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67. 그러면 더 실망하겠지
4부 67. 그러면 더 실망하겠지
쾅!
네오 우르사가 발사한 포탄이 근위대 중앙 멕 나이트의 방패를 강타했다.
직격당한 멕 나이트의 두꺼운 강철 방패가 거짓말처럼 움푹 들어가고, 근위대의 단단한 방패 벽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그럼에도 기체를 파손시키거나 전열을 흐트러뜨리지는 못했다.
근위대는 당황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빨리 전열을 정비하고 전진을 계속했다.
근위대의 실력과 훈련 수준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루산도 그런 근위대의 모습에 놀라지 않고 신속하게 포탄을 다시 장전했다.
철컥!
거리가 가까웠기에 조준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네오 우르사가 겨눈 목표는, 동일 표적!
쾅!
순식간에 날아간 포탄이 첫 번째 피탄으로 약해진 방패를 뚫고 들어가 방패를 들고 있던 왼팔을 뭉개 버렸다.
그와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다시 한번 근위대 기체들로 전해져 근위대 전열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발사할 때 잠시 멈추었던 네오 우르사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며 쇠 그물주머니에서 포탄을 꺼내 멕 나이트 전용 마나포에 장전했다.
철컥!
그러고는 걸음을 멈추고, 동일 목표를 겨누고, 발사했다.
쾅!
앞선 두 차례의 포격으로 왼팔이 파괴되어 방패가 축 늘어져 있던 멕 나이트의 가슴이 움푹 찌그러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충격파가 방사형으로 퍼져 근위대 멕 나이트들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포탄에 직격당한 멕 나이트는 축 늘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파일럿들의 실력과 자부심이 제아무리 뛰어난 근위대라 해도 파일럿이 사망한 멕 나이트를 움직이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철컥!
네오 우르사는 이번에는 뒤로 물러나며 다시 포탄을 쟀다.
근위대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거리를 둔 것이다.
가프 용병단의 헤비 스틸들이 뒷걸음질하는 네오 우르사의 앞을 가려 주었다.
마치 네오 우르사를 보호하려는 것 같았다.
가프 용병단이 행진하고, 근위대 역시 분노를 갈무리한 채 다가왔다.
드디어 양측 방패 벽이 강하게 충돌했다.
터텅!
기체가 세 배나 많은 근위대가 별로 힘들이지 않고 가프 용병단을 밀어붙였다.
[무리해서 난전을 벌이지 말고 방패 벽으로 시간만 벌어!]
[알겠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네오 우르사가 가프 용병단 뒤에 붙어 마나포의 포신을 앞에 있는 헤비 스틸 방패 위에 걸쳤다.
깡!
그러고는 포신을 옆으로 살짝 틀어 맨 앞과 맨 뒤의 헤비 스틸 머리 사이에 끼도록 하여 포신이 옆으로 흔들리지 않게 했다.
[이대로 쏠 테니까 놀라지 마!]
[고막 나가는 거 아닙니까?]
[그러기야 하겠어?]
[젠장!]
루산은 헤비 스틸의 머리와 어깨, 방패를 포신 받침대로 삼아 바로 눈앞에 있는 근위대 레오파드 머리를 겨냥했다.
포구 정면에 있던 근위대 파일럿은 화들짝 놀랐지만 앞은 가프 용병단, 옆과 뒤는 아군 기체에 둘러싸여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제길!]
쾅!
근위대 선두 레오파드의 머리가 날아가고 그 뒤에 있던 기체의 머리 절반이 뜯겨졌다.
루산은 마나포의 포신을 그대로 올려둔 채 쇠 그물주머니에서 다시 포탄을 꺼내 장전했다.
[또 쏜다!]
[아아! 귀가 안 들려! 모르겠다! 맘대로 하십쇼!]
쾅!
엄청난 포성과 함께 바로 눈앞에서 방패를 맞대고 있던 근위대 레오파드의 머리통 몇 개가 또다시 사라졌다.
이런 공격에는 자부심과 정신력이 강하다는 근위대 파일럿들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살기 위해, 복수하기 위해,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가프 용병단 방패 벽이 더 빠르게 뒤로 밀렸다.
[버텨라!]
그그그그극-!
가프 용병단 멕 나이트들은 바이크와 클라크의 옛 동료들이 밀고 온 방패차 벽 근처까지 밀렸다.
바로 그때 방패차 뒤쪽 좌우에 몸을 숨기고 있던 마나포 사수들이 거대한 포신을 들어 방패차 위에 걸치더니 근위대 양쪽 측면 멕 나이트들을 공격했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네오 우르사 한 대가 발사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소리,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워낙 근거리에서 발사했기 때문에 빗나간 포탄도 거의 없었다.
