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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73화 (373/450)

373. 루산 보름스가 왔다고 전하라

373. 루산 보름스가 왔다고 전하라

“우르사는 범용 기체가 아니라서 팔뚝 교체에 시간이 걸립니다.”

가라로슈의 말을 루산은 이해했다.

아이언 워리어나 레오파드 같은 양산형 기체는 예비 부품으로 곧바로 수리가 가능하지만, 우르사는 이 세상에 단 한 대뿐인 기체라 주물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루산이 트리어와 함께 투자한 신화 공업사에서 우르사의 몸체 부품을 만들었는데, 이 회사가 레오파드 몸체 부품 납품 업체가 되어 일이 많아진 데다 우르사 몸체 부품 제작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열흘 이상은 걸릴 일이었다.

“천천히 해도 됩니다. 003을 타면 되니까요.”

시에나는 다른 멕 나이트를 타게 하면 된다.

시에나의 멕 나이트 조종 능력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어떤 기종도 잘 타는 편이지만, 빠르고 공격적인 레오파드 스피드 계열보다는 안정적이고 수비적인 레오파드 파워 계열이 더 낫다는 것이 루산의 생각이었다.

레오파드 슈퍼 파워의 테스트 기체인 001이나 002를 타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기사님. 다녀오시는 사이에 우르사를 완전히 분해 점검해서 깨끗하게 고쳐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오신 김에 네오 우르사를 한번 보시겠습니까?”

“네오 우르사가 벌써 나왔나요?”

네오 우르사.

거대 괴수 타이폰의 생명 구슬을 점화기로 채택한 엔진을 우르사의 몸체에 탑재하여 강력한 힘과 높은 중량으로 적진을 들이받는 돌격형 멕 나이트.

그 시제기가 벌써 나왔나 싶어 놀랐던 것이다.

“허허, 시험용 기체가 벌써 나온 건 아닙니다. 모형이지요. 하지만, 파워, 밸런스, 동작 범위와 파괴력을 연구하기 위해 어느 정도 동작이 가능하도록 실물 크기로 제작한 것입니다.”

“모형은 전에 보지 않았습니까?”

“좀 달라졌거든요.”

루산은 기대를 품고 가라로슈를 따라 거대한 공장으로 들어갔다.

그중에서도 경비가 삼엄한 건물로 들어가니 거대한 기체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루산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오 우르사를 이렇게 크게 만들기로 했던 가요?”

높이가 통상적인 멕 나이트보다 훨씬 커서 10미터는 가뿐히 넘는 것 같았다.

가라로슈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래는 우르사의 몸체에 타이폰의 생명 구슬을 넣은 엔진을 탑재하고 장갑만 더 두껍게 할 생각이었는데, 연구 결과 타이폰의 생명 구슬을 점화기로 채택할 때 엔진 출력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타날 것으로 나타나자 몸체 크기를 그대로 하는 게 아깝다는 의견이 많아서 설계를 다시 한 것입니다.”

“엔진 출력이 어떻게 되는데요?”

“5.0은 넘을 것 같습니다. 이보다 엔진 출력을 낮출 수도 있지만, 그러면 타이폰의 생명 구슬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마법사들이 말하더군요.”

우르사를 복원할 때 처음으로 탑재한 아트라스의 엔진이 아이언 워리어의 2배 이상, 6년 전에 반란을 저지하다 파괴된 우르사의 성능을 향상시켜 우르사 Ⅱ를 만들 때 탑재한 기가스의 엔진이 아이원 워리어 엔진 출력의 3배 이상을 발휘했다.

그런데 타이폰의 생명 구슬을 점화기로 채택한 단일 점화기 방식의 엔진은 아이언 워리어의 다섯 배가 넘는 출력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는 말이었다.

그야말로 괴물인 것이다.

“키는 아트라스나 기가스처럼 10미터를 조금 넘고, 몸매는 우르사처럼 두툼하게 하여 중량과 방어력을 높였습니다. 최고 속력은 레오파드 스피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레오파드 파워에 육박할 것입니다. 아우로라 연합의 주력 기체인 헤비 스틸이나 필센 제국의 주력인 아이언 워리어보다 빠릅니다. 이 두 기체의 밀집 대형을 들이받아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입니다. 달아나는 적을 소탕하는 데도 유의미한 역할을 할 테고 말입니다.”

크고 무거운데 빠르기까지 하다고?

레오파드가 아닌 다른 범용 기체들을 압살하겠다는 가프 연구소 마법사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이 정도 크기와 무게면 뼈대와 관절이 받는 충격은 몇 배나 더 될 텐데 가능하겠습니까?”

멕 나이트는 전쟁터에서 조심조심 걷는 물건이 아니다.

뛰고, 공격하고, 피하고, 막고, 버티고,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는 등의 과격한 움직임을 버텨 내야 한다.

