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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405화 (405/450)

4부 24. 최종 실험에 성공했답니다

4부 24. 최종 실험에 성공했답니다

마나 열차는 드넓은 페르보 땅을 유유히 가로질러 갔다.

시에나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벌판이네요.”

루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페르보가 제국이 되었지. 이런 대평원은 필센 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거야.”

오카수스 대륙과 아우로라 대륙은 지형이 많이 달랐다.

오카수스 대륙은 산이 많고 아우로라 대륙은 평야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페르보 제국이 자리한 이 땅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대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마나석이 나오지 않아도 부유한 땅인 것이다.

물론 대전쟁 기간에 도시와 기간 시설이 대부분 부서져 폐허가 되기는 했지만, 10년 동안 상당히 복구되어 열차가 지나가는 주변은 과거 전쟁의 상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대장님.”

시에나가 나직이 루산을 불렀다.

“음?”

“빈켈 사령관은 확실히 우리 사람인가요?”

“······.”

시에나의 질문에 루산은 대답 대신 창턱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두드리며 창밖을 응시했다.

오스카 빈켈.

그는 동방군에서 군 생활을 하던 중 순환 근무로 노바 군무부에서 감찰관으로 일했고, 그 기간에 루산을 만났다.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오베론 공작에 의해 사기를 당해 가문이 폭삭 망해 버린 피해자였기에 만남을 요청하여 함께 복수하기로 한 것이다.

어쨌든 그의 도움으로 루산은 오베론 가문이 획책하고 있던 계획을 파악할 수 있었고, 사기 당한 가문들의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 화병으로 죽은 가족은 돌아올 수 없었지만.

오스카는 루산의 도움으로 가문의 재산을 회복하고 원수를 갚을 수 있었기에 이후 루산이 바르나 왕국에서 죄수 부대 기사들 - 구 귀족파 반란 기사들 - 을 빼돌리는 작전을 펼칠 때 도와주었다.

그때에도 오스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루산 덕으로 바르나 대첩에서 큰 공을 세워 승승장구할 수 있었고, 대전쟁이 끝나고 루산이 힘을 써 바르나 왕국을 통째로 받아 군단장들 가운데는 가장 넓은 식민지를 다스리는 총독이 되었다.

바덴이 바르나 식민지 회사를 맡아 고슬라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그 땅을 빠르게 재건하고 발전시킨 덕에 그는 방면군 사령관급 - 라이네 공작이나 밤베르크 공작 - 을 제외하고는 가장 부유한 총독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오스카 빈켈은 루산 보름스를 은인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사기 당한 가문의 재산을 회복한 것도, 복수에 성공한 것도, 엄청난 전공을 세워 필센 제국군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위 군인이자 넓고 부유한 식민지의 총독이 된 것도 루산의 덕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가까운 사이인 것은 맞았다.

그러나 ‘우리 사람’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루산은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스카 빈켈은 오베론 공작 가문에 의해 피해를 입었고, 오베론 공작에 대한 복수와 가문의 재건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기에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가진 것이 없었다.

가문을 재건하고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가진 것이 많았다.

기동 부대만 3개 군단을 지휘하는 직할령 티라스의 사령관.

가장 발전된 식민지인 바르나의 총독.

위험을 무릅쓰기에는 지나치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루산을 알기 전부터 동방군에서 근무한 군인이었다.

당시 후작이었던 라이네 사령관이 노바로 순환 근무를 가는 그에게 돌아온 뒤에 자기 밑에서 일하라는 말을 했고, 대전쟁 발발 이후 군무부 감찰관 생활을 마치고 동방군에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기동 전단장을 맡길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바르나 대첩에서 공을 세우자 더 많은 병력을 맡기고 계속 선봉에 세워 큰 공을 세울 기회를 주었으며, 결국 가장 먼저 승진시키고 다른 군단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방면군 체제가 해체된 지금, 가장 많은 병력을 거느리는 직할령의 사령관이 된 것이다.

이런 그가 여전히 동방군 출신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라이네 공작 가문을 거역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은 징벌할 대상이 라이네 공작 가문이라고 완전히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상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그 방법이 바덴의 말대로 강압적이 아닌 정치적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루산이 시에나에게 말했다.

“얼굴을 못 본 지 10년이 넘었지만, 확실한 건 그는 나와 함께 싸웠던 전우고, 지금은 필센 제국의 군인이라는 거지. 다른 말이 더 필요하겠어? 때가 되면 필요한 일을 해 줄 거야.”

“···네.”

루산 일행을 태운 열차는 드넓은 평원을 가로질러 옛 페르보 제국의 중앙에 자리한 티라스 시에 도착했다.

***

바덴의 연락을 받고 고민하던 오스카는 루산 일행이 가져온 멕 나이트의 수송 허가증을 발급해 주었다.

그러나 그 증서가 바르나에 도착하기 전에 루산이 먼저 티라스로 들어왔다.

루산은 사령부 대신 오스카의 집에서 조용히 그를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20대, 30대의 젊은이였던 두 사람은 이제 중년을 지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백작님! 잘 지내셨습니까?”