근위대 레오파드 십여 대가 순식간에 쓰러졌다.
근위대 좌우 측면 파일럿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들 중 일부가 마나포를 발사한 멕 워커를 잡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루산이 소리쳤다.
[막아라! 마나포를 지켜!]
가프 용병단 일부가 근위대 좌우 병력을 막기 위해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병력에서 열세에 놓여 있던 가프 용병단이 뒤로 쭉쭉 밀려 멕 워커들이 밀고 온 방패차 벽에 닿더니 이내 방패차들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 네오 우르사가 등에 메고 있던 대형 철퇴를 손에 들고 마나포를 등에 멘 뒤 밀리는 헤비 스틸들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네오 우르사는 자연스럽게 근위대 레오파드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둘러싸서 부숴 버려!]
그러나 근위대 레오파드들이 네오 우르사를 완전히 포위하기 전에 네오 우르사의 대형 철퇴가 머리 위로 높게 들렸다가 강하게 내리꽂혔다.
후웅-!
쩡!
바로 앞에 있던 레오파드의 머리가 목과 가슴을 부수면서 몸체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에 놀랄 틈도 없이 근위대 파일럿들은 네오 우르사의 다음 공격을 마주해야 했다.
후웅-!
찌그러진 레오파드들이 허수아비처럼 날아갔다.
네오 우르사가 대형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길이 뻥뻥 뚫렸다.
실력 이전에 멕 나이트의 중량과 출력의 문제였다.
그런데 그에 더해 파일럿이 루산이었다.
네오 우르사의 운동 범위와 파워, 대형 철퇴의 사용법에 능숙한 특급 에이스 파일럿인 것이다.
그런데 네오 우르사가 강력한 힘으로 주위를 쓸어버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수에서 앞서는 근위대가 네오 우르사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싸움에서 가프 용병단을 압도하고 있었기에 전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좌우 측면에서 가프 용병단의 엄호를 받는 마나포 부대가 근위대 기체를 차근차근 쓰러뜨린 덕에 진형의 완전 붕괴를 겨우 막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가 난전으로 치달아 양쪽 멕 나이트들이 서로 뒤엉키게 되자 마나포를 함부로 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네오 우르사를 제외한 나머지 가프 용병단 멕 나이트들이 빠르게 쓰러지기 시작했다.
쾅!
바이크와 마나포 사수들이 아군 기체를 피해 신중히 마나포를 발사해 근위대 레오파드를 쓰러뜨렸다.
쓰릉!
근위대 레오파드들이 헤비 스틸의 두꺼운 금속 피부를 난자하며 지나갔다.
후웅-!
네오 우르사의 무시무시한 대형 철퇴가 레오파드를 짓뭉개며 분전했다.
[저런 기체를 움직이는 건 체력 소모가 막대하다. 더 지치도록 내버려두고 나머지 기체들 먼저 쓸어 버려!]
하인즈의 냉철한 명령에 근위대 파일럿들이 전투를 마무리하기 위해 억눌렀던 힘을 폭발시켰다.
전투는 가프 용병단에 더욱 불리하게 흘러갔고 근위대와 싸우는 가프 용병단은 무척 위태로워 보였다.
그런데 가프 용병단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곧 전멸할 것처럼 보이던 가프 용병단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왜지?’
눈앞의 전투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던 근위대 파일럿들은 자신들이 지치기 시작할 무렵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네오 우르사가 분전하며 시간을 버는 사이, 관문을 통과해 들어온 가프 용병단의 멕 나이트들이 한 대씩, 한 대씩 전투에 가세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규모로 몰려오지 않고 한 대씩, 두 대씩 관문을 통과하자마자 그때그때 달려오는 통에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 어느새 가프 용병단의 멕 나이트 수는 근위대에 필적할 만큼 되어 있었다.
멕 나이트 전용 마나포를 들고 피아가 뒤섞인 혼란한 전투 현장을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던 바이크의 멕 워커 앞을 근위대 레오파드 한 대가 막아섰다.
- 이 쥐새끼 같은 놈!
근위대 레오파드가 마나 진동 대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멕 워커로는 피할 수도 없었고 막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바이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포구를 근위대 레오파드 쪽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마나 진동 대검이 다가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멕 워커가 처참하게 베이기 직전, 갑자기 나타난 헤비 스틸 한 대가 마나 진동 대검으로 레오파드의 대검을 밖으로 쳐내며 끼어들어 멕 워커를 구해 주었다.
- 어이, 일꾼들은 이제 뒤로 빠져! 전투는 우리가 맡을 테니까.
