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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20화 (320/450)

320. 아빠가 오실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320. 아빠가 오실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대로변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파가 차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긴 띠를 이루며 도열해 있었다.

이윽고 군악대가 장엄한 행진곡 <승리로 가는 길>을 연주했다.

듣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며 힘이 나는 것 같아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황궁 문이 열리고 근위대 멕 나이트가 군악대 뒤를 따라 행진하기 시작했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멕 나이트의 발걸음은 지켜보는 군중들의 소름을 돋게 했고 필센 제국의 강력함을 느끼게 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절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엄청난 환호 속에서도 군악대의 연주는 결코 묻히지 않아 사람들을 더욱 열광시켰다.

근위대의 절도 있는 행진 뒤로 온몸을 하얗게 도색한 아이언 워리어 한 대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멕 나이트 왼쪽 어깨 위에 필센 제국군 멕 나이트 파일럿 정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견갑 가시를 잡고 앉아 있었다.

통상 멕 나이트 부대가 행군할 때 서브 파일럿이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하얀색 멕 나이트와 대비되어 진청색 군복이 더욱 눈에 띄었다.

백색 아이언 워리어 뒤로 다시 근위대의 멕 나이트들이 통일된 발걸음으로 행진했다.

근위대가 앞뒤로 백색 아이언 워리어를 호위하는 듯한 느낌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인도를 꽉 채운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백색 아이언 워리어에 앉아 있는 노인에게 쏠렸다.

그때 근위대 멕 나이트 파일럿들이 외부 확성기로 우렁차게 외쳤다.

- 황제 폐하 만세!

하나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거대한 함성!

군중들 또한 가슴이 벅차 일제히 소리쳤다.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백색 아이언 워리어에 앉아 있던 노인이 견갑 가시를 잡고 일어서서 한 손을 높이 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필센 제국 만세!

필센 제국 만세!

와아아아아아아!

노바를 온통 뒤흔들 것만 같은 거대한 함성을 온몸으로 받으며 노인은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프리드리히 황제의 아우로라 연합 순시 행렬은 그토록 강렬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찍은 사진이 모든 신문에 실려 필센 제국 국민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황제는 근위대 호위를 받으며 행진한 뒤 엘버 강에서 수송선을 타고 브레머 항까지 가서 그곳에서 거대한 수송선으로 옮겨 탔다. 그리고 해군의 호위를 받으며 아우로라 대륙으로 떠났다.

그로부터 사흘 뒤 바덴은 상무대신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미 지난 몇 달 동안 바덴은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며 상무대신과 서신으로만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꽤 중요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러나 응할 수가 없었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아 그녀의 배가 산처럼 나와 있었던 것이다.

“곤란한데······.”

바덴이 배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비서 편으로 서신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요 몇 달 동안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요양하며 회사 일도 서면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말씀해 주시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처리하겠습니다.>

그러자 바로 답신이 왔다.

<어느 정도 괜찮아졌으리라 생각하고 만나자고 했는데 아직도 몸이 불편하시다니 안타깝습니다. 빨리 쾌차하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연락을 보낸 것은 두 가지 건 때문입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황제가 떠난 뒤 재상 주재로 진행된 각료 회의에서 문제가 되는 두 가지 안건이 등장했다.

첫째, 동부 공업 지구 이전 이후 개발 계획 관련 문제.

둘째, 필센 제국군이 점령한 아우로라 대륙 나라들에 대한 통치 문제.

둘 다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고 이미 오랫동안 논의돼 오고 있던 내용들이었다.

동부 공업 지구 이전에 따른 현재 부지 개발 계획은 노바의 부족한 주택 상황을 고려하여 주택 단지로 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필센 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단이 노바 외곽으로 빠지게 되고 그 자리에 주택이 들어선다!

필센 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 될 것이라며 모든 건설 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 기획 팀에서 여러 차례 의견이 올라온 적이 있었지만, 바덴은 일찌감치 선언했다.

그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겠다고.

그녀는 부동산 분야에도 많은 사업을 하고 있었으나 그것들은 대부분 남들이 하지 않는 독창적인 것들이었다.

장원 별장 사업, 브레이브 랜드 사업, 대규모 놀이공원 사업, 농업 기지 사업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업이었지 누구나 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아니었다.

굳이 남들이 다 하는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확정은 아니지만, 물망에 오른 개발 업체들 면면을 보니 오베론 공작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거나 오베론 지방에 근거를 둔 회사들이 절반이나 됩니다. 이렇게 거대한 사업에서 오베론 공작 측이 절반이나 되는 이익을 가져간다면 향후 재계에서 그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만약 고슬라 사장이 의향이 있다면 내가 어떻게든 개발 업체에 포함되도록 손을 써 볼 생각입니다.>

바덴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해 오지도 않았지만, 앞으로도 딱히 할 생각이 없었다.

물론 누구보다 멋진 주택 단지를 건설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그것은 새로운 국가 공단이 들어서는 보헨 지역과 인접한 라벤스 지역에서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기존 업체들과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다.

고슬라 그룹은 대부분이 사업가들인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 회원들과 상생하며 성장해 왔다.

