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나의 모든 힘을 다해서
224. 나의 모든 힘을 다해서
이번 작전에 동원된 경찰 기동 타격대 파일럿들은 멕 나이트를 상대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최악으로 상정한 것이 성난 노동자들이 멕 워커를 타고 저항하거나 화염 통,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었다.
실제로 수백 대의 멕 워커가 저항에 동원되었고 그것들이 방벽을 쌓고 묵직한 철제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상당한 위협이 되기도 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멕 나이트 한 대로 멕 워커를 모두 쓸어버릴 수 있었다.
체격, 중량, 출력, 몸체의 두께와 단단함 면에서 이미 멕 나이트는 멕 워커와 차원이 달랐다. 맨손으로 상대해도 멕 나이트는 멕 워커를 짓뭉갤 수 있었다.
그러한 멕 나이트는 멕 워커를 종잇장처럼 베어 버릴 수 있는 마나 진동 대검도 갖고 있었다.
경찰 기동 타격대 파일럿들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신속하고 효과적인 진압이었다.
노동자들의 저항 의지를 분쇄하기 위해 어떻게 겁을 주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했다.
화염 통을 발사하고 화염병을 던지는 거센 저항에 화가 나고 순간적인 분을 참지 못해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단 한 순간도 상대를 대등한 무력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패배할 것을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눈앞에 한때 동료가 타고 있던 경찰 멕 나이트가 탈취당해 노동자들의 편에 선 채 나타났다.
제철소 담장을 무너뜨린 뒤 불바다를 헤치고 들어와 덤벼드는 멕 워커를 부수고 투석기를 설치한 지붕을 무너뜨리느라 흩어져 있던 4대의 경찰 멕 나이트는 당황과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 이것들이 감히!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 모이라는 말을 누군가가 했지만, 멕 나이트를 탈취해 덤벼드는 적을 보고 그 말에 따를 경황이 없었다.
네 대가 뭉쳐 스크럼을 짜고 달려왔다면 까다로웠겠지만, 각자 떨어져 순차적으로 달려오는 멕 나이트들은 루산에게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첫 번째 경찰 멕 나이트가 방패를 어깨까지 끌어올려 몸통 박치기를 감행하려 했다.
충돌의 충격으로 상대 멕 나이트의 몸체가 뒤로 튕겨 나가고 벌어질 때 마나 진동 대검으로 일격을 가하려는 의도였다.
상식적인 판단이었지만, 루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루산의 멕 나이트는 두 손으로 마나 진동 대검을 꽉 쥐어 오른쪽 하단으로 늘어뜨리고는 왼쪽 어깨로 방패 없이 충돌했다.
콰앙-!
두 기체가 강하게 충돌했다.
루산도 충격을 받았지만, 충돌 직전에 상대보다 몸체를 한껏 앞으로 기울여 들이받았기에 뒤로 튕겨 나간 것은 상대방이었다.
충돌의 충격으로 경찰 멕 나이트의 왼쪽 어깨가 뒤로 튕기며 방패를 든 팔이 좍 벌어졌다.
충돌 후에도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루산의 멕 나이트는 허리를 돌리며 마나 진동 대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쓰릉!
방패의 보호가 사라진 경찰 멕 나이트의 허리 아랫부분이 절반이나 잘려 나갔다.
루산은 그대로 상대를 지나쳐 두 번째 경찰 멕을 상대했다.
루산의 멕 나이트가 대검을 강하게 휘두르느라 몸통이 왼쪽으로 돌아간 것을 본 상대방이 돌출된 오른쪽 어깨를 베기 위해 마나 진동 대검을 내리쳤다.
후웅-!
그러나 루산은 대검을 쥔 상대의 오른팔이 내려오기도 전에 허리를 반대로 돌리며 대검을 사선으로 올려쳤다.
쓰릉!
소름 끼치는 금속 절단음과 함께 두 번째 경찰 멕의 오른팔이 마나 진동 대검을 쥔 채로 떨어져 날아갔다.
그때 첫 번째 허리가 잘려 하체에 동력 전달이 끊긴 첫 번째 경찰 멕이 넘어갔다.
쿵!
팔을 잃은 두 번째 경찰 멕을 그대로 지나간 루산은 다가오는 세 번째 경찰 멕 나이트를 상대하기 위해 달렸다.
