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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89화 (389/450)

4부 8. 그 땅에 괴수 목장을 짓고 관광객을 받으면

4부 8. 그 땅에 괴수 목장을 짓고 관광객을 받으면

루한 괴수 목장 건설 프로젝트를 위해 루산은 전문가와 관계자들을 소집했다.

변경 8구역에서 괴수 - 라기보다 원시의 땅 그 자체 - 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비어슨과 오랫동안 괴수 목장을 운영하며 괴수 사육과 목장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 온 미켈 슐츠, 각종 장비와 설비를 제작하는 엔지니어들, 그리고 지휘관급 파일럿들이었다.

루산의 말을 들은 미켈이 점잖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나 연료를 얻기 위해 괴수를 옮겨 키울 생각을 하다니,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루산이 동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문제죠?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는 손해이지만 루한으로서는 좋은 일 아닌가요? 마나 연료를 수입하지 않고 자기 땅에서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바이크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미켈이 설명해 주었다.

“우리와 루한은 조건이 달라. 우리가 사냥하는 괴수는 주인이 없는 광활한 원시의 땅에서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고 성장하지. 우리는 그걸 발견해서 사냥하고 부산물을 획득하는 거고. 이 방식으로 부산물을 얻을 때 우리는 괴수 사육 비용이 전혀 들지 않아. 괴수 목장의 경우에는 사육 비용이 들지만, 그 비용은 그리 크지 않지. 거대 분지에 초식 괴수들을 풀어 놓고 일정 기간에 한 번씩 혈액을 채취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루한에 괴수 목장을 설치하는 건 다르지.”

“뭐가 다르다는 거예요?”

“아우로라 대륙은 평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높아. 괴수 목장 예정지는 아마 이미 사람이 살고 있거나 다른 가축을 키우고 있는 곳일 거야. 그런 곳에 굳이 괴수를 옮겨 와 키우는 게 나을까 아니면 키우던 가축을 계속 키우는 게 나을까? 동일한 면적의 초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축의 고기 가격과 괴수 혈액의 가격, 어느 쪽이 높을까? 나는 전자가 훨씬 높을 거라고 보네.”

바이크가 여전히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자 루산이 말했다.

“노바 시에 상점을 지을 만한 작은 땅 하나를 갖고 있다고 해 봐. 그 땅에 상점을 짓는 게 낫겠어 농사를 짓는 게 낫겠어?”

“상점을 짓는 게 낫죠. 작은 땅에서 농사지어 봐야 얼마나 나오겠어요?”

“바로 그거야. 우리가 괴수로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광활한 땅을 저렴하게, 아예 공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야.”

“하지만, 루한이라고 그런 땅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아요? 아주 외져서 사람들이 안 살거나 가축도 안 키우는 땅이 있을지도 모르죠.”

맞는 말이었다.

아우로라 대륙이 오카수스 대륙보다 평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높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통계이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용하지 않는 시골구석의 초지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4전단장 말도 일리가 있군요. 괜히 잘난 척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미켈이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루산이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 주제를 마무리했다.

“어쨌든 이 계획이 어리석은 짓임에는 틀림없어요.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따져 보아도 그렇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들어갈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루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무조건 좋지 않은 계획인 것은 아니에요. 이웃 나라의 곡물 가격이 더 싸다고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아예 안 지을 경우 이웃 나라가 곡물 가격을 올려 버리면 다 굶어죽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마나 연료 수급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해 놓는 것은 그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죠.”

루산의 이야기를 들은 바이크는 또 그 말에 반박하는 내용이 떠올랐다.

‘루한은 이제 필센에 편입되었잖아요. 전쟁을 할 것도 아닌데 굳이 마나 연료 안보를 위한 준비를 별도로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괜히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 것 같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바이크가 실제로 그 말을 했다면 루산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나이가 들어서도 자발없이 회의의 흐름을 끊는다고 핀잔을 주었을까?

아니면 이미 필센 제국의 영토로 편입된 루한이 마나 연료 안보를 생각하고 있는 이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을까?

