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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38화 (338/450)

338. 주제 파악을 잘하시는군요

338. 주제 파악을 잘하시는군요

노바의 바쁜 출근길 아침.

묵직한 종이 뭉치를 옆구리에 낀 소년들이 큰 소리로 외치며 사람들에게 종이를 나눠 주고 있었다.

“호외요, 호외! 사건과 진실에서 발행하는 세 번째 호외!”

“놀라운 궁중 비사! 알면 깜짝 놀라! 모르면 대화에 못 끼어!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알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얼마 안 남았어요! 무료로 배포하니 서둘러 받아가세요!”

무료라는 말에 발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소년들이 들고 있던 신문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그러나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들고 있던 신문이 떨어지자 소년들은 얼른 길가에 세워져 있는 덮개 마차로 가서 신문을 다시 한 아름 들고 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신문을 배포하고 있을 때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사복 차림의 사람들이 멀찍이서 소년들과 신문을 싣고 있는 마차를 둘러싸고는 점점 거리를 좁혀 완전히 포위했다.

“뭐, 뭐예요?”

“왜 이래요?”

“경찰이다. 유언비어 유포, 사회 혼란 야기 혐의로 체포한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경찰서에 가면 알게 되겠지.”

겁을 먹은 소년들이 사정을 하고 빌어 보았지만, 사복 경찰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소년, 마부, 배포 책임자를 연행하고 그들이 지니고 있던 <사건과 진실> 호외를 모두 압수했다.

출근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공포 분위기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실랑이를 지켜보았지만, 경찰 마차가 소년들과 책임자를 싣고 사라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터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루트가 주도하는 신문 맞불 작전은 경찰의 적극적인 체포 연행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경찰은 연루된 신문사와 인쇄소를 모두 수색하고 배후를 추적했다.

신문사 발행인을 취조하고,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루트 오베론의 비서 레톤의 이름이 나왔다.

레톤은 스텐커의 조언 - 이라지만 지시 - 에 따라 신문사를 설립하고 기자를 모집하고 인쇄소와 계약하는 모든 과정에서 루트 오베론의 이름을 아낌없이 썼고 자금을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오베론 가문의 자동차를 이용했다.

그로 인해 증거와 증인이 넘쳐 났다.

황족인 막심을 모해한 사람이 루트 오베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경찰 내부에서도 깜짝 놀랐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고심하던 경찰청장은 내무대신에게 보고했고, 내무대신은 할 수 없이 막심 황자에게 보고했다.

“그래서 체포는 했습니까?”

“그게······.”

“증거와 증인이 차고 넘치는데 체포를 안 했단 말입니까?”

“전하, 고정하십시오! 이 문제는 재상을 불러 조용히 논의를 하셔서 처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황실과 정부가 반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백성들은 불안에 떨 것이고 적은 우리의 빈틈을 발견했다고 좋아할 것입니다.”

내무대신의 간언에 막심은 탁자를 쾅 내리쳤다.

“이보세요, 내무대신!”

내무대신이 깜짝 놀라 눈이 커다래졌다.

“황실과 정부의 반목이라니, 오베론 공작이 정부입니까? 오베론 공작이 필센 제국의 정부예요?”

“그것이 아니오라······.”

“그는 단지 황제 폐하께서 임명한 관리일 뿐이오! 죄를 지었으면 누구나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는 것이지 거기에 무슨 단서가 그리 길어요? 게다가 죄를 저지른 측과 논의를 해서 처리하라고? 죄인과 처벌 여부를 의논하라는 거요? 지금 정신이 있는 겁니까!”

막심의 호통에 내무대신은 더 간언을 할 수가 없었다.

“루트 오베론을 당장 잡아 와 조사하세요. 그가 과연 오베론 공작의 지시로 이 짓을 저질렀는지를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겁니다.”

“······!”

오베론 공작을 기어이 엮어 넣겠다는 막심의 의지에 내무대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경찰에서 못 하겠다면 손을 떼세요. 수도 군단과 근위대에 지시할 테니.”

화들짝 놀란 내무대신이 서둘러 대답했다.

