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 부품에 불과할지도
347. 부품에 불과할지도
수도 군단 사령관은 노바 남쪽 관문을 지키고 있는 4전단으로부터 남쪽에서 올라온 아라드 왕국 병력을 통과시켰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명령을 내렸다.
“음흉한 늑대를 때려잡을 때가 왔다! 5전단장, 시작하라!”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미리 지시를 받은 5전단장이 출동 준비 명령을 하달해 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5전단 멕 나이트 세 대와 무장한 병사 100명이 보름스 자작 저택의 옆집 - 에를랑겐 백작이 팔고 떠난 저택을 급습했다.
고위 귀족들의 저택이 들어서 있는 황궁 북쪽 고급 주택가에 멕 나이트를 투입하는 일은 수도 군단 사령관이라 해도 직을 걸지 않고는 감히 할 수 없는 무모한 행위이지만, 이미 남쪽 관문과 서쪽 관문을 열어 외부 병력을 받아들인 터라 거칠 것이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오베론 공작을 어떻게든 쓰러뜨려야 한다.
없는 증거도 만들어야 할 판국이었다.
쿵쿵쿵!
멕 나이트 세 대가 땅을 흔들며 저택 대문 앞으로 걸어가고 병사들이 저택을 둘러쌌다.
지나가던 사람들, 해당 저택의 옆집 사람들도 놀랐지만, 저택 문지기보다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 무, 무슨 일이오?”
“당장 문을 열어라!”
수도 군단 장교가 눈에서 불을 뿜으며 명령했다.
그러나 저택의 문지기는 열지 않았다.
사달이 난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문지기가 안쪽으로 도망치듯 달아나자 5전단 멕 나이트가 그대로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 저택 안에 있는 자들을 모두 체포하라!
전투 요원들은 모두 황궁 습격 작전에 동원되었고 루트의 부하들은 이미 이 저택을 떠났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말단 고용인이나 경비병에 불과해 멕 나이트가 세 대나 동원된 수도 군단 병력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조리 체포되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비밀 유지를 위해 특별히 고용된, 오베론 가문과 밀접한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지하에 건설된 특별 훈련 시설과 그 안에 들어 있는 파워 아머 부품을 비롯한 각종 무기들이 발견되었다.
수도 군단 병력은 체포한 사람들을 호송해 가는 한편, 지하에 건설된 또 다른 비밀 공간은 없는지, 저택에 남아 있는 중요한 서류와 물품은 없는지 샅샅이 뒤졌다.
“이게 무슨 난리래?”
보름스 자작 부인이 떠나가는 멕 나이트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아라드 왕국군과 아라드 변경의 멕 나이트들은 황궁을 향해 나아가다 길목을 막고 있는 경찰 기동 타격대 멕 나이트를 만났다.
새로운 아군이 온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는 경찰 기동 타격대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황궁 근처에 설치된 현장 지휘소에 보고함과 동시에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새로 나타난 부대의 멕 나이트가 경찰 기동 타격대의 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나 어쨌든 계엄 사령부로부터 받은 명령은 지켜야 했다.
- 멈춰라! 어디서 오는 병력인가?
멕 나이트에 타고 있는 경찰 기동 타격대 지휘관이 외부 확성기로 소리쳤다.
- 우리는 아라드 왕국군이다. 동맹국을 돕기 위해 왔다.
아라드 왕국군 멕 나이트 지휘관 역시 외부 확성기로 소리쳤다.
- 아라드 왕국군이 온다는 연락은 받은 적이 없다! 상부에 확인해 볼 테니 여기서 대기하도록!
경찰 기동 타격대는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아라드 왕국의 재상인 니트라 공작이오!”
니트라 공작이 앞에 나서서 자신의 정체를 밝혀도 경찰은 비키지 않았다.
“계엄 사령부와 재상부에 소식을 전할 테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니트라 공작은 난감했다.
편지를 받고 도움을 주러 왔는데 차마 필센 제국 경찰 병력을 밀고 들어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병력을 이끌고 왔는데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경찰에 막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도 없었다.
“경찰 멕 나이트를 옆으로 밀어라! 인명 피해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결국 그는 경찰 병력에 해를 끼치지 않고 힘으로 제압하고 밀고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아라드 왕국의 멕 나이트들은 마나 진동 대검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방패를 앞세워 경찰 멕 나이트를 밀었다.