앞선 동료 기체 두 대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놀란 세 번째 경찰 파일럿은 가슴 덮개가 없어 조종사가 그대로 노출된 멕 나이트의 조종실에 대검을 강하게 찔러 넣었다.
이 무지막지한 공격은 머리로 판단하여 결행한 것이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상대를 이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튀어 나온 공격이었다.
거대한 마나 진동 대검으로 파일럿을 그대로 찌르는 악랄한 공격!
그러나 루산은 오른쪽으로 살짝 몸을 피해 그 공격을 무산시켰다.
상대 기체의 마나 진동 대검이 루산이 탑승한 기체의 왼쪽 겨드랑이를 통과한 데 이어 대검을 쥔 오른팔이 깊숙이 들어오자 루산은 왼쪽 겨드랑이로 상대의 오른팔을 꽉 누르고 왼손으로 상대의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붙들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팔로 상대의 목을 걸고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앞으로 크게 들어가 상대의 뒷다리를 걸었다.
세 번째 경찰 멕 나이트가 붕 뜨더니 뒤로 벌렁 넘어졌다.
쿵!
루산은 굉음을 울리며 뒤로 떨어진 세 번째 경찰 멕의 오른팔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하고는 크게 외쳤다.
- 시에나, 바이크!
뒤따라 달려오던 시에나가 압연 롤러를 버리고 바닥에 뒹굴던 두 번째 경찰 멕 나이트의 마나 진동 대검을 집어 들고 재빨리 달려왔다.
바이크도 루산이 처음으로 쓰러뜨린 멕 나이트의 팔에서 마나 진동 대검을 빼내 달렸다.
두 사람은 루산이 타고 있는 경찰 멕을 탈취할 때처럼 나나 진동 대검으로 루산이 누르고 있는 경찰 멕의 가슴 덮개의 경첩 부분을 잘랐다.
지이잉-!
경첩 부분이 잘리고 시에나가 우악스럽게 가슴 덮개를 잡아 뜯었다.
경악한 경찰 파일럿이 동화기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 내릴래, 이 큰 대검에 찢겨 뒈질래?
바이크가 악당처럼 음산한 목소리로 위협했다.
빛이 일렁이는 마나 진동 대검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경찰 파일럿은 겁에 질려 주저하지 않고 소리쳤다.
- 내, 내리겠다!
경찰 파일럿이 내리고 열쇠를 건넨 뒤 부리나케 달아날 때 이미 루산의 멕 나이트는 그 자리에 없었다.
마지막 경찰 멕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간 것이다.
시에나가 탈취한 멕 나이트에 타고 동화기 조종을 하고 있을 때 루산은 담장 안으로 들어온 마지막 경찰 멕의 다리를 잘라 버린 뒤 뻥 뚫린 담장 너머를 노려보고 있었다.
담장 밖에서 안을 지켜보던 무장 경찰들, 담장 안에서 바라보고 있던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멀리서는 싸우는 소리가 한창이었지만, 경찰 작전 계획에 북쪽 4구역으로 표시된 이곳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너진 담장 안쪽에 불이 붙은 나무들이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소리, 강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소리가 전부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야말로 경찰 멕 나이트 네 대가 순식간에 당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녀석은 탈취당해 가슴 덮개도 없는 경찰 멕 나이트.
그때 가슴 덮개 없는 두 번째 경찰 멕 나이트 - 시에나가 탑승했다 - 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쪽 4구역에 투입된 경찰 멕 나이트 다섯 가운데 두 대를 탈취당하고 세 대가 쓰러진 것이다.
쿵쿵쿵쿵!
시에나가 미세 조종을 위해 루산이 있는 담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 자리에 굳은 채 바라보던 무장 경찰들이 뒷걸음질을 치더니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아아!”
“뭐 하는 거야! 자리를 지켜!”
지휘관의 고함에도 순간적으로 경찰의 엄격한 명령 체계가 무너질 정도로 방금 목격한 싸움은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바라본 노동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겼다!”
“와아아아아!”
나머지 구역과 확연히 다른 북쪽 4구역의 함성.
그러나 루산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
금방 다시 오겠지만, 북쪽 4구역에서 경찰 병력이 물러나 루산 일행이나 이곳을 지키던 노동자들이나 잠깐 여유가 있었다.
바이크는 루산이 두 번째로 쓰러뜨린 경찰 멕 나이트에 올라타 미세 조종을 하고 있었다.
