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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17화 (317/450)

317. 카트리지 교체

317. 카트리지 교체

대규모로 이동하던 트리케 무리가 잠시 멈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괴수들이 밟고 지나간 땅이라 풀이 모두 쓰러지고 땅에 묻혀 먹기에 좋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풀을 찾아 무리가 흩어졌다.

계절은 2월 초.

남쪽 지역이라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싱싱한 풀잎 대신 시들고 마른 풀들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동하느라 지친 트리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성찬이었다.

중형 괴수 트리케들이 풀을 뜯고 지나간 자리는 그야말로 깨끗하게 맨땅이 드러났다.

트리케 무리의 식사 시간을 지켜보고 있던 벨로키들이 가는 눈을 번들거리며 덤벼들었다.

끼악- 끼악-

벨로키들은 괴성을 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작은 새끼들이 많이 포함된 트리케 무리를 공격했다.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발톱, 벨로키들의 공격을 받은 새끼 트리케는 순식간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성체 트리케는 성체 벨로키보다 덩치가 더 크고 머리에 난 세 개의 단단한 뿔은 무시무시했다.

성체 트리케들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벨로키 옆구리에 뿔을 박았다.

끼아아아아!

뿔에 찔린 벨로키들이 괴성을 지르고,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벨로키들이 물러났다.

그러다 다시 틈을 보고 성체 트리케를 공격해 순식간에 목과 배를 물어뜯었다.

원시 생명체들 간의 처절한 싸움이 격렬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과감하게 벨로키를 공격하는 트리케보다 본능에 따라 포식자를 피해 달아나는 트리케들이 훨씬 많았다.

트리케들이 다시 뭉쳐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투-

트리케들이 이동하자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후미의 트리케 무리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 벨로키들이 쓰러진 사냥감을 둘러싸고 피의 잔치를 벌였다.

“벨로키 뒤로 데이노 무리가 보이고······.”

루산이 망원경을 눈에 대고 중얼거렸다.

그는 바이크가 탑승한 레오파드 라이트닝 어깨에 타고 산 위로 올라와 괴수들의 대이동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벨로키 뒤로 타르보도 있는 것 같고, 북쪽으로는 프로토 무리도 보이고, 저 뒤쪽까지는 보이지 않는군.”

간간이 대형 괴수들도 보이는 것 같았지만, 거리가 멀고 나무와 풀에 가려져 정확히 종류를 특정하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이쪽이 본류가 맞는 것 같아.”

“대장, 그럼 준비하라고 할까요?”

바이크가 조종실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소리쳤다.

“준비하라고 해!”

“넵!”

바이크가 통신을 보냈다.

“우리도 내려가자.”

“알겠습니다!”

관측을 마친 레오파드 라이트닝이 빠른 속도로 산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

대규모로 밀려오던 괴수 떼는 루산이 조금 전 관측한 산에 부딪쳐 양 갈래로 갈라졌다.

그렇게 한참 동안 따로 진행하던 웨이브는 산이 점점 낮아져 평평해지는 지점에서 다시 합쳐져 숲과 들판을 뒤덮고 이동했다.

이미 많은 괴수들이 그렇게 지나갔지만, 아직도 이번 웨이브의 도도한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루산은 나눠진 웨이브가 다시 합쳐지기 전, 산줄기 남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아예 더 남쪽으로 돌릴 생각이었다.

방법은 이런 것이었다.

동서 방향으로 솟아 있는 큰 산줄기 주위로는 작은 줄기들이 뻗어 나가고 계곡이 흐른다.

대이동을 하는 괴수들은 지형이 험하지 않은 땅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 작은 줄기들조차 피해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무리의 이동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고, 지형이 평탄하지는 않지만 그리 까다롭지도 않은 경우 - 고개가 낮거나 계곡이 얕은 경우 - 에는 굳이 멀리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지점을 틀어막거나 겁을 주어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게 만드는 것이다.

괴수들이 넘어가는 고개에는 바위와 나무를 쌓아 막고, 괴수들이 건너는 얕은 계곡에서는 소음 발생기로 시끄럽게 위협하거나 육식 괴수의 체향을 뿌린다.

그리고 차단이 어려운 지점에서는 멕 나이트나 대형 거미로 길목을 막고 직접 공격을 가해 이 길로 지나갈 수 없게 한다.

그렇게 남쪽으로 점점 내려가면 밀림이 나오는데, 그곳에서는 2전단이 만들고 있는 깔때기 입구로 들어가도록 거대한 원시의 나무를 베어 일정한 방향으로 눕혀 길을 만든다.

루산, 바이크, 시에나는 멕 나이트로 바위를 옮기고 나무를 베어 길목을 막고, 전투 거미 두 대는 길목 차단이 어려운 지점에서 소음 발생기를 시끄럽게 틀거나 발리스타를 발사해 괴수들이 겁을 먹고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형을 이용해 차단벽을 만들어 산줄기 남쪽 웨이브를 계속 남쪽으로 이동하게 했다.

