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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397화 (397/450)

`4부 16.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4부 16.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벨고트 왕국을 점령한 블란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왕실의 보물 창고를 터는 것도, 이 나라의 부자들을 잡아 와 재물을 바치도록 협박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멕 나이트 전단을 왕성 안쪽에 있는 공단으로 보내 시설을 보호하도록 했다.

평범한 공업 단지가 아니었다.

마나석 가공 공장들이 몰려 있는 공단이었던 것이다.

이곳을 손에 넣는 것이 이번 군사 행동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벨고트 왕실의 보물이나 부자들의 재산은 한번 빼앗으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이 벨고트 마나석 가공 공단은 계속해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기 때문에 비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벨고트의 마나석 가공 공단에는 마나석에서 마나를 추출해 균질한 연료로 저장하는 설비를 갖춘 공장이 있었다.

페르보 제국이 패망하면서 그 나라에 있던 많은 마법사들이 벨고트 왕국으로 넘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은 균질 연료 생산 시설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것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필센 제국에 마나 연료를 의존하지 않고 멕 나이트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물도 재물이지만, 바로 이 점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폴타바에서 보병 연대 하나를 이곳으로 불러 경비하게 하고 로쿠스타 전단 하나도 여기에 붙여.”

“알겠습니다!”

전령이 폴타바에서 병력을 불러오기 위해 서둘러 달려갔다.

블란트는 페르보에서 도망쳐 와 이곳에 마나석 가공 공장을 세운 마법 연구소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하면 된다. 벨고트 국왕이 있던 자리에 내가 들어선 것뿐이야. 마법사들과 엔지니어들이 함부로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라. 그러면 그대들은 하늘이 내린 수명대로 편안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멕 나이트 수백 대를 끌고 와 단박에 국왕을 끌어내리고 늑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위협하는 블란트 앞에서 마법사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조아렸다.

블란트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마법사들이 돌아가고 그의 부하 하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각하, 다른 총독들이나 직할령 사령관이 이 사실을 알고 가만있겠습니까?”

“그들은 손해 볼 게 없다. 마나석 매입 단가를 높여 주면 되니까. 내가 그들의 주머니를 더욱 두둑하게 채워 주는 셈이지.”

벨고트에서 나는 이익을 함께 나누겠다는 뜻이었다.

“벨고트 점령 사실이 노바에 전해지는 것은 한참 후가 될 것이야.”

나눠 먹은 사람은 입을 다물어 준다.

“나중에 내가 벨고트를 점령했다는 걸 안다 해도 어쩌겠느냐? 아우로라 연합군 출신의 불순 세력들이 우글거리는 이 나라를 깨끗이 정리한 것이니 우리 제국에 이롭지 않겠느냐?”

물론 보고하지 않고 함부로 이웃나라를 친 것은 확실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그에 대비한 계획도 마련돼 있었다.

부하들 모두가 자신의 생각과 같지는 않을 것이기에 미리 그 계획을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각하, 귀순 부대 규모가 너무 커지는 것 아닙니까? 이번에 항복한 파일럿 수가 150명이 넘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우려할 만했다.

“게다가 이번에 항복한 슈토프 백작은 굴다크 공작의 최측근 참모였습니다. 베키오는 굴다크 공작의 막내아들인데, 이렇게 결합하도록 방치하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블란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부하들을 안심시켰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사람의 속마음은 모두 다르다고. 저들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더라도 결과가 나에게 이로우면 되는 것이다. 내가 그들의 속셈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지.”

“······?”

“나를 부추겨 아우로라 연합을 배신한 이웃 나라를 치게 하고 옛 동지들을 모으려는 속셈을 가지고 이 일을 계획했을지라도 상관없다. 나는 이 나라를 정복하고 마나석 가공 공단을 손에 넣었으니까. 많은 떠돌이 파일럿들과 마법사들이 내 밑으로 들어올 것이다.”

“······!”

“저들은 나를 칠 수가 없다. 아우로라 연합의 패잔병들이 나를 치고 벨고트 왕국을 점령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여태 힘겹게 모은 병력이 필센 제국군의 강력한 공격을 받고 박살이 날 것이다. 그런 짓을 하겠느냐?”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복수를 계획하고 부흥을 꿈꾸고 있다면 더더욱 블란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들은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블란트는 그것을 십분 이용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그대들은 지나치게 귀순 부대를 경계하지 말고 한 식구로 받아 주는 모습을 보이도록 해라. 이쪽이 경계하면 저쪽 역시 경계하고 위축될 것인데, 그러면 아우로라 잔당 규합을 주저할 수가 있다. 아우로라 잔당을 최대한 모아서 그들로 하여금 주변 나라들을 점령하도록 시킬 것이다. 귀순 부대는 전면에서 전쟁을 수행하게 될 테니 규모가 자연히 줄어들겠지.”

“아!”

블란트의 부하들은 상관의 뛰어난 머리와 배포에 감탄했다.

공경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알겠습니다, 각하!”

“내가 차지하는 재물은 모두 그대들의 것이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라.”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각하!”

블란트의 부하들이 사기충천하여 소리쳤다.

부하들을 물린 블란트는 베키오 굴다크와 슈토프 백작을 왕궁으로 불렀다.

그는 어제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이 앉아 있던 높은 왕좌를 태연하게 차지하고서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명령했다.

“그대들은 벨고트 왕국의 기동 전단을 최대한 빠르게 섬멸하고 흩어져 있는 망명객들을 규합하시오.”

“예, 각하!”

“알겠습니다.”

왕궁에서 나온 슈토프 백작과 베키오가 눈을 마주쳤다.

