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KFC 변경 군단의 기사-209화 (209/450)

209. 방금 돌을 집어던진 녀석

209. 방금 돌을 집어던진 녀석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니 바덴의 자동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자동 마차를 보자 루산은 갑자기 편지의 한 내용이 떠올랐다.

“붐붐 자동차는 언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나요?”

루산은 ‘자동차’를 특히 강조해 발음했다.

자동 마차가 아닌 자동차.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름에서부터 보이는 이런 작은 차이가 어쩌면 지금의 바덴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습과 관행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고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 바덴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것이다.

“금년 6월까지 시제품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고는 하는데, 기존 화물차보다 몇 배나 크고 도로 사정에 구애를 덜 받는 대형 화물차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겠죠. 그래서 기존 모델을 개량해서 짐칸을 좀 더 늘리는 제품을 별도로 연구하고 있어요.”

“기존 모델 이름이 코끼리였나요?”

“네, 기사님. 제 생각에는 코끼리 Ⅱ가 붐붐보다 먼저 나올 것 같아요.”

운전기사가 얼른 밖으로 나와 미리 지시받은 대로 루산을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두 사람이 뒷좌석에 타자 운전기사가 부드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차 안에서도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렌커 사장이 이왕 화물 운송 사업을 시작한다면 마차보다 화물차로 하는 게 더 나을까요?”

“장단점이 있겠죠. 아무래도 마차보다 화물차가 훨씬 비싸고 마나 연료도 꾸준히 들 테니까요. 인건비나 도로 사정도 따져 봐야 하고요.”

루산은 바덴의 설명을 듣는 것이 좋았다.

귀에 쏙쏙 들어와 박혔다.

“굳이 붐붐 자동차 매출을 올려 주기 위해 화물차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차는 마차대로 장점과 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이제는 많이 발전했다 해도 8구역은 라돔 시에서 레이크 시티를 잇는 간선 도로나 포장되었을까 나머지 도로는 그리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라도 내리면 마차보다 무거운 화물차가 다닐 수 있을까요? 8구역 본부에서 도로 건설 계획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도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요.”

“돌아가면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승진해서 어쩌면 도로 건설 계획 수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루산은 8구역에서 새로운 직위를 받았다는 소식을 편지로 전하지 않았다.

민망하기도 했지만, 직접 만나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바덴은 승진했다는 루산의 말에 무척 놀라면서 기뻐했다.

“기사님, 승진하셨어요?”

“대단한 건 아니고 신설되는 2전단을 맡게 되었어요.”

루산이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게 왜 대단한 게 아니에요? 전단장은 군대로 따지면 장군인데, 엄청난 일이죠!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미스 고슬라. 그리고 정식으로 레이크 시티 시장으로 임명되었어요. 징세권 20년. 20년 뒤에는 레이크 시티에 대해 상속 가능한 지분 5퍼센트를 갖는 것으로.”

“와!”

바덴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감탄하자 루산은 가슴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놀란 바덴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레이크 시티 성장에 더욱 집중해야겠네요.”

“그렇죠!”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크 시티는 가프 마법 연구소의 마나 연료, 윤활유 생산 시설과 레오파드 생산 기지만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벽돌 공장, 석회석 공장, 제재소도 다른 개척 도시들보다 규모가 훨씬 컸고 반달 식품, 정직한 기계 그룹, 피닉스 제철의 공장들도 들어와 있었다.

그 외에도 변경 투어를 통해 8구역을 둘러보았던 많은 사업가들이 자신의 사업체를 레이크 시티에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목재 공장, 가구 공장, 의류 공장, 식품 가공 공장··· 다양한 공장들이 공업 단지의 이점과 세금 우대 혜택을 누리기 위해 들어왔던 것이다.

지금은 북부 전선 패배로 놀란 사람들을 대거 유입시켜 마을과 주택을 계속 짓고 막대한 양의 식량을 대느라 지출이 많아서 그렇지 조만간 흑자로 전환될 예정이었고 주택 건설과 생계 안정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면 흑자는 대폭 늘어날 상황이었다.

이대로만 가도 루산은 레이크 시티 세금 징수권으로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징세권 20년도 대단한데 그 기한이 끝난 뒤에도 도시 지분 5퍼센트를 보유하게 된다면 레이크 시티를 더욱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이익인 것이다.

