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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68화 (268/450)

268. 재밌는 악기네요

268. 재밌는 악기네요

줄리아의 집은 난리가 나 있었다.

아이젠 자작 부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루산의 이름을 구슬피 부르며 울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다.

자동차를 타고 돌아온 루산이 헐레벌떡 달려가 부인을 달랬다.

“옷 갈아입으러 집에 갔다 왔어요, 어머니. 그러니 저녁 식사를 하세요.”

“어디 가면 안 된다, 루산. 알았지?”

“제가 옆에 있을 테니 얼른 저녁 드세요.”

아이젠 자작 부인은 루산이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며 시녀가 떠 주는 죽을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루산은 겉으로는 부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속은 갑갑했다.

매형의 말을 듣고 과거와 단절할 필요성을 확실히 이해했으나 이해했다고 실천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생판 모르는 남도 아니고 상태가 이런 부인을 모른 척하고 외면할 수가 없었다.

파혼한 일이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이렇게 집착할까 싶어 가슴이 아팠다.

그는 식사를 마친 자작 부인의 말동무 노릇을 잠시 했다.

옛 추억을 반복적으로 꺼내는 일이 전부였지만, 부인은 가끔 환하게 웃기도 했다.

기력이 없고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부인은 금세 잠이 들었다.

함께 있던 줄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직이 말했다.

“오빠, 저녁 안 먹었죠? 식사해요.”

루산은 줄리아와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루산이 돌아오기 전까지 우는 엄마를 달래느라 쩔쩔매던 줄리아는 다시 찾아온 평화와 루산과 단둘이 식탁에 마주앉은 이 순간의 행복에 감사했다.

루산과 대화를 나눌 때는 잊었던 미소를 떠올리기도 했다.

엄마를 돌보느라 힘을 많이 썼고, 루산이 돌아온 것이 기뻐서 밥도 많이 먹었다.

반면 루산은 줄리아의 말에 엷은 미소를 띠며 대꾸하고 있었지만, 마음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단절이 필요하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은 아닌 것 같았다.

원수지간도 아닌데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헤어짐에도 최소한의 품위와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

루산이 줄리아의 집에 머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아이젠 자작은 아주 이름난 가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대로 내려오는 작위 귀족이었고, 군 경력이 풍부한 데다 제국 기사 아카데미 교수로 임명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아라드 왕국과 북부 전선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남들보다 승진이 빠른 유능한 장군이었다.

이대로 가면 북방군 사령관 아니면 아우로라 대륙 정벌을 위해 새로 창설될 방면군 사령관으로 유력한 인물이었다.

동방군, 제국 기사 아카데미, 수도 군단, 북방군에서 두루 복무한 덕에 인연을 맺은 상관과 부하, 제자, 군 관계자 들이 무척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대전쟁 발발 이후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었지만, 근위대, 수도 군단, 군무부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이젠 자작의 지인들이 뒤늦게 사망 소식을 듣고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왔다.

장례식에 참석했음에도 아이젠 자작 부인의 건강이 걱정되어 안부를 물을 겸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루산이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초로의 신사가 방문해 잠들어 있는 아이젠 자작 부인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다 줄리아와 시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밖으로 나왔다.

그때 부인의 방 밖에 놓여 있는 긴 의자에 한 청년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혹시 루산 보름스 군이 아닌가?”

루산은 누군지 잠깐 생각하다 이내 그를 알아보았다.

제국 기사 아카데미 시절 전략 과목 교수로 있던 골덴 크레펠트였다.

루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레펠트 교수님?”

“오! 맞군그래. 자네를 여기서 볼 줄이야! 반갑네.”

“오랜만입니다, 교수님.”

“지금은 교수가 아니지만, 어쨌든 반가운 호칭이야.”

“그럼 지금은 어디 계십니까?”

“수도 군단에 있다가 군무부 전략실에 있네.”

“그러시군요.”

딱히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예의상 물어본 것이다.

그러나 크레펠트는 오랜만에 만난 루산이 반가운지 아니면 제국 기사 아카데미 시절 활발히 교류하여 친분이 두터운 아이젠 자작과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한 것이 반가운지 몰라도 루산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자네는 여전히 변경에서 지내나? 3년 전인가? 반란을 진압한 공으로 무공 훈장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자네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말이야.”

무공 훈장을 반란 사건 진압으로 받은 것도 특이한데 훈장을 받은 사람이 군인이 아니라 변경 파일럿인 것은 더욱더 특이한 일이라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 이름이 자신이 익히 아는 루산 보름스이기에 더욱 기억에 오래 남았다.

루산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변경에서 지냅니다.”

“안타까운 일이야. 전선에서 적을 무찌르고 무공을 쌓아 명예로운 장군이 되어야 할 자네 같은 인재가······.”

