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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443화 (443/450)

4부 62. 이 싸움을 끝낼 것이다

4부 62. 이 싸움을 끝낼 것이다

지방군 경량 멕으로 구성된 필센 제국군 특임 부대는 반란군이 집결해 있다고 연락받은 지점을 향해 여섯 방향에서 접근해 갔다.

적의 정찰 병력이나 경계 병력을 제거하고, 적과 조우해도 정면충돌은 피하면서 멀리서 투창으로 괴롭히다 뒤로 물러나기를 반복함으로써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고립시키며 휴식을 방해해 전투력을 떨어뜨린다.

멕 나이트 전력이 전부이고 정찰을 위한 별도의 병력을 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반란군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필센 제국군 특임 부대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필센 제국도 기동 부대 운용 교리에 충실하게 정찰대를 운용했다. 정찰대를 통해 그동안 반란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찰대의 활동이 은밀하면 은밀할수록 마나 통신기 휴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마나 통신기는 부피와 무게가 상당하여 최소한 탐탐에 싣거나 차에 싣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은밀하게 접근해 정찰할 때는 보고 시간이 상당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정찰대가 반란군의 움직임을 파악한 시간과 그 내용을 보고 받고 특임 전대가 움직인 시간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다른 전쟁에서는 이러한 시간 격차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군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프 용병단은 달랐다.

이 부대는 겉으로 볼 때는 정찰도 소홀히 하고 행군 군기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노바를 향해 무작정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투 거미를 이용해 마나 통신망을 늘 유지하면서 움직이고 있었기에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자마자 그에 대응하여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필센 제국군 특임 전대가 여섯 방향에서 접근해 올 때 가프 용병단은 다가오는 적의 퇴로를 막고 포위할 수 있도록 미리 병력을 나누고 우회시키고 있었다.

어둠은 가프 용병단의 멕 나이트들이 샛길로 이동하는 모습을 가려 주었고, 필센 제국 특임 전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가프 용병단은 본대에 멕 나이트 100대만 남고 나머지 300대는 이미 포위망을 형성했다.

군데군데 타오르고 있는 화톳불 덕에 가프 용병단 본대의 멕 나이트들이 어둠 속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마치 투창을 던지기 쉽도록 일부러 표적을 밝게 비춰 주고 있는 것 같았다.

[투창 던지고 반응을 본다!]

[예!]

특임 전대의 멕 나이트들이 마나 진동 투창을 던졌다.

쑤웅-!

마나 진동 기능을 활성화시킨 거대한 투창의 창날이 밝게 빛을 내며 포물선을 그리면서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미리 대비하고 있던 가프 용병단의 멕 나이트들은 움츠린 자세 그대로 방패를 들어 투창을 막았다.

텅!

까앙-!

첫 번째 투창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가프 용병단 멕 나이트들은 즉시 몸을 일으켜 자신을 공격한 경량 멕 부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방패를 들어 몸체를 가리며 달려가는 육중한 헤비 스틸의 모습은 경량 멕으로서는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위압적이었다.

그러나 경량 멕 파일럿들은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속도 면에서 헤비 스틸은 경량 멕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물러서면서 에워싸고 빈틈이 보이면 투창을 던져!]

이것이 바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적을 잡는 경량 멕의 전투 방식!

특임 전대 파일럿들은 달려드는 반란군의 육중한 멕들을 피해 뒤와 옆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반포위 대형을 형성하고 투창을 던졌다.

슈욱-!

하지만, 움직이면서 던지는 투창 공격은 명중률이 떨어졌고 설사 명중하더라도 두꺼운 멕 나이트 방패에 막혀 치명상을 가하지 못했다.

가프 용병단은 멀리서 투창만 던지는 야비한 사냥꾼들에게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쿵쿵쿵쿵!

워낙 죽자 사자 거칠게 돌진하는 통에 특임 전대 멕들이 반포위 대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실수로라도 부딪치면 손상을 입는 것은 경량 멕이기 때문에 전대장은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

병력의 손실 없이 이렇게 반란군을 혹사시키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물러난 뒤 다시 온다.]

[알겠습니다!]

특임 전대 경량 멕들이 빠른 속도로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 순간 퇴로가 막혀 있었다.

올 때는 없던 거대한 방패 벽이 세워져 있었던 것이다.

팟!