밀림 안으로 들어가자 웨이브 경로를 트는 작업은 더 쉬웠다.

거대한 원시의 나무를 베어 일정한 방향으로 방벽을 쌓으면 됐기 때문이다.

중간에 루산은 2전단 멕 워커를 동원해 산줄기 남쪽 방벽을 더욱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마침내 웨이브를 둘로 가르는 산줄기 남쪽으로 이동하던 괴수들은 그대로 동쪽으로 가지 못하고 루산이 만든 작은 산줄기 방벽을 따라 점점 아래로 내려가게 되었고, 밀림에서는 이동을 막는 거대한 나무들로 인해 일정한 방향으로 모이게 되었다.

그 전까지 이미 많은 괴수들이 지나갔지만, 이제부터는 괴수의 절반만 그쪽으로 가고 나머지는 변경 8군단 2전단 담당 구역으로 엄청난 수의 괴수들이 몰리게 된 것이다.

손가락이나 빨게 되었다고 투덜대던 2전단 파일럿들은 잠 잘 시간도 없다고 비명을 지르게 될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세상에! 우리 전단장님은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야!]

[웨이브 경로를 마음먹은 대로 틀 수 있다고? 말이 되는 거야?]

[닥치고 일이나 해!]

2전단 파일럿들은 거대한 깔때기로 밀려들어 오는 괴수들을, 혈액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무 말뚝으로 목을 찔러 쓰러뜨렸다.

멕 워커들은 쓰러진 괴수들에 달라붙어 체액을 뽑은 뒤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밀림이 거대한 도축장으로 변했다.

***

꾸에에-!

끼야아아-!

두두두두두두!

숲이 괴수로 가득했다.

밀도가 높아도 너무 높았다.

괴수를 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만든 나무 방벽이 괴수들의 압력에 의해 틈이 생기고, 그 사이로 괴수들이 빠져 나왔다.

2전단 파일럿들은 깔때기 출구에서 괴수들을 처치하는 한편 방벽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보완해야 했다.

그뿐 아니었다.

엄청나게 쌓이고 있는 괴수 부산물과 혈액 드럼을 옮기고 새로운 용기를 가져와야 했다.

파일럿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 버티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것이 웨이브의 무서운 점이었다.

이대로 저지선이 무너지면 괴수들이 해일처럼 인간의 거주지를 덮치게 되는 것이다.

“전단장님, 파일럿들의 피로가 극에 달했습니다. 웨이브를 조금 흘려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켐니츠가 말했다.

그러나 루산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건 안 됩니다. 위쪽 방어선을 열면 7군단 파일럿들이 견디지 못해요. 웨이브 절반을 우리 쪽으로 돌렸지만, 그동안 쌓인 괴수들이 너무 많아 이미 그쪽 방어선도 포화 상태예요. 우리가 위쪽 방어선을 열면 7군단 방어선이 뚫릴 것이고 7구역 전체가 난리가 나는 겁니다. 이곳 깔때기 방어선을 뚫어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이쪽으로 절반을 돌렸으니 우리가 책임지고 막아야 해요.”

“하지만, 교체 병력도 없이 계속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그게 웨이브죠. 새삼스럽게······.”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루산이 피곤한 얼굴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웨이브 기간에 사냥하는 괴수의 수가 일 년 동안 잡는 괴수의 수보다 훨씬 많았다.

이 기간 동안 올리는 수입이 일 년 동안 거둔 수입보다 훨씬 많았다.

잠을 줄여 돈을 버는 것이다.

잠잘 시간, 씻을 시간, 용변 볼 시간,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지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변경의 웨이브. 사람다움을 포기하고 돈을 버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루산은 켐니츠의 말뜻을 아예 모르지 않았다.

이번 웨이브는 정말 심상치 않았다. 그렇게 해서 버틸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내가 압력을 줄여 볼 테니 부전단장은 어떻게든 길목을 막아 봐요.”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루산은 우르사를 타고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숲으로 들어갔다.

바이크, 시에나를 우르사 어깨에 태웠다.

루산은 괴수들이 올라올 수 없는 산 중턱에서 대기하며 위쪽 방어선을 관리하고 있던 전투 거미들을 호출했다.

[육식 괴수 솎아내기 작전을 할 겁니다! 제대로 된 전투 거미 테스트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전투 거미들이 남쪽에 있는 밀림으로 이동했다.

지금까지는 전투 거미 테스트라기보다 웨이브 경로 틀기 작전에 동원된 셈이었다.

전투 거미를 만난 루산이 우르사에서 내렸다.

“시에나, 우르사를 맡아. 내가 전투 거미 1호, 바이크가 전투 거미 2호의 마나포를 맡는다.”

“네, 전단장님!”

“드디어 마나포를 쏴 보는 겁니까? 흐흐!”

시에나가 우르사를 타고 동화기를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절하는 사이, 루산과 바이크는 파워 아머를 착용했다.

