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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01화 (201/450)

201. 추우니까 사심 없이 안고 가자

201. 추우니까 사심 없이 안고 가자

시에나가 루산에게 물었다.

“대장님, 우리도 추격전에도 참가하나요?”

“우리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반격은 필센 제국군의 몫이니까.”

루산의 대답에 시에나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그녀에게 지난 반년은 무척 힘겨운 시간이었던 것이다.

원시의 땅을 여러 달 강행군하여 이스타드 변경에 도착했고 그 뒤에도 줄곧 전투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일찍 찾아온 북방의 겨울, 눈 덮인 산길을 밟으며 산맥을 가로질러 큰 전투를 벌였다.

멕 나이트를 타고 상대의 멕 나이트와 싸운다 해도 그 안에 사람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몸뿐 아니라 마음도 무척 고단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함께해 온 전우들을 뒤에 남겨두고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전쟁터보다는 변경이 훨씬 나았다.

그러나 굴다크 공작군을 북쪽으로 몰아냈음에도 시에나는 곧바로 변경 8구역으로 떠날 수가 없었다.

전투에 뛰어들지 않아도 루산이 처리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

북방군 3군단은 추격대를 편성하여 곧바로 북진했다.

굴다크 공작군의 병력이 크게 상해 이번 기회에 이스타드 왕국을 탈환할 뿐 아니라 필센 북부에서 아우로라 연합군을 완전히 몰아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북방군 3군단뿐 아니라 지원군으로 온 증편 수도 군단 병력이 일찌감치 추격대로 떠났고, 필센 제국으로 도피한 이스타드 왕국군도 출발했다.

별동대 임무를 훌륭하게 마치고 복귀한 6전단 레오파드 부대도 부서진 레오파드 대신 새로 인도된 레오파드를 타고 출동 준비를 마쳤다.

전단장 울젠 남작, 1전대장 볼프강을 비롯한 6전단 지휘관들이 북쪽으로 떠나기 전에 루산을 찾아와 작별 인사를 했다.

“더 함께할 수 있을 줄 알았소.”

울젠 남작의 말에 루산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니까요.”

루산은 반년 동안 6전단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며 필센 제국 정규군의 능력과 수준을 확인하고 전우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편 필센 제국군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6전단 지휘관들은 용병 중에도 대단한 파일럿이 있음을 경험하고 자신의 틀을 깬 시간이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오.”

북부 전선에서 적을 몰아낸다 해도 이 대전쟁은 아우로라 대륙으로 옮겨갈 뿐 그리 빨리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루산 같은 뛰어난 인물이 이끄는 용병단이 전쟁터에서 부각되지 않을 리 없었다.

볼프강은 진심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라며 손을 내밀었다.

루산이 고개를 끄덕이고 볼프강의 손을 맞잡았다.

그들은 아쉬움을 가슴에 묻은 채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6전단이 새로운 레오파드를 타고 북쪽으로 떠난 뒤 루산은 아이젠 자작을 만나러 갔다.

굴다크 공작과의 싸움 이후 수차례 만났지만, 아이젠 자작이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북쪽 전선으로 떠나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젠 자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북방군 3군단을 공격하던 굴다크 공작군은 6전단과 이스타드 해방 전선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고 멕 나이트 부대만 북상시켰다가 결국 북쪽으로 달아났기 때문에 6개 사단 이상의 보병과 막대한 양의 물자를 남겼다.

그래서 아이젠 자작은 북쪽으로 이동할 부대 편성, 향후 작전 계획 수립 외에도 엄청나게 늘어난 포로 관리, 물자와 전리품 현황 파악까지 신경 써야 했다.

많은 참모들과 병사들이 임시 군단 본부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던 아이젠 자작은 루산을 보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는 일을 마무리한 뒤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여전히 마음에는 변함이 없느냐?”

아이젠 자작의 말에 루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아이젠 자작이 아쉬움의 한숨을 소리 없이 내쉬었다.