파팟!

방패를 굳게 세운 가프 용병단 헤비 스틸들이 일제히 전조등을 밝혔다.

[적이다!]

[퇴로가 막혔습니다!]

[젠장!]

특임 전대 파일럿들이 당황하여 멈칫하는 사이, 추격해 온 가프 용병단 본대의 헤비 스틸들과의 거리가 금세 좁혀졌다.

정면 승부는 무조건 피해야 했다.

전대장이 소리쳤다.

[흩어져라! 산기슭으로 올라가면 쫓아오지 못한다!]

경량 멕들이 뿔뿔이 흩어져 길이 아닌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경량 멕이라 해도 길도 없는 산을 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경사가 높거나 땅이 무른 곳은 오를 수 없었다.

허우적대다 미끄러지는 멕들이 속출하는 동안 포위망이 점점 좁혀졌다.

[시간 끌지 말고 단숨에 끝내!]

슈야 마우메의 단호한 지시에 부르사 전사들이 마나 진동 도끼로 산기슭에서 미끄러지는 경량 멕의 등짝을 무자비하게 내리찍었다.

빠작!

일부는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경량 멕들이 수수깡처럼 잘려 나갔다.

몇몇 기체는 전조등을 끄고 운 좋게 무너지지 않는 산비탈을 올라 무사히 달아나기도 했지만, 그들의 행운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팟!

갑자기 전방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거대한 거미 모양의 괴물체가 나타난 것이다.

[······!]

파일럿이 반응하기도 전에 바로 눈앞에서 번개처럼 밝은 불이 번쩍였다.

쾅!

전투 거미가 근거리에서 발사한 포탄에 경량 멕의 가슴이 움푹 꺼지고 파일럿이 형체도 알 수 없게 사라져 버렸다.

[전투 거미 3호, 달아나던 멕을 처치했다. 반대쪽 능선으로 두 대가 달아났다.]

[알고 있다. 4호가 처리하겠다.]

잠시 후 반대쪽 능선에서 산을 무너뜨릴 듯한 굉음이 두 번 들려왔다.

그것으로 전투 소음은 모두 사라졌다.

첫 번째 작전에 투입된 특임 4전대가 전멸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북쪽에서 다가온 적을 궤멸시켰습니다!]

[북동쪽 방면의 적도 해치웠습니다!]

[남서쪽, 작전 종료!]

[남동쪽 방면, 임무 완수!]

[동쪽에서 온 경량 멕 부대는 19대를 해치웠으나 6대는 도주했습니다. 평지가 많아 퇴로를 완전히 차단할 수가 없었습니다. 추격할까요?]

보고를 받은 루산이 말했다.

[전투 거미가 적에게 노출되었나?]

[전투 거미는 노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추격하지 말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도록.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알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브레머에서 온 기자들이 전투 현장으로 안내되어 필센군 멕 나이트들이 일방적으로 당한 장면을 사진기로 찍고 루산의 입장을 실은 기사를 작성했다.

<필센군은 무고한 파일럿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고 밤베르크 공작을 즉각 체포해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노바의 관문이 수도 군단에 의해 강력히 통제되고 있었지만, 가프 용병단이 다가오는 동쪽 관문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막혀 있지 않았고 엘버 강 또한 검문을 거쳐 사람과 물자를 통과시키고 있었다.

피닉스 제철과 아인베크 해운 그리고 고슬라 그룹은 역량을 총동원해 브레머의 신문들을 노바로 들여보내 널리 배포했다.

브레머의 신문사들이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신문을 찍어내느라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3백만 인구가 사는 노바는 혼란과 두려움이 더욱 커져 갔다. 밤베르크 공작과 황제에 대한 원성이 점점 높아졌다.

전란을 피해 노바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관문에서 수도 군단과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하룻밤 만에 특임 전대를 무력화시킨 가프 용병단은 서쪽으로 계속 나아갔다.

대형 건물과 구조물이 많아 어려운 시가전이 예상되었던 보헨 공단도 무사히 통과했다.

제국군 지휘부에서 가프 용병단의 기이한 전투력에 놀라 보헨 공단에 방어선을 치는 작전을 포기했던 것이다.

