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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32화 (232/450)

232. 이익을 보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232. 이익을 보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무실을 이전한 스텐커는 사람을 시켜 그리마 주변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게 했다.

“없습니다. 철수한 것 같아요.”

울름 남작의 부하들이 그리마에 대한 감시와 미행을 중단한 것을 확인한 그는 경찰청 앞에서 기다리다가 퇴근하는 그리마를 목격하고 차로 따라붙었다.

낮에는 기온이 살짝 오르기도 했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쌀쌀했다.

그리마는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살이 쪽 빠진 얼굴로 외투 주머니에 손을 푹 집어넣은 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있던 스텐커가 창문을 내리고 말했다.

“타!”

그리마는 스텐커를 보고 깜짝 놀라다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지 날카롭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괜찮아. 얼른 타.”

그리마는 주저하다 입술을 깨물고 차문을 열었다.

스텐커가 운전석 뒷자리로 옮기자 그리마가 들어와 스텐커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스텐커의 온기가 남아 있어 엉덩이가 뜨듯했다.

“또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찾아와도 괜찮은 거예요?”

그리마가 불퉁스럽게 말했다.

스텐커에 대한 미안함과 울름 남작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스텐커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스텐커의 조수가 차를 출발시키자 스텐커가 그리마에게 말했다.

“자네를 미행하던 놈들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거야.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을 테니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선배? 왜 오베론 공작의 부하들이 찾아오는 거냐고요?”

스텐커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하던 이야기를 마저 했다.

“하지만,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그러니 그런 일이 없도록 이쪽에서 먼저 손을 써야해. 자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흐음!”

그리마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나만 확인해 줘.”

“뭘 또 확인하라는 거예요?”

“자네를 위협하고 우리를 쫓던 울름 남작의 부하들이 동부 공업 지구에서 경찰에 발견돼 합동 수사단으로 이송됐어. 놈들이 아직도 잡혀 있는지 아니면 풀려났는지 그것만 확인해 줘. 재상부 산하 민정 조사실 요원이라는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신분은 활동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준 거고, 사실은 공작가의 더러운 일을 하는 놈들이지.”

스텐커는 아인스 제철소 대탈출 사건 - 그곳에서 저항하던 노동자와 학생들은 동부 공업 지구 사태를 이렇게 불렀다 - 당시 루산의 지시로 노조 지도부를 만나 탈출 작전과 관련해 협조를 구했다.

점거하고 있는 건물 옥상에서 경찰 멕 나이트의 움직임을 파악해 루산 일행에게 알려주고, 멕 워커로 노동자를 보호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그 덕에 루산 일행은 세 대의 멕 나이트로 세 방향에서 밀고 들어와 아인스 제철소 건물들 사이로 움직이는 경찰 멕 나이트의 이동을 재빨리 파악해 무려 100여 대의 경찰 멕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멕 워커를 동원함으로써 남은 경찰 병력으로부터 노동자와 학생들을 무사히 보호한 채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당시 스텐커는 노조 지도부에 한 가지를 더 요청했다.

노동자들에 의해 붙잡힌 울름 남작의 부하들이 경찰에 쉽게 발견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때 스텐커는 울름 남작의 부하들이 재상부 민정 조사실 요원 신분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동부 공업 지구에서 근무하는, 아는 경찰들을 통해 그들이 합동 조사단으로 옮겨졌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적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사안이 워낙 심각하여 쉽게 접근할 수도 없었고 접근 권한이 있는 고위 관계자를 알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바 경찰청 수사과장 정도면 합동 수사단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그것만 알아봐 주면 되는 거예요?”

“일단은.”

“후유······!”

그리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그리마는 울름 남작의 위협에 굴복해 스텐커를 팔았다는 미안함 때문에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부탁한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마는 다음 날 곧바로 알아보고 저녁에 다시 스텐커를 만났다.

“아직 잡혀 있다고 하네요.”

“아직?”

“네. 워낙 위쪽에서 완강하여 쉽게 풀려나지 못할 것 같답니다.”

“재상부 소속인데 풀어 주지 않아? 완강하다? 왜?”

“그야 동부 공업 지구 작전 실패로 경찰 수뇌부가 다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으니 그렇죠. 뭐라도 건지거나 다른 누군가와 엮어서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라는 거죠. 마침 오베론 공작은 적이 많잖아요. 귀족파의 수장으로 알려졌다가 귀족파 뒤통수를 치고 재상에 오른 사람이라고······.”

그리마가 경찰 쪽 분위기를 전해 주었다.

스텐커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단 말이지!”

스텐커가 생각에 잠겼다.