눈앞에 큰 이익이 있다 하여 욕심내다가는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오베론 공작 가문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히는 계획은 속도는 느리지만 지금도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안건은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

<아우로라 대륙 점령지를 통치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나는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과 관료에게 영지로 하사하는 방식이지요. 정확히 말하면 30년 기한을 둔 총독이지만, 어쨌든 개인에게 맡기는 겁니다. 어차피 제국이 모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충성심을 고취시키고자 약속한 대로 분할할 것입니다. 아직 누구에게 어디를 얼마나 할애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점령한 모든 땅을 신하들에게 나눠 줄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나라, 중요한 지방은 필센 제국이 직할로 다스려야 하니까요. 그러한 지방은 황제 폐하께서 총독을 임명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때 그 땅에 파견된 관리가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면 관리를 수만 명 새로 뽑아도 부족할 것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낯선 땅에 관리를 많이 보낸다 해도 바로 질서가 수립되고 통치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총독부와 함께 총독부를 도울 회사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담당 지역의 원활한 통치를 위해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일, 특산물과 생산을 장려하고 관리하는 일, 토지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일 등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에 맡김으로써 훨씬 신속한 통치 질서를 수립하고 이익을 증대할 수 있으리라 보기 때문입니다.>

관리는 급료를 받고 그것 외에 다른 이익은 없다.

급료 외에 챙기는 이익이 있다면 그것은 부정한 짓이다.

그래서 주어진 일만 하게 된다.

반면 회사는 해당 지역의 생산량을 늘리고 이익을 높일수록 자신의 이익이 올라가는 것이므로 더 열심히, 더 효율적으로 새로운 통치 질서 수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미 필센 제국은 이러한 경제 활동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 봉건적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은 아우로라 대륙을 새로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 여기고 진출하고자 하는 회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오베론 공작은 식민지 회사 설립과 관련해서도 자신과 긴밀한 관계가 있거나 오베론 지방에 근거를 두고 있는 회사들을 의도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필센 제국의 경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고슬라 사장의 의향을 알고 싶습니다. 식민지 회사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 직접 뛰어들 생각이 있는지 여부 말입니다.“

바덴은 순진하지 않았다.

서면에 쓰여 있는 내용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상무대신 벤야민은 평민 상인 가문 출신으로 오베론 공작과 같은 정통 귀족이 자신의 상관으로 있는 한 현 정부에서 더 올라갈 길이 없다고 생각하여 오베론 공작을 무너뜨리기를 원했다.

물론 은행과 관리들을 조종하여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오베론 공작을 미워하는 정의감도 있었지만, 자신의 앞날과 출세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오베론 공작을 무너뜨린다는 공통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협력하고는 있었으나 그가 말하는 내용에 과장이 포함돼 있으리라고 보았다.

‘오베론 공작이 자신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자기 지역 회사를 한 사업에 절반 이상 밀고 있다고?’

이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귀족들은 원래 한 다리 건너면 모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두 다리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 오베론 공작 같이 최고위 귀족과 연이 없는 가문이 있을까?

연결 고리를 찾아내려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황제가 아우로라 대륙으로 떠나고 오베론 공작이 이 나라의 정점에 서 있으니 불안한 거야.’

그래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싶고 더욱 자세히 파고들다 보니 연관성이 더더욱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리라.

그렇다 해도 상무대신이 자신을 생각해 제공해 주겠다는 기회를 모두 차 버릴 필요는 없었다.

여전히 공통의 적이 오베론 공작인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바덴은 답장을 썼다.

<상무대신 각하, 각하께서 주신 말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동부 공업 지구 주택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고슬라 그룹이 들어가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수많은 업체들이 엮여 있어 이제 진입을 시도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그리 이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그 사업의 규모가 역대 최대라 하나 그것은 노바의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지 사업적 가치가 특별히 높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동부 공업 지구가 이전할 보헨 지역과 인근의 라벤스 지역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훨씬 가치 있고 중요한 지역입니다.

그러니 고슬라 그룹은 이 지역 개발에 최선을 다해 가치를 키워 나가겠습니다.

식민지 회사는 상당히 매력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 식민지도 여러 유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원이 많고 경제적 기반이 튼튼한 나라, 자원도 없고 경제 기반이 빈약한 나라.

지형과 기후가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 지형과 기후가 그리 좋지 않은 나라.

누가 다스리든 백성들이 상관하지 않는 나라, 소속감과 배타성이 강해 극렬하게 저항하는 나라.

그 외에도 다양한 분류가 가능할 텐데, 어떤 나라를 맡게 될지가 아마 식민지 회사의 이익에 가장 중요하겠지요.

사실 고슬라 그룹은 지역 개발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습니다.

많이 낙후되고 지형이 험악해도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던 만큼 어떻게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을 계발하고 더 나은 땅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현지 주민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가능하다는 것이지 격렬하게 저항하는 주민들과 싸우면서 개발하는 것은 능력 밖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자원이 많고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도 새로운 통치자에 극렬히 저항하는 나라는 제외해 주시고 차라리 모두가 기피하는 나라를 맡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필센 제국과 그 나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덴은 뒤에 인사말을 쓴 뒤 편지를 마무리했다.

“소피아, 이 편지를 상무대신에게 전해 줘요.”

“네, 사장님.”

정신을 집중해서인지 배가 땅겼다.

배 속에서 아기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놀고 싶어? 우리 조만간 보자. 근데 그때까지 아빠가 오실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아기가 다시 발을 찼다.

바덴은 배를 - 배 속의 아기를 -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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