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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27화 (327/450)

327. 불법은 아니잖아요?

327. 불법은 아니잖아요?

7구역이 루산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는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일단 7구역 개척촌과 개척 도시들을 대체할 튼튼한 성곽 도시들을 통째로 다시 지어야 하고, 도시와 도시를 잇는 고가 도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이 거대 프로젝트를 고슬라 그룹이 주도한다면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봄 홍수 기간에 괴수들이 7구역 전체에 머물다 돌아가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8구역보다 훨씬 면적이 넓은 7구역에서 고슬라 그룹의 농업 회사는 매년 엄청난 수익을 거두게 될 것이다.

변경 투어와 관련해서도 바덴의 손님 모집부터 렌커의 가이드와 관광 코스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루산에게 이로운 일이었지 8구역이나 8구역 통치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루산 또한 굳이 이러한 수익을 염두에 두고 이것을 제안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고슬라 그룹은 7구역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사업을 해 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변경 7구역의 개척과 운영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 겁니다. 7구역이 매년 많은 수익을 거두어 왔다지만, 그것이 그동안 모두 7구역 통치자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반란 사건 이후 정부의 강도 높은 감사로 탈탈 털리면서 7구역 재정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죠. 반면 8구역은 단기간에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반란 사건으로 인해 반사 이익도 크게 보아서 변경 여덟 개 구역 가운데 아마 가장 재정이풍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루산의 말에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8구역은 반달 호수 지역 개척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여 막대한 세금 수입을 거두고 있었다.

아라드에서 들어온 전쟁 피란민들, 광고를 보고 꾸준히 들어오는 개척 지원자들, 굴다크 공작이 지휘하는 아우로라 연합군에 북부 전선이 돌파 당했다는 소식에 놀라 남쪽으로 내려온 필센 북부 주민들로 인해 인구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리고 그 인구는 레이크 시티로 이전한 가프 마법 연구소의 레오파드 생산 기지 - 가프 마법 연구소 직영 공장뿐 아니라 레오파드 부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협력 업체들 - 에 거의 모두 고용되었다.

그 외에도 변경 투어를 통해 유입된 사업가들의 공장, 피닉스 제철에서 지은 제철소, 바덴의 식품 공장과 농업 회사 등 많은 업체들이 들어와 외부에서 몰려온 사람들을 모두 고용해 버렸다.

현재 8구역의 세금 수입은, 입주한 업체들에 변경 특별 세제 혜택을 주고 있음에도, 그동안 정부에서 제공한 정착 지원금과 개척 장려금을 모두 상환하고도 남을 만큼 엄청났다.

물론 가장 큰 수혜자는 레이크 시티의 세금 징수권을 가지고 있는 루산이지만, 8구역 자체의 세수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그뿐 아니라 율리안 개인 주머니도 크게 불어나 있었다.

8구역 전체의 세금 수입 일정 부분과 괴수 부산물 수입의 일정 비율이 통치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아라드 왕국으로 밀수하는 레오파드 운반 수입의 일정 부분이 꾸준히 율리안에게 제공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여유로운 자금으로 무얼 하실 생각이십니까?”

“무얼 하다니요?”

“8구역 북부 개척에 자금을 어느 정도 투입한다 해도 남지 않습니까? 반달 호수 지역은 인구가 더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제 굳이 본부 자금이 투입될 필요가 없습니다.”

레이크 시티는 자체 예산으로 충분히 굴러가고 있었고 반달 호수 지역의 넓은 공터는 바덴이 설립한 반달 농업 회사가 운영해 나간다.

“반달 호수 지역 서쪽으로는 도시가 들어설 만한 땅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요. 새로 개척할 곳이 없다는 겁니다.”

율리안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반달 호수 지역의 인구가 미어터진다면 모를까 그 서쪽으로는 당분간 개척할 뜻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많은 인구가 유입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오카수스 대륙에서의 전쟁은 끝났기 때문에 피란민이 들어올 일이 없고, 아우로라 대륙의 넓은 땅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많은 병사가 필요하거든요. 게다가 병사로 징징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아우로라 대륙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율리안으로서는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변경으로의 인구 유입이 크게 줄어든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8구역은 이런 사정들로 인해 더 확장하기가 어렵습니다. 돈을 쓸 데가 없어요. 남는 돈은 다 정부에 바치실 겁니까?”

도발적인 말이었지만, 율리안은 굳이 그 표현을 탓하지 않고 가만히 중얼거렸다.

“돈을 쓸 만한 곳이 없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뭡니까, 그게?”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운 귀족들, 지휘관들에게는 아우로라 점령지를 영지로 분배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을 겁니다.”

“네.”

“변경은요?”

“네?”

“직접 적과 싸운 것은 아니지만, 변경에서 괴수를 잡아 그 부산물로 마나 연료와 각종 부품을 만들어 전선으로 보낸 덕에 승리한 것 아닙니까? 그 공을 생각해 포상을 해 줄까요?”

“그거야 변경 본부와 변경 군단이 늘 해 오던 일인데 그걸로 포상까지 할 리가 있겠어요?”

루산도 포상을 기대하고 한 말이 아니었다.

“저희야 그렇다 치고 통치자님은요? 다른 군인 귀족들이나 관료들은 전쟁 승리의 대한 공으로 영지를 얻고 포상을 받는다는데, 통치자님은 어떤 상을 받습니까?”

“저 역시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이죠.”

“전쟁터에서 싸운 지휘관들 역시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이죠.”

율리안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황족이잖아요.”

