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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196화 (196/450)

196. 우리는 전혀 유리하지 않다

196. 우리는 전혀 유리하지 않다

휘이잉-

간간이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멕 나이트에 타고 있는 파일럿들은 추위를 느끼지 않았지만, 바람에 흩날린 눈가루가 시야를 방해했다.

그러나 하늘에서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아니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양군은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간헐적 눈보라를 뚫고 나아갔다.

쿵쿵쿵쿵-

쿵쿵쿵쿵-

거리가 가까워지고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멕 나이트를 본 굴다크 공작군 파일럿들은 분노했다.

거의 다 헤비 스틸, 아우로라 연합의 기체였기 때문이다.

아군이 배신했을 리는 없으니 모두 굴다크 공작군으로부터 노획한 기체가 아니겠는가!

- 이놈들! 용서할 수 없다!

- 감히 우리 멕 나이트를 빼앗아 타고 오다니! 그것이 너희의 관이 될 것이다!

굴다크의 기사들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이미 전의가 뜨겁게 들끓었다.

반면 이스타드 변경의 사냥꾼 출신 파일럿들은 거의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많은 멕 나이트들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이미 주눅이 들었다.

필센 제국에서 온 파일럿들이 독려하고 다그치지 않았다면 본능적 두려움에 굴복해 달아났을지도 몰랐다.

[왼발, 왼발, 왼발-!]

[처지지 마란 말이야! 뒤처지는 놈은 적한테 당하기 전에 나한테 뒈진다!]

[겁먹을 것 없다! 서로 방패로 밀면 대검을 휘두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죽을힘을 다해 밀고 버티면 되는 것이야!]

[외부 확성기를 켜고 전방을 향해 함성을 질러라!]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이 일제히 외부 확성기를 켜고 소리를 질렀다.

- 야아아아아아아!

- 와아아아아아아!

- 이야아아아아아!

외부 확성기에 의해 증폭된 함성이 평원을 들썩들썩 흔들었다.

이에 질세라 굴다크 공작군 멕 나이트들도 외부 확성기를 통해 함성을 질렀다.

- 우와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굴다크 공작군 맨 앞에 선 방패 부대가 속도를 높여 달려오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달리는 와중에도 대열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 훈련의 충실도와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기에 이스타드 변경 파일럿들은 급격히 주눅이 들었다.

[당황하지 마라! 부대~ 정지!]

척!

이스타드 해방 전선 멕 나이트들이 그 자리에 멈췄다.

[방패 바닥에 대고 밀리지 않게 버텨라!]

멕 나이트들이 두 팔로 방패를 잡고 몸을 앞쪽으로 기울여 충돌에 밀리지 않도록 자세를 잡았다.

그 다음 줄은 앞줄의 멕 나이트 등에 방패를 받쳐 주었다.

[온다! 버텨라!]

쿵쿵쿵쿵!

굴다크 공작군의 멕 나이트들이 방패 진을 깨뜨리기 위해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방패벽에 부딪쳤다.

쾅!

터더엉-!

육중한 멕 나이트들의 돌진에 이스타드 해방 전선의 방패벽이 크게 출렁였다.

[이익!]

멕 나이트가 충격에 뒤로 밀리고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했지만, 곳곳에 끼어 있는 6전단 파일럿들이 재빨리 수습한 덕에 단 한 번의 충돌로 전열이 무너지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어차피 놈들도 돌진력을 잃었다! 이제 버티기만 하면 된다!]

6전단 파일럿들이 이스타드 변경 사냥꾼들을 이끌고 다시 방패벽을 세웠다.

돌진력을 잃은 굴다크 공작군 멕 나이트들은 얼른 이스타드 해방 전선 멕 나이트들과 방패를 맞대고 밀었다.

그 뒤에서 굴다크 공작군 멕 나이트가 가세해 동료 멕을 받쳐 주었다.

끼이이!

찌우우!

강철 방패들이 서로 밀고 미끄러져 일어나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눈 덮인 벌판에 소름 끼치게 일어났다.

멕 나이트 수에서 두 배가 넘고 회전 경험이 많은 굴다크 공작군이 강력한 힘으로 밀어붙이자 이스타드 해방 전선 선두의 멕 나이트들은 엔진이 폭발할 것 같았다.