원래는 마나포 한 대에 파워 아머를 착용한 사수 두 명이 달라붙게 돼 있었으나 아직 파워 아머 제작이 덜 되었고, 마나포보다 발리스타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체험 차원에서 마나포 사수 역할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 목표는 웨이브 압력을 줄이기 위해 초식 괴수를 공격하는 육식 괴수들을 잡거나 유인하거나 멀리 쫓아 버리는 겁니다. 조종수는 괴수들에게 공격받아 전투 거미 몸체가 상하지 않도록 특히 유의하세요. 기동성, 거리 조절 훈련을 하는 겁니다. 발리스타 사수들은 동일 표적에 중복 사격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알겠습니다!”

전투 거미의 조종수와 사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길이가 8미터나 되는 전투 거미 1호와 2호가 밀림을 헤치고 괴수 무리로 접근했다.

우르사가 전투 거미 사이에서 이동했다.

대형 거미는 전투 거미의 실전 테스트 상황을 관찰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 뒤에서 따라왔다.

전방을 주의 깊게 살피던 전투 거미 1호 보조 조종수가 나직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1시 방향, 초식 괴수들이 달아납니다! 그 뒤에 벨로키 무리 발견!”

“지금부터 벨로키 무리를 소탕한다. 2호는 서쪽으로 이동해 거리를 유지하며 양쪽에서 협공한다.”

주조종수가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알았다. 서쪽으로 이동해 벨로키 무리를 협공하겠다.]

전투 거미 탑승 요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남쪽 웨이브 저지선을 만드는 동안 이미 발리스타를 쏘아 보았지만, 그때는 저지선으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무작위로 발사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특정 괴수를 노리고 공격하는 작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하늘 같은 전단장이 함께 탑승한 상태라 더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루산이 말했다.

“우르사, 현 위치 대기.”

루산의 명령을 조종수가 통신기로 전했다.

“우르사, 현 위치 대기!”

[알았다. 우르사, 현 위치 대기하겠다.]

시에나의 목소리가 통신기로 들려왔다.

우르사가 멈춰 사자 루산이 다시 명령했다.

“작전 시작!”

“작전 시작! 이동한다!”

[알았다!]

전투 거미 1호와 2호가 동시에 목표를 향해 이동했다.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빠르면서 소음도 거의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러나 전혀 소리가 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거대한 전투 거미 두 대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린 벨로키들이 초식 괴수를 뜯어 먹다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끼아- 끼아-

끼아- 끼아-

전투 거미들은 계속해서 다가갔다.

그러나 대형 괴수도 몰이사냥을 하는 벨로키들은 덩치가 크다고 해서 곧바로 물러나지 않고 본능적으로 진형을 넓히고 포위 자세를 취했다.

이윽고 벨로키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전투 거미 조종을 맡고 있는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은 멕 나이트를 타고 있을 때는 벨로키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전투 거미 운전석 높이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육식 괴수들의 모습을 보자 오금이 저렸다.

저 날카로운 이빨에 걸리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괴수의 위장으로 들어가리라!

그러나 오랫동안 수련해 온 기사 출신들이라 마냥 겁을 먹고 물러나지는 않았다.

“이대로 돌진한다! 경로를 막는 벨로키부터 사살하라!”

주조종수의 명령에 발리스타 사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축에 고정돼 있는 발리스타의 방향을 틀었다.

중형 괴수를 상대하는 데 마나포를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였기에 루산은 할 일이 없었다.

그저 이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 지켜 볼 뿐이었다.

끼야- 끼야-

끼야- 끼야-

벨로키들이 두 발로 경쾌하게 달려오고, 전투 거미 두 대가 피하지 않고 마주 달려갔다.

이윽고 거리가 가까워지자 조종수가 방향을 우측으로 살짝 틀며 소리쳤다.

“발사!”

좌측 발리스타 두 대가 사격을 시작했다.

슉!

슉!

커다란 철제 화살이 빛살처럼 날아갔다.

카트리지에 채워져 있던 다음 화살이 자동으로 밀려 올라와 시위에 걸리자 사수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슉!

슉!

그렇게 계속 사격을 이어나가다 마침내 카트리지에 채운 화살을 모두 소모했다.

사수가 소리쳤다.

“카트리지 교체!”

“카트리지 교체!”

그러자 조종수가 우측 사수들이 벨로키와 마주 보도록 방향을 틀었다.

전투 거미보다 벨로키의 속도가 더 빠르고 숫자도 훨씬 더 많았지만, 전투 거미는 날카로운 원거리 무기를 탑재한 데다 괴수보다 머리가 좋은 인간이 조종하고 있었다.

전투 거미들은 들어갔다 나왔다, 오른쪽으로 틀었다 왼쪽으로 틀었다 하며 계속해서 무시무시한 철제 화살을 발사했고, 모든 화살이 명중하지 못했음에도 얼마 안 있어 벨로키 무리를 전멸시켰다.

“야호!”

발리스타 사수 하나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짜릿한 경험이었다.

루산 역시 짜릿함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훌륭하다!’

그러나 아직 해 보지 않은 실험이 많았다.

“화살 회수는 나중에 하고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전투 거미들이 더 큰 사냥감을 찾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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