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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45화 (245/450)

245. 대장 안 하면 안 돼?

245. 대장 안 하면 안 돼?

“내 말이 맞지? 히히!”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고 있던 비어슨이 루산을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경비병에게 큰소리쳤다.

본부로서는 말과 행동이 살짝 이상한 그가 멕 나이트 파일럿이라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고 그래서 루산의 친구라는 말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정말로 루산의 지인일 경우도 고려하여 그와 그의 가족을 정중하게 감시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비어슨, 정말 잘 왔어!”

루산이 웃으며 그를 반겼다.

“그럼, 그럼! 나는 약속은 지키니까!”

비어슨은 루산의 제의를 받고 생각해 본다고 했지 꼭 8구역으로 간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루산은 그의 말을 일일이 따지지 않았다.

왔으면 된 것이다.

“루산, 너 정말 높은 사람이었나 봐. 여기 경비병들이 네 친구라고 하니까 다들 놀라더라!”

“하하하! 조금 높기는 해. 하지만, 신경 쓰지 마. 친구는 친구니까.”

“그렇지? 우리 친구지?”

“그럼! 어쨌든 일단 나랑 가서 8구역 파일럿으로 등록부터 하자.”

“어? 어!”

루산은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비어슨의 가족을 안심시키고 비어슨과 함께 곧바로 인사부로 가서 2전단 파일럿으로 등록시켰다.

머리가 살짝 이상해 보였지만, 2전단장이 직접 데려온 사람을 거절할 이유가 수가 없었다.

어차피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2전단장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일은 처리해야 했다.

“기본급은 얼마로 할까요?”

인사 담당자의 말에 루산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60골드로 하고, 성과 보상금 분배 비율은 2전단에서 정하기로 하죠.”

“아! 알겠습니다.”

인사 담당자가 놀란 눈빛을 서둘러 지우고 인사 서류를 작성했다.

루산은 제국 기사 아카데미 출신이라 기본급 90골드로 시작했지만, 신분 증명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테스트에서 형편없는 실력을 보이는 멕 나이트 파일럿은 기본급 20골드로 시작한다.

그런데 얼른 봐도 그리 실력이 있어 보이지 않고 얼이 빠져 보이는 사람이 기본급 60골드라니, 의아했던 것이다.

놀라기는 비어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5구역에서 20골드로 시작해 지금까지 10골드가 올라 30골드를 기본급으로 받고 있었다.

물론 사냥 수입이 훨씬 컸지만, 기본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해 준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루산의 말 한마디에 자신에 대한 처우가 결정되는 것도 놀라웠다.

인사부에서 나오는 길에 비어슨이 루산을 쳐다보고 눈을 껌벅이다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물었다.

“우리 친구 맞지?”

“그럼!”

루산은 미소를 지으며 비어슨과 그의 가족들을 데리고 변경 투어로 갔다.

새로운 사업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렌커가 얼른 나와 루산을 맞이했다.

“기사님, 어쩐 일이십니까?”

“특별한 손님이 오셔서 붐붐 수레를 타고 레이크 시티까지 갔으면 해서요.”

“아! 알겠습니다.”

비어슨과 그의 가족들은 이런 환대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불안감이 해소된 그들은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고는 낯선 변경 8구역의 풍광을 구경하며 레이크 시티에 들어왔다.

***

변경 군단의 파일럿은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

루산이 이곳에서 살아남아 승승장구하는 이유도 결국 뛰어난 실력 덕분이었다.

“많이들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필요한 실력은 검술 실력이 아닙니다.”

루산이 켐니츠와 2전단 주요 파일럿들을 회의실로 불러 모으고 말했다.

“괴수를 비교적 상처 없이 잡아 최대의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면 그게 실력이죠.”

검술 실력이 뛰어나면 좋지만, 뛰어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검술 실력은 괴수 사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항목이지 이것이 없어도 사냥에 성공하기만 하면 된다.

멕 나이트가 없을 때에도 인간은 괴수를 상대로 싸워 왔다.

도구를 만들고, 짐승과 괴수를 길들이고, 함정을 파고, 독을 만들고, 낭떠러지까지 유인해 떨어뜨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기에 변경 괴수에 대한 공포가 뿌리 깊이 새겨져 있어서 그렇지 인간은 괴수를 상대로 생존하고 발전해 왔던 것이다.

오카수스 대륙에서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 대부분은 멕 나이트가 등장하기 전, 장구한 세월 동안 괴수를 몰아내고 확보한 땅이었다.

멕 나이트의 등장은 인간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 인간의 영역을 더욱 빨리 늘리는 데 기여했지만, 그 대가로 인간은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변경에서의 생존 기술, 괴수 사냥 기술을 급속히 상실해 버렸다.

