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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296화 (296/450)

296.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져라

296.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져라

바덴은 몸이 점점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한동안 입덧으로 거의 먹지 못해 얼굴이 꺼칠해지고 살이 빠질 때는 그래도 별로 상관이 없었으나 배가 점점 나오고 가슴이 커지고 얼굴이 붓자 열에 여덟아홉 명은 몸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아볼 만한 상황이었다.

지금보다 배가 더 나오면 그때는 확실히 문제가 생긴다.

바덴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사장들을 차례로 면담했다.

“각 그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그룹에 속한 모든 회사 대표들이 합의해 결정하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사안은 기획 팀에 안건을 올리세요.”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되 그것이 안 될 때만 기획 팀을 중간에 끼고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룹과 상관없는 회사 경영은 사장님이 스스로 책임지고 하세요.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은 기획 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바덴이 개입하지 않고 사장 책임 경영 체재로 전환한다는 뜻.

“앞으로 모든 보고는 서면으로 할 것이고 1년에 한 번 정기 감사, 경영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특별 감사를 실시할 겁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사장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왜······?”

“그동안 제가 너무 많이 개입하는 바람에 각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경영 방침을 바꾸기로 했어요.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세요.”

현재 고슬라 그룹에 속한 회사들 대부분은 반란 사건과 연루된 귀족들이 소유하던 것.

반란에 가담한 귀족들이 전쟁터로 강제로 끌려가고, 주변에서 재산을 뜯어먹으려고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자 남은 가족들이 바덴에게 구입해 달라고 해서 구입한 회사들이었다.

회사의 경영자와 임직원들은 바뀐 주인이 회사와 자신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몹시 걱정하며 불안에 떨었다.

회사를 사들인 사장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욱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전쟁이라는 비상적인 요인에 도산하는 회사들이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사의 새로운 주인은 놀라운 아이디어와 체계적인 경영 관리로 회사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 나갔다.

경험한 적 없는 급격한 성장, 받아 본 적 없는 성과 보상금, 주변의 부러운 시선···, 그야말로 지난 3년 동안 겪은 삶은 기적 같았고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율적으로 경영하고 스스로 책임지라고 한다.

두려운 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회사를 바꾸는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얼마나 회사를 탄탄하게 하는지 경험했기에 스스로 실천해 보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각 회사의 사장들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각자 각오를 다지며 돌아갔다.

그러나 바덴이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무척 중요해서 도저히 관심을 끊을 수가 없는 일들도 많았다.

국내외에 벌이고 있는 농업 기지 사업

아라드 왕국 개발 계획

보헨 지역 대규모 국가 공단 개발 사업

보헨 지역 인근의 라벤스 지역 개발과 대규모 놀이공원 건설 사업

장원 별장 사업의 전국적 확대

용감한 나라 장난감과 브레이브 랜드 확대

차 사업

에를랑겐 쇼핑 거리 재생 사업

“너무 많은데?”

붐붐 자동차에서 대형 화물차 붐붐을 출시한 이후 집중하고 있는 신차 연구도 있었다.

이번에는 화물차가 아닌 승용차였다.

바덴은 자동차 연구와 제작 분야에 문외한이었지만, 디자인, 홍보, 자금 조달, 판로 개척에 관여하고 있었다.

붐붐 자동차는 민간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군과 납품 계약을 체결해 자금 문제로 고생하지는 않게 되어 다행이었다.

“어쩔 수 없지.”

미련을 가지면 한이 없다.

“앞으로 모든 일은 서면으로 보고받겠어요. 신사업 구상과 기존 사업 재조정을 위해서 당분간 모든 회의와 대면 보고를 없앤다고 하면 다들 수긍할 거예요.”

비서 소피아는 바덴이 이렇게 하는 이유 -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 - 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사장님, 기존 사업 재조정은 무슨 뜻인가요?”

바덴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신사업 구상에 들어간다고 하는 건데, 그렇게만 말하면 사람들이 느슨해질 수도 있으니까 기존 사업 재조정을 한다는 거예요. 이렇게 해야 긴장하지 않겠어요?”

“아!”

“차 사업과 에를랑겐 쇼핑 거리 재생 사업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서면 보고만 받으면 답답한 일이 많겠지만, 익숙해져야죠. 간결하고 신속한 보고 응답 체계를 만들어 봐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고슬라 그룹 전체가 바덴의 새로운 경영 방식에 적응하느라 잠시 술렁거렸다.

그러나 이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적응해 나갔다.

바덴이 보고서를 간결하게, 핵심 내용만 담으라고 지적해 다시 돌려보내면서 처음에는 보고서 작성에 많은 고심을 하고 더욱 시간을 들여야 했지만, 점차 익숙해지자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서면으로만 일을 처리하려 하니 어려움이 많았다.

대면으로 설명하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을 서면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서면에 기록되지 않아 궁금한 점도 많았다.

바덴은 그대로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라 곧바로 사람을 보내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비서실 인원이 크게 늘어났다.

***

라브나를 방어하는 아우로라 연합군의 기세가 갑자기 오른 것은 맨 앞에서 적을 상대하는 선봉대가 가장 먼저 느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라브나 동쪽에서 적의 보급과 원군을 차단하는 임무를 맡은 특별 전단에서 사령부에 보고했다.

<적의 원군 접근 중! 페르보 제국의 굴다크 공작이 17개 기동 전단을 이끌고 신속 이동. 현재 속도라면 6일 뒤 라브나 도착 예정.>

동방군 사령부가 술렁였다.

라이네 후작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뱉었다.

동방군은 정말이지 잘해 왔다.

도우나 강을 큰 피해 없이 건넜고, 속도는 다소 느려졌지만 라브나 시에서 방어하려는 적을 계속해서 해치우며 동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혼자서 치르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쪽보다 더 잘하면 결국 패배하는 것이다.