기체의 오른팔이 통째로 잘려 나갔지만, 기체 성능이 멕 워커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고 아쉬운 대로 왼팔로 방패를 들 수도 있어서 옮겨 탄 것이다.
[이왕이면 한 대 더 온전하게 남겨 두시지.]
바이크가 투덜거리자 시에나가 쏘아붙였다.
[어차피 오른팔이 남아 있어도 제대로 쓸 수나 있어?]
[뭐?]
[어차피 네 검술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잖아.]
[······.]
[안 그래?]
[······.]
[야!]
[······.]
[삐졌어? 농담이야, 농담.]
[하아······!]
[왜 그래? 너답지 않게.]
[하긴 내 실력이 형편없지.]
[아니야! 네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대장님도 인정하시잖아. 중요한 임무도 많이 맡고.]
[······.]
[미안해. 내가 말을 잘못했어. 장난으로 그런 거야.]
바이크는 저자세로 나오는 시에나의 목소리를 한껏 즐겼다.
한동안 이 일을 기화로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이크가 축 처진 목소리로 짐짓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네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나도 더 노력해야지.]
[왜 그래? 미안하다니까.]
[됐어. 하하하!]
두 사람이 마나 통신기로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아래쪽에서는 심각한 대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가자.”
“······.”
“가자!”
루산이 클라크의 손을 잡아끌었지만, 클라크는 루산의 손을 뿌리쳤다.
‘아직도 토라져 있는 거냐?’
관계가 끝났다는 말에 여전히 화가 난 것이냐고 루산이 눈으로 물었다.
클라크는 루산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다는 것을 알고 무척 감격했지만, 차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저 혼자만 갈 수는 없어요.”
“음?”
“그건 너무 비겁하잖아요.”
그 말에 루산은 클라크와 자신을 둘러싼 채 지켜보고 있는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여러 날 이어진 경찰의 고립 작전에 이어 무지막지한 소탕 작전까지, 아인스 제철소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은 무척 고단해 보였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하는 상황, 두려움에 잠 못 드는 나날들, 경찰 기동 타격대의 무시무시한 공격, 그들은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구원자로 인해 일말의 기대를 품고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수 톤에 달하는 공업용 철판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루산은 답답함에 저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과 두려움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클라크는 루산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이대로 떠난다면 마음이 편하시겠어요?”
“난 이 사람들을 몰라.”
“저도 다 아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모른다 해서 외면해도 되는 건 아니에요.”
루산은 클라크의 순수한 박애 정신에 가슴이 콱 막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춘기 소년의 고집일 수도 있고, 위험한 사상에 물든 독선일 수도 있지만, 클라크의 성품과 살아온 삶을 보면 이것은 박애 정신에 뿌리를 둔 고집과 독선이었다.
가슴이 콱 막혀 미칠 것 같지만, 이 또한 클라크의 일부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 시에나가 외부 확성기로 말했다.
- 대장님! 경찰 멕 나이트가 몰려옵니다!
상황을 파악한 경찰 기동 타격대가 멕 나이트를 탈취한 범인들을 제압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군사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을 둘러싼 노동자와 학생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루산은 클라크의 얼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네가 하는 이 일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고통을 겪는지 똑바로 보아라.”
“······!”
“너는 평민들이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누리게 되는 것이 옳다고 하지만, 이 상황을 보아라. 이들은 결코 스스로를 구하지 못해. 이들은 자신을 구해 줄 영웅에 매달리게 되는 거야. 권리는 더 누리고 싶고 위기는 영웅이 해소해 주기를 바라지. 이게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겠다는 태도인가?”
“······.”
“너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 바움 대학은 안 돼! 너는 노바 대학 역사학과에 들어가 역사와 회계를 제대로 공부해.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10년 간 나를 위해 일해. 그 기간 동안 이런 일에 절대 뛰어들어선 안 된다. 약속하겠니?”
미리 생각해 두었던 생각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떠오른 것이었다.
왜 10년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사람이 보통 10 단위로 사고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정도 기간이 지나면 현실에 눈을 뜨리라 기대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클라크를 자신 곁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기간의 한계가 그 정도일 것으로 보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약속하면 이들을 구해 주겠다. 나의 모든 힘을 다해서.”
“······!”
루산의 눈과 클라크의 눈에서 불통이 튀었다.
“약속할게요!”
“알았다.”
루산은 사람들 속에서 지켜보고 있던 스텐커를 불렀다.
“계획을 바꿔야겠어요.”