“대체 뭡니까?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속 터지게 하지 말고 좀 말해 보세요! 나를 휘말리게 했으면 알려 줘야 하지 않아요? 내 가족을 위협했다니까요!”

그리마가 분통을 터뜨렸다.

“미안하다, 휘말리게 해서.”

스텐커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가 그렇게 나오니 그리마는 할 말이 없었다.

생명의 은인을 팔아넘긴 셈이었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말고, 속 시원히 알려나 달라고요.”

“모르는 게 속 편할 텐데······.”

그리마가 스텐커를 노려보았다.

스텐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유! 앞으로 불면증에 시달려도 날 원망하지 마.”

“이미 잠을 못 자거든요!”

“알았다, 알았어!”

스텐커는 하는 수 없다는 듯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베론 공작과 그의 아들이 반란을 계획하고, 반란 준비를 위해 귀족 가문의 재산을 빼앗고, 반란을 일으킨 귀족파의 뒤통수를 쳐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그리마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게 정말이에요?”

스텐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에 공업 은행장, 상업 은행장, 재무대신을 끌어내린 일이 있었잖아.”

“있었죠!”

스텐커의 부탁으로 자신이 직접 코끼리 자동차를 급습하여 재무대신의 비리 혐의를 입증할 상납 장부를 획득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의 뒷배가 바로 오베론 공작이야.”

“이런······!”

그리마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오베론 공작 관련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알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둘째 아들을 체포했을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비리 사건의 증거를 수집해 그의 사람들을 끌어내렸던 것이다.

오베론 공작의 악행에 분노했지만, 그보다 어마어마한 권력자를 건드렸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일었다.

그리고 자신을 이 사건에 연루시킨 스텐커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때 스텐커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때? 역시 모르는 게 더 나았지?”

“지금 웃음이 나와요?”

그리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텐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리마가 진정되자 다시 입을 열었다.

“경찰은 절대 오베론 공작을 체포하지 못해. 그래서 우리가 나서는 거야.”

“우리?”

“오베론 공작을 쓰러뜨리려는 사람들이지.”

“음······!”

더 자세한 정체가 궁금했지만, 그리마는 일단 넘어갔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왕 이리 된 거, 자네도 동참하게. 오베론 공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리마는 헛웃음이 나왔다.

“하!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거예요?”

“가능하지. 지금도 보게. 자네에 대한 감시가 풀렸지 않나?”

“······?”

“자기 부하들도 합동 수사단에서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어. 오베론 공작이라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이 점이 매우 중요했다.

그는 대단한 권력자이지만, 위로 황제가 있었고, 주변에는 적이 많았으며,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필센 제국에서는 함부로 폭력적 수단을 동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엄중한 시기라 국익과 승리라는 대의명분 아래 그 역시 언행에 강한 제약을 받았다.

아우로라 연합에서 파견한 멕 나이트 파일럿들에 의해 경찰 멕 나이트를 탈취당하고 수도에서 대규모 멕 나이트 전투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그의 부하들이 의심받자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자네와 자네 가족을 안전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

그리마의 눈이 확 뜨였다.

“어떻게 말입니까?”

“울름 남작을 집어넣는 거야.”

“······!”

“그러면 저쪽에서는 당장 움직일 사람이 없어. 그자가 더러운 일을 해 왔거든. 그리고 오베론 공작은 울름 남작을 친 것이 황제 폐하라고 생각할 거야. 황제 폐하가 아니면 누가 공작의 심복을 칠 수 있겠어? 그런 상황이 되면 일개 경찰을 신경이나 쓰겠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왜 황제 폐하가 등장해요?”

“얼마 전에 공작의 둘째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네. 그랬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나? 자네가 알려준 우리 사무실에 대한 감시가 중단됐어.”

그리마의 표정이 어색해졌다.

그러나 애초에 스텐커는 그리마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울름 남작은 공작의 둘째 아들 행방을 찾기 위해 우리를 추적했는데 결국 찾는 사람이 돌아왔으니 목적을 달성해 감시와 미행을 중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지. 감히 어떤 놈들이 공작의 둘째 아들을 잡아갔는지 더 알아보려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그만두었단 말이야. 왜 그랬을까? 바로 황제 폐하 쪽에서 둘째 아들을 잡아갔다고 생각해서, 다른 말로 적의 정체를 알았으니 더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몸을 사리고 추적을 중단한 거야. 합동 수사단에 잡혀 있는 부하들 때문에 그동안 해 온 일이 탄로 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고 말이지.”

좀 더 설명이 필요했지만, 그리마는 수십 년 간의 경찰 경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스텐커의 말을 이해했다.