“그건 아니 됩니다! 경찰에서 하겠습니다, 전하!”

“질질 끌면서 넘어가려는 생각은 버리시오. 관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는 자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철저히 박멸할 것이오!”

“예!”

내무대신은 두려움에 떨며 궁에서 나와 경찰청장에게 루트 오베론을 체포하고 오베론 공작과의 연관성을 밝히라고 지시했다.

황제파인 노바 경찰청장도 이 사건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모습에 두려움이 일었지만, 이미 루트 오베론이 황족을 공격한 정황과 증거를 모두 확보했기에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루트 오베론과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모두 체포해!”

“네!”

경찰들이 부리나케 출동했다.

그러나 루트는 이미 잠적하여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경찰은 루트 오베론이 갈 만한 곳을 샅샅이 뒤지다 오베론 공작의 저택까지 방문했다.

그러나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

“루트 오베론의 행방을 알거나 여기에 숨기고 있다면 내놓는 게 좋을 것이오.”

경찰들의 으름장에 저택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감히 누구를 협박하는 것인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러는가! 이 나라의 재상이신 오베론 공작께서 계시는 곳이다! 썩 물러가라!”

경찰은 할 수 없이 물러나 멀찍이서 저택을 감시했다.

창문 커튼을 살짝 젖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베론 공작이 고개를 돌렸다.

경찰이 찾던 루트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

“으음!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구나!”

“걱정할 것 없습니다.”

“재상의 아들을 체포하려 하고 재상의 집 앞까지 쳐들어와 감시하고 있지 않느냐? 이래도 걱정을 하지 말라고? 누가 뭐래도 막심은 황자다. 황태자에게 변고가 생기면 이 나라의 대통을 이을 황가의 핏줄이란 말이다. 너무 세게 나간 것은 아닌지······.”

“이미 내친걸음입니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막심의 이러한 과격함은 오히려 빌미를 제공할 뿐입니다.”

“무슨 빌미? 거사를 일으킬 빌미?”

“네.”

“음!”

오베론 공작은 지난번에 루트가 말한 거사에 동의했지만, 다시금 걱정이 밀려왔다.

필센 제국은 2백만 대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강력한 아우로라 연합군을 오히려 격파하여 연전연승하고 있다.

이러한 막강한 군대가 황제를 지지하고 있었다.

필센 제국군이 아우로라 대륙으로 깊숙이 진군해 들어갔고, 오베론 해운을 통해 아우로라 연합으로 파병된 군대의 복귀를 막는다지만,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그보다 당장 오베론 가문이 보유한 힘으로 황궁의 병력을 뚫고 막심을 제거한 뒤 황궁과 노바를 장악할 수 있을까?

수도 군단은 이미 전쟁 초기부터 여기저기 부족한 병력을 메우기 위해 출동했기에 정수에 크게 못 미치고, 근위대 병력 또한 동방 순시를 떠난 황제를 호위하기 위해 많이 빠져 나갔기에 어찌어찌하여 당장 황궁은 장악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뒤에 과연 관리와 경찰과 군대가 오베론 가문을 지지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가 않았다.

오베론 공작 가문은 그리 인기가 없었다.

평민들은 절대적으로 황제를 지지했고, 귀족들 또한 오베론 가문을 구귀족파 잔당을 황제에게 팔아먹고 호의호식하는 배신자로 생각했다.

바다 건너에는 강력한 2백만 대군이 황제의 방문에 열광하며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베론 가문이 당장의 빈틈을 노려 황궁을 치고 막심을 제거한다 해도 황좌를 거머쥘 수 있을 같지가 않았다.

오베론 공작이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나는 평생 황궁을 차지하는 것을 꿈꾸었지만, 내가 가진 힘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주제 파악을 잘한 것이지.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 나라의 이인자가 되었고 후대를 기약할 수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황위가 내 것이 될 것 같지가 않구나. 황궁을 공격해 막심을 제거하면 나는 반역자가 되고 이 나라 백성들은 등을 돌릴 것이야.”

