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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83화 (383/450)

4부 2.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을 하세요

4부 2.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을 하세요

프리드리히 황제는 쉽지 않은 전쟁을 수행하는 필센 제국의 군인들과 관리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전공에 따라 점령지를 분배해 주기로 약속했다.

엄밀히 말하면 30년 동안 식민지 총독으로 임명하는 것이었으나 실제로 통치의 전권을 주는 것이어서 기한부 영지나 마찬가지였다.

드넓은 아우로라 대륙을 직할로 다스리기에는 자원과 인력이 부족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면서 사기 진작 차원에서 매우 유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통치의 연속성은 지켜져야 하기에 프리드리히 황제의 뒤를 이어 황위에 오른 율리안은 그 약속을 지켰다.

제국 직할로 다스리는 요충지들을 제외하고는 공적에 따라 점령지를 모두 나눠 준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이든 해당 지역의 백성들이 필센 제국을 원망하든 일단 땅을 받게 된 장군들과 관리들이 기뻐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회 개혁 이후 사실상 영지를 잃게 된 귀족들로서는, 비록 30년 한시일지라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기분을 느낀 것이다.

직접 그 지역에 상주하면서 다스릴 필요도 없었다.

필센 제국이 정한 통치 방침만 지킨다면 영지와 마찬가지로 대리인이 다스려도 상관없었다.

점령지를 분배받은 공신들 대부분은 그것을 더 선호했다.

노바의 고위 관리나 군에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를 바라는 장군들은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면서 대리인을 두어 다스리게 하였다.

어차피 나중에 나라에 돌려줘야 하는 땅인 데다 지금까지 적대해 온 아우로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굳이 머리 아프게 공들여 발전시키기보다 뽑아낼 수 있을 만큼 뽑아내면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발전시키면 나중에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쏟아부어야 할 자금과 훗날 회수할 이익을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에 점령지 사람들을 필센 제국의 백성들로 동화시키기 위한 중앙 정부의 지침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쥐어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점령지 사람들을 필센 제국 백성들로 동화시켜 대제국을 빠르게 안정시킨다는 중앙 정부의 방침과 최대한 쥐어짠다는 식민지 기한부 영주들의 욕망은 충돌하는 측면이 강했지만, 그것은 대리인이 적절히 조율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작은 땅을 받은 공신들이고 밤베르크 공작 정도 되는 거물은 생각이 달랐다.

그 정도 최고위 귀족은 제국의 안녕과 번영이 자신과 가문의 이익과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귀족으로서의 자부심 또한 매우 높았기에 자신이 다스리게 된 땅을 그 누구보다 발전시키고 안정화시키고자 했다.

그것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는 길이고 충분한 자금과 영지 통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베르크 공작은 루한 왕국 영토의 거의 대부분을 다스리게 되었다.

동방군 사령관으로 페르보 제국을 정복한 라이네 후작보다 더 넓은 땅을 받은 것이다.

황제의 외숙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전공이 라이네 후작보다 높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황제 사망 후 필센 제국군이 아우로라 연합군의 대반격 작전에 고전하고 있을 때 네세베르 공략군이 먼저 루한 왕국과 시바스 왕국을 격파하고 동방군을 도와 페르보 제국과 나머지 나라들을 제압했기에 누구도 그의 공적을 부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나석이 페르보 제국에서 나왔다.

그 이후 아우로라 대륙 전역에서 마나석 광산 개발 열풍이 불었으나 루한 왕국에서는 마나석이 나오지 않았다.

페르보 제국의 땅 일부를 받은 라이네 공작 - 전쟁이 끝나고 후작에서 공작으로 승작했다 - 은 당시 자신보다 작위도 낮고 지휘하는 병력도 적었던 밤베르크 공작보다 포상이 적어 자존심이 크게 상했으나 뒤늦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면 밤베르크 공작의 여유로운 미소는 사라졌다.

전후 복구를 포함한 식민지 개발 사업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마나석 광산도 없는 넓은 땅은 애물단지처럼 느껴졌다.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마나석 광산이 없다면 마나석 광산과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규모 괴수 목장을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이것은 단지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의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나 연료와 괴수 부산물을 오카수스 대륙에서 수입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이 괴수 목장 운영에 성공하기만 하면 크게 절감되기 때문이다.

밤베르크 공작 개인에게도 엄청난 이익을 줄 뿐 아니라 식민지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필센 제국의 발전에 기여한다. 그리고 그런 결과는 다시 밤베르크 가문의 영광을 드높일 수 있는 것이다.