후쿠쿠쿠쿠쿠쿠-!

거칠어지는 엔진음, 앞뒤에서 미는 힘에 트라비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끼우우웅-

이러다 멕 나이트가 짜부라질 것만 같았다.

“이런 데서 죽을 수는 없다고!”

바이크를 따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했다.

트라비는 악착같이 버텼다.

그때 이스타드 해방 전선 뒤쪽 좌우에 배치되어 있던 레오파드 부대가 양옆으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달려 나간 것은 바이크의 레오파드 라이트닝!

다른 세 대의 레오파드 라이트닝이 바이크를 호위하고 만일의 상태에 임무를 대신하기 위해 함께 달렸다.

찹찹찹찹-!

[우리는 평원 외곽으로 돌아나갈 겁니다!]

[알았소!]

6전대 파일럿들이 묵직하게 대답했다.

가장 먼저 빠르게 달려가는 레오파드 라이트닝의 모습은 적의 눈에도 금방 띄었다.

놈들의 목적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절대 보내 주어서는 안 된다!]

굴다크 공작군 본진에서 레오파드 라이트닝 네 대를 잡기 위한 소규모 부대가 떨어져 나왔다.

바이크가 평원 외곽으로 달려 나간 것과 달리 나머지 레오파드들은 그대로 적 방패 부대의 측면을 노리고 달려갔다.

그러자 굴다크 공작군 본진도 우익, 좌익에 대기하고 있던 부대를 출동시켰다.

[빤한 작전이다. 힘으로 눌러라!]

[알겠습니다!]

굴다크 공작군 좌우익은 레오파드처럼 가벼운 멕 나이트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군 방패 부대를 지키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양군의 좌우익은 그대로 서로 맞붙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레오파드들이 더욱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닌가!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만든 레오파드들은 적의 좌우익과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고 바깥으로 크게 돌아 적의 본진을 노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본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멕 나이트 블랙 드래곤을 향해 질주했다.

물론 속도 차이는 있었다.

레오파드 시리즈 가운데 가장 무거운 레오파드 파워는 좀 더 뒤로 처질 수밖에 없었다.

6전단은 이미 이 경우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레오파드 파워는 적의 좌우익이 본진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아라!]

[알겠습니다!]

속도가 다소 느린 레오파드 파워가 적의 좌우익과 교전을 시작했다.

본진으로 가는 동료 레오파드들을 추격하는 적의 좌우익을 붙들기 위해서였다.

- 흥! 가소로운 놈들!

좌우익을 담당하고 있던 굴다크 공작군 멕 나이트 파일럿들이 코웃음을 쳤다.

덩치도 작고, 수에서도 밀리는 적의 멕 나이트.

그것으로 본진을 치는 것은 자살행위라 생각한 것이다.

본진에는 여전히 굴다크 공작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1군단 1전단과 2전단이 남아 있었고, 굴다크 공작군 진영뿐 아니라 페르보 제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강의 기사 시르나크 경과 다후크 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본진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좌익과 우익은 본진은 신경 쓰지 말고 적을 진압하는 데 힘을 쓰도록!]

육중한 헤비 스틸들이 레오파드 파워를 둘러싸고 맹공을 가했다.

쾅!

무지막지한 방패 공격!

쑤악!

눈발을 가르는 대검 공격!

레오파드 파워에 탑승한 6전단 파일럿들은 그 공격들을 막고 피하며 오로지 시간을 벌기 위해 모든 힘을 다했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 이미 이 전장이 자신의 마지막 전쟁터가 되리라 각오했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터엉!

아우로라의 헤비 스틸이 휘두르는 막강한 방패 공격에 그것을 막는 레오파드 파워에 강력한 진동이 파일럿에게까지 전해졌다.

지이잉-

그러나 필센 제국 북방군 파일럿들은 두려움 없이 공격을 피하고 간간이 역습을 가하며 시간을 끌었다.

***

굴다크 공작은 좌우로 돌아 본진으로 달려오는 작고 가벼운 기체들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허! 이건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의도는 분명했다.

대장을 죽여 싸움을 끝내겠다는 것.

그러나 가당치도 않았다.

경량 멕이 속도는 빨라도 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숫자 면에서 두 배가 넘는다면 속도 차이는 무의미했다.