“어떻게 말입니까?”
루산의 말을 들은 스텐커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게 오히려 우리가 몸을 빼기 좋아요.”
“흠! 그럴 수도 있지만······.”
“노동조합 지도부를 찾아가 내 얘기를 반드시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기사님!”
스텐커가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할 일이 많았던 것이다.
루산은 가슴 덮개가 없는 경찰 멕 나이트에 올라타 동화를 마쳤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매우 숙련된 솜씨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동화 준비를 마치는 그의 움직임은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동화기 헬멧을 쓰기 전에 루산은 다시 한번 클라크를 바라보았다.
‘내가 이들을 구할 테니 안전한 곳에 피해 있어! 위험한 짓 좀 그만하고!’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루산은 동화기 헬멧을 쓰고 멕 나이트 시동을 켰다.
후웅-!
낡은 경찰 멕 나이트 엔진이 힘차게 뛰었다.
가슴 덮개가 없는 멕 나이트 두 대, 오른팔이 없는 멕 나이트 한 대.
총 세 대의 멕 나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동자와 학생들은 루산과 클라크가 나눈 대화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루산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들과 함께해 온 당찬 소년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보이는 멕 나이트 파일럿이 경찰 멕 나이트를 물리치고 자신들을 구해 주기를 간절히 빌었다.
***
그날 소탕 작전에 동원된 신문사의 기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광경을 직접 목격하거나 직접 겪은 사람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었다.
기사를 작성하는 그들의 손은 벌벌 떨렸다.
<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지만 어쨌든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던 경찰의 소탕 작전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노동자들이 최후의 저항 거점으로 삼은 아인스 제철소 담장은 경찰의 멕 나이트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졌다.
100여 대나 동원된 경찰 멕 나이트가 안으로 진입하자 노동자들은 화염 통을 발사하고 멕 워커를 동원해 극렬히 저항했으나 멕 나이트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북쪽에서 경찰 멕 나이트 세 대가 탈취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놀라 기동 타격대 멕 나이트를 모두 그 지역으로 보냈으나 놀랍게도 세 대의 멕 나이트는 아인스 제철소 안을 누비며 경찰의 멕 나이트를 모조리 부수고 말았다.
마치 시가전을 연상시키듯 그들은 공장과 창고 건물들 사이를 신속하게 움직이며 경찰 멕 나이트가 한데 뭉치기 전에 습격했고, 습격을 받은 경찰 멕 나이트 소부대는 모조리 전멸을 당했다.
무사히 몸을 빼낸 경찰 파일럿은 “정말로 아우로라 연합군의 에이스 파일럿들이 잠입한 게 틀림없다!”라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애초에 경찰은 아우로라 연합에서 파견한 간첩이 사회 불만 세력에 접촉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 그들을 뿌리 뽑는 것이 이 작전의 목표라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작전 수행 과정에서 아우로라 연합의 파일럿들까지 침투한 것으로 보이자 경찰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것을 볼 때 경찰이 처음에 발표한 목표가 과연 사실이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제국의 수도에서 경찰 멕 나이트를 탈취당해 경찰 기동 타격대 병력이 전멸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과연 경찰이 우리의 안전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걱정스럽다.
침입한 아우로라 연합의 간첩이나 파일럿은 아직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의 브리핑은 전처럼 친절하지 않게 바뀌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군이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그러나 충격의 와중에도 놀라운 직업 정신으로 작성한 기사들은 신문에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
아우로라 연합의 파일럿이 잠입해 들어왔다는 내용까지는 좋았다.
불온 세력의 배후에 아우로라 연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노동조합 운동이나 학생 운동을 억누르고 전시 임금 동결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소탕 작전의 목표에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입한 파일럿이 경찰 멕 나이트를 탈취해 투입한 경찰 멕 나이트를 모두 파괴했다는 것은 결코 백성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정부는 동부 공업 지구와 관련된 기사를 단 한 줄도 싣지 못하게 했다.
“쓰벌, 그럼 뭐 하러 현장으로 불렀어?”
“개새끼들! 이런 걸 숨기면 어떡하냐고! 노바 안에서 멕 나이트 전투가 벌어진 것도 모르고 살아야 하잖아! 백성들이 대피할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기자들이 술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욕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더 올라가지 않았다.
기자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따라다니는 경찰이 옆 테이블에서 대놓고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쳇!”
기자들은 입을 다물고 술만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