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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14화 (314/450)

314. 변경 군단의 최우선 목표는

314. 변경 군단의 최우선 목표는

황제가 아우로라 대륙을 직접 순시한다는 소식이 모든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멀리 원정을 떠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무도한 통치자들에 의해 고통을 겪고 있는 점령지 백성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이었다.

전쟁 종식이 머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는 희망찬 논평과 필센 제국이 승리자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들에 대한 분석 기사들도 가득했다.

“밑에 짧게 써 있네요. 동방 순시 기간에 재상이 황제 폐하를 대리하여 본토를 통치하고 정부를 통할한다고.”

편안한 임부복 위에 따뜻한 스웨터를 걸친 바덴이 기사 말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루산에게 신문을 보여 주었다.

그 부분을 읽어 본 루산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황제가 나라를 비우면 황태자가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재상이야 산전수전 다 겪었고 넓은 오베론 지방을 자신의 왕국처럼 다스려 온 노회한 인물이니 어렵지 않게 통치를 해 나가겠지만, 통치 대리라는 표현까지 쓰는 건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황태자면 나이가 많이 어리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루산은 황태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바덴이 루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말했다.

“황태자는 전선에 있어요.”

“아! 그런가?”

“네. 프리드리히 황제도 이전 대전쟁 때 동방 전선에서 근무했을 거예요.”

“그건 맞아요.”

제국 기사 아카데미에서 들은 이야기였다.

“황태자는 네세베르 공략군에 있다고 들었어요.”

“네세베르 공략군이면 밤베르크 백작이 지휘하는 곳이네. 동방군 못지않게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황태자한테는 거기가 좀 더 편했나 보죠. 동방군 사령관은 수십 년 동안 전선에서 살아온 사람이고 군부에서 입지가 워낙 탄탄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고 하던데요?”

바덴의 말에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라이네 후작이라면 왠지 그럴 것 같아요.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라이네 후작은 황태자가 온다고 했을 때 정색하면서, 난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이지 황태자 뒤치다꺼리를 하는 호위 기사가 아니다, 하고 호통을 칠 것 같기는 해요.”

그런 강단이 있기에 필센 제국의 군인들이 모두 존경하는 것이다.

“밤베르크 백작은 그래도 황제의 친구이니 친구의 아들을 잘 가르치고 보살펴 줄지도 모르죠.”

“8구역 통치자님의 외숙이라고 했던가요?”

“맞아요, 율리안 님 어머니의 오빠. 젊은 시절 군사적 재능이 매우 뛰어나 이반 황제의 총애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30대의 나이에 수도 군단장을 역임했는데, 여동생이 다른 황족과 결혼하는 바람에 군문을 떠나고 정치와도 거리를 두었다고 들었어요. 정계에 남아 있었다면 오베론 공작과 맞설 만한 정치가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르죠.”

반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율리안을 통해 밤베르크 백작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루산은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쨌든 황제와 황태자가 모두 본토를 비운 셈인데, 야망이 큰 사람이라면 이때 뭔가를 시도해 보려 하지 않을까요?”

바덴이 눈을 반짝이며 루산에게 물었다.

루산은 신문을 접고 왼팔로 바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대답했다.

“오베론 공작이 야망이 큰 인물이기는 한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황제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겠죠.”

“그래도 이런 기회가 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오베론 공작은 야망만 큰 게 아니에요. 똑똑하죠. 그가 덜 똑똑했으면 4년 전 반란 사건 때 남방군을 이끌고 노바를 쳤겠죠. 안 된다는 걸 아니까 치지 않고 황제 편에 붙어 자신이 공들인 구귀족파 반란 세력을 쓸어버리고 살아남은 거예요.”

바덴이 의아해했다.

사업을 하면서 정치와 군대에 대해서도 여기저기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 세계에 깊이 몸담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보와 인식에 차이가 있었고, 내밀한 이야기까지 알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던 것이다.

루산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오베론 공작은 황제가 될 욕망도 있고, 반란 공작을 주도하면서 여차하면 남방군과 함께 황궁을 공격할 생각도 분명히 있었어요. 반란 사건 당시에 깊이 고민을 하고 철저히 계산을 했겠죠. 그런데 결국 거사를 일으키지 않는 쪽을 택한 거예요. 직접적으로는 근위대와 수도 군단을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겠죠. 근위대는 자타 공인 최강의 파일럿들이 모여 있는 부대이고 수도 군단은 이름은 비록 군단이지만 방면군에 육박하는 병력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노바와 가까운 지방에 주둔하고 있는 지방군 병력도 다가와 반란군을 포위할 테고 거기에 더해 며칠 있으면 북방군이 도착할 거예요. 최악의 경우 동방군이 건너오면 완패인 거죠.”

남방군과 반란 세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부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했어요. 왜냐하면 필센 제국군은 이반 황제의 사회 개혁 이후에 규모가 더욱 커졌는데 이때 평민 출신 파일럿을 대거 길러 냈어요. 황제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병력이죠. 그리고 귀족 출신들도, 사회 개혁에 반기를 들었던 귀족 가문들은 모두 숙청되었기 때문에 군부에 남아 있는 파일럿들은 모두 황제파 귀족이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오베론 공작이 반란 공작을 주도하면서 15년 이상 황제와 대항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바람에 군부와 정계의 거의 대부분이 오베론 공작을 불충한 자라고 비난했죠. 그의 편을 들어줄 다른 부대가 없었던 거예요. 할 수 없이 그는 자신이 공들여 기르고 자기편을 들어 줄 구귀족파 반란 세력을 자기 손으로 잘라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생존을 위해 자기 손으로 자기 힘을 잘라 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니 황제에 비하면 오베론 공작이 확실히 약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란을 진압하고 재상이 된 뒤에도 오베론 공작을 지지하는 세력은 거의 없어요. 그를 재상으로 임명한 사람이 바로 황제이기에 함구할 뿐 다들 심증으로는 오베론 공작이 반란에 깊이 관여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구귀족파 세력을 뿌리까지 뽑아 버린 교활한 자, 배신자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해요. 그래서 황제와 황태자가 모두 자리를 비워도 거사를 일으킬 수 없는 거예요. 자기를 지지해 줄 세력이 없으니까. 그래서 자식 대로 자신의 야망을 넘겼죠. 황제가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포상으로 식민지를 준다고 했기 때문에 큰아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서 많은 땅을 얻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일단 황제의 눈 밖에서 힘을 기르겠다는 뜻이죠. 자신에게 씌워진 안 좋은 이미지도 세월이 흐르며 희석될 테고.”

