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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50화 (250/450)

250. 거긴 침엽수, 여긴 활엽수

250. 거긴 침엽수, 여긴 활엽수

접시꽃 분지의 사냥 캠프는 괴수 목장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접시꽃 분지 주변의 평원과 밀림에서 괴수를 사냥하기도 하고, 괴수를 몰이해 목장 안으로 밀어 넣기도 했다.

드넓은 접시꽃 분지를 순찰하며 산을 넘어 들어온 포식자는 없는지 감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냥 캠프의 규모가 상당했다.

멕 나이트와 멕 워커 수십 대가 머물 수 있는 주기장, 간이 정비소, 숙소, 회의실, 식당, 식료품 창고와 생필품 창고, 거대한 괴수 부산물 보관 창고는 기본이고, 혈액 저장소까지 설치돼 있었다.

혈액 저장소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저온 냉장 설비가 갖춰져 있었는데, 전에 루산의 요청으로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설치해 주고 간 것이었다.

혈액 저장소 옆에는 채혈장이라 하여 괴수를 붙잡아 끌고 들어와서 혈액을 뽑고 내보내는 시설이 있었다.

채혈장에서 채혈기를 괴수의 몸에 꽂으면 괴수의 혈액이 호스를 통해 저장소로 빨려 들어가 보관되는 것이다.

루산이 아이디어를 낸 레이크 시티 장벽 생산 시설과 같은 원리였다.

차이가 있다면 레이크 시티 장벽 생산 시설 앞에서 붙잡힌 괴수는 죽어서 혈액뿐 아니라 가죽과 뼈, 생명 구슬과 각종 내장 부속품까지 남김없이 수거되지만, 이곳 괴수 목장에서는 혈액만 채취하고 다시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목장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면 늙어서 생명력이 떨어지는 개체는 해체하여 모든 부산물을 수거하겠지만, 아직은 계획 단계였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미켈이 혈액 저장소 옆 채혈장으로 들어오는 대형 초식 괴수 하드로를 올려다보며 루산에게 말했다.

멕 나이트보다 훨씬 큰 사족 보행 괴수 하드로는 레오파드 라이트닝 두 대가 목에 굵은 밧줄을 걸어 데려왔는데, 사실 힘으로는 도저히 끌고 올 수 없는 녀석이었다.

녀석이 버티고 목을 휘저으면 멕 나이트도 가랑잎처럼 흔들릴 만큼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았다.

하드로가 좋아하는 나뭇잎이 달린 가지를 들고 앞에서 유인하면서 데려온 것이다.

녀석이 자기 몸에 딱 맞게 건설된 채혈장으로 들어가자 멕 워커 한 대가 철창 밖에서 거대한 채혈기를 몸통 세 곳에 차례대로 꽂았다.

하드로는 모기에 물린 듯 움찔했으나 크게 요동치지는 않았다.

맞춤형 채혈장이 양옆으로 쉽게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비좁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면에 있는 굵은 쇠창살 사이로 목을 내밀 수 있도록 뚫린 구멍 밖에 좋아하는 풀이 잔뜩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채혈기로 혈액을 빨아들이는 동안 목을 내밀고 으적으적 만족스럽게 풀을 씹어 먹었다.

채혈장까지 데려오는 법, 채혈장의 크기와 구조, 채혈하는 동안 요동치지 않게 하는 법···,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낸 것들이지만, 이 정도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피를 너무 많이 뽑으면 이 자리에서 픽 쓰러져 죽어 버리고, 이 자리에서 죽지 않더라도 얼마 못 가 죽어 버립니다. 그렇다고 너무 조금 뽑으면 시설비, 멕 운용비, 인건비도 안 나옵니다. 차라리 목장을 안 하는 게 낫지요. 여러 날에 걸쳐 멕 워커로 혈액 드럼을 레이크 시티까지 져 나를 일까지 생각하면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뽑아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죽지 않고 건강에 이상이 없어야 합니다. 그 양을 알아내는 데 많은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알아냈다는 말이군요.”