“그러게요. 사령관께서도 잘 지내셨습니까?”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이야기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가 온 것은 일단 비밀로 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황제 폐하께서 아우로라 대륙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총독들을 적발하여 징계하라는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특히 마나석의 불법 유통과 관련된 자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아우로라 대륙에 주둔하고 있는 필센군을 동원하라고 하시더군요.”

루산은 이곳에 온 목적을 솔직히 말해 주었다.

페르보 땅에서 우군을 확보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스카가 비록 동방군 출신으로 마음속에 라이네 공작 가문에 대한 의리가 상당히 남아 있다 해도 적어도 그는 마나석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총독이 아니었다.

게다가 황제의 명령이라고 하면 라이네 공작 가문에 대한 의리보다 중시할 것이라 생각했다.

“······!”

오스카는 이미 바덴과 통화했기에 대강의 내용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루산으로부터 직접 들으니 털이 쭈뼛 섰다.

루산 보름스.

일개 변경 파일럿의 몸으로 이름 없는 황족을 황제로 만든 사람.

그러니 지난 10년 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고 변경에 칩거하고 있었다 해도 황제의 밀명을 받았다는 말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마나석 유통 문제를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령관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하지만, 폴타바의 총독이 한 짓은 그냥 보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멋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말입니까? 국가와 정부, 황제 폐하를 능멸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이에 대해서 직할령에서는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그게··· 가장 가까운 직할령인 자코보에서 조사단을 파견했고, 티라스에서도 얼마 전에 조사단을 보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게 벌써 한 달은 지났다고 알고 있는데 조사단 파견이 전부라는 건가요?”

“어쩔 수 없습니다. 벨고트 왕국과는 마나 통신을 직통으로 할 수 없으니까요.”

필센 제국은 광대한 아우로라 대륙을 다스리기 위해 철도망과 더불어 마나 통신망 건설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리하여 최소한 총독부와 직할령 사령부는 통신이 가능했다.

그러나 나라 바깥까지 통신망이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루산은 폴타바 총독의 군사 행동에 대한 직할령 사령관들의 대처가 상당히 미온적이라고 느꼈다.

대전쟁 10년, 그 후 점령 기간 10년 동안 이 땅에 어떤 질서와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루산은 추궁하듯 묻지는 않기로 했다.

“황제 폐하께서는 전쟁을 막고 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저를 보내셨습니다. 제가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폐하께서 직접 움직이실 겁니다. 그런 일은 막아야겠죠.”

식민지 총독들의 부정을 막기 위해 황제가 직접 움직인다면 피바람이 불 것이다.

어쩌면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스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께서 협조해 주시리라 믿고 벨고트 왕국으로 가 보겠습니다. 우리 일행이 가져온 멕 나이트는 티라스 주둔군 병력과 함께 벨고트 접경지대로 보내 주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온 것은 비밀입니다. 총독들 귀에 들어가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루산은 오스카의 협조 약속을 받은 뒤 다시 열차를 타고 직할령 자코보를 지나 폴타바로 들어가 국경을 넘어 벨고트 왕국으로 갔다.

그 사이 오스카는 기동 부대 2개 전단을 소집해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수송 열차에 멕 나이트를 싣고 폴타바 주둔군을 진압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2개 전단으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

폴타바의 총독 블란트 베른카슈가 멕 나이트를 운용하는 아우로라 연합 출신 파일럿들을 잔뜩 거느리면서도 안심하는 이유는 마나 연료 통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나 연료가 없으면 멕 나이트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걱정할 것 없다.”

블란트는 굴다크 공작의 막내아들 베키오와 심복이었던 슈토프 백작이 진심으로 귀순했다고 생각할 만큼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어도 휘어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휘하에 거느리고 있었던 것이다.

베키오와 슈토프 백작이 자기 밑에 있으면 다른 아우로라 연합군 출신 파일럿들이 귀순하는 데 드는 저항감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아우로라 연합군 출신 파일럿들이 망명 생활이나 도망 생활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고자 귀순했든 딴마음을 품고 들어왔든 자신의 세력이 커진다는 것이 중요했다.

“큰물에는 잡다한 고기들이 사는 법이야. 이로운 물고기도 있고 해로운 물고기도 있지. 그걸 가려 받으려 하다가는 어떻게 큰물을 다스리겠어?”

마나 연료를 틀어쥐기만 하면 된다.

자신감만이 아니라 꼼꼼함까지 갖춘 그는 벨고트 왕국을 점령한 뒤에 마나석 가공 공단을 심복에게 통제하도록 했다.

아직은 마나석으로 마나 연료를 생산하는 방식이 완벽하게 등장하지 않았지만, 언제 이러한 방식이 개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밀함과 자신감으로 그는 귀순 부대를 몰아 벨고트 왕국군 잔존 병력을 정리하고 추가로 정벌할 주변국 상황을 파악해 나갔다.

그러나 그가 예상하고 있듯이 귀순 부대에는 딴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그들은 블란트의 통제와 감시 속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공자님, 타라스의 마법사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라던가?”

“최종 실험에 성공했답니다!”

베키오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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