‘제국에도 크게 이익이 되는 일이지.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라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루산은 율리안 황제가 밤베르크 공작의 제안을 받아들여 자신을 불러올린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

단지 외숙이라는 이유로 부탁을 들어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아우로라 대륙에서 괴수 목장이 성공하기만 하면 막대한 운송비를 줄여 제국에 엄청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니 굳이 길게 언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정도는 알려 주어야만 했다.

그마저 꾹 참고 그저 밤베르크 공작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괴수 혈액에 함유된 마나 농도는 괴수의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크면 클수록 마나 농도가 높습니다. 소형 괴수들을 대형 괴수 한 마리와 똑같은 무게만큼 잡아도 얻을 수 있는 마나 연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의미 있는 괴수 목장을 건설하려면 되도록 큰 괴수들을 옮겨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나 농도는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높습니다. 초식 괴수보다 육식 괴수의 마나 농도가 더 높다는 말이죠. 그 말은 변경에서 대형 육식 괴수를 산 채로 잡아 제국 본토를 가로질러 배에 실은 다음에 오랫동안 바다를 건너 다시 루한 왕국 땅을 가로질러 괴수 목장 예정지에 풀어야 한다는 겁니다.”

밤베르크 공작이나 재상 벤야민은 괴수를 본 적이 없었기에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었지만, 변경에서 살았던 율리안은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얼굴이 벌게졌다.

“멕 나이트보다 키가 큰 대형 육식 괴수를 산 채로 바다 너머로 무사히 보내는 일입니다. 먹이는 어떻게 조달할지 그리고 달라진 환경에서 무사히 적응할지 걱정이 되는군요. 아시다시피 원시의 땅은 서식하는 동물뿐 아니라 식생도 다릅니다. 어쩌면 나무와 풀부터 옮겨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원시의 땅에 살고 있는 벌레와 새들, 먹이가 될 초식 괴수도 옮겨야 할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음!”

밤베르크 공작의 표정도 점점 심각해졌다.

“낯선 땅으로 이주하면 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릅니다. 이 일은 단지 괴수 몇 마리 옮기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변경 파일럿들, 마법사들, 학자들이 투입되어 괴수에 대해 깊이 연구해야 하는 일입니다. 성공하기만 하면 제국에 엄청난 이익이 될 테지만, 성공 여부를 떠나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줄줄이 읊어 나가던 루산이 순순히 하겠다는 듯이 말하자 율리안이 가장 크게 놀랐다.

“보름스 백작이 이 일을 맡아 주겠다는 겁니까?”

“예, 폐하! 다만, 괴수를 무사히 옮기기 위해서는 특별히 제작해야 할 장비도 많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기에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입니다.”

“그야 이를 말이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율리안이 밤베르크 공작에게 눈짓을 하자 그가 마지못해 말했다.

“고맙소, 보름스 백작.”

“별말씀을요.”

***

밤베르크 공작과 재상 벤야민이 돌아간 뒤에도 루산은 궁에 남았다.

율리안이 남으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비서가 시원한 차를 새로 내왔다.

율리안이 권하자 루산은 사양하지 않고 마셨다.

익숙한 에를랑겐 노블 클래식이었다.

향긋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이 입과 코에 오랫동안 감돌며 기분이 좋아졌다.

“어려운 일을 맡게 하여 미안하군요. 루한에서 마나석이 나지 않는다 해도 아우로라 대륙의 다른 지역에서 마나석 채굴이 가능하다면 마나 연료 비용은 크게 줄어들 텐데 굳이 그런 일을 하려고 하냐며 타박을 좀 했습니다.”

율리안이 루산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폐하. 지금 마나석 열풍이 분다고는 해도 매장량이 충분한지, 그것을 마나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솔직히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이번 일이 성공하다면 우리나라에 큰 복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마운 일입니다만, 만약 성공한다면 어쨌든 변경의 괴수 부산물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 일이 아닌가요?”

“전보다야 줄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왜 그렇지요?”

“산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마나 연료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괴수 목장 실험이 성공한다 해도 의미 있는 규모로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그 사이에도 아우로라 대륙의 개발은 계속될 테니 변경의 마나 연료 수입은 계속 늘 것이라고 봅니다.”

철도, 자동차, 선박, 공장, 멕 워커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었다.