뒷말은 굳이 하지 않았지만, 루산은 생략한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결혼은 했나?”

“아, 아직 안 했습니다.”

“그런가? 줄리아도 아직 미혼이라는데, 다시 결합할 생각인가?”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에 루산은 당황했다.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습니다.”

“그런가? 그분이 자네를 참 아꼈는데, 안타깝군.”

“······.”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이 어색했던지 크레펠트 장군이 루산이 앉아 있던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다리를 꼬고 앉으며 눈짓으로 루산에게도 앉기를 권했다.

루산은 그의 옆에 앉았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전선이 아우로라 대륙으로 완전히 옮겨 갈 거야. 우리 군은 더욱 규모가 커질 거네.”

“전시 증편보다 더 규모가 커진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아우로라 대륙을 완전히 정벌하여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니까.”

정벌이라는 말은 애매한 감이 있었다.

무장을 해제시키고 항복을 받아낸다는 뜻인지, 점령하여 식민지로 삼는다는 뜻인지, 아예 영토로 편입한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루산은 조금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자신과 그리 관련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어쨌든 전쟁 규모를 더욱더 키운다는 것은 의미 있는 정보였다.

“30대 전후의 유능한 파일럿이 많이 필요하지. 어쨌든 아우로라 연합은 우리보다 더 크고 병력이 훨씬 많으니까.”

“···네.”

“이미 신규 기동 부대를 편성하고 있다네. 뛰어난 기사 아카데미 출신들을 일선 부대장으로 임명해 전면적으로 전선을 뚫고 나갈 거야. 젊고 유능한 기사들이 많은 공을 세울 기회지. 청년 장군들이 탄생할 거야. 어떤가? 자네만 원한다면 내가 힘을 써 보겠네. 무공 훈장을 받을 정도라면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이야기 아닌가? 공적에 따라 아우로라 대륙의 땅을 영지로 분배해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네.”

청년 장군!

2, 30대에 전단장이 되고 군단장이 되고 군사령관이 되는 것은 평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시에도 흔하지 않았다.

게다가 영지라니!

사회 개혁 이후 필센 제국에서 영주라는 호칭은 사라졌다. 귀족 작위만 남아 있을 뿐.

허울뿐인 작위가 아니라 실제로 다스릴 땅과 사람과 권력을 준다는 것이다.

야심만만한 젊은 기사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루산 역시 살짝 마음이 들떴으나 그때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단절해야 하는 것은 과거의 인연만이 아니야.’

남들이 천시하는 변경의 파일럿이 되었기 때문에 원수의 정체를 알 수 있었고 원수에게 복수할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품어 온 꿈, 이루지 못해 더욱 찬란해 보이는 기사의 길.

이제는 끊을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굳이 옛 은사를 불쾌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루산은 완곡하게 거절의 뜻을 전했다.

“그럴 텐가?”

크레펠트도 전사한 옛 동료의 가족을 돌보기 위해 찾아왔을 뿐 오랜만에 만난 루산을 반드시 제국의 기사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제국은, 10년 전 감탄했지만 변경으로 가 버린 파일럿 한 명 없다고 해서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옛 동료가 너무나 아낀 나머지 일찌감치 사윗감으로 점찍어 두기까지 한 젊은이가 한낱 변경 기사로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알았네. 그럼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들르게.”

“네, 교수님.”

크레펠트가 떠난 뒤에도 고 아이젠 자작과 자작 부인의 지인들이 찾아와 루산을 곤혹스럽게 했다.

과거 루산과 줄리아가 약혼한 사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이 집에 루산이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만나느냐는 질문을 빠뜨리지 않았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도 믿지 않았다.

잠에서 깬 자작 부인이,

“루산, 어디 있니? 가면 안 된다, 루산! 아! 거기 있었구나, 내 사위!”

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두 사람의 재결합을 기정사실로 믿어 버렸다.

줄리아는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은근히 즐겼지만, 루산은 줄리아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했다.

루산은 단절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느꼈다.

그러나 자신이 떠나면 죽어 버릴 것만 같은 불쌍하고 가련한 자작 부인과 겨우 생기를 되찾아 가는 줄리아를 단칼에 자르고 떠날 수 없어 루산은 괴로웠다.

그렇게 줄리아의 집에서 사흘을 보냈다.

***

이른 아침, 루산은 촉촉한 정원수 가지에 앉은 새들의 청량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것이 손님이 온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였는지 자동차 세 대가 줄리아의 집으러 다가왔다.

아침 일찍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문지기와 집사가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루산은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갔다.

세 대의 자동차가 정원 사이로 난 길을 지나 저택 앞에 멈추었다.

