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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51화 (251/450)

251. 멕 나이트를 보낼 수 있다

251. 멕 나이트를 보낼 수 있다

노바로 돌아온 바덴은 싸늘함을 느꼈다.

노바의 위도가 변경 8구역보다 높아 실제로 더 춥기도 했지만, 사회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부 공업 지구 사태 이후 강화된 검문검색은 여전히 풀리지 않아 도처에 경찰이 불시 검문을 하고 주요 대로에는 거대한 멕 나이트가 지나다니는 작은 인간들을 오연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울름 남작의 사망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긴장감을 느꼈다.

황제와 오베론 공작의 갈등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치달았다는 소문이 고위 귀족, 고위 관리, 큰 기업을 경영하는 사업가 등 상류층을 중심으로 은근히 퍼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소문만 무성할 뿐 황제와 오베론 공작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노바의 가로수에는 바덴의 마음처럼 꽃이 활짝 폈다.

아름답고 찬란한 봄이 온 것이다.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사장님.”

만나는 사람마다 바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바덴은 행복한 만큼 불안했고, 불안한 만큼 일에 더욱 몰두했다.

어차피 변경 8구역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 밀린 업무를 파악하고 처리하느라 강행군을 해야 했다.

“보헨 지역의 남은 땅을 우리 회사에서 다 사들이면 안 돼요. 그건 너무 티가 나잖아요. 우리는 선착장과 화물 창고 부지로 강가 쪽에 최대 5퍼센트 정도만 차지하고 피닉스 제철, 아인베크 해운에서 5퍼센트 정도씩, 나머지 땅은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 회원들 중에서 특히 입이 무겁고 우호적인 분들을 엄선해 정보를 알려드리도록 하세요.”

“그래도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사장님. 차라리 회사를 몇 개 만든 뒤 나눠서 사들이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 봐야 업계 사람들은 우리가 편법을 썼다는 걸 알게 될 텐데, 그런 얕은수를 쓰면 신뢰가 떨어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차라리 보헨 지역과 인접한 라벤스 지역을 매입하세요. 주택 지구나 상업 지구로 적격일 것 같으니까.”

“거기는 보헨과 맞닿아 있다고는 하지만, 노바와 거리가 멀어 인기가 없을 텐데요?”

“노바 동부 공업 지구도 외곽에 공원과 숲이 조성돼 있어요. 새로 들어설 보헨 공단은 노바에서 밀려나는 셈이니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데 더욱 신경을 쓰겠죠. 그런데 보헨 지역과 닿아 있는 노바 동부 외곽에는 수도 군단 일부가 자리 잡고 있어요. 전시라 부대 이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렇다면 보헨 북쪽 아니면 동쪽이 개발될 텐데 나는 동쪽에 걸어 보고 싶네요.”

“왜 보헨 지역 북쪽이 아닌 동쪽인가요? 북쪽이 노바와 더 가깝지 않습니까?”

“보헨 동쪽 라벤스 지역은 엘버 강과 닿아 있잖아요.”

바덴은 노바 동부 공업 지구 이전 계획에 따라 새로운 필센 제국의 심장이 될 보헨 지역의 강가 쪽 일부 땅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국가 공단이라 선착장과 창고를 소유하더라도 이용 요금을 과도하게 받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어떤 물건이 얼마나 오가는지 항상 파악하여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다.

바덴도 처음에는 보헨 지역의 개발 이익을 노리고 최대한 많은 땅을 사들이려 했으나 생각을 바꾸었다.

대규모 정부 사업에서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정부나 경쟁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좋지 않은 이미지가 구축된다.

그래서 개발 이익을 포기하고 그 대신 물동량 정보를 손에 넣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나 이 호재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업적으로는 라벤스 지역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상업 지구와 주택 지구.

바덴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마을과 도시를 만들 자신이 있었다.

보헨 지역 안에도 주거 지구와 상업 지구가 들어서겠지만, 라벤스 지역에는 더욱 쾌적하고 아름다운 마을과 도시가 세워질 것이다.

