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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01화 (301/450)

301. 비겁한 새끼들아

301. 비겁한 새끼들아

레오파드 슈퍼 기체 60여 대가 굴다크 공작을 향해 일제히 달려갔다.

300여 대의 헤비 스틸이 레오파드를 막아서거나 붙잡기 위해 달려 왔다.

중간중간 전투가 벌어졌지만, 레오파드들은 굴다크 공작에게 도달하기 위해 최대한 전투를 피하며 달렸다.

그럼에도 수에서 워낙 차이가 많이 나 굴다크 공작이 있는 쪽의 방어선이 너무 튼튼해 보였다.

그 광경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라이네 후작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더 없나?”

“네?”

“아군 기체가 더 없어?”

더 없었다.

예비 병력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멕 나이트 부대가 이 들판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특별 전단이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만······.”

특별 전단.

기체가 가벼워 정면 대결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원거리에서 견제만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특별 전단은 두 종류였다.

레오파드 스피드로 이루어진 전단과 로쿠스타로 이루어진 전단.

로쿠스타는 크기도 작고 중량도 가벼운 진정한 경량 멕이다.

레오파드 라이트닝이 로쿠스타와 같은 급이었다.

반면 레오파드 스피드는 신장이 일반형 멕과 똑같고 엔진 또한 아이언 워리어와 동일한 출력을 낼 수 있었다.

중량이 적은 것은 맞지만 일반형 멕과 전투가 아예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루산은 전에 북부 전선에서 레오파드 스피드 - 레오파드 슈퍼 스피드가 아닌 일반형 - 를 타고 굴다크 공작군의 기체들을 상대했었다.

“레오파드 스피드 전단에 명령해! 다 굴다크 공작 쪽으로 가라고!”

“네?”

“굴다크 공작 배후에서 공격하라고 해! 레오파드 슈퍼 파워와 슈퍼 스피드들이 굴다크 공작을 때려잡을 수 있도록 잔챙이들한테 달라붙어 어떻게든 틈을 벌리라고!”

이것은 가혹한 지시였다.

루산 정도의 실력자라면 가볍고 빠르다는 레오파드 스피드의 특징을 이용해 적진을 돌파하며 적 멕 나이트를 쓰러뜨릴 수 있겠지만, 보통은 일반형 멕 나이트 중량의 30퍼센트밖에 나가지 않는 기체로 근접전을 벌이다가는 충돌할 때마다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기체의 특징을 잘 살려 작전에 활용해 오던 레오파드 스피드 특별 전단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전투 임무에 투입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라이네 후작은 지금이 바로 승부수를 띄울 때라고 보았다.

다소 희생을 치르더라도 레오파드 스피드 전단으로 굴다크 공작군의 배후를 공격해 들어가 적의 이목을 끌고 멕 나이트를 상대해 준다면 서쪽에서 달려가는 레오파드 슈퍼 기체들이 상대할 기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모든 레오파드 스피드 특별 전단에 알린다! 굴다크 공작군을 공격하라! 다시 한번 알린다, 사령관님의 명령이다! 굴다크 공작군을 공격하라!]

라이네 후작의 명령이 떨어지자 거리를 두고 공격하는 척 견제만 하던 우익 쪽 레오파드 스피드 전단 두 개가 동쪽과 남쪽에서 굴다크 공작군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좌익 쪽 레오파드 스피드 전단 두 개가 전장을 크게 돌아 우익까지 달려왔다.

레오파드 라이트닝과 달리기 시합을 해도 평지에서는 지지 않는 레오파드 스피드가 엄청난 속도로 좌익에서 우익으로 넘어왔다.

무려 400대의 레오파드 스피드가 공격해 오자 굴다크 공작군 파일럿들은 기체의 중량과 상관없이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

헤비 스틸이 방패를 휘두를 때마다 얻어맞고 날아가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악착같이 덤벼드는 레오파드 스피드.

헤비 스틸에 비하면 너무 굶주려 서 있기도 어려운 기아 난민처럼 보였지만, 동급의 엔진을 장착해 여러 대가 덤벼들면 쓰러지는 것은 오히려 헤비 스틸이었다.

