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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94화 (194/450)

194. 대검 부대, 돌격

194. 대검 부대, 돌격

레오파드 전단과 이스타드 해방 전선은 빠르게 이동해 이스타드 왕성에 도착했다.

점령군으로 주둔해 있던 아우로라 연합군은 병사는 많았으나 멕 나이트 수는 두 대뿐이었다.

그들은 350대나 되는 적의 멕 나이트 앞에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항복했다.

전투도 치르지 않고 왕성을 해방시킨 것까지는 좋았으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미처 피란을 떠나지 못한 관리, 귀족, 전직 군인들이 변경 파일럿들을 찾아와 통치 조직을 이야기하고 치안 유지 방안을 논의했다.

선물을 바치며 굽실대는 사람, 나라의 중대사를 논의하자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그들은 가슴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왕국을 차근차근 해방시키고 병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나라를 지키고 혼란과 두려움에 빠져 있던 백성들을 구해 줘야 하잖아요? 이스타드 해방 전선이니까요.”

“백성을 버리고 달아난 왕에게 다시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지 않겠어요? 새로운 왕이 필요합니다!”

이스타드 변경 파일럿들 사이에는 벌써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울젠 남작은 힘에 취한 변경 파일럿들이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회의를 소집했다.

“우리 멕 나이트가 350대나 되지만, 지원 부대가 아예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실질 전력도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오.”

멕 나이트 350대는 군단 규모를 넘어서는 막강한 전력이지만, 이들은 멕 나이트 350대가 전부였다.

보급 부대도 없고 정찰 부대도 없고 보병 부대도 없었다.

식량은 3군단을 출발하기 전에 잔뜩 챙겨 온 간편식 레오파드와 변경에서 가져온 육포가 전부였고, 의복과 천막도 따로 챙길 틈이 없었다.

먹고 자는 문제가 시원치 않은 것이다.

파일럿들이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잘 때 경비를 서 줄 병사들이 없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도 없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해 줄 정찰병도 없어 레오파드 라이트닝들이 정찰에 나서야 했기 때문에 해당 파일럿들의 피로가 극심했다.

도시로 들어가 아우로라 연합군을 몰아내도 - 사실 적이 달아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만 - 상황을 파악하고 치안을 유지할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이들이 떠나고 나면 아우로라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을 때보다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유일한 장점이라면 지원 부대가 없어서 빨리 이동해 오로지 전투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뿐인데, 실질 전투력도 그리 높지 않았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은 멕 나이트 전투에 투입하기보다 수를 채워 겁을 주는 데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6전단 지휘관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반면 이스타드 변경의 사냥꾼들은 잘 몰랐다.

자신들이 수백 대의 멕 나이트 부대를 움직여 왕성을 해방시키는 큰 공을 세웠으니 벌써 영웅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도 이것만은 알고 있었다.

필센 제국군이 아니었다면 이스타드 해방 전선도, 승리도, 수백 대의 멕 나이트도, 왕성 해방도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 말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작전 참모!”

“네, 전단장님.”

루산이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지휘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마나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적을 공격하는 것이죠.”

“······!”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별다른 보급 부대가 없었기에 조종실 안에 채워 놓은 예비 마나 연료봉을 모두 사용하면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아우로라 연합군을 몰아내지 않으면 이스타드 왕국에 해방이란 없습니다. 눈이 더 내려 멕 나이트의 이동마저 어려워지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그럼 왕성은 어찌 되는 것이오?”

보로츠가 물었다.

“이곳에 있던 관리나 귀족들이 헤쳐 나가겠죠.”

“음······.”

“적이 남쪽으로 내려가 필센 제국 방어선을 두드리고 있다 하니 우리는 적의 배후를 공격하면 됩니다. 우리가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대비하기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파일럿들 중 고민하는 사람들은 루산의 말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복잡해서였다.

루산은 그들이 허황된 마음을 갖지 않도록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 가운데에는 왕성에 머물러 치안 유지를 돕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 남아도 됩니다.”

“정말이오?”

보로츠를 비롯한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이 깜짝 놀라 물었다.

“어쩌겠어요? 마음이 그런 것을. 다만······.”

“······?”

“멕 나이트 열쇠와 마나 연료봉은 우리가 가져갈 겁니다. 적이 탈취해 사용하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우리 마나 연료가 넉넉한 것도 아니고······.”

멕 나이트 없이 맨몸으로 남으라는 이야기였다.

멕 나이트 없는 변경 사냥꾼에게 치안 유지를 맡기고 통치 조직을 논의할 왕성의 관리는 없을 것이다.

잠시나마 전쟁터 대신 왕성에서 한자리 차지해 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지휘관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울젠 남작이 말했다.