산업이 가장 발전했다는 필센 제국도 그러한데 산업화가 덜 된 지역이 많은 아우로라 대륙의 마나 연료 수요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그것은 루산의 생각일 뿐 아니라 고슬라 그룹의 두뇌 역할을 하는 자작나무숲 장원 별장 기획 팀의 분석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서 루산은 첫 번째 괴수 목장을 건설한 변경 8구역 서쪽 접시꽃 분지 주변에 괴수 목장을 꾸준히 늘려서 그 일대에 괴수 목장이 30개가 넘었고, 아라드 변경에도 괴수 목장이 40개가 넘었다.

그것들을 통해 그야말로 막대한 이익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마나석의 발견으로 향후 괴수 부산물 특히 괴수 체액에서 뽑아내는 마나 연료 생산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루산은 그 일이 당장 닥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오카수스 대륙에는 마나석이 나지 않는다.

마나석은 아우로라 대륙에서 오래전 모종의 사건으로 괴수들이 몰살당하면서 생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괴수 몰살 사건을 겪지 않은 오카수스 대륙에서는 마나석이 나지 않기 때문에 마나석의 양이 정말 어마어마해서 그것을 수입해 조달하는 비용이 괴수 혈액으로 생산하는 마나 연료를 사용할 때의 가격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한 오카수스 대륙의 마나 연료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다.

루산은 그렇게 생각했다.

“괴수 부산물 산업이 타격을 받지 않는다니 다행이군요.”

율리안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찻잔을 들었다.

루산도 따라서 찻잔을 들었다가 입술만 살짝 축이고 다시 내려놓았다.

그때 율리안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내가 경을 부른 것은 아우로라 대륙의 괴수 목장 설치 건 때문만이 아니에요.”

루산이 진지하게 율리안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종전 선언을 한 지 10년이 지났고, 식민지를 공신들에게 나눠 준 것도 똑같은 기간이 지났어요. 총독들이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군림한 지 10년, 게다가 마나석이라는 중요한 자원도 발견이 되었지요. 대형 마나석 광산들은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다지만 모든 총독들이 본국에 보고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딴마음을 품고 있는 총독들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알 수 없지요. 단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큰 뜻을 세우기 위함인지······. 분명한 것은 황제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영주들의 생각은 더욱 자유분방해진다는 것이고, 아우로라 대륙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필센 제국을 미워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우로라 대륙에는 우리가 점령하지 않은 나라들이 많이 있지요. 그 나라들과 화친 조약을 맺기는 했지만, 아우로라 연합에 속해 있던 많은 귀족과 기사들이 그 나라에서 우리의 허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맞는 말이었다.

부흥 운동과 독립 운동 세력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런 세력들이 본국과 멀리 떨어져 딴마음을 품고 있는 총독들과 결탁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나는 전쟁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이번에 경이 아우로라 대륙으로 건너가면 그런 움직임이 있는지 조사해 주었으면 해요. 경은 아우로라 땅을 분배받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주목을 받는 노바 정부의 관리도 아니니 이 일을 하는 데 누구보다도 적임자라고 봅니다.”

루산은 그제야 율리안이 자신을 부른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것이었구나!’

루산은 율리안의 요청을 기꺼이 들어주기로 했다.

율리안의 나라는 바로 그가 세운 나라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정보가 있겠지요?”

“있어요. 경에게 줄 것입니다.”

“제가 할 일은 어디까지입니까? 조사만 하면 되겠습니까?”

“전쟁을 막고 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을 하세요.”

“······!”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무슨 일을 해도 좋다는 것!

“황제 직속의 비밀 부대, 산악 특임 기동 전단의 대장으로서 아우로라 대륙에 주둔하고 있는 필센군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습니다.”

산악 특임 기동 전단!

루산이 아라드 왕국에 처음 갔을 때 자신의 직함을 제대로 밝히기 어려워 지어낸 것이 바로 산악 특임 기동 전대였다.

율리안이 황제가 된 이후에 그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떠올린 율리안이 그 실체 없는 부대에 실질적인 힘을 실어 주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가프 용병단을 마음대로 동원해도 좋고 필요하다면 필센군까지 원하는 만큼 쓰라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율리안은 승전 후 10년이 지난 현재의 제국이 겉으로 보이는 만큼 순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루산을 그 누구보다 믿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었다.

루산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엄숙하게 말했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폐하!”

율리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루산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말했다.

“고맙습니다, 보름스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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