여자 목소리가 왠지 익숙했다.
바이크가 소리쳤다.
- 시에나?
멕 나이트 파일럿도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 바이크?
- 응! 나야 나!
시에나가 방패로 근위대 레오파드를 밀어 넘어뜨리며 말했다.
- 애들은 어쩌고?
- 에밀리한테 맡겼지!
- 그건 잘했네. 어쨌든 뒤로 빠져.
- 알았어. 내가 뒤에서 지켜 줄게.
- 체! 허세는······.
나무라는 듯 말했지만 바이크의 목소리를 들은 시에나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시에나가 전투에 가세하면서부터 근위대와 가프 용병단은 대등하게 싸우기 시작했고, 레보르크의 부대가 뛰어들면서 전력이 역전되었다.
가프 용병단은 지쳤지만, 이제 멕 나이트 숫자에서 근위대를 넘어섰고 간간이 멕 워커 부대가 발사하는 마나포가 무척 위력적이었으며, 네오 우르사는 무적이었다.
전세가 뒤집히자 하인즈는 입술을 깨물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루산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인즈가 탄 레오파드 슈퍼 파워가 강력한 엔진 출력에 힘입어 빠르게 다가왔다.
쿵쿵쿵쿵!
마나 진동 대검을 휘두르는 속도와 궤적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루산은 서늘함을 느끼며 네오 우르사의 대형 철퇴를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후웅-!
맞으면 어떤 멕 나이트도 찌그러지고야 마는 강력한 공격!
하인즈는 오른발로 바닥을 찍어 왼쪽으로 움직여 대형 철퇴를 피하며 그대로 대검을 휘둘렀다.
쓰릉!
하인즈의 대검이 네오 우르사의 두꺼운 몸통 부품을 깊이 파고들었다.
네오 우르사가 이 정도로 깊숙한 공격을 허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하인즈 역시 네오 우르사 정도 되는 멕 나이트의 두꺼운 몸은 처음 겪어 보았고 피부를 덮고 있는 세르펜스 가죽이 얼마나 질긴지를 몰랐다.
네오 우르사의 오른쪽 옆구리를 베어 나가던 하인즈의 마나 진동 대검이 꽉 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하인즈는 당황했다.
루산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형 철퇴를 다시 반대로 휘둘러 하인즈의 레오파드 슈퍼 파워를 쳐 올렸다.
쾅!
레오파드 슈퍼 스피드는 등짝이 함몰되며 허공을 잠시 비행하다 바닥에 퍽 떨어졌다.
앞을 막는 적의 대장을 쓰러뜨렸음에도 루산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남은 근위대 멕 나이트들이 네오 우르사와 가프 용병단에 의해 부서지고 쓰러질 때마다 루산의 마음은 원망과 울분이 더해 갔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율리안을 이해해 보려 했으나 흘린 피가 많아질수록 그 마음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루산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바깥 병력은 다 들어왔나?]
레보르크가 대답했다.
[슈야 장군이 관문 바로 앞을 막고 있습니다.]
[바깥에 남아 있는 병력이 무사히 들어올 수 있도록 관문 마나포로 엄호하고, 슈야 경과 바이크가 관문을 막고 있어. 나머지는 서둘러서 황궁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네오 우르사는 쓰러져 있는 근위대 레오파드들 사이를 지나갔다.
온몸에 마나 진동 화살이 무수히 꽂히고 오른쪽 허리에 마나 진동 대검이 깊이 박혀 있는 네오 우르사의 뒤로 손상을 입은 가프 용병단의 멕 나이트들이 따라갔다.
계속된 전투에 가프 용병단의 규모는 많이 줄어 있었다.
반면 관문 바깥에 있는 필센군의 멕 나이트 수는 가프 용병단보다 훨씬 많았다.
필센군이 멀리 돌아 다른 관문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번 일을 끝마쳐야 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험한 몰골의 멕 나이트 부대가 관문을 지나 시가지로 진입하자 달리던 차들이 급정거하고 길을 걷던 사람들이 놀라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본 시에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장님, 만약 율···리안 님이 궁을 벗어나 달아나 버렸으면 어떡하죠?]
잠시 말이 없던 루산이 짧게 대답했다.
[그러면 더 실망하겠지.]
시에나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만약 율리안이 필센군이 많이 주둔해 있는 아우로라 대륙으로 피신해 버리면 이번 거사는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워 질문했던 것이다.
그러나 추가로 묻지는 않았다.
왠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처 차를 돌릴 여유가 없자 사람들은 차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네오 우르사와 가프 용병단은 자동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대로를 걸어 황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