“지금 당장 출발할 테니 준비하시오.”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6전단 전대장들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회의장을 나섰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 지휘관들도 쭈뼛거리며 뒤따라 나갔다.

6전단과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멕 나이트 350대가 왕성을 떠나 남쪽으로 달려갔다.

단 한 사람의 이탈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탈할 수가 없었다.

***

굴다크 공작군은 멕 나이트 부대만 움직인 것이 아니어서 이스타드 왕국과 필센 제국을 잇는 길 중간중간에 들어서 있는 도시들에 점령군을 주둔시켰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병력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멕 워커 파일럿들은 그 도시들에 머물러 휴식을 취했다가 힘겨운 행군을 계속해 나갔다.

“조심히 가!”

“어! 알았어!”

도시 주둔 병사가 떠나가는 병사의 안전을 기원하며 인사를 건넸다.

얼마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병력과 물자가 산길을 이동하는 데 지장을 받자 멕 워커들이 거대한 넉가래로 선두에서 눈을 밀어 치우며 나아갔다.

그 뒤로 마나 연료봉, 장갑판, 방패, 마나 진동 대검, 식자재, 천막과 의복을 실어 나르는 멕 워커 부대가 줄줄이 따라갔다.

필센 제국 영토로 들어가 점령지를 장악하고 치안을 유지하게 될 보병들도 허연 김을 뿜어내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멕 워커 부대의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시 주둔 병사는 남하하는 부대가 산허리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자 콧물을 닦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북쪽에서 멕 나이트 부대가 산허리를 돌아 다가오는 광경을 보았다.

한 대, 두 대, 세 대··· 열 대, 스무 대······.

멕 나이트 수가 점점 늘어 수백 대나 되었다.

“이봐! 저기 좀 봐!”

그는 임시 초소에 쪼그리고 앉아 쉬고 있는 동료 병사를 다급히 불렀다.

“왜? 무슨 일인데?”

“오늘 다른 부대가 지나가기로 했어?”

“뭔 소리야?”

“헤비 스틸 부대가 다가오는데? 엄청 많아!”

“뭐?”

수백 대의 멕 나이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도시로 들어와 임시 초소를 그대로 지나쳤다.

그때 멕 나이트 한 대가 멈춰 서서 임시 초소 앞에 얼빠진 얼굴로 고개를 쳐들고 있는 보초병들을 내려다보았다.

- 굴다크 공작군 본대는 어디쯤에 있나?

외부 확성기로 들려오는 젊은 목소리.

“이미 필센 제국 영토로 진입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보초병이 잔뜩 긴장한 듯 큰 소리로 대답했다.

- 그런가?

“네!”

보초병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런데 어느 부대입니까?”

- 뭐?

“아니, 그게···, 오늘 이곳을 지나기로 한 부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 본국에서 새로 편성된 부대다.

“아! 그렇군요?”

헤비 스틸은 용무가 끝났다는 듯 다른 멕 나이트를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그 뒤에서 보초병이 큰 소리로 응원했다.

“승리하십시오!”

- 고맙다.

멕 나이트가 고개를 돌리고 대답한 뒤 걸음을 재촉했다.

수백 대의 멕 나이트 부대는 전에 이곳을 지나간 다른 부대들과 달리 여기서 휴식을 취하지 않고 도시를 통과해 계속 남하했다.

끝없이 이어진 멕 나이트의 행렬을 지켜보던 보초병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런데 앞쪽은 익숙한 기체인데 뒤쪽의 빼빼한 녀석들은 뭐지?”

“아함~ 뭐긴 뭐야? 신형 기체인가 보지.”

“그런가?”

보초병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 보니 앞쪽에 있던 기체들도 약간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다.

대부분 굴다크 공작군의 문장이 있었지만, 없는 것도 있었고, 부대 마크도 기존에 있던 부대들의 것이 섞여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보초병은 이내 그 생각을 털어 버렸다. 도시에 머물지 않고 그대로 통과한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하루만 머물러도 시중을 들고 챙겨 줘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상한 점이 있다 해도 멕 나이트 한 대도 없는 주둔군이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보초병은 300대 이상의 아군 멕 나이트가 전선으로 이동했음을 상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손을 호호 불며 병영으로 걸어갔다.

***

거대한 멕 나이트들도 온 세상이 눈에 덮여 있는 산봉우리들 사이를 지날 때는 작은 개미들이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과 레오파드 전단은 산간 도시를 지나고 이동하는 수송대와 보병 부대들을 추월하여 계속 남하했다.

간간이 파손이 심해 야전 정비소에서 수리가 안 돼 북상하는 아우로라 멕 나이트들을 만났다.

그들은 레오파드를 알아보았다.

6전단이 이스타드 변경으로 떠난 뒤로 북방군 3군단에 새로 충원된 레오파드들을 상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이다!]