대전쟁이 벌어졌고, 어차피 전쟁터에 나서게 될 처지라면 변경 파일럿이나 용병보다 당당한 제국군 파일럿으로 임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루산의 능력이면 이번처럼 큰 공을 세우고 승승장구하여 크게 될 것이 틀림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루산의 대답이 변함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 더 권유해 본 것이다.

“알았다.”

아이젠 자작이 화제를 돌렸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에 대한 보상은 네가 말한 대로 처리될 것이다.”

이스타드 변경의 사냥꾼들을 동원하기 위해 루산은 해방 전선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500골드의 보상금과 10년 간 마나 연료봉 면세 제공을 아무런 권한 없이 약속했다.

이스타드의 국왕이 그 정도는 충분히 해 줄 것이고, 필센 제국군이 기꺼이 그 약속 이행을 강제하는 압력으로 작용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스타드 왕의 확답은 받으셨습니까?”

“물론 받았다. 그리고 북부 전선에서 아우로라 연합군을 완전히 몰아낼 때까지 이스타드 해방 전선을 활용할 생각이니 필센 제국 정부에서도 이스타드 국왕이 약속을 이행하는지 감시하게 될 것이야.”

이스타드 해방 전선을 계속 활용하기로 한 것은 아이젠 자작의 판단이었다.

직접 전쟁을 치르지 않더라도 멕 나이트를 타고 진형을 유지할 수 있는 파일럿 300여 명은 엄청난 전력이었다.

전투를 벌이는 순간 서 있기만 해도 적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전력을 돌려보낼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이스타드 변경 파일럿들도 마다할 상황이 아니었다.

북방의 겨울에는 괴수 사냥이 제약을 받았고, 설령 사냥하여 부산물을 채취한다 해도 처분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판로가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대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는 이스타드 변경에서 생산된 괴수 부산물 또는 괴수 부산물 가공품은 필센 제국으로도 수출되었지만, 대부분은 아우로라 대륙으로 수출되었다.

그러던 것이 굴다크 공작군이 이스타드 변경을 차지하다 패퇴하게 되면서 이스타드 변경은 괴수 부산물의 판로를 잃게 된 것이다.

대전쟁이 완전히 끝나고 다시 아우로라 대륙과의 교역이 재개되거나 필센 제국으로 잉여 물량이 전량 수출되는 구조가 확립되기 전까지 이스타드 변경은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변경의 사냥꾼들은 그때까지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고, 그 점을 포착한 아이젠 자작은 그들을 기꺼이 활용하기로 했다.

루산은 이스타드 변경 사냥꾼들이 계속 전쟁터를 떠돌게 된 이 상황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필센 제국군 - 아이젠 자작은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현 상황을 잘 설명했을 뿐이었다.

물론 이스타드 변경 사냥꾼들은 현재의 상황과 필센 제국군의 병력 규모를 보고 충분히 압력이라고 느꼈을 수 있지만.

“이스타드 변경의 젊은 사냥꾼 30여 명이 가프 용병단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문제 될 일은 아니지.”

아이젠 자작은 루산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더라도 이번에 워낙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용인해 줄 생각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멕 나이트를 조종해 본 젊은 초보 파일럿 30명 정도는 충분히 보내줄 수 있었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에게 참전의 대가로 제공하기로 한 생필품과 물자는 이스타드 정부를 거치지 말고 제국군이 직접 변경으로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빼돌릴까 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알았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 파일럿들의 사기 진작과 성실한 복무를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이젠 자작은 기꺼이 승낙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스타드 변경에는 굴다크 공작군뿐 아니라 아우로라 대륙에서 온 괴수 사냥꾼들이 포로로 잡혀 있습니다. 그들을 변경 8구역으로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음?”

아이젠 자작이 얼른 이해하지 못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루산이 추가로 설명했다.

