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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76화 (276/450)

276. 아버지 뭐 하시니?

276. 아버지 뭐 하시니?

루산과 바덴이 만나서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는 사랑의 밀어가 아니었다.

신혼집 이야기, 시가와 처가 이야기 약간을 제외하면 늘 사업 이야기를 했다.

바덴은 주기적으로 루산에게 사업 현황을 보고해 왔고 특별한 일이 생기면 추가로 보고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웠을 뿐 아니라 두 사람 다 그 주제로 나누는 대화를 즐겼다.

그리고 사업과 관련된 사회, 정치, 전쟁 이야기가 이어지고는 했다.

이런 주제들에 이어 루산의 복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루산의 복수 대상은 오베론 공작 그리고 더 확장하면 황제였기에 정치, 사회, 전쟁 이야기와 관련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데사우로 형제가 사채업과 차 밀수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고 루트 오베론이 지나치게 빨리 힘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 사업을 해 볼까 한다는 이야기를 바덴이 루산의 품에 얼굴을 묻고 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루트가 아무리 애를 써 봐야 차남이 공작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는 내버려 둬도 될 것 같은데? 사채든 밀수든 해서 더 힘을 가져야 장남과 어느 정도 비벼 볼 수 있지 어지간한 힘으로는 상대도 되지 않을 테니까 말이에요.”

루산의 말에 바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우려했다.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형은 다른 대륙으로 원정을 떠나 있고 나이 많은 아버지는 전시에 국정을 총괄하면서 황제와 힘겨루기를 하느라 가문을 돌볼 겨를이 없어요. 그때 차남이 가문의 유능한 가신들을 포섭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스텐커 씨가 알아보니 마젠스 자작은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베론 지방이 낳은 최고의 천재라고.”

“오베론 최고의 천재?”

“네. 그는 오베론 가문의 크고 작은 일을 직접 관장해 오다가 오베론 공단 사장으로 밀려난 인물이라 공작가의 재산과 인물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필센 제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공단 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제 흐름도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봐야죠.”

“그런 사람이 루트 오베론에게 사채업과 차 밀수를 권했다? 단기간에 오베론 공작과 황제에게 복수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맞아요. 내가 마젠스 자작이라 해도 차남이 가문의 재산을 자기 명의로 바꿔 봐야 의미가 없으니 차라리 가문의 힘을 빼돌려 독자적인 힘을 갖추고 그걸 바탕으로 가문을 차지하든 복수를 하든 하라고 할 것 같아요.”

루산은 이 사안을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오베론 공단 자금이든 뭐든 마젠스 자작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빼돌리고 오베론 공작가의 이름을 이용해 막대한 양의 차를 밀수하고 사채업을 한다? 사채업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것을 알아내지 못했지만, 차 사업은 만약 독점할 경우에 1년에 7천 대 이상의 멕 나이트를 구입할 만큼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죠?”

“그건 차 관련 사업으로 발생하는 총매출을 어림짐작으로 계산한 거고, 유통만 한다면 10분의 1에서 5분의 1로 봐야죠.”

“700대에서 1,400대라는 거네요?”

“비용을 빼면 그 정도는 안 될 거예요.”

“그래도 수백 대의 멕 나이트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을 1년 만에 번다는 거니까.”

“독점하면 그렇다는 거예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거고······.”

스텐커는 우려스럽다고 했다.

루트 오베론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강해져 감시 범위를 벗어나거나 혹은 너무 튀어 제거될 것이.

바덴은 그 우려를 이해했지만, 생각이 조금 달랐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루산.”

“우리 대장군께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루산의 농담에 바덴이 그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야!”

“흥!”

바덴이 장난으로 콧방귀를 뀌고 나서 루산의 옆구리를 문질러 주며 진지하게 말했다.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루트 오베론, 마젠스 자작도 마찬가지죠. 멀리서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억누를 수 없어요. 적당히 조율한다? 불가능해요.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죠. 그래야 조율도 되고 균형도 맞춰지지 않겠어요? 현재 차 사업은 확실히 매력 있는 사업이에요. 최선을 다해 뛰어들어야 압도하든 적절히 저들의 성장을 억누르든 할 수 있다고 봐요.”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더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생각하고 단순히 이용하려 들다가는 언제든 형세가 역전될 수 있다.

애초에 루트 오베론은 다름 아닌 ‘오베론 공작 가문의 아들’이 아닌가!

이쪽이 주시하고 있다지만 저쪽이 훨씬 강한 상대였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오베론 공작 가문의 이름을 이용한 저들에 압도당해 우리가 차 사업에 실패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점유율을 나눠 가질 수도 있고, 우리가 압도해 저들을 차 사업에서 밀어낼 수도 있어요. 우리가 정말 잘해서 저들을 차 사업에서 밀어내면 또 어때요? 굳이 중간에 루트 오베론을 이용하지 않고 우리의 강한 힘을 바탕으로 당신이 직접 원하는 바를 이루면 되죠.”

바덴은 복수라는 무서운 말을 루산에게 붙이고 싶지 않아서 에둘러 표현했다.

