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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36화 (336/450)

336. 망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336. 망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데사우로 형제는 하수도의 물이 합류하는 개천으로 기어 나와 가파른 돌벽을 힘겹게 올라왔다.

“헉헉! 이제 어디로 가지?”

“모르겠어.”

집이나 다른 비밀 거점으로는 갈 수가 없었다.

붙잡힌 부하들이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어 줄 의리가 있다고 보지 않았던 것이다.

“다니는 차가 있으면 잡아타고 일단 멀리 벗어나자.”

“알았어!”

바르나 왕국에서 대승을 거둔 뒤 유흥가 경기가 많이 풀렸다지만,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자정이 훌쩍 지난 데다 유흥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도로 위를 다니는 자동차와 마차는 거의 없었다.

간간이 나타난 차량들은 텅 빈 도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들은 칼에 찔린 부위를 붙잡고 몸에서 더러운 물을 질질 흘리며 걸어갔다.

그때 자동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와 그들이 있는 쪽 반대 차선 가장자리에 멈추더니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려 황급히 가로수로 달려가 바지춤을 잡았다.

급히 소변을 보는 것 같았다.

데사우로 형제는 재빨리 눈빛을 교환하고는 차를 탈취하기 위해 길 건너편으로 달렸다.

형이 운전석 문을 열고, 동생은 뒷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뒷문이 안에서 밖으로 강하게 열리는 바람에 동생이 쓰러지고, 뒷문에서 나온 사람이 운전석에 앉으려는 형의 목덜미를 잡고 밖으로 당겼다.

무지막지한 힘이라 버틸 수가 없었다.

“윽!”

도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데사우로 형제를 보고 차에서 나온 사람들이 투덜거렸다.

“어휴, 냄새! 이거 차에 태워야 해요?”

“그럼 어떡해?”

“세차는 누가 하고?”

“위아래도 없나?”

“젠장! 하필 우리 쪽으로 나올 게 뭐람.”

루트 오베론이 부하들을 시켜 데사우로 형제를 죽이려 한다는 소식을 미리 입수한 스텐커와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이 조를 나눠 이 일대를 돌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냐?”

데사우로 형제 가운데 형이 날카롭게 물었으나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얼른 가자고.”

노바에서 스텐커를 돕고 있는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은 고문 후유증으로 팔이나 다리 한쪽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뒷골목 폭력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들은 부상을 입은 데사우로 형제를 무릎으로 찍어 누른 상태에서 억센 힘으로 밧줄로 꽁꽁 묶고 입에 재갈을 물린 뒤 한 사람은 차 트렁크에 싣고, 한 사람은 뒷좌석 가운데 자리에 앉혔다.

그러고는 부리나케 떠나갔다.

데사우로 형제의 몸에서 떨어진 피와 냄새나는 물이 도로 위에 흥건하게 남아 있었으나 밤의 어둠은 그 정도의 흔적은 쉽게 가려 주었고, 시간이 흘러 떠오른 해는 수분을 빠르게 말려 버렸다.

출근 시간이 되어 마차와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자 데사우로 형제가 이곳에서 잡혀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한 단서는 조금도 남지 않았다.

데사우로 형제를 놓쳤다는 보고를 받은 루트가 마시던 찻잔을 집어던지며 반드시 찾아내라고 소리쳤지만, 데사우로 형제는 마법처럼 사라져 발견할 수가 없었다.

***

“오베론 지방에서 하기로 한 장원 별장 사업을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오베론 가문의 부정과 부도덕에 대한 신문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어 책임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바덴이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오베론은 매우 부유한 지방입니다. 만약 오베론 가문이 잘못된다 해도 오베론 지방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없어지는 건 아니고, 고위 관리와 귀족들이 모두 잡혀가는 것도 아니에요. 이럴 때일수록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혹은 자기들끼리 마음 터놓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지도 모르죠.”

이미 마젠스 자작의 협조로 부지를 모두 확보했기에 바덴은 굳이 사업을 미룰 생각이 없었다.

“철저한 비밀 보장, 수준에 맞고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마음 놓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인식을 심어 주세요. 그러면 성공할 겁니다.”

“그렇다 해도 오베론 가문이 흔들린다면 오베론 지방의 상류층 인사들은 휴양에 시간과 돈을 쓸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될 겁니다. 차라리 그 아래층을 겨냥하여 휴양 사업을 하는 건 어떨까요? 말씀하신 대로 오베론 지방은 일찍부터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 매우 부유하고, 일반 백성들도 생활이 안정돼 있습니다. 호숫가나 바닷가에 쾌적한 휴양 호텔을 짓고 제대로 홍보만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덴은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렇게 하세요. 언젠가는 일반 백성을 위한 휴양 사업도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오베론 지방에서 처음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좋은 의견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단, 장원 별장 사업도 그대로 진행하세요. 우리는 최고급을 지향합니다. 그렇게 쌓은 경험을 일반 백성들을 상대로 풀어 나가는 거죠. 그럼에도 등급을 확실히 나누어 상류층은 우월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그 아래 계층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세요. 휴양의 즐거움을 알차게 누릴 수 있도록 시설과 서비스, 휴양 프로그램에 신경을 써야겠죠.”

“알겠습니다, 사장님.”

오베론 지방 장원 별장 책임자는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 시절부터 함께해 온 직원이라 바덴의 말을 금방 이해했다.

