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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07화 (307/450)

307. 20만 상자씩 보내도록 하죠

307. 20만 상자씩 보내도록 하죠

아라드 변경으로 들어온 루산은 포로로 데려온 부르사 전사들과 그 가족들의 상황을 가장 먼저 확인했다.

“개척 도시 두 개를 더 짓고 있었는데 전사들의 가족은 그곳에, 전사들은 원시의 땅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 새로운 전진 사냥 캠프에 수용하고 있습니다.”

레보르크를 대신하여 아라드의 변경 군단을 지휘하고 있던 오토가 설명했다.

“잘했어요.”

“그들은 어차피 돌아갈 곳도 없고 가족들과 함께 왔기 때문에 두 달에 한 번씩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5일 정도 휴가를 줄 생각입니다.”

개척 도시에서 사냥 캠프까지 3일 정도 거리를 두도록 설계돼 있어 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두 달에 10일가량 일을 못 하게 되는 셈이지만, 전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주어 이곳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데 적절한 조치 같았다.

“나중에는 함께 살 수 있다는 걸 알려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실 저들은 우리보다 훨씬 사정이 좋은 걸지도 모르죠.”

“······?”

“우리 남방군 출신들은 가족을 본 지 십 년 넘은 사람이 수두룩하니까요.”

오토의 말에 루산은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오토는 반란을 위해 남방군을 나와 변경 7구역으로 잠입한 때부터 지금까지 약 20년이 지났다.

루산이 스텐커를 통해 간간이 그 가족들에게 생활비와 편지를 전해 주고 답장을 받아 와 남방군 출신 기사들에게 주기도 하지만, 경찰의 감시를 뚫고 자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언젠가는 볼 날이 오겠죠.”

루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헛된 희망을 줄 수는 없었다.

오토도 알고 있었다.

루산과 자신들은 오베론 공작까지만 복수 대상이 겹친다는 것을.

황제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루산이 머나먼 동방 대륙까지 가서 구귀족파 기사들을 구출한 것은 황제에게 복수하려는 동지들을 늘려 황제의 적대 진영에 서 있음을 확실히 보여 주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멕 나이트 수가 부족하지는 않습니까? 부르사 왕국으로 꽤 많이 가져가서 부족할 것 같은데······.”

“전보다는 약간 부족하지만, 8구역 공장에서 재조립을 마친 아우로라 연합의 멕들을 꾸준히 보내오고 있고, 최근에는 레오파드 라이트닝도 보내와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레오파드 라이트닝을요?”

레오파드 시리즈 가운데 경량 멕, 산악 멕이라 부를 만한, 작고 가볍고 빠른 멕 나이트였다.

“워낙 설비 증설을 많이 해서 라이트닝 생산 여력이 된다고 하는 것 같더군요.”

“잘됐군요!”

전부터 루산은 변경에서는 경량 멕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강조해 왔다.

전쟁터에서 사용하던 중고 일반형 멕 나이트는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경량 멕은 중소형 괴수까지 무난히 사냥이 가능하고, 순찰·정찰 임무에도 더 나았다.

대형 괴수나 거대 괴수를 사냥하는 것은 확실히 버겁지만, 그때는 일반형 멕을 투입하면 된다.

루산은 멕 나이트 수급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까지 확인한 뒤 아라드 변경 본부장으로 있는 호른 영감을 찾아가 물었다.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내년 하반기 정도면 필요 수요의 절반은 자체 조달이 가능할 것 같은데, 닥쳐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겨우 절반이라고요? 그렇게밖에 안 됩니까? 아라드는 일 년에 삼사 모작이 가능하다던데 아닌가요?”

“그게 참 쉽지 않은 것이, 일단 난민들이 너무 많이 몰린 데다 경지를 만들고 싶어도 장비가 부족합니다. 아라드 왕국 개발이 한창이라 장비들이 여기까지 안 들어와요.”

아라드 변경 개발이 잘 되면 호른 영감은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눠 받게 된다.

욕심 많은 그가 일부러 게으름을 피우고 거짓말을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오면서 호리아 평원과 수도에서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것을 봤기 때문에 루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드 전쟁에서 확보한 멕 워커도 상당할 텐데요?”

“그건 다 개척 도시, 사냥 캠프, 주택 건설에 투입되었지요. 턱도 없습니다.”

“그럼 부족한 식량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보내 주는 것으로 일부 해결하고 있고, 대장님께서 신경 써 주신 덕에 레오파드 간편식이 한 달에 10만 상자씩 들어옵니다. 그걸 한 가족이 한 상자씩 나눠 먹고 있습니다.”

변경 8구역에 있는 반달 식품 공장에서 생산되는 레오파드 간편식의 상당량이 아라드 변경으로 오고 있었다.

당연히 공짜가 아니다.

루산의 돈이 들어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아라드 변경을 지탱해 나가는 데 루산의 사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레이크 시티에서 거두는 수입 대부분을 이곳에 쏟아붓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그래도 루산은 상관없었다.

아라드 변경이 안정되기만 하면 몇 배나 많은 이익이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변경까지 밀려온 난민들과 통일 전쟁에서 패해 머나먼 이국땅까지 쫓겨난 부르사 전사들과 그 가족들이 비로소 안정과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루산에게 중요한 것이 전자인지 후자인지 그 자신도 명확히 말할 수 없었다.

“한 가족이 한 상자로 한 달을 버틴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변경 8구역으로 돌아가면 한 달에 20만 상자씩 보내도록 하죠. 물론 생산 설비가 허락하는 한에서.”

호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괜찮은지가 문제가 아니라 변경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건강이 문제죠. 잘 먹고 건강해야 개척 속도도 더욱 빨라지지 않겠어요?”