루한 총독 밤베르크 공작이 딴마음을 품고 있을 리는 없었다. 그는 율리안 황제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과 같은 운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불충한 마음을 품지 않았더라도 아우로라 대륙의 식민지 전역에 만연해 있는 어떤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제국의 영토가 전보다 훨씬 넓어졌기 때문에 이 나라가 전보다 훨씬 발전하고 번영을 누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로 인해 전에는 제국 밖에 있던 문제가 제국 내부로 들어와 나라가 더욱 혼란스러워진 것은 아닐까?

이미 루산은 황제의 밀명을 들어 아우로라 대륙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이크는 핀잔을 듣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었고, 루산은 이 안건을 계속 진행해 나갔다.

“마나 연료 효율만 생각하면 대형 육식 괴수를 옮겨야겠지만, 우리도 비용과 안전 문제로 육식 괴수를 사육하지 않고 있는데 굳이 그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형 초식 괴수와 대형 초식 괴수 중에 이동에 용이한 종을 골라 옮기기로 하죠. 종의 선정과 이동 방식은 탐사대장이 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탐사대장 비어슨이 중후한 태도로 대답했다.

변경 8구역으로 들어온 이후 상당 기간 존중을 받고 부하들을 거느리다 보니 경박하고 경솔한 과거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던 것이다.

“이동 중 사육과 관리는 목장 관리단장이 탐사대장과 의논하며 책임을 지세요.”

“알겠습니다, 대리인님.”

미켈이 짧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열차로 이동하는 것이 나을 것 같긴 한데, 괴수들이 그 자극을 견딜 수 있을지도 미리 시험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열차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육로로 몰이해 가야하는데,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어떻게든 열차에 실을 방법을 찾아봐야죠.”

미켈이 대꾸했다.

육로로 이동하면 경로 주위에 있는 마을과 도시까지 통제를 해야 한다.

시간도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다.

루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엔지니어들은 괴수를 실을 열차 화물칸의 규격, 새로 제작해야 하는 철창의 크기와 강도를 알아내야겠죠. 이동시 안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멕 나이트, 멕 워커를 동원해야 하는지도 파악하세요. 이동 경로로 필센 제국을 통과하는 게 나을지 아라드 왕국을 통과하는 게 나을지도 생각해 보세요. 아라드 왕국을 통과해야 한다면 미리 허락을 구해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밤베르크 공작께서 목장 예정지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보내 주시기로 했으니 그 사이에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준비해 놓으세요. 나는 아라드 왕국을 거쳐 예정지를 직접 보고 오겠습니다. 내가 돌아와 옮길 괴수의 종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면 곧바로 이동시킬 수 있게 말입니다.”

그때 변경 8구역의 살림살이를 실질적으로 맡고 있는 단장 켐니츠가 물었다.

“그런데 대리인 님, 이 루한 목장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은 누가 대는 겁니까? 제국 정부가 대는 겁니까 아니면 밤베르크 공작이 대는 겁니까?”

루산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율리안 황제나 밤베르크 공작과 이런 세세한 내용까지 나누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표정을 보고 켐니츠가 말했다.

“이건 우리 8구역의 귀한 인력들이 동원되는 일입니다. 많은 시간과 많은 장비를 투입하는 일이지요. 이 부분을 확실히 해야 할 것입니다.”

“황제 폐하나 밤베르크 공작님이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쓰실 것 같지는 않은데······.”

루산이 중얼거리자 켐니츠가 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알았어요, 알았어. 상황을 봐서 꼭 받아 내도록 하지요.”

“대리인 님!”

“정 안 되면 우리가 루한 괴수 목장 관리권을 갖는 것으로 하면 되지 않겠어요? 밤베르크 공작이 원하는 것은 마나 연료니까 괴수를 가지고 다른 사업을 하는 걸로 뭐라고 하지는 않겠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루산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방금 떠오른 건데 그 땅에 괴수 목장을 짓고 관광객을 받으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에요. 어쩌면 마나 연료 수입보다 훨씬 많이 벌 것 같은데, 안 그래요?”

“오!”

바이크가 감탄사를 토했다.

“그거 좋군요!”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변경 8구역 간부들은 관광 사업에 대해 전향적이었다.