이 무모한 일을 위해 오랜 시간 먼 길을 돌아왔을 것을 생각하니 적에 대한 동정심마저 일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동정심보다 더 큰 것은 분노였다.

적을 경시하지는 않지만,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적에 대한 분노!

굴다크 공작의 목소리에서 분노를 느낀 블랙 드래곤의 파일럿 시르나크가 나섰다.

[건방진 것들이 감히 주군 곁으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음!]

굴다크 공작은 기꺼이 허락했다.

시르나크가 1전단을 반으로 나누어 다가오는 레오파드들을 상대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선두에 나서서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레오파드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쿵쿵쿵쿵-!

강력한 출력과 장갑판까지 신경을 쓴 아름다운 외형으로 인해 어디서나 눈에 띄는 블랙 드래곤은 하얀 눈 위에서 더욱 돋보였다.

북방군에 납품할 때 상아색으로 도색해 눈밭에서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 레오파드와 달리 홀로 온 세상을 호령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 달려오는 레오파드들 가운데 한 대가 유독 빠른 속도로 블랙 드래곤을 향해 돌진해 왔다.

- 용기가 가상하구나!

시르나크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블랙 드래곤이 자세를 낮추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푸른빛에 휘감긴 마나 진동 대검을 사선 아래로 늘어뜨린 채 일격에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달려갔다.

마주 달려오던 레오파드 스피드가 더욱 속도를 높였다.

츠쿵츠쿵츠쿵츠쿵-

마침내 멕 나이트 두 대가 서로 교차했다.

블랙 드래곤과 레오파드 스피드의 거리는 무척 가까웠다.

쐐애애액!

블랙 드래곤이 레오파드 스피드의 가슴을 가르려 했다.

그러나 레오파드 스피드는 대검을 오른쪽 상단 뒤쪽으로 기울여 상대의 대검을 빗겨 흘렸다.

블랙 드래곤의 대검이 레오파드 스피드의 대검을 타고 위로 높이 올라갔다. 그와 함께 어깨가 크게 벌어져 겨드랑이와 가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아!’

찰나의 순간, 시르나크는 느꼈다.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레오파드 스피드는 크게 움직임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저 벌어진 어깨 안쪽으로 대검을 대고 그대로 앞으로 지나갔을 뿐이었다.

쓰릉!

블랙 드래곤의 오른팔이 마나 진동 대검을 쥔 채 떨어져 나가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돈 뒤 눈밭에 처박혔다.

멕 나이트 두 대의 격돌 순간을 제대로 포착한 파일럿은 아무도 없었다.

블랙 드래곤의 오른팔을 잘라 버린 레오파드 스피드는 별일 아니라는 듯 또 다른 블랙 드래곤을 향해 그대로 질주했다.

시르나크가 충격에 빠질 새도 없이 마나 통신기로 소리쳤다.

[주군을 지켜라! 특급 에이스다!]

그때 다른 레오파드들이 달려와 팔을 잃은 블랙 드래곤을 감쌌다.

시르나크는 강력한 출력의 기체와 단단한 방패를 이용해 끈질기게 저항했지만, 마나 진동 대검이 없이 적의 멕 나이트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굴다크 공작이 자랑하던 에이스 파일럿 시르나크는 빛바랜 상아색 레오파드들에 둘러싸여 무수히 칼질을 당하다 쓰러지고 말았다.

[이럴 수가!]

굴다크 공작군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6전단 파일럿들도 너무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자신들을 끊임없이 괴롭혀 온 굴다크 공작군의 블랙 드래곤을 이렇게 쉽게 잡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때 블랙 드래곤의 팔을 자르고 선두에서 달려가던 레오파드 스피드의 파일럿 루산이 마나 통신기로 말했다.

[우리는 전혀 유리하지 않습니다! 작전을 잊지 마세요!]

[알겠소!]

볼프강과 6전단 파일럿들이 서둘러 루산의 뒤를 따라갔다.

어느 틈에 루산의 레오파드 스피드 옆에 다른 레오파드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시에나가 탑승한 레오파드 파워였다.

[나를 지켜!]

[네, 대장님!]

레오파드 스피드와 레오파드 파워는 앞을 막아서는 헤비 스틸들을 돌파하며 적의 본진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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