“반란군은 결국 노바로 오고 있습니다. 지방군이 모두 집결해 6개 전단이나 되고 수도 군단도 관문 수비 병력을 제외하고도 3개 전단을 동원할 수 있으니 병력을 분산시키는 특임 작전을 중단하고 정면으로 대결해 격파하겠습니다.”

첫 번째 방어 작전을 실패했지만, 전략실장은 금세 두 번째 방어 작전을 마련해 보고했다.

“음!”

결국 밤베르크 공작은 반란군이 목표한 것으로 보이는 노바 동쪽 관문 앞에서 크게 맞붙기로 하고 지방군과 수도 군단 전력을 이쪽에 최대한 집결시켰다.

***

루산, 슈야, 레보르크, 시에나.

네 사람이 한데 모였다.

루산이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며 말했다.

“필센군은 9개 전단을 관문 앞에 배치해 우리가 관문으로 다가가면 우리의 옆과 뒤를 에워쌀 거야. 포위당하는 거지. 그래도 우리는 그대로 전진해 관문을 공격한다.”

슈야 마우메가 눈살을 찌푸렸다.

“뻔히 알면서 위험을 자초하자는 건가? 그건 별로 좋지 않은데? 관문은 힘으로 뚫기 어렵다 하지 않았소? 우리 편이 안에서 관문을 열어 준다지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야.”

정규군도 아니고 정부 전복을 꿈꾸던 노동자들이 전투를 해 봐야 얼마나 잘하겠는가?

그것도 멕 나이트도 아닌 멕 워커를 타고서.

슈야 마우메는 회의적이었다.

“차라리 동쪽 관문으로 적 병력이 집결한 틈을 타서 우리는 북쪽 관문으로 우회하는 게 어떻겠소? 놈들은 우리를 따라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병력이 길게 늘어지니 그때 반전해 선두를 치면서 적의 병력을 줄여 나가는 거지. 포위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소?”

“북쪽 관문도 돌파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요. 그리고 야전을 길게 벌이게 되면 수가 적은 우리가 더 빨리 지치고 피해도 더 커지게 되지.”

“그건 그렇지만······.”

“이대로 동쪽 관문을 돌파해 우리 병력이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 관문을 틀어막아 버리면 필센군 9개 전단은 노바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어. 관문을 탈환하기 위해 우리를 공격하면 피해를 많이 입게 되고, 다른 관문으로 돌아서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 그 틈에 우리는 밤베르크 공작을 잡고 황궁으로 짓쳐 들어가 이 싸움을 끝낼 것이다.”

“음!”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관문을 깨뜨리는 데 시간이 지체되면 가프 용병단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관문 위에서 쏘는 마나포 세례와 관문 밖에서 멕 나이트 900여 대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다.

관건은 관문을 얼마나 빠르게 돌파하느냐였다.

루산이 막대기로 땅바닥을 짚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레보르크는 왼쪽, 시에나는 오른쪽, 슈야 경은 뒤에서 버텨 주시오. 나는 관문을 열어 보겠소.”

“예!”

“알겠어요.”

“그럽시다. 다만 버티는 건 자신이 없소. 다 부숴 버리는 게 마음이 편하지.”

슈야 마우메의 호기로운 말에 루산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레보르크와 시에나도 슬며시 웃었다.

앞선 싸움은 전투 거미 덕에 비교적 쉽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번 전투는 전투 거미의 도움을 별로 기대할 수 없었다.

탄약이 부족한 데다 상대할 적의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전투 거미를 활용할 방안을 따로 마련해 두기는 했으나 몸으로 부딪쳐 승리해야 했다.

그럼에도 루산은 주저하지 않았다.

네오 우르사에 오른 그가 마나 통신기로 명령했다.

[관문을 돌파한다! 가자!]

네오 우르사를 선두로 400여 대의 멕 나이트가 노바 동쪽 관문을 향해 힘차게 행진하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쿵쿵쿵쿵!

쿵쿵쿵쿵!

쿵쿵쿵쿵!

멀찍이서 지켜보던 필센군 멕 나이트 900여 대가 거대한 골짜기 지형으로 들어가는 가프 용병단을 포위하기 위해 다가왔다.

쿵쿵쿵쿵!

쿵쿵쿵쿵!

쿵쿵쿵쿵!

쿵쿵쿵쿵!

수십 년 동안 두 번에 걸쳐 벌어진 대전쟁 때에도 일어난 적이 없는 노바 관문 공방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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