“차 사업은 저들 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지만, 확실히 엄청난 사업이에요. 뛰어들 거면 최선을 다해 뛰어들고 싶어요.”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언제나 옳았다.

“황제는 나푸라산 차 수입을 합법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왜냐하면 나푸라 왕국을 점령하면 온전히 자기 것이니까요.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데 그걸 왜 풀어 주겠어요?”

“거기까지 생각했어요?”

“그럼요!”

바덴은 사업에 있어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모든 가능성,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푸라 왕국을 차지하고 차를 전매로 하든 취급 면허를 발급하든 하겠죠. 제국 정부에 엄청난 수입을 안겨 줄 거예요.”

“그러면 굳이 이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지 않아요? 우리가 애를 써도 결국 제국이 가져가 버리는 거니까.”

“그건 그렇게 쉽지 않아요.”

“음?”

“적국이니까 점령하고 빼앗을 수 있는 거예요. 동맹국이나 중립국, 자국 상인의 재산은 함부로 하지 못해요. 동맹국이나 중립국의 재산을 가로채면 최악의 경우 전쟁이고, 자국 상인의 재산을 함부로 건드리면 민심이 뒤집어지고 반란이 일어나요. 왕이나 황제는 그렇게 망하는 거죠. 그래서 함부로 하지 못해요. 우리가 편법을 써서 마리노 공화국에 회사를 차려 나푸라산 차를 구입하고 이것을 룬드 항으로 운반해 와 아라드 왕국에 세운 회사에 넘기고 그것을 수입한다면 필센 제국이 나푸라를 점령해도 기존에 취급하던 물량을 어느 정도 고려해 줄 수밖에 없어요.”

“편법적인 수입인데도?”

“불법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우리 권리를 인정 안 해 주면 오베론 가문의 밀수를 끌고 들어가면 되죠. 쟤네가 더 나쁜 짓을 했잖아! 이렇게요. 그렇게 되면 황제와 오베론 공작가가 다투게 되겠죠.”

“아!”

막힘없는 바덴의 대답에 루산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신의 복수가 쉽게 이루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센 제국이 나푸라를 점령하지 못하면··· 이 경로로 차 수입을 계속하면 된다는 것이고?”

“그렇죠!”

“음!”

루산은 무엇보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루트 오베론이 무슨 짓을 하든 최선을 다해 사업을 하고 복수를 하면 되는 것이다.

“마리노 공화국과 아라드 왕국에 믿을 만한 사람을 세워 회사를 차려야 한다고 했죠?”

“네.”

루산은 곧바로 적임자가 생각났다.

“시에나가 마리노 공화국 출신인데······.”

“시에나라면 그 활달한 여성 파일럿?”

“맞아요.”

정확히 말하면 마리노 공화국의 배후 식민지들 가운데 하나인 마카르스카 출신이었지만,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가 화물선을 타던 뱃사람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중요했다.

루산은 바덴과 함께 곧바로 시에나를 찾아갔다.

시에나는 기특하게도 숙소에서 수련 중이었다.

아라드 왕국이 보유하고 있는 아우로라 연합 기체에 대한 감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 인수가 늦어지는 바람에 지루하게 대기하고 있던 그녀는 밖을 나가도 난민밖에 볼 수 없어 차라리 수련이나 하자고 생각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무 그늘 밑 해먹에서 자고 있는 바이크와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대장님?”

시에나가 얼굴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훔쳐 털어 내고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루산과 그 뒤에 서 있는 바덴을 번갈아 보다 물었다.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요?”

“아버지 뭐 하시니?”

“네? 갑자기요? 몇 년 동안 집에 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하셨냐는 거야. 나쁜 일이 아니야. 오히려 좋은 일이지. 그리고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러니 자세히 좀 말해 줄래?”

***

“비공식적인 말씀입니다만······.”

루산이 말하는 비공식적인 말이란 공식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우나 필센 제국 황제의 진정한 뜻이라고 니트라 공작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살짝 긴장했다.

“그리고 아직 검토 단계라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만, 아라드 왕국 재건 비용을 지원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오! 재건 비용을 원조해 주겠다는 것이오?”

니트라 공작이 반색했다.

“어디까지나 검토 단계입니다. 확정이 되지 않았으니 실현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실망할 때 실망하더라도 일단 들어나 봅시다!”

“알겠습니다, 각하!”

루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필센 제국은 우방인 아라드 왕국의 복구를 돕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전쟁이 계속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빚을 지고 있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발을 붙이기가 쉽지 않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흐음······!”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으나 필센 제국의 방파제로 전쟁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쓴 아라드 왕국으로서는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지원하지 못하고 비공식적으로, 편법으로 보일 수도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센 제국 내부에서도 필센 제국의 지원임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말이지요.”

“대체 무슨 방법이오?”

“아라드 왕국에서 차 수입 회사를 차리는 겁니다.”

“차? 마시는 차 말이오?”

“그렇습니다.”

너무나 뜬금없는 말이라 니트라 공작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산이 얼른 설명했다.