“휴가 장병 할인 정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합니다.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가면 나중에 제대 후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오는 단골 고객이 될 수도 있겠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장님.”

오베론 지방 장원 별장 책임자가 돌아갔다.

말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바덴은 오베론 공작 가문의 일로 머릿속에 시끄러웠다.

오베론 지방에서 오베론 가문의 영향력은 지대하기 때문에 오베론 공작 가문이 무너지면 장원 별장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백성을 대상으로 한 휴양 호텔도 당분간 개점유업 상태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전쟁이 벌어져 국가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사태가 아닌 한 휴양 사업 역시 어떤 식으로든 유지되어야 했다.

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손님이 매번 똑같은 장원 별장이나 휴양 호텔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여러 지방에 장원 별장과 휴양 호텔이 들어선다면 마음에 드는 곳, 가 보지 않은 곳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오베론 지방에 들어서는 휴양 시설도 반드시 오베론 지방 사람들만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오베론 공작 가문이 망하면 오베론 지방의 타격을 불가피해. 휴양 사업도 큰 손해를 보겠지. 하지만, 오베론 지방의 장원 별장이나 휴양 호텔이 다른 지방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정말 좋다고 소문이 나면 크게 타격을 받은 오베론 지방의 경제도 휴양 사업 덕분에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휴양 사업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바덴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수많은 연상 작용 끝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곧바로 슈텐달 남작을 만나기 위해 피닉스 제철로 떠났다.

***

슈텐달 남작은 회의 중이었지만, 바덴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회의를 중단하고 나왔다.

“죄송합니다, 남작님. 미리 연락도 없이······.”

“괜찮습니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네. 염려해 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전에 남작님께서 가격 인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문의하셨을 때 제가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요.”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뭐가 바뀌었다는 겁니까?”

“오베론 공작이 요즘 집중 공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슈텐달 가문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신문을 통해 매일 접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바덴이 그 배경에 대해서도 편지를 써서 비서 편으로 전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문이 공격한다고 해도 민심이 좀 사나워질 뿐 실제로 타격을 입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죠.”

“막심 전하가 오베론 가문 사람들을 체포해 조사한다거나 재산을 몰수하지 않는 한 그렇겠지요. 막심 전하가 조사 명령을 내린다 해도 오베론 공작 정도 되는 거물을 쉽게 조사하기는 어려울 테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 동방으로 떠난 황제가 돌아와 이목이 황제에게 쏠리고 황제가 오베론 공작 사건을 유야무야 덮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겠죠.”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별로 손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오베론 공단에서 만들고 있는 물건은 상당수가 전쟁 물자로 정부에서 사들여 동방으로 보내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지속되는 한 계속 가동될 것이고, 오베론 해운의 선박들 역시 전쟁 물자와 병력을 계속 운반하는 등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오베론 공작의 혐의를 실제로 조사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조사한다 해도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요. 여론이 등을 돌리고 있을 때 실질적인 타격을 입혀야 해요. 피닉스 제철에서 가격 인하 정책을 실시하는 겁니다. 오베론 제철에서 철강 제품을 구입해 쓰던 오베론 공단의 공장들은 혼란에 빠지겠죠.”

오베론 공단의 업체들이 가격이 저렴한 피닉스 제철의 철강 제품을 구입해 버리면 오베론 제철은 도산하게 된다.

그런데 가격이 저렴한 피닉스 제철의 철강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피닉스 제철은 아직 필센 제국 전체 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부르사 왕국과 아라드 왕국에서 철광석이 더 들어오려면 2년은 더 있어야 했다.

그래서 저렴한 피닉스 제철에서 중간재를 구입하지 못한 오베론 공단의 업체들이 기존에 해 오던 대로 오베론 제철 제품을 구입해 쓰면 피닉스 제철에서 재료를 구입한 다른 지방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정부에서 동일한 물건을 구입할 때 오베론 공단 제품을 다른 업체의 것보다 더 비싸게 사 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오베론 공단의 업체는 정부의 불공정 매입이 없는 한 망할 수밖에 없다.

막심 황자가 오베론 공작을 당장 체포하는 일은 어렵지만, 정부에서 동일한 전쟁 물자를 똑같은 가격으로 사들이라고 지시하는 것은 무척 간단한 일이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올바른 지시이기 때문이다.

“마젠스 자작이 오베론 공단의 자금을 상당히 많이 빼돌렸기 때문에 가격 차이를 보조해 줄 여력이 없어요. 오베론 공단이 망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때로는 경제가 정치보다 냉정하고 잔인했다.

돈에는 눈이 없기 때문에 봐주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건재한 가문보다 망하는 게 눈에 보이는 가문에 사람들은 더욱 쉽게 등을 돌리겠죠.”

슈텐달 남작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해도 오베론 가문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으니 쉽게 쓰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더 확실하게 오베론 제철을 무너뜨리고 오베론 공단을 휘두르기 위해 부르사와 아라드의 철광 생산 능력을 더욱 빨리 키우셨으면 합니다. 2천만 골드를 더 빌려드릴게요.”

“2천만 골드를 더 빌려주신다고요?”

슈텐달 남작의 눈이 커다래졌다.

2천만 골드를 빌려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오베론 공작을 무너뜨릴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쏟아야죠.”

드디어 복수를 하는 것인가!

슈텐달 남작이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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