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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45화 (345/450)

345. 변경 파일럿에게 애국심이 있을까요?

345. 변경 파일럿에게 애국심이 있을까요?

변경으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율리안이 루산에게 물었다.

“변경 파일럿에게 애국심이 있을까요?”

루산이 솔직히 대답했다.

“없다고 봐야죠.”

군인에게는 애국심도 있고 충성심도 있다.

그러한 마음을 갖도록 끊임없이 주입시키고 교육시킨다.

하지만 변경 파일럿은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수입을 위해 일하는 사람, 애국심이고 충성심이고 없었다.

변경 파일럿도 여러 유형이 있기에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겠다는 사람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필센 제국의 백성이라는 자부심은 있겠죠. 아우로라 연합이라는 강력한 적을 몰아내고 오히려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겠죠. 하지만, 그들에게 군인처럼 목숨을 던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애초에 변경 파일럿에게 그런 의무가 부과되지 않았으니까요. 솔직히 이 나라가 오베론 공작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변경 파일럿들의 삶이 달라지겠습니까? 달라지지 않는다면 굳이 왜 나서야 하죠?”

듣는 율리안으로서는 불쾌한 이야기였지만, 그 역시 사실이 그러하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럼 어떻게 파일럿들을 데리고 노바로 갈 수 있을까요?”

“일단 오베론 공작의 반란을 저지하기 위해 변경 8구역 병력을 동원한다고 선언하십시오.”

“네? 방금 변경 파일럿들에게는 애국심이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명분은 중요하니까요. 반란을 일으키러 간다는 것과 필센 제국 변경 통치자로서 황제로부터 주어진 임무에 따라 반란을 저지하러 간다는 것, 어느 쪽이 파일럿들의 마음이 편하겠어요?”

“음!”

율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애국심은 없지만, 의리는 있습니다. 오랫동안 변경 8군단 파일럿으로 살아온 소속감도 있을 테고요. 통치자께서 명령하시면 저항하기보다 따르려는 관성이 강할 겁니다.”

“그걸로 충분할까요?”

율리안의 질문에 루산은 고개를 저었다.

“오베론 공작이 변경 8구역 영역 조종을 획책하고 있다고 소문을 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돔 시부터 반달 호수 지역에 이르는 구간을 일반 영토로 편입하려 한다고 말이에요.”

“그게 정말인가요?”

율리안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루산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방금 생각해 낸 이야기입니다. 율리안 님도 펄쩍 뛰시지 않았습니까?”

“후유, 깜짝 놀랐어요!”

“파일럿들도 방방 뛸 겁니다.”

변경 구역은 개발이 완료되면 제국의 일반 영토로 편입된다.

그렇게 되면 변경 본부는 발전된 마을, 도시를 모두 정부에 넘겨주고 원시의 땅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변경 파일럿들은 문명의 혜택이 사라지고 고난의 길만 기다리고 있는 오지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있는 파일럿이라면 더 큰 거부감이 들 것이다.

레이크 시티처럼 학교도 있고 발전한 도시에서 살다가 깊은 원시의 땅으로 가족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루산처럼 세금 징수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막대한 재산권을 상실하게 된다.

루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반 주민들보다 많은 수입을 올리는 파일럿들은 바이크와 시에나가 시바렌 운송에 투자하듯 발전해 가는 변경 여기저기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들의 재산권도 큰 변동을 겪게 된다.

변경법에서 제국의 일반 법령으로, 적용되는 법이 바뀌면서 세금이 늘어나고 관리들의 개입이 엄격해지는 것이다.

반달 호수 지역처럼 급격히 발전해 가는 지역에서 수입이 많은 파일럿들은 더 큰 수익을 올릴 기회를 상실하고 오지로 밀려난다.

반길 사람이 없었다.

“그야말로 변경 파일럿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할 만한 강력한 동기가 되겠지만, 일반 영토 전환은 미리 충분한 기간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요? 파일럿들이 쉽게 믿을까요?”

“전쟁으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되죠.”

“······!”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진실이 아니다.

이해관계와 결부된 그럴싸한 말들이 더욱 사람을 뒤흔든다.

율리안은 루산의 말에 감탄하고는 심각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

“우리 부장님이 중앙에서 정치를 하셨으면 오베론 공작이 이처럼 설치지는 못했을 것 같네요.”