레오파드 스피드는 굴다크 공작을 쓰러뜨리기 위해, 헤비 스틸은 공작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싸우다 보니 양측의 피해가 순식간에 엄청나게 불어났다.

그리고 동쪽 방향에서 레오파드 스피드 400대가 굴다크 공작군에 달려들자 서쪽에서 달려가던 레오파드 슈퍼 기체들을 막는 헤비 스틸의 밀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레오파드 슈퍼 기체들이 굴다크 공작을 향해 쏜살처럼 달려들었다.

다후크는 굴다크 공작의 안위가 걱정되어 그가 있는 언덕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주군!]

[당황하지 마라. 어차피 부나방 같은 것들, 다 죽이면 되는 것이다.]

굴다크 공작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가벼운 멕 나이트를 근접전에 투입했다는 것은 적의 밑천이 완전히 바닥났다는 뜻.

이 순간을 버티면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버티지 못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패하는 것이다.

굴다크 공작은 단지 버티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다후크 경, 그대는 2개 전단을 이끌고 우리 뒤를 공격해 오는 부나방들을 쓸어버려라. 나는 앞에서 달려오는 소수의 적을 해치울 것이다.]

[주군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아니, 그대가 가야 정리가 더 빠를 것이다. 서둘러 부나방들을 정리하고 합류하는 것이 승리에 기여하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주군!]

다후크가 부하들을 데리고 동쪽 방향에서 달려오는 레오파드 스피드를 공격했다.

에이스 파일럿이 탑승한 블랙 드래곤은, 가벼운 레오파드 스피드를 허수아비처럼 밀쳐 내고 허공에 뜬 기체를 수수깡처럼 베어 넘겼다.

서둘러 이것들을 해치우고 주군을 지키기 위해 가려는 그의 마음은 조급했다.

쓰릉!

촤릉!

블랙 드래곤이 지나간 자리에 레오파드 스피드의 잔해가 흩뿌려졌다.

그럼에도 레오파드 스피드들은 개미 떼처럼 블랙 드래곤에 덤벼들었다.

블랙 드래곤의 비늘 같은 장갑판이 한 장, 두 장 떨어지고, 팔과 등에 가는 칼자국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한편, 굴다크 공작은 자신을 호위하는 30여 대의 멕 나이트를 이끌고 언덕을 달려 내려가 아군 멕 나이트들이 저지하고 있는 레오파드 슈퍼 기체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블랙 드래곤의 강력한 출력을 십분 활용하여 레오파드 슈퍼 파워의 팔을 자르고, 가슴을 통째로 베어 냈다.

흩어져 달려오는 레오파드 슈퍼 기체들은 일반 헤비 스틸을 상대할 때는 표범 같은 기세를 뽐냈을지 몰라도 30여 대의 친위 기체와 함께 오는 분노한 블랙 드래곤 앞에서는 한 마리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다.

[다시 뭉쳐라!]

로이트가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곁으로 가까이 있던 10여 대의 레오파드들이 뭉쳤다.

동방군의 에이스 파일럿 로이트는 이대로 블랙 드래곤에 부딪쳐 저지하면 근처의 다른 레오파드들이 달려들어 30여 대의 친위 전대를 포위하고 굴다크 공작을 끝장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충돌과 동시에 깨달았다.

충돌하면서 블랙 드래곤의 힘을 살짝 흘려 넘어뜨리려 했으나 블랙 드래곤은 그를 정면으로 밀어붙였다.

중량이 부족한 레오파드 슈퍼 파워는 그대로 밀려 강하게 넘어지고 말았다.

블랙 드래곤이 대검으로 로이트가 타고 있는 레오파드의 가슴을 찍었으나 그는 옆으로 굴러 간발의 차이로 그 공격을 피했다.

로이트는 계속 옆으로 구르다 잽싸게 일어나 다음 공격에 대비했으나 블랙 드래곤은 이미 한번 쓰러뜨린 기체를 다시 쓰러뜨리기 위해 굳이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 로이트를 따라오던 기체들에 몸통 박치기를 가하고 허공으로 떠오른 기체들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터덩!

레오파드 잔해가 굉음을 울리며 땅에 떨어졌다.