사실 라벤스 지역에 상업 지구와 주택 지구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보헨 지역에 대규모 공업 단지가 들어선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 해도 동부 공업 지구 입주 업체들이 모두 이곳으로 이전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바에는 동부 공업 지구 외에도 여러 곳에 크고 작은 공단이 있었고, 사장이든 노동자든 제국의 수도를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바덴은 라벤스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주택 지구, 상업 지구 개발이 어렵다면 대규모 놀이공원이나 대규모 휴양 시설, 농업 기지 시범 단지로 그 땅을 이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계획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단지 사업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조달하는 일이 문제일 뿐.

그러나 이 문제도 크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빚으로 사업체를 키우고 그 사업체를 담보로 하여 더 큰 빚을 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사업체가 부실하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반달 식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업체들은 확고한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붐붐 자동차 같이 신차를 개발하느라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회사나 반달 농업처럼 이제 막 시작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흑자 상태이거나 조만간 흑자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변경의 힘을 빌려 오면 된다.

레이크 시티에서 벌어들이는 세금 수입과 레이크 시티 정비 공장 수입, 노획한 아우로라 연합의 손상된 멕 나이트 재조립 비용의 일부 커미션과 레오파드 밀수 수입.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루산은 가프 마법 연구소의 비밀 금고를 털어서라도 자금을 마련해 올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어쨌든 바덴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자금 걱정은 하지 말고 라벤스 지역을 사들이세요. 그리고 도시 계획 전문가와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 기획 팀 직원들로 리버 시티 프로젝트 팀을 꾸리세요.”

노바를 관통하여 동쪽으로 도도하게 흐르는 엘버 강.

그 언저리에 도시를 짓기로 바덴은 결정했다.

리버 시티 프로젝트 팀 출범을 지시한 뒤에는 곧장 슈텐달 남작을 만나러 피닉스 제철로 갔다.

피닉스 제철은 대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로서 생산한 철강 제품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바덴은 이미 피닉스 제철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빌린 상태였지만, 보헨 지역 개발 계획을 알려 주고 그 땅을 구매할 것을 권유하면서 추가 자금 융통을 타진했다.

“허허허! 또 얼마나 큰 사업을 벌이려고 그러십니까?”

“보헨 공단 옆에 베드타운을 건설해 보려고요.”

바덴은 슈텐달 남작에게 리버 시티 프로젝트를 숨기지 않았다.

설명을 들은 슈텐달 남작이 사업가답게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보헨 지역도 보헨 지역이지만, 그쪽이 더 구미가 당기는군요. 끼워 주시겠습니까?”

“그럼요! 남작님께서 투자하신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그런데 피닉스 제철도 여기 저기 공장을 새로 건설하느라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피닉스 제철은 사기 당하기 직전, 루산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사기를 피하면서 당시 작정한 서류를 바탕으로 사기에 공모한 공업 은행 지점들을 돌며 중복 대출을 잔뜩 받아 버려 대출이 막힌 상태였다.

현금 수입은 많지만 새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 역시 많아 자금에 여유가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바덴은 알고 있었다.

슈텐달 남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은행들에게 가져다 쓰라고 계속 연락이 오더군요.”

“아! 다행이에요.”

“이게 다 보름스 자작님과 고슬라 사장님 덕분이지요.”

“별말씀을요. 기사님께서도 늘 남작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씀하신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니 감사한 일입니다.”

슈텐달 남작이 얼마나 빌려 줄 수 있는지 몰라도 바덴은 일단 걱정을 덜었다.

사실 바덴이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와중에 굳이 피닉스 제철까지 온 이유는 단지 자금을 빌리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자금 융통은 당장 급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번에 변경에 다녀왔는데, 기사님께서 부르사 왕국으로 멕 나이트를 보낼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오! 그렇습니까?”

피닉스 제철이 추진하는 철광석 도입 계획.