“우리가 울름 남작을 치면 오베론 공작은 황제 폐하 쪽에서 움직인 것으로 알 거라는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고, 말하자면 몸통을 잡기 위해 먼저 손발을 자른다?”

“바로 그거야.”

“음!”

그리마는 울름 남작의 차가운 눈과 그의 입에서 나온 끔찍한 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배후가 누군지 말하게. 안 그러면 자네의 두 아들과 막내딸도 똑같은 일을 겪게 될 거야.”

자신을 이 일에 끌어들인 스텐커도 미웠지만, 울름 남작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베론 공작이 건재하는 한 그 끔찍한 위협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했다.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마침내 노바 경찰청 수사과장 그리마가 본격적으로 이 일에 합류했다.

스텐커는 씁쓸한 표정을 얼른 지우고 준비해 온 자료를 건네며 그가 할 일을 말해 주었다.

***

노바에서 돌아온 루산 앞에 편지 한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방군 3군단 별동대의 길잡이 역할을 한 변경 5군단의 비어슨이 보낸 편지였다.

루산은 반가워하며 편지를 뜯어보았다.

딱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 내 자리가 있을까?>

루산은 미소를 지으며 역시 한 줄로 답장을 보냈다.

<당연히 있지.>

답장을 보낸 루산은 밀린 일을 처리해 나갔다.

“트리어가 반달 호수 동쪽에 선착장 부지를 확보했다고 연락이 왔어. 언제 휴가 끝나고 돌아오느냐고 야단이었다니까.”

켐니츠의 말에 루산이 투덜댔다.

“그 양반은 참을성이 없어요, 참을성이.”

“의욕이 넘치나 봐.”

1전단장이 된 트리어는 알파, 베타, 감마 기지가 있는 8구역 북쪽을 반달 호수 지역 이상으로 발전시키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반달 호수에 배를 띄워 북쪽에서 사냥한 괴수의 혈액과 체액을 레이크 시티로 보내는 것은 그에게 무척 중요한 일인 것이다.

“기술자 섭외 마쳤고 며칠 내로 들어온다고 알려 줘요.”

선박 제조 기술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당장 배를 띄울 수는 없었다.

간단한 바지선이라 해도 배를 만들고, 선착장을 건설하고, 창고를 짓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런데 루산, 선착장하고 바지선 건조비를 레이크 시티에서 대기로 했다면서?”

“그랬죠.”

“왜 우리가 그 비용을 대야 하지? 이익은 1전단하고 알파, 베타, 감마 전진 기지 사람들이 보는 거잖아.”

깐깐한 켐니츠가 이의를 제기했다.

켐니츠로서는 그럴 만했다.

루산이 원정 사냥을 나가고, 남쪽으로 북쪽으로 전쟁을 치르러 가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레이크 시티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며 발전시켜 온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들여 키운 도시의 이익금으로 - 물론 향후 20년 동안은 루산의 것이지만 - 남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이 빙 돌아서 오든 기어서 오든 우리가 알 바 아니잖아. 그런데 그들의 시간을 단축시켜 이익을 높여 주는 일을 왜 우리 돈으로 해야 하는 거지? 이익을 보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는 건 기본 아니야?”

루산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기는 한데, 반달 호수 지역에서 우리가 알파, 베타, 감마 기지 사람들보다는 재미를 봤잖아요. 가프 마법 연구소 생산 시설과 레오파드 생산 기지도 여기에 있어서 앞으로도 우리 이익이 저쪽 사람들보다는 훨씬 많을 테고······.”

“그야 반달 호수 지역 개발 초기에 호른 영감이 과감하게 전 재산을 털어서 투자를 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레인보우 시티와 레이크 시티는 자네 능력으로 발전시킨 거잖아. 가프 마법 연구소의 마나 연료, 윤활유 생산 시설, 레오파드 생산 기지, 다 자네가 유치한 거 아니야? 외부 투자 유치도 자네가 변경 투어 사업으로 해낸 거고. 저쪽 사람들이 투자를 과감하게 했어 아니면 빼어난 능력으로 공을 세웠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

“레이크 시티는 작은 시골 마을이 아니야. 규모는 중소 도시 이상이고 경제성은 대도시에 육박하지. 이렇게 엄청난 도시를 운영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해. 아무리 시장이라 해도 마음대로 하면 곤란하단 말이야.”

트리어가 이렇게 반대할 줄은 몰랐기에 루산은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트리어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레이크 시티 개척 건설 요원, 행정 요원들 모두의 뜻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20년 징세권을 보장받을 만큼 대단한 공을 세우고 변경 8군단 2전단장직을 겸하고 있는 강력한 시장이라 해도 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

“좀 더 생각해 보죠.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루산의 말에 트리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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