경찰 역시 마나 진동 대검을 활성화시키지 않고 몸으로 저지했다.
황궁 서쪽 대로를 막고 있는 경찰 멕 나이트 10여 대와 아라드 왕국에서 온 멕 나이트 250여 대의 힘겨루기.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연락받은 적 없는 외부 병력의 등장에 경찰 기동 타격대 파일럿들은 목숨을 걸 각오를 하고 저항했다.
[대장님, 수에서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마나 진동 대검을 사용하도록 허가해 주십시오!]
[그건 안 돼! 계엄 사령부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이대로 버텨!]
아라드 왕국군도 좁은 길목에 많은 병력을 투입할 수가 없고 경찰 멕 나이트를 손상시킬 생각도 없어서 조심스럽게 밀다 보니 생각보다 길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밀고 밀리는 양측 멕 나이트들의 씨름에 긴장감이 점점 고조돼 갔다.
한편, 그 시각 수도 군단 사령관의 자동차가 시내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오베론 공작 가문의 비밀 기지로 이용되어 온 저택을 수색하고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체포해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린 직후에 노바 경찰청장을 만나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
노바 경찰청으로 들어간 사령관은 용건을 묻는 경찰들을 모두 물리치고 경찰청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노바 경찰청장이 깜짝 놀랐다.
“아니,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사람들을 물리라는 뜻을 이해하고 경찰청장이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경찰 간부들이 나가자 수도 군단 사령관이 말했다.
“변경 군단에 이어 좀 전에 아라드 왕국군이 노바에 도착했습니다.”
“뭐라고요?”
노바 경찰청장이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그는 아직 아라드 왕국군이 노바 안으로 들어온 것까지는 몰랐다.
“아라드 놈들이 왜······? 얼마나 왔습니까? 막을 수는 있겠습니까?”
수도 군단 사령관이 대답했다.
“관문을 막고 있는 수도 군단 병력이 이미 길을 터 줘서 멕 나이트 부대가 황궁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찌 그런 일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내가 명령했으니까요.”
“······!”
너무 놀란 경찰청장의 눈이 커다래져 흰자위가 희번덕거렸다.
“반역을 일으킬 생각이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그럼 뭡니까?”
“황족인 변경 8구역 통치자께서 아라드 왕국에 요청을 한 원군이 도착한 것입니다.”
“······?”
“반역자 오베론 공작을 잡기 위해서지요.”
“알아듣게 말을 해 보세요!”
경찰청장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재촉했다.
“황궁을 공격해 막심 황자와 황제 폐하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놈들이 오베론 공작의 부하들이란 말입니다!”
“······!”
“갑자기 아우로라 연합군이 황궁을 함락시킬 만한 병력을 노바에 침투시켰다는 말이 황당하긴 했어요. 증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베론 공작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지만.”
“증거가 있단 말이오?”
“변경 8구역 통치자께서 병력을 동원하기 전에 찾아와 알려 주셨소. 황궁을 공격한 병력이 타고 있던 차량을 확인하면 오베론 공작과의 연결 고리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이오.”
“거대한 차량 말입니까?”
“맞아요. 알아 봤더니 붐붐 자동차에서 만든 거대한 화물차를 루트 오베론의 경호 기사가 구입했더군요.”
“······!”
“오베론 가문에서 병력을 숨겨 두는 기지로 써먹고 있던 저택을 내 부하들이 지금 수색하고 있습니다. 곧 결론이 날 겁니다.”
“음!”
“경찰에서 막심 전하께서 명령하신 오베론 공작에 대한 조사의 결과를 갖고 있을 텐데, 그것과 황궁 공격에 대한 증거를 합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오베론 공작을 잡아 이 혼란을 끝내야 합니다.”
경찰청장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끙끙댔다.
“일단 황궁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있는 경찰 기동 타격대부터 손을 쓰세요. 안 그러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어요. 변경 군단, 아라드 왕국군은 적이 아니니 막지 말라고 하고 수도 군단, 경찰 기동 타격대도 남방군을 에워싸야 합니다. 그리고 오베론 공작이 달아나지 못하게 서둘러 체포해야 합니다!”
“으음······!”
“만에 하나 오베론 공작이 남쪽으로 달아나 오베론 지방에서 저항하기라도 한다면 사태가 더 심각해져요!”
마침내 경찰청장도 결정을 내렸다.