오베론 공작이 잡고 있던 커튼을 놓자 커튼이 아래로 내려가 창을 완전히 가리며 서재 안이 좀 더 어두워졌다.

“지금이라도 내가 막심 황자를 찾아가 무례를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어떻겠니? 아무리 화가 났다지만, 내 목을 치지는 못할 것이야. 더구나 황제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막심은 물러나고 나를 그대로 재상 자리에 두실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루트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소리 없이 비웃음을 지은 것이다.

“확실히 주제 파악을 잘하시는군요.”

“뭐라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신다는 겁니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죠.”

“음······.”

오베론 공작은 루트의 표현이 석연치 않았으나 워낙 상황이 급하기 때문에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당연히 우리 가문의 이름을 높이 걸고 황궁을 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반역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황제의 인기가 이처럼 높은 상황에서 누가 반역자에게 협조하겠어요?”

“바로 그 말이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황궁을 치지 말자는 것이냐?”

“쳐야죠. 정치고 뭐고 모른 채 일단 물어뜯고 보는 황족에게 걸려 이대로 잡혀 가면 우리 가문은 끝장입니다. 해로운 맹수를 살려 둬야 되겠습니까?”

루트의 말을 들은 공작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답답하구나!”

루트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막심 황자가 무고한 신하들을 핍박하며 노바를 들쑤셔 놓은 바람에 군과 경찰의 경계망에 빈틈이 생겨 아우로라 연합의 병력이 몰래 노바에 침투해 들어온 겁니다.”

“뭐?”

“처음도 아니잖아요? 동부 공업 지구 사태 때 아우로라 연합의 파일럿들이 침투해 우리 경찰의 멕 나이트를 탈취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힌 적도 있었으니까요. 한 번 들어왔는데 두 번 들어오지 말라는 법은 없죠.”

“······!”

“이번에 침투해 온 병력은 그 수가 지난번보다 많은 데다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여 빠르게 궁궐로 들어가 얼마 되지 않는 근위대를 처리하고 막심 황자를 인질로 잡습니다. 순식간에 궁을 장악해 버리는 거죠. 수도 군단이 변고를 눈치 채고 들어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났습니다. 수도 군단이 황궁을 포위하겠죠. 하지만, 막심 황자를 비롯한 황제의 가족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함부로 공격을 가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 오베론 공작께서, 막심과 갈등은 있었지만 여전히 재상의 자리에 있는 오베론 공작께서 관리, 경찰, 군대를 통할하여 이 사태를 수습해 나갑니다. 오베론 지방에 남아 있는 병력을 불러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루트의 계책을 들은 오베론 공작은 강한 성공 예감에 전율을 느꼈다.

루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오베론 공작께서는 수월하게, 겉으로는 어렵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쉽게 이번 사태를 수습합니다. 왜냐하면 침투한 적은 우리의 뜻대로 움직일 테니까요. 적의 침입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오베론 공작은 민심을 얻고 군대, 경찰, 관리들을 완전히 휘어잡습니다. 수도가 적의 공격을 받았으니 전시 특별 지휘권을 갖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죠. 그렇게 필센 본토에 남아 있는 모든 군대와 경찰력을 지휘할 비상 대권을 가지고 겉으로는 아우로라 대륙으로 떠난 군대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일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대군이 돌아오지 못하게 만드는 조치들을 시행하는 겁니다.”

“음!”

“황제와 황태자가 아우로라 대륙에서 사망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아우로라 연합도 움직일 테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어쨌든 이 모든 일의 빌미를 바로 막심이 제공하는 거죠.”

“대단하구나, 내 아들!”

그는 격동을 참지 못하고 감격에 겨워 루트를 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러나 오베론 공작의 품에 안겨 있는 루트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진행할까요?”

“음!”

오베론 공작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의 저택에서 자동차 여러 대가 나왔다. 그 차들은 노바 여러 곳으로 흩어졌다.

경찰의 마차들이 뒤늦게 추격해 봤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오베론 공작의 저택에서 나온 자동차들 가운데 한 대가 보름스 자작 부인이 살고 있는 저택의 옆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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