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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401화 (401/450)

4부 20. 승리를 혼자서 이끌었다는 겁니까?

4부 20. 승리를 혼자서 이끌었다는 겁니까?

후웅-

후웅-

레오파드들이 시동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003은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루한 주둔군 파일럿들도 세르펜스 가죽으로 몸체와 장갑판이 완전히 뒤덮여 움직일 때마다 요사하게 색이 달라지는 레오파드 003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시작해!]

[네!]

시에나의 지시가 마나 통신기로 들려오자 레오나가 힘차게 대답하고 003을 움직였다.

레오나뿐 아니라 가프 마법 연구소 시험단 파일럿들이 레오파드 스피드와 레오파드 라이트닝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변경 8구역에서 온 레오파드들은 14년 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을 우지끈 쓰러뜨리고 빽빽하게 자란 덤불숲을 밟으며 넓게 퍼져 나갔다.

괴수 목장 부지로 삼을 지형을 세밀하게 파악하려는 것이었다.

중대형 괴수들을 대량으로 가두어 키우는 괴수 목장은 평지에 울타리를 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대형 괴수들이 쉽사리 넘을 수 없는 산으로 둘러싸인 대규모 분지에 풀어놓고 길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지형을 발견한 뒤에는 빠져나갈 틈이 없는지 샅샅이 살펴야 했다.

울창한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골짜기, 언뜻 보면 경사가 가파른 산처럼 보이지만 지그재그로 오르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경사면 등을 찾아 입구를 막거나 경사를 더 가파르게 깎아야 한다.

만약 그런 부분이 너무 많다면 아예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루한 괴수 목장 프로젝트에는 고려할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관광객의 접근성과 안전이었다.

루산은 고슬라 그룹 도시 계획 팀 설계자들이 험지를 다닐 수 있도록 설계한 자동차 ‘신타르’ 시제품을 타고 다니며 부지 주변 지역을 살피고 있었다.

“백작님, 괴수 목장 부지로는 이곳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천연 울타리나 다름없는 분지 지형이 잘 발달해 있고 육안으로 볼 때 보수 공사도 거의 필요 없어 보입니다. 산이 경사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그리 높지 않아서 관광객들이 목장 안쪽을 아주 가깝게 내려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감나게 말입니다. 무엇보다 루한과 가깝고 도로 공사도 용이하지요.”

설계 팀 엔지니어의 말에 루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신타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기사에게 말했다.

“저 봉우리로 가 봅시다.”

“경사가 심해 올라가기 어렵겠는데요.”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고 걸어가기로 하죠.”

“알겠습니다, 백작님.”

험지용 자동차 신타르 시제품이 레오파드들이 쓰러뜨린 나무를 피해 덜컹덜컹 바위를 넘고 자잘한 가지들을 타넘으며 달려갔다.

엉덩이가 훌떡훌떡 솟아오르고, 몸이 좌우로 크게 흔들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신타르는 루산이 말한 봉우리로 가서 오를 수 있는 곳까지 오르다 차체가 뒤로 밀려 더는 올라갈 수 없는 지점에서 멈추었다.

루산은 설계 팀 엔지니어들과 함께 봉우리에 올랐다.

“저쪽이 북쪽이죠?”

“맞습니다, 백작님.”

엔지니어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저쪽에 바르나 왕국, 지금은 바르나 식민지이지만, 그 땅이 있겠군요.”

“그렇지요.”

이번에는 북서쪽을 가리켰다.

“그러면 저쪽은 부르가스겠군요.”

“네, 백작님.”

루산은 몸을 돌려 남동쪽을 가리켰다.

“이쪽은 루한.”

“그렇습니다.”

설계 팀 엔지니어들은 루산이 왜 방위를 가리키며 빤한 지명을 언급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루산이 말했다.

“괴수 목장이 마나 연료 때문이라면 루한 땅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짓는 게 맞지만, 우리는 괴수 목장을 관광용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굳이 루한 사람만 오기 쉬운 곳에 건설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왕이면 바르나 사람도 오고 부르가스 사람도 오면 좋지 않겠어요?”

“······!”

“특히 바르나는 전쟁 후에 아우로라 대륙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곳입니다.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교통이 발달해 페르보와 북부 나라들과도 쉽게 연결되죠.”

루산의 거대한 그림에 설계 팀 엔지니어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단순한 괴수 목장이 아니라 이것을 이용한 관광지를 만들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왔음에도 이 정도로 엄청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루산 역시 이곳에 온 뒤에야 그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루한에 괴수 목장을 어디에 설치하는지 이곳에 와서야 알았고, 루한 주둔군 병력의 감시를 받으며 옛날의 불쾌함과 분노가 다시금 일어났다.

어떻게든 복수를 해야 기분이 조금 풀릴 것 같았다.

그래서 떠올린 방법이, 밤베르크 공작의 땅에서 보란 듯이 막대한 돈을 버는 것이었다.

배가 아파 어쩔 줄 모르게 만드는 것이다.

루한뿐 아니라 부르가스와 바르나를 연결한다.

바르나에서 페르보는 열차로 직통이었다.

“하지만, 백작님. 그렇게 하려면 사업 규모가 보통 커지는 것이 아닌데, 괜찮을까요?”

“자금이야 걱정할 게 아니고, 권한도 받아낼 테니까 염려 말고 크게, 크게 설계하세요. 변경 7구역처럼 완전히 새로 만들어 보는 겁니다.”

변경 7구역 건설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는 괴수들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높은 벽으로 둘러싸고, 도시와 도시 사이를 고가 도로로 연결해 도시 바깥에서 괴수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개념의 변경 구역.