다 알면서 뭘 따지느냐는 것이었다.

황족의 힘을 키워 주는 황제는 없다.

변경 통치권을 나눠 주는 것만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루산이 표정으로 바로 하고 말했다.

“율리안 님, 이건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하,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으세요? 무섭습니다.”

율리안이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 내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한편으로는 루산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평범한 농부, 평범한 사업가도 자신이 평생 이룩한 것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일을 하지요. 평생을 일군 것을 나라에서 거두어 간다면 누가 열심히 땅을 일구고 장사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루산이 율리안의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변경 통치자는 남는 게 없어요. 물론 이전 7구역 통치자처럼 반란에 연루되었다면 국가에서 다 거두어 가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만, 반란에 연루되지 않은 통치자들도 남는 게 없어요.”

“······.”

“8구역도 개척된 지 오래되어 괴수 출현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판정을 받으면 일반 영토로 편입되고 새로운 미개척지를 개척하기 위해 원시의 땅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동안 고생한 공로로 일정한 포상을 받는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이 과연 이 땅을 일구고 도시를 세우고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든 공로를 충분히 인정해 줄 만한 수준인가요? 통치자님의 아드님은 발전한 반달 호수 지역을 국가에 넘겨주고 괴수가 출몰하는 원시의 땅을 새로 개척해야 하는 겁니다.”

“흐음······!”

“물론 국가 정책으로는 훌륭하죠. 제국의 영토를 넓히고 황족들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는 거죠. 황제로서도 황족들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힘을 갖지 못하도록 통제하면서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황족으로 태어난 걸 선택하신 것은 아니잖아요? 왜 농부도 하고 장사꾼도 하고 사업가도 하는 걸 통치자님은 못 하십니까? 공들여 가꾼 것을 왜 자식에게 못 물려주는 겁니까?”

“부장님!”

율리안이 언성을 높였다.

“남들이 들었다면 오해할 만한 말씀을 너무 많이 하십니다.”

그러나 루산은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에게 하지 않고 율리안 님께 하는 겁니다.”

“······?”

“이 세상에 절대 불변이란 없다고 봅니다. 7구역 변경 정책도 절대 불변이 아니고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겁니다. 필센 제국의 변경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행 제도가 절대적은 것은 아니죠. 필요하면 바꿀 수도 있고, 바꿔 주지 않는다면 바꾸도록 노력할 수도 있죠.”

“음!”

“물론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하시라는 뜻도 아니고요. 다만,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본 겁니다.”

“현재 할 수 있는 일?”

“네. 남는 자금을 7구역에 투자하는 겁니다. 7구역 통치자는 기뻐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동안은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7구역 간부들의 허수아비처럼 살아왔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웨이브를 계기로 7구역 개척과 운영 정책을 완전히 바꾸면서 자신이 뜻에 따라 모든 걸 물갈이할 수 있게 됩니다. 7구역 통치권을 확실히 쥐는 거죠. 게다가 그는 이 넓은 변경이 제국의 일반 영토로 넘어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7구역 웨이브는 매년 찾아오는 것이므로 괴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을 도운 율리안 님께 굉장히 큰 호의를 갖게 되고 율리안 님은 변경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7구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게 됩니다.”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말에 율리안이 움찔했다.

“자금이 부족한 변경 다른 구역에 돈을 빌려 주는 게 불법은 아니잖아요?”

불법은 아니다.

그 의도에 대해 정치적 판단은 가능할지언정.

그러나 사람들은 관성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변경 통치자는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황제가 피를 공유하는 황족을 변경에 앉혀 괴수를 상대할 만한 무력을 보유하게 하고 유사시에 황족의 힘을 결집하여 외세나 다른 귀족들의 저항을 제압한다.

변경을 개척함에 따라 제국의 영토는 넓어지고 황제의 힘은 더욱 커지지만, 안전해진 변경은 일반 영토로 편입함으로써 변경 통치자의 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는 일은 없다.

필센 제국 황제는 온 세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만큼 크고 강력한 힘을 보유한 반면 변경 통치자는 언제든 황제의 명령 한마디에 교체될 만큼 미미하다.

이러한 인식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한 8구역이 7구역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율리안은 반란에 개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란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한 이력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율리안의 행보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하고 의혹의 시선을 무마시킬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런 관성적 사고 속에서 율리안은 변경에서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 나가게 되고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율리안의 영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져 있을 것이다.

‘꼭 그렇게 만들 것이다!’

루산은 그렇게 다짐했다.

변경은 사람들의 일상 밖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변경에서 생산한 괴수 부산물 없이는 멕 나이트도 만들 수 없고, 만들어진 멕 나이트도 움직일 수 없다.

공장도, 자동차도, 열차도, 선박도 가동할 수 없다.

이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변경에서 영향력을 가진다는 말은 세상을 멈출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말과 같았다.

루산은 율리안에게 자신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굳이 말하지 않았다.

더 말하는 것은 긁어 부스럼.

현명한 사람이니 말하지 않아도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율리안은 루산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재작년에 7구역으로 온 친척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그럼요!”

두 사람은 7구역으로 건너가 7구역 통치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7구역 통치자는 루산의 아이디어와 율리안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7구역으로 들어온 괴수들이 다시 서쪽으로 이동하고, 변경 7군단과 8군단 멕 나이트들은 이 땅에 떠도는 괴수들을 쫓아 보내면서 남은 녀석들을 소탕해 나갔다.

파일럿이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한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루산은 율리안에게 휴가를 신청하고 노바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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