변경 투어와 7구역 웨이브 시즌 관광 사업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괴수를 본 적이 없는 아우로라 대륙 사람들이기에 변경 투어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릴지도 모르겠군요!”

“인구도 훨씬 많잖아요!”

어려운 프로젝트에 동원된다는 생각에 어두웠던 회의 참석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이익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것을 루산은 새삼 깨달았다.

자신부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생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에서 반드시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루산은 이번에 목장 예정지를 살피기 위해 루한으로 가는 길에 7구역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고슬라 그룹 도시 계획 팀과 동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자, 그럼 각자 열심히 맡은 일을 해 봅시다!”

“알겠습니다, 대리인 님!”

8구역 간부들이 힘차게 대답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

프리드리히 황제가 죽고 율리안이 황위에 오른 뒤에도 전쟁은 4년 동안 더 이어졌다.

대반격에 나선 아우로라 연합군을 완전히 격파하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루산이 가프 용병단을 이끌고 루한 왕국 내부를 휘저어 놓은 덕에 당시 네세베르 공략군을 이끌고 있던 밤베르크 백작이 루한 왕국을 완전히 점령하는 데 반년이 걸렸고, 이어 시바스 왕국을 들이쳐 점령하는 데 추가로 일 년이 더 걸렸다.

동방군은 그 기간 동안 페르보 제국을 비롯한 아우로라 연합군 대병력이 사활을 걸고 세 방향에서 강하게 가해 오는 공세를 악착같이 버텨 냈다.

그로 인해 시바스 왕국을 점령한 네세베르 공략군과 아우로라 대륙 북부를 제압해 나가던 북방군이 남과 북에서 동방군을 포위하고 있던 아우로라 연합군을 격파할 수 있었다.

페르보 제국과 그 주변에 있던 아우로라 연합국들은 동방군, 네세베르 공략군, 북방군의 멕 나이트에 짓밟혀 초토화되었다.

이미 국경으로 피신해 있던 페르보 제국의 황제가 다른 나라로 몸을 피해 봐야 자신을 잡으러 오는 필센 제국군에 의해 짓밟히는 땅이 더욱 늘어날 뿐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전쟁은 끝이 났다.

페르보 제국 황제의 죽음과 함께 아우로라 연합국들이 일제히 항복한 것이다.

율리안이 황제가 된 뒤 승리와 전쟁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4년,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흘렀다.

그러니 레오나 보름스의 나이는 열다섯 살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루산이 마당에서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레오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이번에 출장을 가는데 같이 갈래?”

“아니. 바쁜 거 안 보여?”

레오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단 말이야!”

레이크 시티에 있는 파일럿 양성 학교에서 멕 스켈레톤을 타고 벌이는 검투 시합을 말하는 것이다.

레오파드 트레이너 훈련을 마친 상급생들이나 멕 스켈레톤을 타고 검투 시합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나이는 15세에서 22세까지 다양했다.

레오나는 그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으나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도 크고 체력도 좋은 남자 파일럿 후보생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루산은 신체가 더 자라고 근육이 더 붙으면 자연스럽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해 봐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하지 않았다.

“루한 왕국으로 갈 거야. 돌아오는 길에 바르나에 들러서 엄마와 가츠를 볼 수도 있고.”

레오나는 움찔했지만, 꾹 참고 돌아보지 않았다.

루산이 말했다.

“아라드 왕국을 거쳐서 갈 건데, 아라드 변경까지 가는 동안 003을 조종하게 해 줄까?”

레오나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아보며 소리쳤다.

“정말?”

“그럼!”

“좋아! 같이 가!”

루산은 딸을 혼자 두고 오랫동안 집을 떠나는 것이 걸려 데려가기로 했다.

‘집에서 꾸준히 수련하는 것도 좋지만 넓은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더 훌륭한 공부지.’

그러나 이런 뻔한 격언 때문이라기보다 레오나와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함께 보내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슴에 크게 남았던 것이다.

“오랜만에 한 판 할까?”

루산이 목검을 들자 레오나가 신 난 표정으로 달려들었다.

“좋아! 각오해!”

레오나의 공세가 자못 날카로웠지만, 그때마다 루산의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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