이윽고 자동차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런데 맨 앞 차에서 내린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다.

‘당신이 여긴 왜?’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을 이끌고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바덴이었던 것이다.

조의를 표하기 위해 들뜨지 않고 차분한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 바덴은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저택으로 들어왔다.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루산을 보고도 살짝 목례만 할 뿐 말을 걸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줄리아가 놀라 내려왔다.

“고슬라 사장님! 어쩐 일로······.”

마치 불륜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줄리아의 표정도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바덴은 여전히 침착한 태도로 줄리아에게 사과부터 했다.

“부친상을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야 왔습니다. 늦어서 죄송해요. 어떤 말로 위로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별말씀을요. 그렇잖아도 바쁘신 사장님께서 이렇게 직접 와 주신 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줄리아가 감사 인사를 했다.

사실 바덴이 직접 올 일은 아니었다.

바덴은 누구보다 바빴고, 현재 줄리아는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과 계약을 맺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 고용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에 계신 분들은 누구신가요?”

줄리아가 물었다.

아무리 봐도 조문을 온 회사 관계자들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바덴이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노인들을 돌보는 데 익숙한 분들입니다. 특히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지적 퇴행을 겪고 있는 환자를 많이 돌봐온 전문가들이죠. 가족이 그런 일을 겪으면 무척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상의 없이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모셔왔습니다.”

“아! 이렇게나 고마울 수가······!”

바덴의 배려에 감동한 줄리아가 울먹였다.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사장님!”

“별말씀을요. 미스 아이젠은 우리에게 무척 중요한 분이잖아요.”

바덴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젠 자작 부인의 방을 찾아갔다.

마침 사람들 소리에 잠에서 깬 부인이 루산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루산이 들어가려 하자 바덴이 그의 소매를 잡아 제지했다.

그 사이 중년 여성 두 사람이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들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울고불고 보채던 자작 부인이 새로 나타난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장난감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보이더니 아이처럼 질문을 던지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보고 줄리아, 바덴, 루산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줄리아가 바덴의 손을 잡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슬라 사장님.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오히려 잘 부탁드립니다, 미스 아이젠. 우리 회사는 미스 아이젠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답니다.”

줄리아에게 이야기를 마친 바덴이 마침내 눈을 돌려 루산을 쳐다보았다.

바덴의 얼굴은 요 며칠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줄리아만큼 초췌해 보였다.

루산, 바덴, 줄리아 모두 긴장된 순간이었다.

이윽고 바덴이 입술을 살짝 떨면서 말했다.

“기사님, 브레이브 랜드에 레오파드 트레이너 신규 물량이 오늘 도착한답니다. 가프 마법 연구소 측에서 기사님께 최종 점검을 부탁한다고 하는데, 저와 같이 가시겠어요?”

같이 가요, 루산!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거예요, 루산!

나와 함께 가요!

이제 우리 삶을 살아요!

바덴의 눈을 응시하던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죠.”

줄리아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루산을 붙들었지만, 루산은 외면하고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요.”

루산은 자작 부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루산, 이거 봐! 신기한 악기구나!”

자작 부인이 루산을 반기며 소리쳤다.

루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재밌는 악기네요, 어머니.”

“그치?”

“어머니!”

“응?”

“저는 가 봐야 해요.”

“어딜?”

“일하러 가야 해요.”

“가면 안 돼!”

“···이 사람들이랑 재밌게 놀고 계시면 또 올게요. 그때까지 식사 잘하시고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싫은데······.”

루산은 자작 부인의 손등에 키스를 하고 몸을 돌렸다.

“루산! 루산! 가지 마라, 루산!”

자작 부인이 장난감 악기를 던지며 미약한 소리로 외쳤다.

줄리아도 바덴도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루산은 무거운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 문 앞에 서 있는 줄리아 곁을 지나갔다.

“가 볼게, 줄리아. 잘 지내.”

“오빠······!”

줄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바덴의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루산의 뒤를 따라왔다.

바덴의 운전기사가 자동차의 문을 열어 주었다.

루산과 바덴은 뒷좌석에 올라탔다.

자동차가 출발해 줄리아의 집을 벗어났다.

“기사님! 제가··· 잘못한 건가요?”

바덴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루산은 떨리는 바덴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아니에요. 잘했어요.”

바덴이 루산에게 몸을 기울이며 펑펑 울었다.

아침 일찍 결혼할 남자의 전 약혼녀 집에 장군처럼 쳐들어와 당당히 자신의 남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 사람답지 않게 슬프게 울었다.

이번 일은 그녀에게 무척 힘이 들었던 것이다.

루산이 바덴을 토닥이며 말했다.

“미안하고, 고마워요.”

이른 아침, 루산은 바덴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한 채 아이젠 가문과 단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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