분노한 굴다크 공작은 멈추지 않고 달리며 감히 자신을 사냥하려 한 건방진 표범들을 차례차례 응징했다.

그런 그의 돌진을 막아낸 기체가 있었으니 바로 기터 남작의 레오파드 슈퍼 파워였다.

쾅!

블랙 드래곤과 강하게 충돌한 후에도 그의 레오파드는 중량 차이에 의해 살짝 밀리기는 했으나 나가떨어지지는 않았다.

- 굉장하군! 그러나 여기까지요.

- 흥! 과연 그럴까?

두 사람의 격렬한 대결이 시작되고, 기터 남작 쪽으로 달려온 레오파드 슈퍼 기체들과 굴다크 공작의 친위 전단 간의 대결이 그 주위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다.

두꺼운 헤비 스틸의 몸체에 레오파드의 마나 진동 대검이 박히고, 그 대검을 손으로 붙잡아 동료에게 기회를 주자 다른 헤비 스틸이 레오파드의 옆구리를 찔렀다.

쓰러지는 순간까지 마지막 힘을 쏟아내는 양쪽 군대의 숙련된 파일럿들.

양측의 멕 나이트가 계속 모여들었지만 쓰러지는 속도가 더 빠른 처절한 전투의 현장에 마침내 루산이 도착했다.

***

골드 라이노를 무찌르고, 적의 주력 부대를 돌파해 굴다크 공작군 앞까지 도착한 뒤에도 너른 벌판을 달려 적을 현혹하다 로이트 부대의 포위망을 부수고, 그 뒤에 다시 달려 기터 부대의 포위망을 부숴 레오파드 파워 기체들에 자유를 주느라 루산은 무척 지쳐 있었다.

벌떡대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두꺼운 헤비 스틸을 하도 베다 보니 팔이 마비된 듯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수에서 밀려 동료 기체들이 연신 쓰러지고 있는 광경을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

루산은 어느새 오른팔을 잘리고 왼손으로 들고 있는 방패로 블랙 드래곤의 강력한 대검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고 있는 기터 남작에게로 달려갔다.

굴다크 친위대의 헤비 스틸이 그를 저지하기 위해 몸통 박치기를 감행했다.

루산은 오른발로 급제동을 걸고, 헤비 스틸이 예측된 경로에 적이 없자 깜짝 놀라며 루산 앞을 지나가는 사이, 대검을 그 헤비 스틸의 옆구리에 대고 온몸으로 밀고 지나갔다.

쓰릉!

헤비 스틸 옆구리에 깊이 박힌 대검에서 파일럿의 피가 묻어나왔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에 헤비 스틸 한 대를 추가로 쓰러뜨린 루산은 앞으로 계속 달려가려 했으나 기체가 앞으로 살짝 기울었다.

혹사한 다리로 급제동을 거느라 오른쪽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아 주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하게 멕 나이트 동화기에서 나와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루산은 약간 절뚝거리며 기터 남작을 향해 계속 달렸다.

앞을 막는 적 멕 나이트 몇 대를 연거푸 쓰러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터 남작이 탄 레오파드 슈퍼 파워를 사선으로 내리치려는 블랙 드래곤의 옆구리에 온몸을 던졌다.

텅!

블랙 드래곤은 한 발짝 밀렸으나 그뿐이었다.

레오파드 슈퍼 스피드와 중량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블랙 드래곤이 루산의 레오파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지긋지긋한 놈들!

분노한 그의 음성과 함께 곧바로 내려치기 공격이 따라왔다.

블랙 드래곤의 강력한 일격!

루산은 레오파드 슈퍼 스피드의 재빠른 몸놀림으로 오른쪽 사선으로 이동하며 대검으로 블랙 드래곤의 왼쪽 겨드랑이를 쓱 베고 지나가고자 했으나 그렇게 움직였다가는 오른쪽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재빠른 움직임을 포기하고 대검을 들어 블랙 드래곤의 묵직한 공격을 막았다.

창!

중량 차이로 인해 레오파드 슈퍼 스피드가 땅에 박히는 것 같았다.