루산이 겸연쩍게 말했다.

“직접 상대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한마디씩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죠.”

“그 정도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매번 감탄한다니까요.”

율리안은 좋은 뜻에서 한 말이겠지만, 루산은 약간 서글픔을 느꼈다.

오직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기사를 꿈꾸던 자신이 농담으로라도 오베론 공작과 맞먹는 술수를 부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세파에 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념은 길지 않았다.

“우리는 수도 군단을 받치고 세력이 강해 보이도록 뒤에 서 있는 병력이지 정면에서 싸우는 병력이 아니라는 것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괴수를 상대하는 변경 파일럿이 멕 나이트를 상대하도록 훈련해 온 제국군 파일럿과 정면으로 붙어 승리하기는 어려웠다.

파일럿의 실력과 수준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열차 안에서 병력 동원 설득 계획을 정리한 율리안은 8구역에 도착하자마자 간부 회의를 소집해 이유를 설명하고 변경 8군단 출동 명령을 내렸다.

변경 8구역이 발칵 뒤집혔다.

***

1전단은 개척 도시 수비 병력을 남기고 전원 동원.

2전단은 괴수 목장과 반달 호수 순찰 병력을 남기고 전원 동원.

신설된 3전단은 남아서 8구역 전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순찰.

전진 기지 병력도 최소 순찰 병력을 제외하고 모두 동원.

그리하여 멕 나이트 95대를 동원하기로 했다.

변경 8구역이 몇 년 전에 비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이 동원하기로 한 것은 멕 워커였다.

반달 호수 지역을 개발하느라 엄청나게 늘어난 멕 워커를 무려 230대나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숫자가 많아 보이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멕 워커도 멕 나이트 방패를 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용을 보입니다.”

루산이 말한 이유였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경갑을 착용한 탐탐 정찰병 50기를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멕 나이트와 멕 워커만 가면 이 병력이 어디 병력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변경에서 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탐탐이죠. 오베론 공작의 반란을 변경의 황족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입니다.”

수송과 먹이 마련이 문제였지만, 그런 문제는 루산이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높은 자리에서 계획을 짜면 아랫사람들은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것이다.

“차량 기지에 있는 화차를 길게 달고, 부족하면 7구역 역에 대기하고 있는 화차까지 모두 빌립니다. 그래도 한꺼번에 모두 이동하기 어려우니 세 차례에 걸쳐 노바 서쪽에 인접한 라자 지방에서 집결한 뒤에 노바 서쪽 관문으로 들어갈 겁니다.”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생산하는 레오파드와 마나 연료, 각종 멕 나이트 부품을 실어 나르고, 전선에서 보낸 손상된 멕 나이트를 실어 오느라 레이크 시티의 열차 차량 기지에는 많은 화물 열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키라는 명령에 충격과 혼란은 있었지만, 큰 반발은 없었다.

일단 반란을 저지한다는 대의가 있었고, 반달 호수 지역을 일반 영토로 넘기려 한다는 말에 분노했으며, 수도 군단의 뒤를 받치고 위세를 보이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이야기에 적이 안심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출발 준비에 한창일 때 1전단장 트리어가 루산을 찾아왔다.

“우리가 정말로 오베론 공작의 군대와 싸우는 거야?”

“아니에요. 위세를 과시해 싸움 없이 이기려고 많은 병력을 동원하는 거예요.”

“수도 군단 병력이 얼마나 된다고. 죄다 동방으로 차출되지 않았어? 신문에서 보니까 오베론 지방에서 올라온 남방군 멕 나이트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위풍당당하던데? 정말 우리가 싸우지 않아도 되는 거 맞지?”

갑자기 전장으로 끌려간다는 이야기에 놀란 사람은 일반 파일럿만이 아니었다.

전단장인 트리어도 이렇게 놀랐는데 말단 파일럿은 얼마나 놀랐을까?

루산은 변경 8군단 병력을 안심시킬 필요를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와 수도 군단 병력만으로 반란을 진압하러 가는 게 아니에요.”

“그럼?”

“동맹국인 아라드 왕국에서 정예 병력이 올라올 겁니다.”

“정말?”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사실은 알 수 없었다.