“그동안 많은 멕 나이트를 연구해 왔습니다. 기사님의 도움도 컸지요.”

기가스와 로쿠스타, 쉽게 만날 수 없는 아우로라 연합의 멕 나이트들을 획득해 가프 마법 연구소에 선물한 사람이 바로 루산이었다.

“이제 우리 연구소의 마법사들이 증명할 차례입니다.”

옛날 크고 강한 멕 나이트 아트라스를 만들었으나 결국은 패망하여 필센 제국으로 들어온 자코 왕국 출신의 마법사 가라로슈.

이제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 마법사가 되었으나 그의 눈에는 여전히 최고의 멕 나이트를 만들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루산은 노마법사의 뜻을 존중하며 네오 우르사 주위를 돌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뒤쪽에 긴 통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저건 뭡니까? 마나포 같은데 가지가 달려 있네요?”

“아! 기사님께서 말씀하셨던, 마나포를 쏘는 멕 나이트를 네오 우르사에 구현해 보면 어떨까 하고 연구 중에 있습니다. 중간에 삐져나온 손잡이를 잡고 쏘는 것이죠. 중량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마나포 발사 때 생기는 반동에 몸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키가 커진 만큼 팔 길이도 길어져 혼자서 마나포에 마나 진동 화살을 장전할 수도 있지요. 다만 반동이 크지 않다 해도 거리가 멀어지면 명중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정밀 사격을 위해 포수를 별도로 탑승하게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멕 나이트 파일럿 외에 포수가 탑승하여 마나포 사격을 맡는다는 것이다.

루산은 네오 우르사의 괴물 같은 크기와 성능에도 놀랐지만, 그보다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어떻게든 실현하려고 하는 가라로슈와 가프 마법 연구소 마법사들에게 더욱 놀랐다.

놀라울 뿐 아니라 감탄스러웠고 고마웠다.

“아! 단순한 돌격형 멕 나이트가 아니군요.”

“욕심이 많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기존의 돌격형 멕 나이트도 나올 테고 마나포를 휴대하며 쏘는 멕 나이트도 나올 것입니다, 허허허!”

“무척 기대가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사님.”

이 네오 우르사를 언제 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루산은 연구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러웠다.

“전투 거미도 추가되는 대로 아라드 변경으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기사님.”

루산은 가라로슈에게 할 수 있는 부탁을 모두 마치고 가프 마법 연구소를 나섰다.

현재 변경 8구역은, 나머지 모든 변경 구역도 마찬가지이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통치자인 율리안이 몇 달째 부재중이었고, 동원령이 내려진 뒤 노바로 올라간 멕 나이트들이 돌아오지 않아 최소한의 멕으로 순찰과 정찰 임무만을 수행하고 있었다.

변경 파일럿들의 전투력이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것을 군무부와 수도 군단에서도 깨달았지만, 만약 네세베르 공략군이 정말로 위태롭다면 변경 군단이라도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까지도 저울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우로라 대륙에서 필센군의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더욱더 변경 파일럿들이 변경으로 복귀할 필요가 있었다.

아우로라 연합의 경우 이번 대전쟁을 준비하면서 25년 이상 마나 연료를 꾸준히 수입하여 비축해 두었다.

반면 필센 제국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변경이 바로 필센 제국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몇 개월의 비축분은 있었지만, 그것이 점점 고갈되고 있었기에 변경 파일럿들을 돌려보내 괴수를 사냥하게 해야 했다.

‘머지않아 돌아오겠지.’

정부에서도 그 문제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기에 루산은 변경 파일럿들이 조만간 돌아오리라 생각했다.

루산은 레이크 시티의 업무 보고를 간단히 받은 뒤에 시에나와 함께 아라드 변경으로 출발했다.

루산은 003을 타고 시에나는 002를 탔다.

“대장님, 저도 함께 가야 하지 않을까요?”

루산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바이크가 루산이 떠나기 전에 찾아왔다.

“넌 이제 3전단 소속이잖아. 맡은 일에 열중해. 그렇잖아도 파일럿들이 다 상경하는 바람에 3전단이 할 일이 많잖아.”

“하지만 험한 원시의 땅을 두 사람만 가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응?”

바이크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것도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만 가는 건 많이 위험할 것 같은데······.”

루산은 웃음을 터트렸고 시에나는 바이크가 부끄러워 인상을 팍 구겼다.

“뭐래?”

루산이 안심시키듯 말했다.

“잠잘 시간도 없이 달려야 해. 비싼 괴수가 가로막아도 안 잡고 달려야 할 상황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

“둘 사이의 문제는 둘이 알아서 해. 나는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시에나가 발끈했다.

“대장님! 둘 사이라뇨?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요!”

반면 바이크는 얼굴이 환해졌다.

“잘 다녀와, 시에나. 갔다 오면 할 말이 있으니까.”

