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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10화 (310/450)

310. 사업은 다른 영역이다

310. 사업은 다른 영역이다

필센 제국 황궁.

황제가 재상인 오베론 공작, 군무대신, 외무대신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리 깨는 망치 계획의 이행 상황에 대한 보고가 주를 이루었다.

지난 20년 이상 아우로라 연합 소속 국가들에 뿌려 놓은 분열과 배신의 씨앗을 본격적으로 싹 틔우는 프로젝트.

아우로라 연합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모를까 바르나 왕국에서 대패한 이상 필센 제국 첩보 요원들이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여 입지를 다져 준 반골 귀족들, 반전 평화 사상가들, 자유 교역 주창 기업가들, 반체제 운동가들, 유력 언론인들이 아우로라 연합 탈퇴를 주장하고 필센 제국과의 화친을 요구하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동방군은 페르보 제국 국경을 돌파해 수도를 향해 쾌속 전진을 하고 있고, 네세베르 공략군 또한 바르나 대패 소식을 듣고 흔들리고 있는 아우로라 연합군을 무찌르고 루한 왕국 국경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북방군 병력도 페르보 제국 북서쪽에서 접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우로라 연합 소속 국가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우리 요원들이 지원하고 있는 인사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우로라 연합의 주요 3국이야 반전 여론이 강해도 싸울 수밖에 없겠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상당히 돌아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 공식 사절을 파견하여 대전쟁을 주도한 3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과는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여지를 준다면 깃발을 거꾸로 들고 병력을 철수하는 나라들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군무대신에 이어 외무대신의 보고를 들은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런 것은 어떻겠소?”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폐하?”

“내가 직접 아우로라 대륙으로 건너가는 것 말이오.”

재상과 두 대신은 깜짝 놀랐다.

필센 제국의 황제가 직접 전쟁터로 가다니!

“모든 방면군을 다 방문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장 규모가 큰 동방군을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하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우로라 대륙 인민들의 삶을 돌보는 것이오.”

오베론 공작은 황제의 말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아! 영웅이 되려고 하시는구나!’

이반 황제도 하지 않았던 아니, 하지 못했던 아우로라 대륙 정벌.

그것을 성공시켜 필센 제국군 장병들의 환호를 받고, 패전한 아우로라 대륙의 백성들까지 자애롭게 품는 위대한 군주의 행보를 하려는 것이다.

수많은 신문 기자들과 사진사를 대동해 그 행보가 필센 제국뿐 아니라 아우로라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 필센 제국의 승리는 기정사실이 되고 위축된 아우로라 연합의 국가들은 먼저 사절을 보내 올 것이다.

‘공식 사절을 먼저 파견할 필요가 없다! 이기고 있는 쪽에서 뭐가 아쉬워 먼저 간다는 말인가? 지고 있는 쪽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쪽에서 먼저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황제의 정치적 감각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너무 위험합니다, 폐하!”

“그렇습니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아 도처에 적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군무대신과 외무대신은 아직 황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듯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황제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재상을 쳐다보았다.

오베론 공작이 말했다.

“동방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에게 폐하의 동방 순시 소식을 전해 퍼뜨리게 한다면 유리 깨는 망치 계획은 더욱 확실한 성공을 거둘 것입니다, 폐하!”

그제야 황제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재상은 다르시오!’

‘과찬의 말씀입니다, 폐하.’

두 사람이 눈으로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안전 문제야 근위대와 함께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근위대가 직접 싸울 일은 없겠지만, 전장의 냄새는 맡아 보는 것이 근위대 파일럿들에도 자극이 되고 발전에도 이로울 것입니다.”

“맞는 말씀이오, 재상.”

“외무부 관리들이 수행하고, 신문 기자들을 대동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기꺼이 그리하리다! 아우로라 대륙은 넓어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니 그동안 재상이 이 나라를 잘 맡아 주시오.”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군무대신과 외무대신도 황제와 재상이 나누는 대화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아우로라 연합을 분열시키는 유리 깨는 망치 계획을 확실하게 성공시키고 이 전쟁을 더 빠르게 종식시키기 위해, 그리고 아우로라 대륙을 정벌한 대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 필센 제국 황제 프리드리히는 동방 순시를 결정했다.

황제의 행차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법, 근위대와 해군, 외무부에 비상이 걸렸다.

그로부터 얼마 후 필센 제국 모든 신문에 황제의 동방 순시 소식이 대서특필되었다.

***

바덴은 루산과 함께 아기 용품을 사러 가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룩한 것을 루산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에를랑겐 쇼핑 거리로 갔다.

에를랑겐 쇼핑 거리는 첫 3일, 추가 7일로 무려 10일 동안 이어진 대승 기념 대할인 판매 행사가 끝났음에도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다닐 수 있겠어요?”

루산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이 덩치로 밀고 가면 길이 뚫린답니다.”

바덴이 자신의 배를 붙잡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루산은 미소를 짓고는 바덴의 손을 잡고 사람들이 바덴과 부딪치지 못하게 몸으로 보호하며 걸어갔다.

바덴은 든든한 방패 같은 루산과 함께 이 거리를 걸을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백화점은 가지 않을 거예요. 귀부인들이 많아서 들킬 염려가 있거든요.”

“그럼 어디로 가죠?”

“조금만 더 가면 되요.”

그들은 쇼핑 거리에 입점해 있는 아기 용품점으로 갔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아기 용품점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종업원이 무척 바빠 그들을 응대해 주지 못했다.

덕분에 두 사람은 귀엽고 깜찍한 아기 옷과 수건, 신발, 장난감, 요람 같은 것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바덴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루산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신의 아이가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관심이 가서 자세히 구경했다.

바덴이 루산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거 아세요, 기사님?”

“뭘요?”

