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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441화 (441/450)

4부 60. 이번 싸움이 끝나고도 살아 있다면

4부 60. 이번 싸움이 끝나고도 살아 있다면

끼이잉-!

멕 나이트가 실려 있는 화차를 잔뜩 끌고 온 화물 열차가 긴 쇳소리를 내며 노바 서쪽 관문 앞에 멈춰 섰다.

서쪽에서 온 지방군 기동 부대가 도착한 것이다.

기관차 바로 뒤에 연결된 객차에 타고 있던 파일럿들이 열차에서 내려 자신의 멕 나이트를 하차시키기 위해 서둘러 달려갔다.

이미 관문 일대는 먼저 도착한 지방군 병력과 멕 나이트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수도 군단의 멕 나이트가 통제를 위해 외부 확성기로 소리쳤다.

- 방금 도착한 슈레머 지방군 기동 부대에 알린다! 슈레머 지방군 기동 부대에 알린다!

자신의 멕 나이트에 오르려던 파일럿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 경량 멕은 열차 오른쪽 흰색 깃발 아래에 집결하라! 경량 멕은 열차 오른쪽에 보이는 흰색 깃발 아래로 집결하라! 지금 바로 출동할 예정이니 서둘러라!

- 일반 멕과 기타 부대는 열차 왼쪽 붉은 깃발이 있는 막사로 가서 명령을 받는다! 다음 기차가 곧 들어올 예정이니 빨리 움직여! 어서!

화차 위에 누워 있던 자신의 경량 멕에 탑승한 슈레머 지방군 파일럿들이 기체를 일으켜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먼저 도착한 다른 지방군 경량 멕들이 거대한 흰색 깃발 아래에 서성이고 있었다.

수도 군단 마크를 달고 있는 경량 멕 한 대가 새로 도착한 슈레머 지방군 경량 멕들을 향해 말했다.

- 그대들은 이제부터 특임 4전대 소속이다. 나는 그대들을 지휘할 전대장 게오르그다. 오른쪽 임시 정비창과 보급소에서 연료, 무기, 간편식과 음료가 든 보급 상자를 수령하고 곧바로 출동한다.

- 방금 도착했는데 지금 바로 말이오?

슈레머 지방군 파일럿 하나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 어디로 가는 것이오?

-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한 특임 작전에 투입될 것이다. 궁금한 건 나중에 묻도록. 지금은 시간이 없다. 움직여!

할 수 없이 슈레머 지방군 파일럿들은 임시 전대장이 가리킨 방향에 있는 임시 정비창에서 마나 연료봉과 마나 진동 투창을 받고 임시 보급소에서 간편식과 음료가 든 상자를 받아 조종실 안에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킨 후 게오르그가 이끄는 특임 4전대 후미에 붙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4전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먼저 온 지방군 경량 멕으로 이미 특임 1, 2, 3전대가 편성되어 출발했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지방군 경량 멕들로 특임 5전대 이후의 부대가 편성될 예정이었다.

특임 4전대는 노바로 들어가지 않고 북쪽으로 빙 돌아 동쪽으로 나아갔다.

지방군 파일럿들은 대필센 제국의 군인으로서 수도를 지키고 반란군을 진압하는 임무에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을 다잡았지만, 휴식도 없이 곧바로 작전에 투입된 터라 불안감과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임 전대에 속한 경량 멕들은 노바 동쪽에 인접한 보헨 공업 지대 - 동부 공업 지구 사태 이후 노바 동부 공업 지구를 주택 단지로 조성하고 그곳에 있던 공장들을 이주하여 새로이 조성한 필센 제국 최대의 공업 단지 - 로 들어갔다.

***

가프 용병단은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고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라벤스 지역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라벤스 지역, 보헨 지역을 지나면 노바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라벤스 지역의 엘버 강 옆에는 매우 큰 놀이공원이 있었다.

보헨 지역에 대규모 국가 공단 이주 계획이 발표되고 필센 제국의 유력 가문들과 사업가들이 보헨 지방의 땅을 사들이는 데 골몰할 때 바덴은 오히려 그 옆에 있는 라벤스 지역을 개발하기로 하고 상업 지구와 놀이공원을 건설한 것이다.