“그들은 군인이 아니지만, 멕 나이트 운용 경험이 있어 섣불리 풀어 줄 수가 없지 않습니까? 기간이 그리 길지 않으나 괴수 사냥 경험이 있으니 변경에서 감시하며 활용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흐음······.”

“그들이 아니어도 관리해야 할 포로가 너무나 많지 않습니까? 전쟁이 지속되면 멕 나이트와 멕 워커 수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괴수 부산물 수요도 늘어납니다. 당연히 변경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고요.”

이미 수만 명의 포로를 관리해야 하는 아이젠 자작으로서는 아우로라 출신의 괴수 사냥꾼들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그들이 전쟁 물자 생산에 활용한다면 제국을 위해서도 이로운 일이 아닌가?

아이젠 자작은 턱을 만지작거리다 이번에도 승낙했다.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야.”

“걱정 마십시오. 변경은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루산은 마지막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가프 마법 연구소는 레오파드 생산 시설뿐 아니라 부서지고 손상된 멕을 고치기 위한 수리·정비 공장도 크게 확충했습니다. 이번에 획득한 멕이 무척 많습니다. 부서진 것도 많고요.”

평원에서 굴다크 공작과 싸우기 전에 이미 변경에서 획득한 아우로라의 멕 나이트가 무려 500대나 되었다.

그중 늪지대 유인 작전과 추격전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고 획득한 것들은 손상이 없어서 세척과 정비만 거치면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투 중에 손상을 입거나 파괴된 것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번 평원 전투에서는 피아를 불문하고 수백 대의 멕 나이트가 부서졌다.

“3군단 정비창에서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손상 없이 정비를 받아야 할 멕 나이트를 처리하기에도 벅찰 겁니다.”

“그렇지.”

“경정비를 마치고 다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것들을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 가프 마법 연구소로 보내 주십시오. 잘리고 파괴된 것들도 포함해서요. 잔해에서 쓸 만한 부품들을 골라 조립해서 전선에 투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이젠 자작으로서는 솔깃한 이야기였다.

사실 이번에 6전단이 이스타드 변경에서 획득한 멕 나이트의 수는 엄청나서 울젠 남작과 루산의 보고를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번 평원 전투에서 부서진 멕 나이트가 어마어마했다.

그 많은 멕 나이트는, 일일이 살피고 뜯어보아 손상 정도를 파악하고 분류하는 데만도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들 뿐 아니라 3군단 정비창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 군단 정비창에서도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이었다.

일일이 조사하고 선별할 필요 없이 몽땅 그러모아 수리 공장에 떠넘기면 알아서 건질 것은 건지고, 버릴 것은 버리고, 정비할 것은 정비하고, 부족한 부품은 다른 잔해에서 떼어 내 달아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프 마법 연구소가 물량을 빼돌리거나 약간의 장난질을 한다 해도 제국군이 얻을 이로움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정비만 마치면 곧바로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 상태가 온전한 기체들은 제외하게 될 테니 제국군에 무조건 이익이었다.

“좋다! 그렇게 하자.”

아이젠 자작은 루산과 수리 계약을 체결하고 이스타드 변경에 남아 있는 획득 기체와 손상 기체를 플라네그 역까지 운반할 수송 부대를 특별히 편성하기로 했다.

루산이 조언했다.

“운반할 기체는 부서진 레오파드를 포함하여 멕 나이트 약 650대 정도. 평원 전투에서 부서진 기체들은 플라네그 역과 거리가 가깝지만, 이스타드 변경에서 플라네그 역까지는 거리도 멀고 산지가 많아 모두 운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스타드 변경에는 해방 전선에 가담하지 않은 멕 워커 파일럿들도 상당수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을 고용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좋겠구나.”

“이스타드 변경에는 적의 멕 워커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획득한 멕 나이트를 운반하는 데 그 멕 워커에 아우로라 출신 사냥꾼들을 동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감시할 멕 나이트가 필요하겠군.”

“네.”

“알았다.”