“네.”

미켈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최적의 양을 찾아야겠지만, 괴수 종류별로 한 번에 뽑을 수 있는 최대 양은 알아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번 채혈한 뒤 얼마 뒤에 다시 뽑을 수 있는지도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괴수 목장에서 생산되어 레이크 시티로 들어온 물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먹이, 몰이와 유인, 채혈 방식, 채혈량, 관리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최적의 목장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생산량 증대보다 면밀한 관찰과 연구에 치중해 왔던 것.

루산은 미켈의 보고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철창 밖으로 목을 내밀고 열심히 풀을 먹고 있는 하드로 곁으로 멕 워커가 다가가 목에 표식을 달았다.

“채혈한 지 얼마나 지났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색깔을 달리하는 겁니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죠.”

이 또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연구한 끝에 고안한 방식이었다.

그때 먹이를 다 먹은 하드로가 소리를 질렀다.

꾸어엉-

멕 워커가 얼른 채혈기를 뺐다.

갑작스럽게 바늘을 빼자 깜짝 놀란 하드로가 집채만 한 똥을 푸짐하게 쌌다.

“우웩-!”

바이크가 헛구역질을 했다.

그동안 많은 괴수를 잡아왔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괴수가 똥을 싼 적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하드로는 주변의 작은 생물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듯 굵은 밧줄을 잡아끄는 레오파드 라이트닝의 인도를 받으며 채혈장을 벗어났다.

멕 워커 한 대가 거대한 넉가래로 하드로의 똥을 치웠다.

그 사이 옆에 있는 다른 채혈장에서는 중형 초식 괴수 트리케가 들어와 채혈을 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또 다른 중형 초식 괴수 프로토가 비어 있는 채혈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채혈장.

평범한 사람에게는 기괴하면서도 소름이 끼칠 만한 곳이지만, 가장 어리고 마음이 약한 시에나조차 대수롭지 않게 지켜보고 있었다.

오랫동안 괴수를 때려잡아 해체하고 부산물을 수거해 온 변경 요원들은 어느새 이런 일에 무뎌져 있었던 것이다.

“우웩-!”

하드로의 똥이 옷에 튀었다며 유난을 떠는 바이크조차도.

미켈은 루산 일행을 데리고 혈액 저장소 옆 채혈장을 떠나 접시꽃 분지 전체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탐탐-

탐탐-

탐탐들이 낯선 탑승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육식 괴수는 초반에 모두 소탕했고, 산에서 내려오는 소형 육식 괴수도 레오파드 라이트닝과 정찰병을 투입해 꾸준히 사냥하여 최근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이 안에는 초식 괴수 8종, 곤충이나 벌레를 먹는 잡식 괴수 3종을 기르고 있습니다.”

“잡식 괴수라면?”

“탐탐 같은 녀석들이죠. 초식 괴수들이 하도 똥을 많이 싸서 벌레가 많거든요.”

그러고 보니 야생 탐탐들이 도처에 보였다.

동족을 타고 나타난 인간들을 보고 깜짝 놀라 달아나다 이내 멈춰 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을 깜박이며 가슴을 북처럼 두드리는 모습이 깜찍했다.

“괜찮은 생각이지만, 인원이 많지도 않은데 다 감당이 되겠어요?”

탐탐은 변경에서 매우 유용한 이동 수단으로 한 마리에 150골드에서 300골드 정도 나간다.

이곳에서 탐탐까지 기를 수 있다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괴수 혈액은 한 드럼에 수백 골드에서 수천 골드까지 한다.

반면 탐탐은 혈액에 포함된 마나 농도가 높지 않아 부산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래서 잡지 않고 타고 다니는 용도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곳 접시꽃 분지는 반달 호수 지역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아직은 많은 인원을 보낼 수 없었다.