굴다크 공작은 상대가 공격을 막아내기도 버겁다는 것을 곧바로 파악하고 계속해서 대검으로 내려쳤다.

루산은 그것을 흘리고 적의 허벅지를 대검을 당겨 베려 했지만, 이미 몸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기회가 한 번은 올 것이다!’

기터 남작과 싸우면서 블랙 드래곤의 어깨와 다리에도 깊은 칼자국이 나 있었다.

루산은 블랙 드래곤의 강한 공격을 계속 받아내면서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때 기터 남작이 루산을 내리치는 블랙 드래곤 옆으로 돌아 몸통 박치기를 감행했다.

그러나 굴다크 공작은 그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한 발 슬쩍 뒤로 물러 이미 팔이 잘려나간 레오파드 슈퍼 파워의 오른쪽 겨드랑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촥!

대검이 오른쪽 옆구리로 깊이 박혀 왔다.

그러나 기터 남작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방패를 최대한 오른쪽으로 움직여 굴다크 공작의 칼날이 계속 방패를 베도록 해서 대검이 조종실을 침범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면서 방패를 비틀어 버렸다.

쩡!

기터 남작의 방패와 오른쪽 옆구리에 깊이 박힌 블랙 드래곤의 대검이 부러지고 말았다.

굴다크 공작의 부러진 대검에 당혹해하고, 루산이 묵직한 대검 공격을 받아내느라 꿇었던 한쪽 무릎을 펴고 블랙 드래곤을 향해 달려가려던 그때, 어디선가 투창이 날아와 블랙 드래곤의 등을 꿰뚫었다.

슉!

투창은 한 발로 그치지 않았다.

슈슈슈슈슈슉!

슈슈슈슈슈슉!

수십 발의 투창이 블랙 드래곤의 등에 박히고 빗나간 투창이 그 근처에 있던 기터 남작, 루산의 레오파드의 장갑판을 관통했다.

블란트가 이끄는 로쿠스타 전단이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벌판 사이를 잽싸게 돌파해 마지막 순간에 일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 하! 이거야 원······.

표범들을 상대하느라 전력을 다하던 블랙 드래곤은 메뚜기 떼의 공격에 등이 벌집이 돼 버린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기가 막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블랙 드래곤은 잠시 루산과 기터 남작이 탄 레오파드를 내려다보고 몸을 돌려 로쿠스타 무리를 노려보다 앞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쿵!

고슴도치처럼 등에 투창을 잔뜩 꽂은 채 쓰러진 굴다크 공작의 블랙 드래곤.

블란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나 진동 대검을 집어 들고 다가와 앞으로 넘어져 있는 블랙 드래곤의 등에 꽂았다.

- 굴다크 공작을 죽였다!

- 굴다크 공작을 죽였다!

- 와아아아아아!

- 와아아아아아!

블란트와 로쿠스타 파일럿들이 지르는 함성이 대지를 뒤덮었다.

- 야, 이 비겁한 새끼들아!

기터 남작이 품위를 잃고, 다 이긴 싸움에 끼어들어 상대의 등을 찌르고 좋아하는 메뚜기 떼에 욕을 했으나 함성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루산 역시 허탈감에 정신이 멍했다.

굴다크 공작군과 레오파드 부대가 치열하게 싸워 도처에 쓰러진 멕 나이트가 가득한 전장을 로쿠스타 300대가 마무리했다.

살아남아 있던 다후크의 블랙 드래곤과 굴다크 공작의 친위대 멕 나이트들도 온몸에 투창을 맞고 쓰러졌다.

굴다크 공작이 쓰러지자 아우로라 연합군 주력 부대는 혼란에 휩싸였고, 결국 동방군의 U자 포위망에 갇혀 학살당했다.

로쿠스타 부대는 달아나는 적을 끝까지 추격해 큰 공을 세웠다.

‘이겼으니 된 거지.’

루산은 레오파드 슈퍼 스피드를 탄 채로 드러누웠다.

셀 수 없이 많은 투창을 등에 꽂고 엎어져 있는 블랙 드래곤이 바로 옆에 있었다.

그것에 잠시 눈길을 주던 그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았다.

사방에서 함성과 전투 소리가 들렸으나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짙은 허무가 그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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