바덴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레이크 시티 경계가 확정된 것도 아니니 외곽에 농경지나 목축지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겠어요. 반달 식품에서도 식품 원료가 필요해 농경지를 대거 확보할 예정이거든요.”

바덴의 말에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농경지 확대를 굳이 레이크 시티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어요. 반달 호수 지역 전체, 나아가 8구역 전체를 우리 식품 원료 공급 기지로 만드는 것도 좋으니까요. 그리고 8구역에서 식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으면 식품 회사들을 유치하는 데도 좋고 8구역 성장에 유리하겠죠.”

“8구역 개척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겠군요.”

“네.”

바덴은 루산이 북부 전선으로 떠나 8구역에 없을 때 이미 필센 제국 변경 구역들과 농작물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반달 식품 원료 가격 변동과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변경 본부들은 이런 종류의 계약을 체결해 본 적이 없었다.

변경 개척지의 농작물이란 외부에서 농작물을 도입하지 않고 변경 구역을 떠받칠 수 있으면 충분한 것이었다.

어차피 경제는 괴수 부산물로 돌아가는 것이니까.

게다가 반란 사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외부 업체와 적극적으로 계약을 맺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8구역 또한 마찬가지였다.

루산이 나서서 물꼬를 터 준다면 다른 변경 구역들과도 본격적으로 농작물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차 레이크 시티가 더욱 성장하게 되면 변경의 잉여 농산물은 레이크 시티의 식량 비용을 절감시켜 도시의 수입을 더욱 늘려 줄 것이다.

“조만간 레이크 시티를 다시 한번 방문했으면 해요.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으니까요. 괜찮을까요?”

“그럼요. 내가 없더라도 미리 말해 놓을 테니 시간이 날 때 언제든 오세요.”

“고맙습니다, 기사님.”

“참! 8구역 차원에서 반달 호수 북쪽 지역 개척에 많은 공을 들이기로 했어요. 1전단을 그쪽에 투입할 예정이죠. 그래서 반달 호수 북쪽의 괴수 부산물을 레이크 시티로 나르기 위해 화물선을 띄우려 계획하고 있어요. 바지선을 도입할 생각인데, 선박 전문가들을 데리고 오는 게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기사님.”

“나중에 변경 투어 코스로 추가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거대 괴수들이 호수 위로 목을 내밀고, 호숫가에 괴수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유람선을 타고 구경하는 거죠.”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반달 호수가 워낙 아름다우니 충분히 인기가 있을 거예요.”

그 외에도 레이크 시티 성장,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많았으나 빠른 시일 내에 바덴이 직접 찾아와 현황을 파악한 뒤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중으로 미루었다.

자동차는 시내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보름스 가문의 장원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보름스 가문의 장원 안에 있는 첫 번째 브레이브 랜드를 방문하는 길이었다.

루산이 이번에 노바를 찾은 이유는 오랫동안 처리하지 못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북부 전선에서 8구역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자 바덴이 브레이브 랜드와 관련하여 도움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경쟁전에서도 브레이브 랜드 측이 패하면 브레이브 랜드 사업을 통째로 넘기라고 했다는 말이죠?”

“네, 기사님. 슐라우 남작이라는 사람이 필센 소년 캠프 총책임자인데, 그렇게 말하더군요.”

바덴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황제의 뜻이라면 내가 도와서 브레이브 랜드가 이긴다 해도 결국은 넘기게 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제 짐작이지만, 황제 폐하의 직접적인 명령은 아닐 거예요. 슐라우 남작의 과잉 충성으로 일어난 일이죠.”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습니까?”

“그 말을 들은 뒤로 상무대신과 만난 자리에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황제 폐하께서 소년단을 통폐합하라고 지시하시거나 브레이브 랜드를 국유화하라고 명하신 적이 없다는 거예요.”

“비공식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종용했을지도 모르죠.”

“그럴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대전쟁을 신경 쓰기도 바쁜 황제께서 소년단 문제를 직접 챙기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음······.”

이 부분에서 루산은 판단을 유보했다.

“그리고 황제의 의중이 그러하다 해도 공기업도 아닌 사기업을 그런 식으로 가져가는 것은 헌법 위반이에요.”

이 말에는 루산도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헌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모든 사람은 자기 것을 빼앗기는 것을 싫어한다.

