지······? 어디로 몇 대를 팔 생각인가요? 내 소관은 아니지만, 국익을 해치지 않는 동맹국이나 아우로라 연합과 적대적인 세력에 판매할 생각이라면 군무대신께 말씀을 잘 드려 도움을 드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바덴은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진지하게 고민했다기보다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확인해 보려는 차원에서 여쭤본 것이라 구체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바덴이 그렇게 말하자 벤야민도 뭔가 숨기는 것 같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제가 오늘 뵙기를 청한 까닭은, 아라드 왕국 광산 개발 건과 관련해 의논을 드리고 싶어서예요.”

“아라드 왕국 광산 개발이라······.”

“네. 아라드 왕국 전선이 동쪽으로 많이 이동했고, 곧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군요. 아라드 왕국은 전쟁으로 무너진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우리는 전쟁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 금속이 필요하죠.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

“그 가문이 제국 남부의 광산을 거의 다 지배하고 있어요. 저렴하게 광물을 들여올 수 있다면 광산뿐 아니라 제철소, 철강 가공 산업 전반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거예요.”

“그 정도를 생각하신다면 아라드에서 개발하고자 하는 광산 규모가 상당하다는 건데······?”

“그렇죠. 아라드 왕국 측은 식량과 재건 물자를 원해요. 그리고 우리는 막대한 양의 광물을 들여와야 하죠. 도로도 건설해야 하고, 멕 워커도 많이 동원될 겁니다. 막대한 물자가 국경을 넘어가고 넘어올 거예요.”

“흠!”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 주시면 좋겠어요.”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서 벤야민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것이 있는데, 처음부터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예상되는 물자의 품목과 수량, 수입 광물의 종류와 양을 상세히 보여 주세요. 최대한 빨리 처리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 당연히 해야죠.”

벤야민의 말에 바덴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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