“할 말은 무슨···, 꺼져 버려!”

분노와 부끄러움이 동시에 일어나 시에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002와 003은 바이크의 배웅을 받으며 반달 호수 지역 서쪽으로 달린 뒤 원시의 땅을 통과해 남쪽으로 내려갔다.

***

반달 호수 지역에서 아라드 변경까지 원시의 땅을 최단 시간에 주파한 루산은 남방군 출신 반란 파일럿 오토를 만나 부르가스에서 있었던 복수에 대해 알려 주고 이스타드 출신의 파일럿들과 부르사 출신 전사들을 룬드 항으로 보내도록 지시했다.

오토가 한참 동안 감격에 겨워하다 물었다.

“부르가스로 간 기사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황제와 바트를 처치한 남방군 출신 반란 기사들과 죄수 부대에서 구출된 구귀족파 기사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됐기 때문에 바르나 왕국에서 은밀하게 부르사 왕국으로 들어간 뒤 멕 나이트를 반납하고 아라드 왕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루산보다 많이 늦은 것이다.

오토의 질문에 루산은 짧게 대답했다.

“은밀히 이동해야 해서 복귀가 늦네요. 서둘러 룬드 항으로 가서 그들이 여러 걸음을 하지 않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변경을 떠난 루산은 아라드 왕국의 니트라 재상을 만났다.

노바 황궁 탈환 작전 이후 벌써 네 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노바에 있는 외교관을 통해 황제와 바트 오베론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니트라 공작이 놀라서 루산에게 물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오?”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나라에 어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군요. 그래서 재상 각하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루산이 서류 봉투를 내밀려 말했다.

“네세베르 공략군을 구원하기 위해 가프 용병단이 움직여야 하는데 당장 멕 나이트가 부족합니다. 레오파드를 50대만 빌려 주시겠습니까? 이번에 빌려간 물량은 아라드 왕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해 주기로 가프 연구소 측이 약속했습니다.”

봉투를 열어 내용을 읽어 본 니트라 공작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루산이 이끄는 특수 부대 - 가프 용병단을 필센 제국의 특수 부대로 보고 있었다 - 가 움직인다면 레오파드 50대로도 500대 못지않은 효과를 내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걱정하지 마시오. 필센 제국의 어려움은 곧 우리 왕국의 어려움이나 마찬가지이니 도울 수 있는 것은 뭐든 돕겠소.”

“감사합니다, 각하!”

루산은 아라르 왕국의 레오파드 50대를 룬드 항에 대기시켜 줄 것과 나중에 가프 연구소에서 추가로 보내오는 멕과 물자 역시 룬드 항에서 보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일종의 보급 기지 역할을 부탁한 것이다.

“기꺼이 그리하리다!”

루산은 니트라 공작을 떠난 뒤 곧바로 룬드 항으로 달려가 다른 파일럿들과 멕 나이트를 기다리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아인베크 해운의 수송선에 002와 003, 그리고 미리 도착해 있던 전투 거미 1호와 2호를 싣고 떠났다.

“대장님, 우리만 가도 되는 건가요?”

시에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원군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초라했던 것이다.

“부족한 것 같아?”

“···네.”

“병력보다 중요한 게 시간이야.”

“······?”

루산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시에나는 궁금했지만, 알려줘야 하는 일이라면 루산이 설명해 주리라 생각하고 더 묻지 않았다.

루산과 시에나, 그리고 전투 거미 1호와 2호를 실은 수송선은 부르가스가 아닌 루한 왕국의 작은 어촌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 상륙한 루산 일행은 전투 거미들을 이용해 루한 왕국군의 경계망을 뚫은 뒤 산 넘고 물 건너 네세베르 공략군 사령부를 찾아갔다.

갑자기 나타난 레오파드 두 대에 네세베르 공략군 사령부가 발칵 뒤집혔다.

경비를 서고 있던 아이언 워리어에 둘러싸인 003에서 루산이 내렸다.

002에 타고 있던 시에나는 내리지 않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루산을 경호했다.

루산이 큰 소리로 외쳤다.

“필센 제국 정부와 율리안 볼프스 마이센 님의 명령으로 네세베르 공략군을 구원하러 온 가프 용병단의 단장 루산 보름스 자작이다! 당장 밤베르크 백작 각하를 뵙게 해 주길 바란다!”

뜬금없이 황가의 성을 붙인 이름을 대고, 단 두 대뿐인 멕 나이트를 이끌고 구원군을 자처하는 용병단.

게다가 용병단장이 자작이라니, 네세베르 공략군 파일럿들은 이 상황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루산이 은빛 사자 검을 검집째 들고 소리쳤다.

“전에 무공 훈장을 받을 때 황궁에서 뵌 적이 있다. 네세베르 공략군의 사령관이신 밤베르크 백작님께 율리안 님을 모시는 루산 보름스가 왔다고 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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