이미 막심 황자의 명령으로 오베론 공작의 치부를 깊숙이 조사해 왔기에 그와는 함께 갈 수 없는 사이였다.
“알겠습니다!”
경찰청장이 급히 명령을 내리고 수도 군단 사령관과 함께 움직였다.
노바의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
아라드 왕국군이 몇 대 안 되는 경찰 멕 나이트 처리에 고심하며 그것들을 서서히 밀어내느라 이동이 지체되고 있을 때 서쪽 관문을 통과한 변경 8군단이 시내를 관통해 아라드 왕국군과 합류했다.
아라드 왕국군 후미에 있던 아라드 변경의 남방군 출신 파일럿들이 루산의 우르사를 알아보고 반갑게 다가와 현재 상황을 말해 주었다.
[대장님! 경찰 멕 나이트가 막고 있는데, 아라드 왕국에서 함부로 할 수 없어 힘으로 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내가 앞으로 가 보겠습니다.]
루산이 탑승한 우르사가 아라드 왕국군 멕 나이트를 뚫고 나가 맨 앞에서 경찰 기동 타격대를 밀어붙이고 있는 레오파드들 바로 뒤에 있던 니트라 공작을 발견하고 내렸다.
니트라 공작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자신이 할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조언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찌하는 게 좋겠소?”
“우리는 남방군이 전투 대형을 갖추기 전에 서둘러 에워싸여 합니다. 경찰 파일럿이 다치면 안 되겠지만, 경찰 멕 나이트의 손상 정도는 감수하기로 하죠. 제가 길을 뚫을 테니 제압하십시오.”
“그래도 되겠소?”
“반란을 일으킨 오베론 가문을 제압하는 일입니다. 황족이신 율리안 님께서 결단하셨고, 수도 군단 사령관도 동의한 일입니다.”
루산이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알았소!”
루산이 다시 우르사에 올라 아라드 왕국군 레오파드들을 옆으로 밀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남다른 덩치를 자랑하는 우르사가 나타나자 경찰 기동 타격대의 아이언 워리어가 소년처럼 왜소해 보였다.
그런데 경찰 파일럿이 겪은 것은 덩치만이 아니었다.
강력한 기가스 엔진을 탑재한 우르사가 아이언 워리어의 방패를 잡고 흔들자 아이언 워리어가 갈대처럼 흔들렸다.
루산은 아이런 워리어를 한 대씩 잡아 뜯다시피 당겨 뒤쪽에 있는 아라드 왕국군 레오파드에 넘겼다.
레오파드들이 노바 경찰청의 아이언 워리어를 눌러 제압했다.
[대장님! 마나 진동 대검 없이는 상대를 못 합니다! 이러다가 모두 붙잡힙니다!]
경찰 기동 타격대의 지휘관이 마나 진동 대검 사용의 허락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 다행히 경찰청장이 직접 자동차를 타고 달려와 명령했다.
“저항하지 마라! 우리끼리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적은 반란을 일으킨 오베론 공작이다! 아라드 왕국군도 경찰 멕 나이트를 풀어 주시오!”
경찰청장의 등장으로 유혈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경찰 파일럿들이 옆으로 비키자 아라드 왕국군, 아라드 변경 병력, 변경 8군단의 멕 나이트와 멕 워커 600여 대가 지나갔다.
경찰 파일럿들은 몸을 떨었다.
이런 대규모 병력 앞에서 무기를 뽑아 저항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노바에 이런 대규모의 외부 병력이 들어왔다는 사실도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계엄 사령관 슬레벤 백작은 황궁으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경찰 기동 타격대로부터 아라드 왕국군이 밀고 온다는 연락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당연히 믿을 수가 없었다.
변경 병력이 움직인 이유는 이해를 하지만, 약소국인 아라드 왕국이 필센 제국의 수도로 병력을 몰고 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라고 부하를 보냈다.
“아라드 왕국의 문장을 새긴 레오파드 수백 대가 경찰 멕 나이트를 밀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화들짝 놀란 슬레벤 백작은 먼저 이 사실을 오베론 공작에게 전하게 했다.
대체 무슨 일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상대할 방법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거느리고 있는 병력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모를까 겨우 수도 군단 병력에 필적할 수준밖에 되지 않기에 목적이 불분명한 아라드 왕국군을 상대로 싸움을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고심하는 사이에 아라드 왕국군이 저항을 포기한 경찰 병력을 내버려 두고 변경 군단, 수도 군단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슬레벤 백작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멀리 선두에서 다가오는, 처음 보는 멕 나이트가 보였다.