상대가 황제라 해도 순순히 넘겨 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밀어붙이면 소송을 걸 생각이에요. 신문도 최대한 이용해야죠.”

황제와 정부를 대상으로 기업을 지키기 위해 싸움도 피하지 않을 생각이라니!

이 얼마나 당차고 멋진 여성인가!

그러나 한편으로 루산은 걱정이 되었다.

“문제가 커질 텐데요? 황제와 정부에 밉보이지 않겠어요?”

그러자 바덴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기사님께 요청을 드린 거예요. 브레이브 랜드가 승리하게 해 달라고. 그렇게까지 가면 곤란하니까.”

“무거운 짐을 지우시는군요.”

루산이 눈살을 찌푸리자 바덴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 기사님뿐인걸 어떡해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바덴의 목소리에 운전기사는 깜짝 놀랐다.

단 한 번도 바덴이 약한 소리를 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놀란 사람은 루산이었다.

쿵!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 일이 얼마나 어렵든 반드시 해결해 주고 싶었다.

그때 바덴이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난 슐라우 남작의 됨됨이를 볼 때 이 일은 황제 폐하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부각시키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벌인 것 같아요.”

루산은 바덴의 판단을 신뢰했다.

“설사 황제께서 암묵적으로 그런 지시를 내리셨다 해도 브레이브 랜드를 순순히 넘길 생각은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브레이브 랜드는 장난감 사업, 레오파드 트레이너 사업, 휴양 사업, 토지 사업··· 여러 사업과 엮여 있어서 이걸 넘겨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국가에서 이 모든 손해를 다 보상해 줄 것도 아니잖아요.”

경제적 손해도 경제적 손해이지만,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을 기울여 진행해 온 사업을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더구나 필센 소년 캠프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컸다.

“우리 브레이브 랜드도 사업성을 위해 국가주의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가미시키고 전쟁을 이용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도 필센 소년 캠프만큼은 아니에요. 거기는 황제를 위해 목숨도 기꺼이 바치도록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니까요. 제가 만든 브레이브 랜드가 그렇게 돌아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요.”

바덴의 진심에 놀란 루산은 얼른 운전기사의 눈치를 살폈다.

운전기사는 아무 말도 못 들은 것처럼 앞만 보고 있었다.

“후유, 알았어요. 알았으니 일단 가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봐요.”

애초에 브레이브 랜드 소년들 교육을 위해 바이크와 시에나를 데리고 왔던 것이다.

“네, 기사님.”

흥분을 가라앉히느라 두 사람 다 말이 없었다.

잠시 차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 루산은 문득 클라크가 생각났다.

아이들을 교육시킨다는 말에 입시 공부를 하라고 바덴에게 보낸 클라크가 떠오른 것이다.

“클라크는 요새 어떻게 지내나요? 작년에 학력 검정 시험을 통과했다는 소식은 편지로 알고 있는데, 그다음 편지는 좀 뜸하더군요.”

루산의 질문에 바덴의 표정에 당혹감이 어렸다.

“그게······.”

***

파라다이스 호텔에 짐을 풀고 고급스러운 점심을 먹은 바이크와 시에나는 엉덩이가 들썩였다.

“렌커 씨, 시내 구경 같이 할래요?”

시에나가 마음에도 없이 렌커에게 먼저 제안했다.

“아, 죄송합니다. 할 일이 있어서요. 저는 호텔에 있을 테니 두 분이서 다녀오십시오.”

렌커의 머릿속은 사업 계획서를 다듬을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쁘시구나! 어쩔 수 없죠. 바이크 가자!”

“귀찮은데······. 날도 춥고.”

바이크의 눈치 없는 대답에 시에나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았다.

“야! 내일부터는 우리도 바빠! 구경할 시간이 없다고!”

“어! 알았어. 가자.”

두 사람은 호텔을 나섰다.

바이크는 찬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지만, 시에나는 신바람을 내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전에 비해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나 시에나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필센 제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수많은 상점들이 변경에서는 볼 수 없는 세련되고 귀엽고 앙증맞은 상품들을 전시하여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시에나는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바이크를 데리고 이 가게, 저 가게로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상점을 들를 때마다 바이크의 손에 들린 쇼핑 봉투가 점점 늘어났다.

참다못한 바이크가 기어이 한마디 했다.

“야! 이 겨울 옷, 8구역 가면 못 입어!”