최적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말씀드렸다시피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입니다. 이것저것 해 보는 것이지요. 탐탐은 초식 괴수와 먹이가 겹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벌레를 찾으려고 자꾸 땅을 파헤쳐 풀이 잘 자라게 하는 효과도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관찰할 필요가 있지요.”

“그렇군요.”

“나중에 본격적으로 조련한다면 어느 정도의 인력과 비용이 들지 그때 가서 고민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루산의 장점 중 하나는 어지간한 일은 전문가의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다.

미켈이 괴수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괴수 목장 책임자로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공을 들여왔기에 그의 판단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루산 일행은 미켈의 안내를 받으며 드넓은 접시꽃 분지를 둘러보았다.

이 땅의 괴수들은 멕 나이트나 멕 워커가 가끔 지나다녀도 이곳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규 입주 괴수가 아니면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대형 초식 괴수, 중형 초식 괴수, 중형 잡식 괴수들이 육식 괴수의 위협 없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지내는 광경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살벌한 생존의 장인 원시의 땅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질적인 평화.

루산은 저절로 마음속 균형추가 작동해 이 현상의 이면을 더듬었다.

비록 이 평화가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낸 인위적인 것일지라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살아가는 동안 육식 괴수의 위협 없이 이렇게 지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간간이 잠깐 따끔한 채혈기 바늘만 견디면 되는 것이다.

‘불행은 어쩌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가문을 망가뜨린 원수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부터 자신의 삶이 더욱 피곤해진 것처럼.

원수를 몰랐다면 이미 사기 당한 금액을 모두 벌어 새롭게 가문을 일으키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지도 몰랐다.

굳이 이 전쟁터, 저 전쟁터 전전하며 멕 나이트와 파일럿을 빼돌리고 낯선 변경을 힘들게 개척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루산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쉽지 않다는 것이 곧 불행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수를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히려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루산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상념을 털어 버렸다.

미켈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안정적으로 하루 4드럼은 생산 가능할 것 같습니다.”

“4드럼이나요?”

세르펜스 한 마리를 잡으면 마나 농도가 짙은 괴수 혈액 수십 드럼이 나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회적이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사냥감이었다.

안정적으로 하루에 괴수 혈액 4드럼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쪽이 더 나은 것이다.

“더 많은 괴수를 잡아다 기른다면 하루에 최대 20드럼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른 부산물까지 처리하고 탐탐을 조련해 팔 수 있다면 부대 수입도 무시하지 못할 테고요.”

하루 20드럼!

괴수 혈액 가격은 마나 함유량에 따라 다르고 그날그날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1천 골드로만 잡아도 1년에 7백만 골드가 넘어간다.

물론 그중 상당 부분이 멕 나이트와 멕 워커 운용비, 급여와 성과 보상금으로 지출되겠지만, 일반적인 괴수 사냥 이익률로 계산해도 150만 골드 정도는 충분히 남을 것이다.

노화 개체 부산물 수입과 다른 부대 수입까지 고려하면 200만 골드도 넘게 남을지 모른다.

물론 괴수 목장을 시작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

질병이 창궐하거나 포식자들이 산을 넘어오거나 가뭄에 풀이 모두 말라 죽어 분지 내의 괴수들이 몰살당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방목하던 괴수들이 갑자기 난폭해져 사냥 캠프로 돌진해 건물을 부수고 인간을 짓밟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괴수 목장은 분명 새로운 수입원으로서 기대를 품을 만했다.

미켈이 당당한 웃음을 짓고 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접시꽃 분지 서쪽과 북쪽에 목장으로 삼을 만한 분지를 새로 발견했습니다.”

“아! 그런가요?”

“네! 당장은 이곳을 신경 쓰느라 거기까지 목장을 만들 여력이 없지만, 이제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했으니 차차 개발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미켈은 의욕에 넘쳐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루산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이내 미소를 거두고 말했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목장 개발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할 것 같네요.”

“네?”

“내가 이곳에 들른 이유는 목장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에요.”

“그럼······?”