슈텐달 남작은 아라드 왕국에서 광산을 개발해 철광석을 들여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부르사 왕국으로부터 철광석을 더 많이 들여오기 위해 직접 바다를 건너 그 위험한 땅을 다녀오기까지 했다.

풍부한 철광석이 매장된 부르사 중부의 통치자는 현 국왕의 야심만만한 조카.

그는 철광석의 대가로 멕 나이트를 요구했다.

그러나 필센 제국에서 멕 나이트 유통은 변경의 중고 멕 나이트 시장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국가의 통제를 받았다.

그래서 섣불리 멕 나이트를 구입할 방법을 알아보지 않고 북부로 간 루산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바덴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님 말씀으로는 아라드 왕국의 룬드 항에서 멕 나이트를 실어서 부르사 왕국까지 나르면 된답니다.”

“아라드 왕국!”

“네.”

“아라드 왕국에서 과연 멕 나이트 수송을 가만 두고 볼지 걱정이군요.”

“그건 알아서 하신답니다.”

“음!”

“기종은 중고 아이언 워리어뿐 아니라 레오파드라는 신형 기체도 가능하기는 한데, 훗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아우로라 연합의 기체로 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네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당장 가능한 물량은 50대에서 80대, 시간을 두고 진행한다면 50여 대를 추가로 보낼 수 있다고 하십니다.”

“······!”

슈텐달 남작이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루산이 그렇게나 많은 멕 나이트를, 그것도 아우로라 연합의 멕 나이트를 보내 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그것도 아라드 왕국을 통해서.

‘이런 일은 필센 제국군의 그 어느 장군도 못할 것이다!’

루산이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기사로서의 전투 능력과 복수를 위한 치밀한 계획 수립, 바덴이 보이는 놀라운 사업 수완 정도였다.

멕 나이트까지 조달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너무나 궁금했다.

“기사님께서는 알고 싶어 하십니다. 정확히 몇 대가 필요한지, 어느 정도 기간에 걸쳐 제공되어야 하는지, 판매인지 임대인지······.”

슈텐달 남작이 바덴의 말을 경청하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일이었다.

바덴의 말은 계속되었다.

“멕 나이트만 필요한지 아니면 멕 나이트 전투에 익숙한 유능한 용병 파일럿도 필요한지.”

“······!”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슈텐달 남작님께서 정확히 알아 오셨으면 하십니다.”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당장 부르사 왕국에 다녀오겠습니다!”

슈텐달 남작이 흥분하여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남작님, 더하여 부르사 왕국의 정세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고 싶다고 하십니다.”

“자세하게요?”

“네! 아주 자세하게.”

“그렇게 하지요!”

슈텐달 남작이 큰소리를 쳤다.

누구는 멕 나이트도 구해다 주는데, 이 정도 일을 못 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또 있습니까?”

“이건 부수적인 건데요.”

“무엇입니까? 어서 말씀해 보세요.”

“떠나시기 전에 철도 회사를 미리 인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

왕질과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당장 중부의 철광석을 실어 나를 방법이 없었다.

부르사 왕국 중부에서 서쪽 항구까지 철광석을 나르려면 철도를 깔아야 한다.

루산이 부르사 왕국으로 건너가려면 지금으로부터 몇 달은 걸린다.

그 몇 달 동안이라도 철로 궤도, 기관차와 화차를 미리 생산해 놓으면 철광석 운반에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부르사 중부의 통치자 왕질과의 협상이 결렬된다 해도 미리 생산해 놓은 것들은 아라드 왕국에서 개발에 성공한 광산을 잇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슈텐달 남작은 감탄했다.

이 정도 도움을 받는다면 빚을 내서라도 바덴이 원하는 자금을 빌려 줄 수밖에 없었다.

“허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슈텐달 남작은 철도 회사를 인수해 차량과 철도 궤도를 생산하라고 지시하고 브레머 은행과 상업 은행에서 거액의 자금을 대출하여 바덴에게 빌려준 뒤 부르사 왕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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