“괜찮아. 원정 사냥 나가서 야영할 때 모포 대신 뒤집어쓰지 뭐.”

“이게 미쳤나? 모포 하나에 5골드나 하는 걸 쓴다고? 돈이 썩어 나면 나를 줘.”

“시끄러! 어린 소녀가 변경에서 괴수만 때려잡고 살았다! 변경을 벗어나도 전쟁터야! 하루라도 예쁜 옷 좀 입어 보자! 그게 잘못됐어?”

어린 소녀라는 말이 바이크의 신경을 긁었다.

“강인한 여전사여! 누가 억지로 시키더냐? 멕 나이트 파일럿은 네가 원한 거잖아?”

“누가 뭐래? 나도 나를 위한 선물을 할 수도 있지! 세상에서 가장 비실비실한 파일럿아!”

둘은 티격태격하며 쇼핑을 하다가 길거리 음식을 사먹기도 하면서 나름 노바 관광을 알차게 해 나갔다.

그러나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던 그들은 법원 사거리에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진압봉을 든 경찰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며 도로를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맞은편에는 시위대가 역시 잔뜩 고조된 기운을 뿜어내며 대치하고 있었다.

“에이 씨, 이게 뭐야? 저 건너편에 액세서리 가게가 많다고 했는데.”

“누가?”

“비서 언니가.”

“그건 또 언제 물어봤냐? 대단하다, 너도.”

“치!”

두 사람은 잠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시위대에서 구호를 외쳤다.

“노동자도 사람이다! 전시 임금 동결법 철폐하라!”

“철폐하라!”

“철폐하라!”

“전쟁 통에 물가는 오르는데 어찌 살란 말이냐! 전시 임금 동결법 철폐하라!”

“철폐하라!”

“철폐하라!”

“이반 황제께서 말씀하셨다. 황제도 법 앞에 평등하다고! 왜 평민들만 강제로 징집하느냐? 귀족들도 군대 가라!”

“귀족들도 군대 가라!”

“귀족들도 군대 가라!”

시위대의 함성에 법원 사거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바이크와 시에나는 멕 나이트를 타고 목숨이 오가는 전쟁터를 여러 차례 거쳐 온 파일럿이었지만, 시위대의 분노한 함성에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찌릿찌릿했다.

그 순간 경찰대가 확성기로 소리쳤다.

-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전시 특별법에 의해 강제 진압을 실시하겠다!

- 당장 해산하라. 너희는 전시 특별법 10인 이상 집회 금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선에서는 군인들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다. 뭐 하는 짓이냐? 부끄럽지도 않느냐? 당장 해산하라!

“부끄럽긴 개뿔! 전쟁, 당장 그만둬! 남쪽이나 북쪽이나 적을 물리쳤다며! 그런데 동방 원정군은 왜 증원하는 거냐? 누굴 위해 전쟁을 계속하는 거야?”

“꺼져, 황제의 개들아!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하소연도 못하냐!”

바이크와 시에나는 양측 사이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것이 느껴졌다.

마침내 경찰대가 움직였다.

- 진압해!

길고 단단한 진압봉을 든 경찰대가 시위대를 향해 대열을 갖추고 나아갔다.

저벅저벅 통일된 발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시위대도 가만있지 않았다.

인도를 포장한 돌을 뜯어 경찰대를 향해 던졌다.

고함과 괴성이 난무했다.

이런 광경을 난생처음 보는 시에나는 두려움에 바이크의 팔을 꼭 붙들고 몸을 떨었다.

“가자! 호텔로 돌아가자고!”

그러나 바이크는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겁을 먹어서 그런가 싶어 시에나가 바이크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는 어딘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돌아가자니까!”

“저기!”

“뭐!”

시에나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아니, 저기 저 녀석 말이야.”

“누구?”

“저기 방금 돌을 집어던진 녀석!”

바이크가 손을 뻗어 가리키는 쪽으로 시에나는 시선을 돌렸다.

사람이 워낙 많아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다.

“클라크 아니야?”

“뭐?”

시에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바이크의 손끝을 따라갔다.

그 사이 키가 훌쩍 자랐지만, 분명 익숙한 클라크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클라크가 시위대 선두에 서서 경찰대를 향해 큼지막한 돌을 힘차게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시에나가 입을 틀어막았다.

그때 경찰들이 진압봉을 치켜들고 시위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바이크와 시에나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휘둥그레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