“그리고 아우로라 출신 사냥꾼들을 변경 8구역으로 보내는 것은 보고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반란 사건이 일어나고 그와 연루된 변경 구역들이 괴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괜히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겠죠.”

“무슨 말인지 알겠다만······.”

아이젠 자작은 평생을 거리낄 일 없이 살아온 군인이라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루산은 아이젠 자작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미안했지만, 과거는 지나갔고 그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원시의 땅 깊숙한 곳에 괴수 사냥 거점으로 마련한 캠프들이 있습니다. 그곳에 보내면 외부의 지원 없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달아날 방법도 없고요. 그들이 탈출하거나 반란을 일으켜 필센 제국을 어지럽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실 루산은 이스타드 변경에 잡혀 있는 아우로라 사냥꾼들을 아라드 왕국 변경으로 보낼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아이젠 자작을 안심시켰다.

“흐음···, 알았다.”

아이젠 자작은 결국 루산의 제안과 부탁을 모두 받아들였다.

왠지 모르게 루산에게 이질감과 거리감이 느꼈지만, 그 감정의 정체에 대해 깊이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필요한 일들을 처리한 그는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북상했기 때문이다.

루산은 획득 멕 나이트 운반 부대와 함께 이스타드 변경으로 갔다.

그곳에는 변경 5구역에서 이스타드 변경까지 길을 안내해 준 비어슨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오! 나는 전쟁터에서 다 죽어서 안 오는 줄 알았어!”

“말을 해도······.”

바이크가 인상을 찡그렸지만, 비어슨이 워낙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크게 타박하지는 않았다.

루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갈까?”

“정말 다 끝났나?”

“끝났어.”

“그럼 어디로 가는 건가? 왔던 길로 돌아가는 거야?”

“아니, 이스타드 왕국에서 국경을 넘어 필센 제국으로 들어갈 거야.”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원시의 땅은 눈이 쌓여 길을 찾기가 어려울 테니까.”

비어슨이 자신의 중고 아이언 워리어를 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루산이 말했다.

“나와 함께 갈 텐가?”

비어슨이 다시 몸을 돌려 눈을 깜빡이며 루산을 쳐다보았다.

“굳이 안 좋은 기억이 많은 곳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말이야. 세상에는 자네의 능력을 알아보고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어.”

바이크와 시에나도 비어슨 못지않게 놀란 눈으로 루산을 쳐다보았다.

루산이 비어슨에게 이런 제안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가까이하기에 쉽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생각 좀 해 봐도 될까?”

“그럼!”

“가는 길에 생각 좀 해 볼게.”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6전단이 획득한 멕 나이트의 일부를 들고 가는 멕 워커 100여 대, 멕 워커가 등에 지고 있는 철제 바구니에 타고 가는 아우로라 대륙 출신의 괴수 사냥꾼 포로들, 그들이 달아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레오파드 라이트닝 10대, 그리고 멕 워커처럼 등에 철제 바구니를 짊어지고 허리에도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비어슨의 중고 아이언 워리어.

루산은 바이크, 시에나와 함께 비어슨의 중고 아이언 워리어의 등짐에 올라탄 채 눈 덮인 이스타드 변경을 출발했다.

“아으! 추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남는 멕 워커라도 타고 갈걸!”

시에나가 세찬 바람에 몸을 떨며 말했다.

“그럼 우리 전우애로 안고 갈래? 물론 아무 사심도 없어. 사심이란 게 생길 턱이 없잖아?”

바이크가 능글거리며 말하자 시에나가 빽 소리를 질렀다.

“꺼져! 확 발로 차서 떨어뜨리기 전에!”

토끼털 조끼 위에 오리털을 넣은 외투를 입은 뒤 바람이 옷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토끼털 목도리를 칭칭 감고, 토끼털 모자를 쓰고 사슴 가죽 장갑을 낀 루산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뒤를 돌아보았다.

이스타드의 변경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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