‘공자님, 절대 서두르지 마십시오!’

‘걱정 마세요, 백작. 천천히 끝까지 갈 것입니다.’

베키오의 눈이 굳은 각오로 번쩍였다.

두 사람은 멕 나이트에 올라 귀순 부대 병력을 이끌고 벨고트 왕국의 남은 병력을 처리하기 위해 출정했다.

거대한 멕 나이트들이 달려가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바람이 일었다.

옛 페르보 제국 땅 동쪽 끝에 붙어 있는 벨고트 왕국에서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빚어낸 거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된 것이다.

***

옛 페르보 제국 땅 북서쪽에 접해 있는 니코폴 왕국.

이 작은 나라에도 페르보 제국에서 활동하던 마법사들과 귀족들이 많이 넘어와 있었다.

그들로 인해 왕성 남쪽 지역에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공업 단지가 형성되면서 노동자들이 몰려들어 도시는 더욱더 커졌다.

이 나라에서 채굴된 마나석을 실어 나르는 마차들, 인접한 페르보 땅에서 채굴된 마나석을 짊어지고 온 멕 워커들로 거리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클라크 일행 또한 이곳으로 들어와 도시를 혼잡하게 만드는 데 미약하게나마 일조했다.

그들은 일부러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저렴한 숙박 시설을 찾아 자리를 잡은 뒤 활동을 시작했다.

“순다르 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예!”

초로의 마법사가 옛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다른 사람들도 마냥 기다리지 않고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클라크와 투릭은 이 도시로 들어오는 마나석의 출처를 알아보고 얼마나 많은 양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러 나갔고,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온 크루소와 아발롱은 이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날이 저물자 도시 전체에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졌다.

밝기로만 따지면 노바의 밤 풍경보다 밝은 것 같았다.

클라크는 마나석 가공으로 최근 이름을 떨친다는 이 도시의 현황을 이 야경으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숙소에 다시 모였다.

순다르가 낯선 사람 두 명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셨군요. 이쪽은 예전에 오랫동안 함께 생활했던 동료들입니다.”

순다르의 동료였던 아펜도르의 마법사들이 살짝 경계하는 표정으로 클라크 일행을 쳐다보다 고개를 조금 까딱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이쪽은······.”

순다르가 클라크 일행을 소개하려 하자 클라크가 재빨리 나섰다.

“반갑습니다. 바르나에서 직물 사업을 하는 클라크라고 합니다. 이쪽은 동업자, 그리고 이쪽은 이번 일에 도움을 주실 마법사들이십니다.”

순다르가 클라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눈을 껌벅이다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가만히 있었다.

클라크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작은 규모는 아니에요. 바르나는 물론 페르보, 루한, 시바스, 그 외 여러 나라에 직물을 파는 큰 회사인데 이번에 공장을 증축하게 되어 설비를 알아보다가 니코폴의 마나석을 연료로 하면 비용 절감이 크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 본 겁니다. 마침 순다르 님이 잘 아시는 분들이 여기에 계시다고 하여 도움을 좀 받고 필요하면 도움을 드릴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아! 대형 방직 기계를 돌릴 마나석 기관을 알아보시는군요?”

“그렇죠. 아시다시피 필센 제국에서 들어오는 마나 연료 가격이 도무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말이에요.”

“맞습니다. 전쟁 이후로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필센 제국에서 전후 복구 사업이다, 개발 사업이다, 하면서 계속 철도를 깔고 공장을 짓는 바람에 수요가 계속 늘어서 그런 거지요.”

“이대로라면 떨어질 요인이 없어 보입니다.”

순다르의 동료들이 클라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여전히 상대의 정확한 정체는 모르지만, 경계심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마나석이야 저희도 구하려면 구할 수 있지만, 대형 방직 기계를 제대로 돌릴 수 있는 엔진을 구할 수가 있어야지요. 돌아가다 기계가 멈추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혹시 마법사님들이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사례는 톡톡히 하겠습니다.”

순다르의 동료 두 명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사실 저희가 일하는 마법 연구소에서는 공장용 엔진을 만들지 않습니다. 멕에 사용하는 마나 연료를 마나석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있거든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바이어라는 생각에 편하게 말한 것이지만, 듣고 있던 클라크와 가프 연구소의 마법사들은 깜짝 놀랐다.

“······!”

“······!”

아발롱이 놀라움을 애써 감추고 물었다.

“마나 연료봉을 사용하지 않고 마나석을 넣기만 해도 가동되는 멕 나이트 엔진 말입니까?”

순다르의 옛 동료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네.”

“마나석으로 균질적이면서 밀도가 높은 연료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기술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마나석이라는 것도 어차피 마나 덩어리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물론 출력이 아주 강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계속 연구 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멕 나이트를 작동시킬 정도는 안 되고 멕 워커를 가동시키는 수준의 엔진을 생산해 기존 멕 워커의 엔진을 교체하는 일을 하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자부심이 깃든 그의 말에 클라크 일행은 다시 한번 놀랐다.

마나 연료봉을 사용하던 기존 멕 워커의 엔진만 교체하면 마나석 엔진으로 작동된다는 말이 아닌가!

그런 엔진이 이미 만들어졌고 그 엔진에 사용하는 마나석 가격이 마나 연료봉 가격보다 싸다면 오카수스 대륙에서 괴수 부산물로 마나 연료를 생산해 온 마법 연구소들은 대 위기를 맞게 된다.

과연 마나석 엔진의 출력, 효율, 안정성은 어떠한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했다.

옛 페르보 제국과 인접한 작은 나라의 신생 공업 도시에서 현재 마나 연료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가프 연구소의 마법사들은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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