대전쟁이 필센 제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 확실해지면서 아우로라 대륙으로 투입되었던 병사들도 교대로 휴가를 얻어 귀국하게 되었고, 휴가 장병들에게 무료 이용권을 주는 정책을 내세워 홍보하면서 노바 시민들뿐 아니라 필센 전 국민에게 알려진 놀이공원.

멀리서도 보이는 거대한 대관람차.

기둥 주위로 빙글빙글 돌며 하늘을 나는 비행차.

선로를 지상에서 높이 띄워 만든 공중 열차.

그 외에도 다양한 놀이 기구와 용감한 나라 장난감들이 가장 많이 전시된 테마 파크에 이르기까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고 필센 전역의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 볼 수 있는 곳.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추억을 만들어 주는 바로 그 해피 랜드가 오늘은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멕 나이트를 타고 흉흉한 기세로 다가오는 가프 용병단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 것이었지만, 멕 나이트 조종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멈춰 버린 놀이공원을 바라보던 슈야 마우메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허허, 이건 좀 아쉽군. 얼마나 재미난 곳인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그는 아라드 변경에서 줄곧 지내왔음에도 가끔씩 들어오는 필센의 신문을 통해 해피 랜드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옆에서 루산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한번 들어가서 타 보시겠소?

“문을 닫았잖소.”

“그야 열라고 하면 되지.”

그 말에 슈야 마우메보다 그 옆에서 쉬고 있던 가프 용병단의 파일럿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크게 떴다.

그들 역시 궁금했던 것이다.

“하긴······.”

해피 랜드는 루산의 아내인 바덴 고슬라 회장이 세운 곳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멕 나이트를 몰고 온 군대가 문을 열고 놀이기구를 가동시키라고 하면 그 누가 거절하겠는가.

그러나 슈야 마우메는 고개를 저었다.

“됐소. 늙어서 무슨 청승이야. 손님도 없는데 강제로 문을 열라고 시키는 건 우스운 짓이지.”

옆에서 부르사 족 출신의 젊은 파일럿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슈야 마우메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싸움이 끝나고도 살아 있다면 한번 타 봅시다. 강제로 말고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을 때 말이오.”

젊은 파일럿들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루산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합시다.”

그때 자동차 한 대가 루산과 가프 용병단이 해피 랜드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루산이 군대를 이끌고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루트 오베론이 달려온 것이다.

가프 용병단에 있던 남방군 출신들은 많이 은퇴를 했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루산은 그를 차 안에서 조용히 만났다.

“아니, 왜 이렇게 진군이 느린 겁니까?”

루트가 질책하듯 말했다.

“이왕 군대를 일으켰으면 조속히 노바를 접수해야지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면 저쪽에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닙니까? 이미 노바와 가까운 지방의 지방군이 상경해서 차단 작전에 들어갔단 말입니다. 이대로 있으면 고립된다니까요.”

그러나 루산은 딴소리를 했다.

“오카수스 대륙 반대편으로 가는 항로는 찾았소?”

루트는 어처구니가 없어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받은 질문이라 일단 대답은 했다.

“찾았습니다.”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오? 우연이 아니고?”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나에게는 중요하오. 그리고 지금 당장 전투가 벌어진 것도 아니고.”

루산의 태도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만용인지 모르지만, 루트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돌파호 정도 되면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항로를 찾았습니다.”

“돌파호 정도면 안전하다?”

“그렇습니다.”

돌파호는 고슬라 그룹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만든 특수선이이라 여전히 다른 배로는 오카수스 대륙 반대편으로 갈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루산은 루트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다.

이번에는 루트가 루산에게 답변을 재촉했다.

“이미 지방군 멕 나이트 가운데 경량 멕으로 4개 특임 전대를 편성해 이 부대를 고립시키는 작전에 투입했어요.”

연락과 보급을 차단하고 휴식을 방해해 전력을 약화시키는 작전을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특임 전대를 편성할 것이고, 일반형 멕까지 모두 모이면 본격적인 진압 작전이 시작될 텐데 왜 이리 시간을 질질 끄는지 모르겠군요. 시간은 이쪽 편이 아닙니다.”

그러자 루산이 말했다.

“그렇다고 딱히 저쪽 편도 아닌 것 같은데?”

“······?”