루산이 미켈에게 가까이 다가가 나직이 속삭였다.

“조만간 아우로라 대륙으로 건너갈 겁니다.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겸사겸사 최전선으로 끌려간 남방군 출신 반란 파일럿들 소식을 알아보려 해요.”

미켈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루산은 대답 대신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아우로라 대륙으로 떠나기 전까지 목장을 맡기에 적합한 후임자를 물색하고 괴수 목장 운영 매뉴얼을 철저히 만들어 놓으세요.”

“······.”

미켈은 대답 대신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 역시 이반 황제 때 가문의 남자들이 큰 곤욕을 치르고 루트의 꼬임에 넘어가 남방군에 입대한 뒤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변경 구역으로 잠입한 멸문 귀족으로서 복수에 대한 열망이 무척 강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바깥세상과 멀리 떨어진 원시의 땅 깊숙한 곳에서 복수와 증오 대신 괴수 목장 건설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다 보니 어느새 이곳에 정이 쌓이고 미련이 생긴 것이다.

그을린 얼굴에 자부심 가득한 미소.

미켈 슐츠는 그동안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루산이 짐짓 냉정하게 말했다.

“원하지 않으면 참가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아, 아닙니다!”

“그럼 준비하세요. 2개월 정도 시간이 있습니다.”

“···네.”

루산은 탐탐의 머리를 돌려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괴수 목장의 성과를 확인했으나 아라드 변경까지 서둘러 가야 했다.

그곳에서도 처리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탐탐의 머리를 돌려 우두커니 앉아 있는 미켈 쪽으로 다가갔다.

“무사히 다녀온 뒤에도 당신만 원한다면 접시꽃 분지 일대의 목장 책임자를 맡아 주세요.”

미켈이 안도하는 표정을 얼른 감추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켈 슐츠

남방군 출신으로 변경 5군단에 잠입해 있다가 2년 전 반란 사건 발발 때 탈출하여 변경 7군단에 잠입해 있던 동료들을 만나 8구역에 들어온 파일럿.

변경 8구역에 들어와 있는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오토가 기동 부대를 지휘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추천한 인물.

루산은 그를 데리고 아우로라 대륙으로 가기 위해 괴수 목장을 다른 사람에게 인수인계하라고 지시하고 아라드 변경으로 떠났다.

루산이 타고 있는 003 뒤로 바이크와 시에나의 멕 나이트, 밀수용 신품 레오파드 십여 대, 짐을 잔뜩 짊어진 멕 워커 20여 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 멕들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들은 북쪽 이스타드 출신의 젊은 파일럿들이었다.

평생 이스타드 변경을 벗어나 본 적 없던 그들은 이스타드 해방 전쟁 과정에서 참혹한 전투를 치르고 바이크의 꾐에 넘어가 더 큰 성공을 꿈꾸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스타드 해방 전선에서 바이크와 단짝처럼 붙어 다니던 트라비가 불쑥 물었다.

[이봐, 바이크!]

[왜?]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르네.]

[뭐가?]

[가프 용병단은 전쟁터로 다니는 거 아니야? 가도 가도 끝없는 원시의 땅을 헤매고 다니는 거는 우리 고향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에이! 그래도 이스타드와는 많이 다르지.]

[뭐가?]

[자라는 나무의 종류가 다르잖아. 거긴 침엽수, 여긴 활엽수.]

[······.]

[······.]

[농담이야.]

[···알아. 웃음이 나지 않을 뿐.]

[너희들 실력으로 전쟁터로 곧바로 가면 다 죽어.]

[그렇··· 겠지?]

[우리 대장님이 다 생각하고 계시니까 걱정 마.]

[···알았어.]

젊고 용감하지만, 검술 실력이 떨어지고 멕 나이트 훈련이 부족한 이스타드의 초보 파일럿은 믿을 사람이 바이크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아라드 변경으로 가는 울창한 밀림 - 고향의 풍경과는 상당히 다른 원시의 숲속을 묵묵히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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