마나 진동 대검을 활성화시키고 공격해 오는 굴다크 공작의 멕 나이트.

그러나 이미 상당한 손상을 입은 데다 수에서 비교가 되지를 않았다.

6전단은 수리를 위해 북상하는 파손된 적의 멕 나이트들에 마나 진동 대검을 주저 없이 찔러 넣은 뒤 그대로 산길 옆에 버려두고 행군을 이어 나갔다.

전장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은 조우하는 부대가 늘어나고 병력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야전 정비소의 멕 워커들이 손상을 입은 멕 나이트의 장갑판을 교체하는 광경도 종종 목격했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은 6전단과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졌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의 긴장감이 훨씬 더 컸다. 그동안 압도적인 승리를 몇 번 거두기는 했지만, 이미 전쟁의 무서움과 참혹함을 겪어 보았기 때문이었다.

보로츠 사냥 팀의 신타르 정찰병으로 있다가 멕 나이트 파일럿으로 지원한 트라비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 바이크가 마나 통신을 걸어왔다.

[헤이, 트라비!]

[응?]

[싸움이 끝나면 뭐 할 거야?]

[뭐 할 거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싸움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글쎄, 생각 안 해 봤는데? 변경으로 돌아가 괴수 사냥하며 살겠지, 뭐.]

[그렇겠지?]

[그럼!]

잠시 침묵의 시간이 이어졌다.

바이크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나랑 함께 가지 않을래?]

[그건 무슨 말이야?]

[나랑 우리 대장님이랑 시에나는 필센 제국군이 아니야. 말했지?]

[응.]

[가프 용병단이야. 별일이 없으면 괴수를 사냥하지만, 일이 생기면 세상 곳곳을 누비며 전쟁을 치르지. 변경 구석에서 괴수만 사냥하다 보낼 수는 없지 않겠어? 어때?]

[그, 글쎄······.]

갑작스러운 제안에 트라비는 당황했다.

[잘 생각해 봐.]

[으, 응!]

트라비는 어느새 전쟁의 긴장감을 잊고 대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아 변경으로 돌아가더라도 멕 나이트 파일럿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전에 바이크가 말한 것처럼 멕 나이트가 애들 장난감도 아닌데 필센 제국군이 이스타드 변경 파일럿들에게 한 대씩 공짜로 나눠 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작전을 수행하다 자신의 멕이 부서진 파일럿들에게 아우로라의 멕 나이트로 교체해 주는 정도일 것이다.

설사 몇 대 더 준다고 해도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었다.

말이 좋아 우수 훈련 파일럿이지, 이스타드 해방 전선에는 멕 조종을 자신보다 더 잘하는 멕 워커 파일럿들도 적지 않았다.

필센 제국군이 멕 나이트를 몇 대 선물한다 해도 그들에게 돌아가지 정찰병 출신의 차지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운이 좋아 나에게 멕 나이트가 주어지더라도 기왕 멕 나이트를 타게 된다면 더 넓은 세상을 만나 볼 수 있는 곳에서 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인적이 드문 변경에서 태어나 이번에 처음으로 변경 바깥세상에 나와 본 순박한 젊은이는, 세상 곳곳을 누비며 전투를 치르는 용병 파일럿의 삶이 멋지게 느껴졌다.

이스타드에서 만든 자신의 부하를 데려가고자 하는 바이크의 꼬임에 넘어간 것이다.

자신의 장래를 설계해 보는 이스타드 변경의 젊은 초보 파일럿은 그러나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전쟁터가 지척이었기 때문이다.

울젠 남작의 목소리가 모든 아군 기체의 마나 통신에서 흘러나왔다.

[싸움은 우리가 한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용사들은 두려워 말고 오로지 지휘관의 명령에 귀를 기울여라!]

[알겠습니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은 루산과 필센 제국군 파일럿들이 타고 있는 헤비 스틸 뒤를 따라 플라네그 지방 북쪽에 설치돼 있는 굴다크 공작군 2군단 숙영지로 다가갔다.

경비를 서던 멕 나이트가 북쪽에서 다가오는 새로운 병력을 보고 통신을 걸어왔지만, 대답하지 않자 외부 확성기로 경고했다.

- 정지하라! 어느 부대 소속인가? 왜 통신에 응답하지 않나?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멕 나이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굴다크의 경비 파일럿이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 멈춰라!

그때 1전대장 볼프강이 마나 진동 대검을 높이 치켜들고 활성화시키며 외쳤다.

[대검 부대, 돌격!]

헤비 스틸들이 마나 진동 대검을 착착 활성화시켰다.

붉은 빛이 일렁이는 대검을 들고 육중한 헤비 스틸들이 돌진했다.

쿵쿵쿵쿵-!

굴다크 공작군 파일럿의 눈동자가 진동하는 땅만큼이나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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