우르사였다.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사령관님?”
신남방군 지휘관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슬레벤 백작에게 명령을 내려 줄 것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는 입술만 깨물 뿐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못했다.
그 사이 아라드 왕국군, 변경 군단, 수도 군단의 멕 나이트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황궁을 감싸고 있는 신남방군을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병력 차이!
그때 자동차 두 대와 탐탐 한 마리가 멕 나이트의 호위를 받으며 슬레벤 백작이 서 있는 현장 지휘소 앞에 도착했다.
자동차에서는 수도 군단 사령관과 경찰청장 그리고 니트라 공작이 내렸고, 탐탐에서는 율리안이 내렸다.
슬레벤 백작은 탐탐에서 내린 사람이 변경 군단을 이끌고 온 변경 8구역의 통치자 율리안임을 신문 기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슬레벤 백작이 수도 군단 사령관과 경찰청장을 노려보고 호통 쳤다.
“외부 병력을 계엄 사령관의 허락도 없이 노바로 들이다니, 이게 무슨 짓이오? 반란이라도 일으킬 생각인가!”
그러자 율리안이 나서서 말했다.
“반란? 황궁 탈환 작전을 시작할 테니 황제 폐하의 명령도 없이 불법적으로 편성한 남방군은 빠지시오.”
“뭐라? 대체 무슨 권한으로······?”
“황족으로서 친족을 구하고 적도에게 침탈당한 황궁을 되찾는 일에 권한이 필요하단 말인가!”
율리안의 위엄스러운 태도에 슬레벤 백작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다 겨우 핑계를 찾아내고는 말했다.
“막심 전하와 황족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소!”
“황족의 안전을 빌미로 언제까지 황궁을 저 상태로 방치할 생각이오? 정말로 적도들이 요구한 대로 우리 필센 제국군을 아우로라 대륙에서 철수시킬 작정이오? 그럴 권한은 있고?”
“그건 아니지만······.”
“필센 제국의 황족은 이런 위협에 굴복하지 않소! 적이 황궁을 공격해 황족을 인질로 삼고 위협한다면 우리는 그런 짓을 저지른 적에게 그보다 더한 보복을 가할 뿐이오!”
“······!”
“지금부터 남방군 누구라도 허락받지 않고 황궁 쪽으로 이동한다면 황궁을 점거한 적도와 내통한 것으로 볼 것이다! 황궁 탈환 작전은 수도 군단, 변경 군단, 아라드 왕국군이 진행할 것이니 그동안 남방군은 멕 나이트에서 내려 가만히 지켜보라!”
슬레벤 백작과 신남방군 지휘관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율리안은 그들을 노려보다 고개를 돌리고 우르사를 향해 소리쳤다.
“황궁 탈환 작전을 시작하라!”
- 알겠습니다!
변경 군단, 아라드 왕국군, 수도 군단이 신남방군을 에워싸고 감시하는 가운데 우르사와 003 그리고 아라드 왕국에서 온 멕 나이트 일부가 신남방군의 아이언 워리어 Ⅱ를 지나 황궁 방향으로 걸어갔다.
[대장님, 황궁 안의 병력과 남방군이 협공하면 우리가 위태롭지 않을까요?]
시에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움직이면 이 자리에 있는 오베론 공작의 병력은 정말로 전멸당할 테니까.]
그러나 어차피 끝장났다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싸움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우리를 공격한다면 남방군을 먼저 친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황궁 안에 갇혀 있는 적들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황족 구출은요?]
루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황궁을 점거하고 있는 오베론 공작의 부하들이 분풀이로 황족을 죽이더라도 사실 그와는 상관없었다.
오히려 막심이 죽으면 노바 수습을 율리안이 하게 되니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인질로 잡힌 황족의 목숨을 구하겠다고 200만 제국군을 철수시킬 수는 없는 거야.]
루산은 율리안이 한 말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구할 수 있으면 구하겠지만, 죽어도 어쩔 수 없다.
‘황족도 어찌 보면 나라의 부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세르펜스 가죽을 온몸에 둘러 요사스러운 빛이 반짝이는 우르사가 비정한 철퇴를 어깨 위에 걸치고 황궁과 그 안을 차지하고 있는 적을 깨부수기 위해 뒤뚱뒤뚱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