“아기 옷이 생각보다 비싸요. 부자들이 입히는 건 어른 옷값이나 다름없어요.”

“오! 그래요?”

“네. 아기들은 또 부쩍부쩍 자라잖아요. 금방 새 걸 사 줘야 해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기 옷 사업을 하면 어떨까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루산은 바덴의 표정을 보고 알아챘다.

물론 바덴이 하면 잘하겠지만, 그녀가 하는 사업은 아기 옷보다 훨씬 스케일이 큰 것이었다.

“아쉽지만 아기 옷 사업은 다른 사업가들에게 맡겨요. 그들도 먹고살아야죠. 당신은 멕 워커 도입 사업 같은 게 훨씬 더 잘 어울려요?”

“네? 그건 뭔데요?”

루산은 가라로슈에게 말했던, 바르나 왕국에서 동방군이 전리품으로 획득한 멕 워커 도입 사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바덴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멋진 아이디어예요. 군무부도 만족하고, 가프 마법 연구소도 만족하고, 우리나 피닉스 제철도 만족할 만한 사업이잖아요!”

“하하, 당신을 만난 뒤로 사업에 눈을 뜬 걸까요? 돈 되는 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거, 제 자리가 위태롭겠는걸요.”

둘은 그런 주제로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덴이 조금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멕 워커 도입 사업을 군무부에 제안하는 건 가프 마법 연구소가 제격이기는 한데, 그 사업을 실행하는 건 마법사가 아닌 사업가가 하는 게 좋겠어요.”

“응?”

“수천 대라면서요?”

“정확히 몇 대인지는 몰라도 그 정도 될 거예요.”

“그걸 가프 연구소에서 다 어떻게 처리하죠?”

“······?”

“고지식한 마법사들은 일단 모든 물량을 레이크 시티까지 실어 나르려 하겠죠.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운송 비용은 어떻게 하고 처분은 어떻게 하죠?”

“음······.”

“브레머 항에 부지와 수리 공장을 확보하고 아우로라 대륙에서 들여오는 멕 워커를 일단 거기서 검사해야 해요. 그래서 따로 손을 보지 않아도 바로 가동할 수 있는 것, 경정비만 마치면 되는 것, 손상이 큰 것으로 분류해야죠. 바로 가동할 수 있는 것과 그 공장에서 경정비를 마친 것은 거기서 곧바로 구매처로 보내는 거예요. 변경 8구역까지 갔다가 다시 구매처로 보내면 운송비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어요?”

브레머 항에서 변경 8구역까지 3일 이상, 변경 8구역에서 아라드 왕국으로 간다고 하면 5일 이상.

브레머 항에서 바로 아라드 왕국으로 간다고 하면 5일.

한두 대도 아니고 엄청난 낭비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당장 멕 워커 수천 대를 다 사용할 수는 없어요. 남는 건 팔아야죠. 멕 나이트야 만들면 정부가 구입하는 것이지만, 멕 워커 판로는 마법사들이 어떻게 개척하겠어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어차피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멕 워커를 만들면 그걸 유통할 회사를 만들어야 하나 하고 생각하기는 했어요. 이번 기회에 미리 멕 워커 유통 회사를 만들어야겠네요. 마법사들은 잘 만들고 잘 고치는 일에 집중하는 게 좋아요. 사업은 다른 영역이거든요.”

사업은 다른 영역이다.

루산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았다.

그리고 멕 워커 유통 회사를 차리고 브레머 항에 공장과 부지를 확보할 필요성도 이해했다.

그러나 바덴이 그것을 하겠다고 하자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당신 몸이 이런데 직접 할 수 있겠어요?”

바덴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요새는 문서로 일한답니다.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이런 일이 즐거워요.”

그렇다고 하니 말릴 수도 없었다.

바덴은 가라로슈에게 전리품으로 획득한 멕 워커 도입 사업에 있어 유통 회사 설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향후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제작하는 멕 워커 판매권을 이 유통 회사에 줄 것을 제안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밤에 한 일.

지금은 오랜만에 만난 남편과의 데이트를 즐겨야 했다.

“이거 어때요?”

바덴이 고른 것은 깨끗한 배냇저고리 하나와 앙증맞은 아기 양말 한 켤레.

“그거 하나? 더 사지.”

“사실 어머님과 당신 누나가 많이 사서 보내 주셨어요. 우리 엄마도 그렇고.”

“그럼 왜 여길 왔어요? 다른 데 가지.”

“좋잖아요. 기사님도 하나 사 주세요. 우리 아기한테.”

우리 아기라는 말에 루산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아빠가 돈 잘 버는데, 이 가게 통째로 사 주면 안 될까?”

“그건 안 되죠. 낭비예요!”

돈 잘 버는 엄마가 아빠를 제지했다.

루산은 한참 동안 고민하다 제일 잘 팔린다는 딸랑이 장난감을 샀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아기 용품점에서 쇼핑을 마친 그들은 쇼핑 거리에 입점해 있는 에를랑겐 유스에 갔다.

그곳도 사람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때요, 우리 가게?”

규모가 큰 회사를 수십 개나 경영하는 바덴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 하나를 보고 뿌듯해하며 장난스럽게 자랑하는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 정도면 당신이랑 우리 아기 먹여 살릴 수 있겠죠?”

루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럼! 앞으로 나는 일 안 하고 아기랑 놀면서 지내야겠다.”

“그렇게 해요! 나야 좋지. 당신을 늘 볼 수 있으니까!”

두 사람의 눈에 사랑의 불꽃이 튀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차를 마셨다.

노바의 추위를 단숨에 녹일 만큼 따뜻하고 향긋했다.

그들은 사람들을 헤치고 쇼핑 거리를 벗어나 차를 타고 대학로로 향했다.

자동차 한 대가 그들이 탄 차를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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