“현재 필센 제국은 나푸라 왕국으로부터 차를 수입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러나 차는 필센 제국 백성들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음료입니다. 그래서 우회 경로로 좋은 차, 즉 나푸라산 차를 수입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아라드 왕국 재건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죠. 해운업이 발달한 마리노 공화국 회사를 통해 나푸라산 차를 수입하고 그 차를 가칭 아라드 차 무역 공사에 넘깁니다. 그리고 필센 제국의 모 업체가 그 차를 필센 제국으로 수입해 가는 것이죠.”

니트라 공작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것이 단지 아라드 왕국을 돕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난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을 간파해 낸 것이다.

‘황제가 뒷주머니를 차려는 것인가?’

전쟁 통에 적국의 차를 금수품으로 지정하고 혼자 밀수해서 엄청난 이익을 올린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아라드 차 무역 공사에 많은 이익을 돌려주지는 않겠지. 하지만, 물량이 어마어마할 테니 이익률이 낮아도 우리에게 떨어지는 것이 적지 않을 터! 우리가 손해 볼 것은 전혀 없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루산은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이 차 무역에 필센 제국의 상선을 쓰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마리노 공화국 상선이 차를 룬드 항으로 실어 나르게 될 것입니다.”

“흐음!”

니트라 공작은 뜨거운 콧김을 뿜어냈다.

아라드 왕국을 침략해 수많은 피란민을 발생시킨 마리노 공화국.

‘그 저주받을 나라의 배가 우리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는 말인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러나 군함을 입항시키는 것도 아니고, 국토 재건을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이때 이것저것 가릴 수는 없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충분히 알았소! 아라드 왕국은 황제 폐하의 은혜를 감사히 받아들일 테니 추진해도 좋다고 상부에 전해 주시오!”

애국자인 니트라 공작이 분을 삭이느라 시뻘게진 얼굴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각하! 아라드 왕국의 승낙을 전제로 이 방안을 검토해 볼 것입니다. 실행 여부는 차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소!”

루산은 아라드 왕국에 차 무역 공사 설립 약속을 받아냈다.

이것은 바덴이 구상한 차 무역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었는데, 필센 제국 정부로서는 아라드 왕국의 차 사업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센 제국 본토에서 벌어질 전쟁을 대신 치르느라 온 나라가 황폐해진 동맹국을 돕지는 못할망정, 그 불쌍한 동맹국이 국토 재건을 위해 벌이는 사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수입을 금지시킨다면, 동맹국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된다.

그런 조치를 취한다면 앞으로 어떤 나라도 필센 제국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강대국인 필센 제국이 작정한다면 못 할 바도 없지만, 대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 굳이 동맹국의 화를 돋울 일을 하지는 않으리라.

바덴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 루산은 그녀가 구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대리인을 내세워 - 필센 제국 정부가 문제 삼기 어렵도록 아예 아라드 왕국 정부가 공사를 설립하여 - 차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라드 왕국도 이 차 사업이 필센 제국 황제의 비밀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이익률을 높여 달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라드 왕국에 상당한 은혜를 베푸는 사업이라 필센 제국에 대한 고마움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필센 제국 황제를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 한 이 일을 추진하고 이 일과 관련하여 접하는 유일한 사람인 루산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루산은 아라드 왕국과 더욱더 밀접하게 엮여 갔다.

***

아라드 왕국이 보유한 아우로라 연합 기체에 대한 감정이 필요한 만큼 끝나자 루산은 그것들을 인수해 출발했다.

헤비 스틸 17대(일반형)

그레이 울프 3대(일반형)

산악형 그레이 울프 20대(경량)

총 40대의 멕 나이트가 원정에 동원되었다.

멕 워커 3대와 산을 넘어 비밀리에 이동하는 대형 거미 한 대가 원정대와 함께했다.

“조심해서 다녀와요.”

“걱정하지 말아요, 바덴.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바덴은 의연하게 남편을 떠나보내려 애를 썼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루산의 말이 단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루산은 그런 바덴을 한참 동안 안아 주고는 어느새 바람처럼 멀어져 갔다.

바덴은 슬픔과 걱정을 잊기 위해 눈물을 닦고 일에 몰두했다.

가프 용병단은 아라드 왕국군의 안내를 받으며 아라드 왕국 여러 지역을 통과해 룬드 항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아인베크 해운 소속의 수송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파일럿과 예비 파일럿 그리고 마법사 1명을 포함한 50명의 원정대는 멕 나이트 40대, 멕 워커 3대, 대형 거미 1대와 함께 수송선에 올랐다.

루산의 제안을 받고 변경 8구역으로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복수와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남방군 출신 반란 기사들은 멀어지는 룬드 항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사이에 시에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바이크의 표정이 우울해 보였다.

“쳇! 나도 같이 갔으면 좋을 텐데······.”

난간을 붙들고 동쪽 바다를 바라보던 바이크가 룬드 항에서 구입한 짭조름한 어포를 물어뜯어 질겅질겅 씹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때 날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와 그의 손에 들린 어포를 잽싸게 낚아채 달아났다.

“야, 이 도둑놈아!”

바이크가 소리치고, 그 광경을 목격한 남방군 출신 기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바이크!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파일럿이지.”

“하하하!”

비장함과 우울함으로 뒤덮여 있던 수송선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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