아라드 왕국의 니트라 공작에게 편지를 쓰기는 했지만, 과연 움직여 줄지 확신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라드 왕국을 율리안, 수도 군단 사령관에게 언급한 이유는, 아군의 규모가 반란군보다 훨씬 크니 반란 진압 계획에 안심하고 나서라고 종용하기 위해서였다.

아라드 왕국이 나서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아라드 변경에 있는 병력만이라도 열차 편으로 합류시킬 계획이었다.

아라드 변경에는 오베론 공작이라면 이를 가는,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이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들은 변경 8군단 파일럿들과는 다르게 진짜 멕 나이트 전투를 할 줄 아는 기사들이었다.

최악의 경우는, 아라드 왕국이 아라드 변경의 병력이 열차로 자국을 통과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루산은 그동안 자신이 아라드 왕국을 위해 해 온 일을 볼 때 그렇게까지 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

만약 그렇게 한다면 수도 군단과 변경 8군단 병력만으로 오베론 공작의 신남방군 병력을 상대해야 한다.

그럴 경우를 가정해 최대한 병력이 많아 보이도록 멕 워커까지 동원한 것이다.

그리고 직접 싸워야 할 때를 대비해 우르사 Ⅱ를 열차에 실었다.

레오파드 003도 실었다.

이것들만 있으면 어떤 적과 싸워도 두렵지 않았다.

세르펜스의 껍질로 뒤덮인 우르사와 003의 모습은 더없이 강렬해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루산은 거대한 포장으로 우르사와 003을 덮는 모습을 지켜보다 트리어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파일럿들을 안심시키세요. 명령에만 따르면 피해 없이 이길 수 있다고요.”

“알았어. 내가 안심시킬 테니 걱정하지 마!”

트리어가 용기를 내고 돌아갔다.

루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법.

변경 8군단은 위력 과시용이고 실제로 싸울 수 있는 전력은 몇 되지 않았다.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감출 생각이었지만, 루산은 전투 거미 두 대도 가져가기로 했다.

전투 거미는 수도 군단의 시선을 끌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패배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싸울 수 있는 - 멕 나이트 전투를 할 수 있는 - 파일럿을 따로 추렸다.

시에나가 여기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일.

현재는 레이크 시티에서 멕 파일럿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가프 마법 연구소의 테스트 파일럿 모리츠와 파비안에게도 동행을 요청했다.

“늙어 가는 몸을 써 주는 것도 고마운 일!”

“반란을 보고도 모른 체할 수는 없지요!”

두 사람은 기꺼이 함께 가기로 했다.

동방 전선에서 20년을 근무했고, 루산과 함께 아라드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더 있었으니, 변경부에서 변경 8구역으로 파견한 비밀 감찰관 파펜이었다.

과거 1전대장 레겐스를 날려 버릴 때 시에나, 레보르크와 함께 1전대 멕 나이트들을 맨손으로 쓰러뜨린 실력자.

그가 여전히 8구역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루산이 지휘하던 3전대 소속이었으나 가프 용병단장이라는 이름으로 외부 활동이 잦은 루산이 자신의 활동을 들키지 않기 위해 델타 기지로 보내 버렸다.

루산이 따로 부르자 민머리에 흉터가 가득한 덩치 큰 사나이가 불량한 걸음걸이로 나타났다.

“솔직히 진짜 전투를 할 줄 아는 파일럿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요?”

“진짜 전투를 하게 되면 내 명령에 따라 움직여 줬으면 좋겠는데, 어때요?”

파펜이 루산을 날카롭게 훑어보았다.

진의를 탐색하려는 것이었다.

그가 툭 내뱉었다.

“마치 우리 전단장께서는 진짜 전투를 할 줄 안다는 듯이 말씀하시는구먼.”

루산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우리 전단장님한테는 궁금한 것이 참 많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네.”

“그런가요?”

“뭐 이번 기회에 알아봅시다.”

파펜이 그렇게 루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변경 8군단이 준비를 마친 병력부터 레이크 시티 역을 출발했다.

화차를 길게 단 기관차들이 앞 열차의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멕 나이트와 멕 워커는 덮개에 덮인 채 가만히 누워 있었지만, 탐탐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이 신기한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가슴을 북처럼 두드렸다.

탐탐-

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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