눈을 빛내며 루산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바덴이 물었다.

“오베론 공작에게는 황제가 거의 유일한 자기편인 셈이네요?”

“그렇죠. 황제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어 했지만, 황제의 비밀 지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남들의 미움을 사고, 자기를 지지해 줄 만한 세력을 자기 손으로 쓸어버리는 바람에 자기를 옹호해 줄 사람이 황제뿐이에요.”

“아이러니하네요.”

바덴의 짧은 논평에 루산이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황제가 자리를 비우는 몇 달 동안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게 되었으니 이 기간 동안 자기에게 유리한 사업을 벌일 수도 있고, 관료들의 환심을 살 만한 일을 할 수도 있고, 민심을 얻으려는 정책을 펼지도 모르죠. 주목해야 할 거예요.”

루산의 말에 바덴이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며 대답했다.

“네, 기사님.”

“그리고 아버지가 국정으로 더욱 바빠질 테니 루트가 가문의 재산을 더 과감하게 빼돌릴지도 몰라요.”

“그 부분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게요.”

바덴이 루산의 허리를 꼭 안으며 대답했다.

루산도 바덴을 좀 더 강하게 -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 당겨 안았다.

바덴이 촉촉한 눈빛으로 루산을 쳐다보자 그는 그녀의 입술에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

루산이 휴가를 떠난 사이, 변경에 큰일이 일어났다.

웨이브가 발생한 것이다.

변경 8구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아니었다.

8구역은 반달 호수 지역의 괴수를 모두 소탕하고, 이 지역에서 괴수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자 서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서 꾸준히 사냥해 왔기 때문에 인근 지역 괴수 밀도가 낮아져 웨이브가 일어날 여건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다른 구역들이었다.

그중에서도 7구역은 4년 전 반란 사건에 연루되어 파일럿 결원이 무척 많았다.

사냥이 줄어 괴수 밀도가 높아진 데다 원체 넓은 구역이라 순찰 근무가 소홀해지자 웨이브 징후 발견이 늦고 말았다.

7구역 남서쪽에 있는 거대한 밀림에서 발생한 대규모 웨이브가 7구역으로 밀어닥쳤다.

8구역에도 여파가 미치기는 했다.

7구역 남서쪽 밀림 지대는 얼마 전에 트리어가 이끄는 변경 8군단 1전단이 새로 개척한 지역과 인접해 있어 적지 않은 규모의 괴수들이 그쪽으로 밀려 내려왔던 것이다.

그러나 8구역 북부로 내려온 괴수 떼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오히려 1전단과 알파, 베타, 감마 기지 사람들은 몇 년 만에 찾아온 웨이브라며 환호했다.

더 많이 와도 좋을 뻔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7구역은 난리가 나 버렸다.

건설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외곽의 개척촌과 전진기지들이 처참하게 쓸려 나갔다.

7구역에서 8구역으로 긴급 도움을 요청하자 율리안이 회의를 소집했다.

“1전단은 북쪽 개척 도시를 막고 있으니 병력을 뺄 수 없습니다. 알파, 베타, 감마 전진 기지들도 1전단과 함께 8구역 북부를 막아야 합니다. 2전단과 델타 기지 병력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전단장 트리어가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 중에는 1전단과 8구역 북부 전진 기지 파일럿들이 이번 기회에 한몫 잡기 위해 남으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7구역을 도우러 가서 괴수를 잡으면 사냥한 괴수 부산물 분배를 놓고 7구역 측과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고, 부산물 처리 시간이 늘어져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았다.

8구역 북부로 들어오는 괴수들을 사냥하면 그 부산물을 바지선에 싣고 반달 호수를 건너 레이크 시티 장벽 생산 시설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7구역은 담당 지역이 넓어 본부까지의 이동 거리가 길 뿐 아니라 여러 마법 연구소들이 부산물을 경매로 매입하기 때문에 결산 과정이 좀 더 복잡했다.

그래도 변경과 제국의 안전을 위해 도우러 갈 수밖에 없었다.

율리안이 결단을 내렸다.

“1전단과 알파, 베타, 감마 기지 전투 요원들은 우리 8구역 북부 방어를 담당하세요. 7구역 구원은 2전단과 델타 기지 전투 요원들이 할 것입니다. 괴수 목장은 애초에 거리가 멀어 그곳을 관리하는 요원들은 제외하고, 반달 호수 지역 인근을 순찰할 병력도 제외하고 나머지 전원, 7구역으로 갈 겁니다.”

율리안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변경 군단의 최우선 목표는 괴수로부터 인간 세상을 지키는 겁니다. 이익은 그다음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네, 통치자님!”

트리어, 켐니츠를 비롯한 8구역 간부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8구역 전투 요원들이 7구역 구원 준비로 한창일 때 휴가를 떠났던 루산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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