“다들 잘 알겠지만, 우리 8구역은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발전했습니다. 반달 호수 지역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죠. 괴수를 소탕해 이 좋은 땅을 얻고 많은 이주민을 잘 정착시켜 왔어요. 문제는 이다음입니다. 반달 호수 지역 다음으로 개척해 나갈 땅이 마땅치 않습니다.”

반달 호수 지역은 아직도 더 많은 이주민을 수용할 수 있었지만, 8구역 수뇌부로서는 다음 개척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8구역 북부는 광활한 밀림이 펼쳐져 있어 반달 호수 남쪽 지역만큼 많은 사람이 거주할 만한 땅이 아니었다.

“반달 호수 지역의 괴수 소탕이 끝난 것도 문제죠. 1전단이 북부로 진출해 새로운 사냥터를 확보했다지만, 그건 1전단의 몫이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사냥터를 확보하고 새로운 개척지를 발견해 나가야 합니다.”

인간이 진출할 영역을 확보하고 괴수 부산물을 꾸준히 획득하고 그 양을 늘려 나가야 가프 마법 연구소와의 공존이 가능하고 변경 본부가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루산은 괴수 사냥감의 꾸준한 확보를 위해 반달 호수에 살고 있는 수중 괴수를 미끼로 유인해 장벽 앞에서 사냥하는 방식을 중단하도록 이미 지시한 상태였다.

그곳에서는 갑자기 물속에서 튀어나와 레이크 시티의 안전을 위협하는 괴수만 사냥했다.

그리고 그 전에 원정 사냥 팀을 늘리고 괴수 목장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크 시티에서 거리가 멀어 한 번에 많은 괴수를 사냥해 엄청난 괴수 부산물을 확보한다 해도 이동 시간과 동원하는 멕 워커의 수를 계산하면 대당 이익이 늘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뛰어난 파일럿 - 검술이 뛰어난 파일럿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리고 검술은 단기간에 실력을 늘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사냥 방법을 활용해 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입니다.”

원시의 땅에서의 생존 능력과 자연을 이용할 줄 아는 지혜는 충분히 검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맨몸으로 괴수를 사냥하라고 한다면 위험하지만, 멕 나이트라는 안전한 갑옷이 무시무시한 괴수로부터 파일럿의 생명을 보호해 줄 것이다.

“기존의 파일럿 모두가 이 방법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니에요. 알게 모르게 어느 정도씩은 원시의 땅에서의 생존과 괴수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겠지만, 굳이 간편한 마나 진동 대검을 놔두고 시간과 공이 많이 드는 원시 사냥 방식으로 괴수를 잡을 필요는 없죠.”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켐니츠의 질문에 루산이 파일럿들을 죽 둘러보며 선언했다.

“새로운 부대, 독립 탐사 부대를 창설하고 탐사 파일럿들을 교육시켜 반달 호수 지역 서쪽 전역으로 뻗어나가 지형을 조사하고 서식하는 괴수들을 파악하게 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지도를 작성해 나갈 거예요.”

“······!”

루산의 원대한 계획에 켐니츠와 2전단 파일럿들이 입을 떡 벌렸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이미 비어슨과 반년 동안 함께한 적이 있는 바이크와 시에나를 제외하고는 루산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과연 혼자서 원시의 땅 깊숙이 들어갔다가 살아서 나올 수 있을까?

죽으면 멕 나이트는 찾지도 못할 텐데?

탐사 파일럿의 생존에 대한 걱정부터 그가 사망할 경우 입을 멕 나이트 손해까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가능하죠. 교육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루산은 비어슨을 본 순간부터 이 계획을 떠올렸다.

짧은 기간에 원시의 땅에서 생존이 가능한 탐사 파일럿을 육성하기는 어려울 테고 교육 기간 동안 이들에게 급여를 주고 멕 나이트를 운용하는 것이 손해가 될지라도 반드시 실행해 나갈 생각이었다.

탐사 파일럿들로 하여금 반달 호수 지역 서쪽부터 아라드 변경 서쪽에 이르는 광활한 원시의 땅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하여 필요하면 대규모 원정 사냥 팀을 꾸려 사냥에 나서고, 경우에 따라서는 괴수 목장을 건설한다.

그리고 인간이 거주하기에 좋은 땅을 미리 파악해 향후 새로운 개척 대상지로 삼는다.

일개 변경 파일럿일 때에는 눈앞의 괴수를 잡는 데 급급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반달 호수 지역 개척에 성공하고 8구역에서의 지위가 올라가자 더 큰 그림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루산이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탐사 부대 대장이 될 파일럿을 을 소개합니다.”