페르보 제국이 그동안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무려 17개 기동 전단을 이렇게나 빨리 편성해 보낼 줄은 몰랐다.

그것도 싸울 줄 안다는 굴다크 공작을 사령관으로 내세워서.

굴다크 공작은 비록 필센 제국 북부 전선에서 패해 본국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요주의 인물로 평가하는 장군이었다.

“적이 라브나에 17개 전단을 투입한다면 라브나를 차지하기가 곤란해진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라브나 동쪽에서 적의 후방을 교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의미가 없다.”

동방에서 평생을 보낸 노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라브나를 지키고 있는 적을 섬멸하라! 그 뒤에 바로 원군을 격파할 것이다!”

“네, 사령관님!”

전군에 총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30개가 넘는 기동 전단이 일제히 라브나 시로 들어왔다.

길이 있는 곳은 길로, 길이 없는 곳은 건물을 밀면서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멕 나이트들이 시가전을 벌여 무너진 건물이 셀 수 없을 정도인데 3천여 대가 동시에 밀고 들어오자 그야말로 가루가 돼 버렸다.

멕 나이트 뒤로 멕 워커들이 마나포를 들고 옮겼다.

멕 나이트 운용 효율은 떨어지지만 그야말로 상대에게 공포심을 안겨 줄 만한 대대적인 진군이었다.

굴다크 공작으로부터 원군이 가고 있으니 라브나를 사수하라는 연락을 받은 아우로라 연합군 사령부에서는 다시 격론이 벌어졌다.

“사수해야 한다!”

“아니다! 이대로 버티는 것은 전멸하는 길이다! 후퇴해서 굴다크 공작과 합류해야 한다!”

“라브나에서 물러나면 페르보 제국까지는 평지다! 적의 마나포는 800대가 넘고 멕 나이트 전단도 40개나 된다! 페르보 제국까지 그냥 길을 내 줄 텐가?”

그렇게 결단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그들의 결정을 도와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스카가 지휘하는 동방군 6군단 3전단 - 루산이 이끄는 죄수 부대가 앞장서고 있었다 - 이 최종 방어 부대를 뚫고 라브나 궁전까지 밀고 들어온 것이다.

이번 전투가 사실상 구귀족파 기사들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루산이 거세게 아우로라 연합군을 몰아붙여 닥치는 대로 적 멕 나이트를 베어 넘기며 최대한 많은 기사들을 빼돌리다 보니 어느새 왕궁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죄수 부대 사망자가 많은 것이 정당화되려면 그만큼 치열한 싸움을 많이 치르고 큰 공을 세워야 했다.

이왕 왕궁으로 들어온 루산은 라브나 국기를 내리고 필센 제국의 국기를 게양대에 높이 달게 했다.

- 왕궁을 함락했다!

- 왕궁을 함락했다!

[왕궁을 함락했다! 라브나 전 지역에 외쳐라!]

[뭐? 정말인가? 알았다!]

- 우리 군이 왕궁을 점령했다. 필센 제국 만세!

- 와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아우로라 연합군 파일럿들이 고개를 돌려 보니 왕궁에 필센 제국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소식은 왕궁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통신기로 빠르게 전해졌다.

원군이 온다는 소식에 사기가 올랐던 아우로라 연합군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금세 사기가 떨어지고 말았다.

“후퇴한다! 최대한 병력을 보존하며 질서 있게 후퇴하라!”

사령부에서 정식 명령이 떨어지자 아우로라 연합의 멕 나이트들이 동쪽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사령관님, 빈켈 경의 부대가 왕궁을 함락했습니다! 적이 바르나 전 지역에서 빠르게 물러나고 있습니다!”

“좋아! 추격해 섬멸한다! 특별 전단은 적의 후퇴를 방해하도록!”

라이네 후작의 명령에 필센 제국군 멕 나이트가 일제히 동쪽으로 달려 나갔다.

수천 대의 멕 나이트가 후퇴하고 추격하다 보니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라브나 시 동쪽도 무수히 많은 건물이 무너졌다.

2천여 대의 멕 나이트가 빠져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게다가 7개나 되는 동방군 특별 전단이 아우로라 연합군의 후퇴를 견제하고 방해하자 후퇴 속도가 더욱 느려졌다.

그동안 전투에 투입되지 않고 뒤쪽에서 푹 쉰 동방군 예비 전단이 추격전에서 펄펄 날아다녔다.

추격전은 3일 밤낮으로 계속되다 굴다크 공작이 이끄는 원군을 만나 중단되었다.

라브나에서 무사히 퇴각한 아우로라 연합의 멕 나이트는 600여 대.

무려 1,700대나 되는 멕 나이트를 잃은 것이다.

그러나 굴다크 공작군과 합쳐 2,300여 대로 늘어났기에 동방군은 함부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

양군은 바르나 왕국의 수도 라브나와 페르보 제국의 국경 사이에 있는 그라데 평원에서 대치했다.

한편 그동안 줄곧 선봉에 서서 큰 공을 세운 오스카의 부대는 추격전에 합류하지 않고 라브나에 남아 휴식을 취했다.

“멕 나이트들이 동쪽으로 대거 빠져나갔지만, 동방군 병사가 아직 많습니다. 그러니 한꺼번에 벗어나려 하지 말고 소수의 인원으로 나누어 천천히 빼내야 할 것입니다. 대형 거미를 이용해 신속하게 부르사로 실어 나르고, 다시 전선으로 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루산은 위험을 무릅쓰고 구출 작전을 도운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에게 당부한 뒤 남은 죄수 부대 파일럿들과 함께 동쪽으로 나아갔다.

굴다크 공작군과 필센 제국 동방군 간의 대회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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