“그야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농기계나 멕 워커도 최대한 구해 보겠습니다. 동방 전선에서 대승을 거두고 획득한 멕 워커의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군에서 다 필요하지는 않을 테니 그걸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알아보죠. 아니면 가프 연구소에 독촉을 해서라도 멕 워커든 돈이든 얻어 보겠습니다. 그러니 개척 속도를 더 높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호른 역시 남은 인생을 이곳에 걸었기에 루산이 뒷받침만 해 준다면 사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호른과 작별한 루산은 아라드 변경을 떠나기 전에 새로 건설하고 있는 개척 도시와 그 앞에 지어지고 있는 사냥 캠프를 방문했다.

무무족 최강의 전사이자 뛰어난 장군인 슈야 마우메도 원시의 땅에서는 통나무를 나르고 캠프 방벽을 짓고 있는 일개 일꾼에 불과했다.

찾아온 루산을 보는 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러나 그는 가족들과 그를 따르는 전사들의 안위를 도외시하고 루산에게 덤빌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가? 내가 노예처럼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왔느냐?”

루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사람은 자기 일은 냉정하게 돌아보지 못해.”

“무슨 소리냐?”

“내가 비록 너희와 싸웠지만, 너희와 너희 가족들을 구한 은인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네가 없었으면 패하는 일도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지? 므라드는 영리한 사람이다. 내가 없었어도 므라드는 결국 부르사 왕국을 통일했을 거야. 시간은 좀 더 걸렸을지도 모르지.”

“······.”

“그리고 싸우다 붙잡힌 전사와 그 가족들은 나무 기둥에 묶여 죽었겠지.”

“······!”

슈야도 이 말은 부정하지 못했다.

“통일 전쟁은 끝이 났다.”

“뭐라고? 어떻게 벌써······?”

“므라드가 국왕과 손을 잡았거든. 영리한 결정이었어.”

“말도 안 돼!”

“분열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삼촌과 조카가 힘을 합친 게 왜 말이 안 돼? 어쨌든 내가 풀어 준다 해도 너희는 이제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것이다.”

슈야는 분노와 허무감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두 달에 열흘씩 휴가다.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올 수 있지. 그리고 식량은 이곳 주민들과 똑같이 준다. 내년이 지나면 굶주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

“······.”

“전사들에게는 쌓인 분노를 터뜨릴 기회를 조만간 줄 것이다. 너희는 이제 가프 용병단의 일원이니까.”

그 말을 남기고 루산은 전진 사냥 캠프를 떠났다.

‘가프 용병단의 일원이라고?’

한동안 멍하니 서서 루산의 말을 음미하던 슈야는 다시 캠프의 방벽을 건설하기 위해 거대한 통나무를 짊어져 날랐다.

***

“와! 몇 달 만이야?”

“그러게! 역시 고향이 최고야!”

“변경 8구역이 언제부터 시에나 너의 고향이 됐냐?”

“그립고 포근하면 고향이지, 뭐.”

겨울이라 변경 8구역도 약간 쌀쌀하기는 했다.

루산은 그동안 변한 반달 호수 지역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개척이 되지 않았던 땅들에는 큼지막한 농지들이 반듯반듯하게 이어져 있었고, 개척된 도시들은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농지와 도시 사이에는 바덴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숲과 작은 호수들이 보존되어 다채로움과 편안함과 신비감을 선사했다.

맑고 깨끗한 반달 호수에는 배들이 남쪽과 북쪽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레인보우 시티에서 레이크 시티를 잇는 철로에는 화물 열차들이 오가고 있었고, 전보다 훨씬 넓어진 포장도로 위로는 화물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이곳을 떠난 사이에 이 지역은 더욱 발전하여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으나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이게 고향인가?’

루산은 율리안에게 귀환 신고를 한 뒤 레이크 시티와 2전단의 밀린 업무 보고를 받느라 며칠 동안 정신없이 보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었지만,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루산이 2전단 탐사 부대 대장으로 임명한 변경 5군단 출신의 파일럿 비어슨이 돌아와 원시의 땅을 탐사한 보고서와 지도를 놓고 다시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도에는 각종 괴수 서식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중에 타이폰 서식지도 표시돼 있었다.

‘타이폰!’

세르펜스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신화적인 괴수.

돌진형 멕 나이트 네오 우르사의 시제기에 타이폰의 생명 구슬을 점화기로 채택한 엔진을 탑재하고 싶다는 가라로슈의 바람을 들어 주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와! 이걸 정말 찾아냈어? 정말 대단하다!”

루산은 비어슨에게 경의를 표했다.

사실 타이폰의 발견은 비어슨이 한 일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원시의 땅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장차 변경 구역의 확장과 사냥 수입 증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타이폰은 이해득실이라는,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가치를 완전히 초월하여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름이었다.

처음 세르펜스와 악전고투를 벌이고 겨우 녀석을 쓰러뜨렸을 때 맛본 희열감.

그 짜릿한 원시의 승리감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루산은 이제 두근두근 설레는 감정을 참지 못해 가출하여 모험을 떠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결혼해 임신한 아내를 몇 달 동안 보지 못했고, 맡은 업무도 몇 달 동안 처리하지 못했다.

타이폰 원정은 노바에 다녀온 뒤 사정이 허락할 때 갈 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비어슨이 안내를 해 주는 게 좋겠지.’

손으로 그린 지도에 모든 것을 표시할 수는 없었다.

직접 그곳까지 가 본 탐사 대원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더 나았다.

“혹시나 내가 없을 때 비어슨이 돌아오면 다시 떠나지 말고 머물러 있으라고 전해 줘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켐니츠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루산은 레이크 시티와 2전단의 업무 중 큰 것들만 우선 살핀 뒤 가프 마법 연구소로 갔다.

가라로슈와도 할 이야기가 무척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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