비어슨이 쭈뼛쭈뼛 얼빠진 모습으로 회의실로 들어왔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된 그가 울상을 지으며 루산을 쳐다보고 말했다.

“루산, 나 대장 안 하면 안 돼?”

바이크, 시에나는 웃으며 비어슨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나머지 파일럿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뜨악한 얼굴로 동료들의 얼굴을 서로 쳐다보았다.

***

레이크 시티 정비 공장에 비어슨이 원하는 대로 멕 나이트를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개조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중고 아이언 워리어 몸체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부착하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멕 워커가 등에 지는 거대한 철제 바구니, 허리와 양쪽 허벅지에 다는 그물망 주머니, 밧줄 걸이··· 멕 나이프 파일럿이 봤다면 기겁을 할 만큼 거추장스러운 물건들을 주렁주렁 많이도 달았다.

이 넝마주이 같은 멕 나이트에 타게 될 파일럿이 성격은 얼마나 까탈스러운지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난리를 피웠기에 정비 요원들은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루산이 함께 왔기에 크게 욕을 못하고 있을 뿐 표정에서부터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정비 요원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멕 나이트를 중요한 전투에 나서는 기사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가다듬는 일을 해 왔지 거지 같이 훼손하는 일을 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저렇게 해도 됩니까?”

이제는 누구나 정비부장이 아닌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레이크 시티 정비 공장의 바르통이 정비 요원들의 표정을 대변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자연은 정돈되지 않았으니까요.”

루산의 황당한 대답에 바르통이 구시렁거렸다.

“멕 나이트가 이미 자연이 아닌데······.”

루산은 못 들은 척하고 다른 것을 물었다.

“뒤로 뺄 수 있는 물량은 얼마나 됩니까?”

북부 전선에서 실려 온 아우로라 연합의 멕 나이트 수백 대.

그중에서 상태가 나빠 폐기 판정을 받았으나 폐기 판정을 받은 다른 멕에서 부품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리고 레이크 시티 멕 나이트 부품 제작 업체에 의뢰해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것들은 제작하여 조립할 수 있는 멕 나이트를 말하는 것이다.

바르통이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했다.

“실려 온 물량의 5퍼센트, 잘하면 7퍼센트 정도까지는 살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대가 실려 왔으면 5대에서 7대를 몰래 빼돌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북부 전선에서 실려 온 아우로라 연합의 손상 멕이 이미 7백 대가 넘었다.

적어도 35대, 많으면 50여 대까지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치열한 교전 지역에서 온 것인지 수월하게 항복을 받아낸 지역에서 온 것인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요.”

“그럼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지금은 재조립 물량이 밀려서 어렵습니다. 부품 제작 업체들도 여력이 없고요. 설비를 증설하고는 있지만, 북부 전선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는지 손상된 멕이 계속 들어오고 있거든요. 아마 3개월 뒤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탄하게 진행되면 반년, 시간이 걸리면 2년도 더 걸릴 것 같네요.”

“알았어요. 신경 써 주세요.”

“네, 전단장님!”

루산은 바르통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비어슨과 함께 정비 공장에서 나왔다.

“정말 내가 대장이 된 거야?”

“그렇다니까.”

“와, 씨! 믿어지지가 않아!”

비어슨이 감격하여 소년처럼 기뻐했다.

“5구역과 자연 환경이 다를 거야.”

“알아. 많이 다르더라.”

루산은 자신이 그동안 작성해 온 지도를 비어슨에게 건네주었다.

“탐사 부대의 임무는 말했고, 특별히 부탁할 게 있어.”

“뭔데?”

“타이폰이 뭔지 알아?”

“타이폰? 들어 본 것도 같고······.”

“세르펜스보다 강하다는 괴수인데, 나도 정확히 몰라.”

“아! 뭔지 알 것 같아.”

“그래? 잘됐다.”

“근데 타이폰이 왜?”

“만약 녀석을 발견하거나 녀석이 서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찾게 되면 탐사를 중단하고 돌아와서 곧바로 알려 줘.”

루산의 말에 비어슨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대해 준 친구의 부탁이었다.

“알았어. 걱정 마.”

루산이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비어슨은 8구역에서 일한 지 오래된 멕 나이트 파일럿 한 명, 멕 워커 파일럿 한 명, 그리고 새로 뽑은 교육생들과 함께 반달 호수 지역 서쪽으로 떠났다.

그동안 루산과 8군단 전투 요원들이 탐사한 지역과 아직 가 보지 못한 지역을 다니며 본격적인 탐사 활동과 탐사 파일럿 교육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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