웨이브 시즌에 대규모 괴수 떼가 몰려오면 관광객들도 함께 몰려와 괴수 부산물 수입뿐 아니라 막대한 관광 수입을 올리고, 괴수 떼가 물러가면 괴수들이 몇 달 동안 배설하고 헤집어 놓은 땅을 농기계로 갈아엎고 정돈해 농사를 짓는 땅.

“기본적으로 자연 지형에 맞춰 목장 시설을 건설하되 자연에만 구애받을 필요는 없어요. 고가 도로도 짓고, 전망대도 짓고, 케이블카도 설치하고, 괴수들을 볼 수 있는 유람선도 띄우고··· 다 해 보는 겁니다.”

엄청난 규모의 변경 7구역 재건 사업.

그것에 버금가거나 그보다 훨씬 거대한 사업을 자신들의 손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설계 팀 엔지니어들은 가슴이 뛰었다.

루산 또한 마찬가지였다.

밤베르크 공작의 욕심과 질투심에서 비롯된 이번 괴수 목장 건설 계획에서 결국 웃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쾌했던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이왕 구상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사업 영역과 권한을 정확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루산은 식민지 루한 땅을 다스리고 있는 총독 대리를 만나기로 했다.

***

현재 루한 지방을 다스리고 있는 사람은 밤베르크 공작의 장남 토비아스였다.

그는 보름스 백작의 면담 요청을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

“괴수 목장 예정지를 둘러보러 네세베르로 갔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각하!”

“그런데 무슨 일이야?”

“목장 건설 건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

토비아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루산 보름스가 무척 싫었다.

그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루산을 지나치게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몹시 경계한다는 것은 그 능력을 매우 높게 본다는 뜻.

그는 큰아들인 자신에게는 평생 칭찬 한 번 없던 아버지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루산 보름스를 늘 경계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런데 그렇게 경계하고 몰아내기 위해 애를 쓴 루산 보름스가 10년 전 변경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루산 보름스와 노바의 패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일어날 줄 알았던 밤베르크 공작의 측근들이 허탈해할 정도였다.

“겨우 저 정도의 인물을 그렇게 경계했던 겁니까?”

볼멘소리를 하는 토비아스에게 밤베르크 공작이 말했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야.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지켜내지 않았느냐.”

토비아스는 아버지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위험한 인물이면 제거하면 되지 않습니까? 가문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정계나 관계에 발이 넓은 것도 아니고, 군부의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고, 고작 변경 구역 중 하나를 다스리고 있을 뿐인데 뭐가 어렵습니까? 고슬라 그룹이 제법 크다지만, 그래 봐야 돈이 많은 기업일 뿐이지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밤베르크 공작은 혀를 차며 큰아들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별 것 아닌 인물이 이름 없는 변경 통치자를 황제로 만들 수 있겠느냐?”

“그거야······.”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

“아라드 왕국은 최근 두 번의 침략을 받았다. 마리노 왕국과 아우로라 연합군에 의해서지.”

“그런데요?”

“마리노 왕국군과 아우로라 연합군을 격퇴했을 때 바로 보름스 백작이 그곳에 있었다.”

“······?”

“굴다크 공작이 이끄는 아우로라 연합군의 대병력이 필센 북부를 휩쓸어 본토가 두려움에 떨었던 적이 있었다. 그 굴다크 공작을 물리칠 때에도 그곳에 그가 있었다.”

“네?”

“바르나 왕국에서 동방군이 대승을 거둘 때에도 그가 있었지.”

“······.”

“반란을 일으킨 남방군이 프리드리히 황제를 잡기 위해 부르가스를 장악했을 때에도 그곳에 있었다. 오베론 공작의 큰아들 바트와 프리드리히 황제가 그곳에서 죽었지.”

“······!”

“루한 왕국 내부를 휘저어 네세베르 공략군을 승리로 이끈 게 누구인지는 너도 잘 알 것이다.”

토비아스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닙니까? 설사 그 전장에 그가 있었다 해도 그 덕분에 이겼다는 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아닙니까? 설마 대전쟁의 승리를 루산 보름스 백작 혼자서 이끌었다는 겁니까?’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밤베르크 공작이 말했다.

“그가 개입한 전투가 모두 승리로 끝났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 운이 무척 좋았을 수도 있고. 어쨌든 내가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사람인 건 확실하다. 그럴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어도 루산 보름스는 변경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떤 정치적인 목소리도 내지 않고 영향력도 발휘하지 않았다.

물론 변경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려왔지만, 필센 제국 전체에서 변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했다.

그럼에도 밤베르크 공작은 여전히 루산 보름스를 경계하여 고슬라 그룹이 아라드 왕국과 필센 본토 북부와 여러 변경 구역에서 엄청난 양의 식량을 생산하여 식량이 부족한 식민지들에 공급해 막대한 부를 쌓아가고 있음에도 그것을 보기만 하고 있었다.

고슬라 그룹이 옛 바르나 왕국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쏟아부어 철도와 도로를 깔고 공단을 건설해 아우로라 대륙의 중심지로 부상하려 하는 모습을 보고도 내버려두었다.

토비아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한에 괴수 목장을 건설한다는 황당한 계획에 직접 찾아와 부지를 돌아보는, 말 잘 듣는 변경의 우두머리가 무엇이 무섭다는 것인가?

“그래, 만나 보자.”

토비아스는 루산 보름스를 만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의 경계심이 노인들의 지나친 조심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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