“아우로라 대륙에 주둔해 있는 군대가 몽땅 돌아온다면 모를까 본토에 남아 있는 지방군을 모은다 해서 그리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아요.”

“왜 위협이 아니라는 겁니까? 지방군이 흩어져 있으면 각개격파를 하면 되겠지만 모두 한군데에 모이면 5개 전단은 넘을 테고 수도 군단과 근위대를 합치면 10개 전단이 넘을 텐데.”

“수도 군단과 근위대는 함부로 노바를 비우고 우리를 칠 수 없으니 실제로 우리를 공격할 만한 병력은 지방군 5, 6개 전단뿐이오. 적은 병력은 아니지만 우리가 충분히 해 볼 만한 수준이지.”

“그렇다면 모두 모이기 전에 공격하면 더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지방군이 모두 상경해 노바 방위가 더 튼튼해지기 전에 노바에 입성해야지요.”

루산이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노바 입성이 아니오.”

“그건 또 무슨······?”

“내가 노바에 입성했다 칩시다. 사람들이 곧바로 나를 따르고 지지할까?”

그럴 리가 없었다.

황족인 율리안도 황위에 오르기까지 거센 저항에 부딪쳤고 황제가 된 뒤에도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관리들과 귀족들로 인해 어려움을 겼었다.

그런데 루산은 황족도 아니었다. 본인은 억울하다 항변할지 몰라도 현재는 무단으로 군사를 일으켜 노바를 공격하는 반역자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황족도 아니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전쟁 영웅도 아니오. 그저 황제의 측근이었다가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변경의 기사로 알려져 있을 뿐이지. 혹여 운 좋게 노바에 입성한다 해도 군인, 관리, 귀족, 백성들이 나를 따르거나 지지할 리가 없지 않겠소?”

“그렇···지요.”

“노바 입성에 성공한다 해도 아우로라 주둔군이 나를 인정할 리 없고 노바 백성들도 마음으로 따르지 않을 테니 남은 운명은 반란군을 토벌하겠다고 아우로라에서 돌아오는 필센의 대군과 싸우는 것뿐이오.”

루산의 냉철한 현실 인식에 루트 오베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쩌려는 겁니까?”

“황족도 아니고 공적으로 획득한 명예도 없으니 이것들을 대신해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지지하게 만들 무언가를 갖춰야 하오.”

“그게 무엇입니까?”

“결코 패배하지 않는 것이지. 싸우면 항상 이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필센의 군인이든 백성이든, 단시간에 나를 따르게 만들어 줄 것이오.”

‘싸우면 항상 이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루산의 말에 루트 오베론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와 더불어 나의 무력 동원이 어쩔 수 없는 처사라는 것과 나의 승리 사실을 필센 백성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우리 편을 규합해 나가야겠지.”

그 일은 슈텐달 남작, 아인베크 남작, 그리고 바로 루트 오베론이 할 일이었다.

“지지 않는 싸움, 압도적인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싸움을 고르고 있는 것이오. 압도적으로 이길 싸움을 기다려야 하지.”

싸움에서 패하거나 승리하더라도 어렵게 이긴다면 추가적인 병력을 동원할 수 없는 루산에게는 남아 있는 방법이 없었다.

본토 병력을 모두 무찌르더라도 아우로라 주둔군이 돌아오면 끝장이었다.

지속적이고 압도적인 승리로 절대적인 권위를 쌓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루트 오베론은 루산의 말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래서 가능하겠냐고 묻지 않았다.

아우로라에 주둔해 있는 병력과 싸우는 것은 루산과 필센 제국에는 최악의 상황이었기에 이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루트 오베론은 루산에게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보고하고 루산으로부터 몇 가지 지시를 받은 뒤 돌아갔다.

“트리어가······.”

약간의 충격은 있었지만,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루산에게 그리 중요한 이름은 아니었다.

루트 오베론이 돌아가고 얼마 뒤 더욱 중요한 소식이 전해졌다.

변경으로 떠났던 클라크가 찾아온 것이다.

“백작님, 그들이 노바로 무사히 들어갔습니다!”

“고생 많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설 때였다.

가프 용병단은 여전히 서서히 이동하고 있었지만, 밖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훨씬 치밀하고 바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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