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68. 친구인 줄 알았다
4부 68. 친구인 줄 알았다
“동쪽 관문이 뚫리고 근위대가 패했습니다! 반란군이 황궁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근위대 연락 장교가 급박하게 소식을 전했다.
반란군이 동쪽 관문 공격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던 황궁이 발칵 뒤집혔다.
“폐하, 피하셔야 합니다! 엘버 강에서 배를 타고 노바를 빠져나가 밖에서 토벌군과 합류하셔야 합니다!”
“아닙니다! 이번에 불러올린 지방군으로 구성된 토벌군은 결국 반란군의 관문 돌파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토벌군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아우로라 대륙으로 건너가시지요. 그곳에 있는 병력이야말로 필센군 정예입니다. 그 병력을 이끌고 오시면 필시 진압이 가능할 것이옵니다, 폐하!”
신하들이 피란할 것을 종용하자 율리안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미 밤베르크 공작에게 듣고 답변한 이야기를 반복하려니 짜증이 밀려왔던 것이다.
율리안의 기분을 짐작한 밤베르크 공작이 말했다.
“호들갑 떨지 말고 진정하시오!”
신하들의 시선이 밤베르크 공작에게로 일제히 쏠렸다.
그가 이번 일의 주범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시중에 돌아다니는 신문을 통해 다들 알고 있었기에 그를 쳐다보는 신하들의 눈길이 과히 곱지 않았다.
그러나 밤베르크 공작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관문을 돌파하고 근위대와 싸우는 동안 반란군 병력도 크게 줄었소. 그리고 궁에는 아직도 근위대 멕 나이트가 1개 전단이나 남아 있소. 노바의 다른 관문에 남아 있는 수비 병력에도 출동 명령을 내려 두었소. 근위대가 황궁에서 반란군을 막는 동안 수도 군단 잔여 병력이 놈들을 에워쌀 것이오. 동쪽 관문 밖에 있는 토벌군도 다른 관문으로 들어와 가세하면 반란군은 안팎으로 공격을 받아 무너질 것이오.”
‘그렇게 수월하게 될 일이었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왔겠는가?’
신하들 중에는 이런 생각을 떠올린 사람도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떤 신하들은 밤베르크 공작의 말에 적이 안심하기도 했다.
“그러니 다들 경거망동하지 말고 굳건히 처신하시오.”
밤베르크 공작의 일갈을 들은 신하들은 할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물러났다.
공작이 율리안에게 다가가 나직이 말했다.
“그래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어 엘버 강에 배를 준비시켜 두었습니다.”
율리안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그러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이번에는 밤베르코 공작도 물러서지 않았다.
“폐하! 폐하의 몸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폐하의 안위에 문제가 생기면 황태자 전하, 황비 전하, 친가와 외가 가문들, 신하들, 하다못해 황궁의 경비병과 심부름하는 궁녀들조차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사실 밤베르크 공작도 수도를 버리고 떠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전쟁 영웅이자 이 나라 이인자로서의 자존심과 위엄이 무너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고, 무엇보다 루산의 군대가 관문을 뚫을 수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산의 군대가 막상 황궁으로 다가온다고 하니 일단 살고 볼 일이었다.
살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살아남아야 평생 쌓아 올린 많은 것들을 지켜낼 수 있지 않겠는가!
“저라고 이런 진언을 드리는 것이 마음 편하겠습니까? 폐하께서 곧 필센 제국입니다! 당장의 수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굳건히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율리안이 몸을 부르르 떨며 밤베르크 공작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더는 반박하지 않고 몸을 홱 돌려 대전을 나가 버렸다.
그것을 무언의 승인이라고 받아들인 밤베르크 공작이 옆에 있던 근위 기사와 자신의 측근인 라인홀트 백작에게 말했다.
“만약 때가 되면 폐하를 모시도록.”
“알겠습니다!”
밤베르크 공작은 밖으로 나갔다.
어쨌든 그런 때가 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기에 마지막까지 방어 태세를 점검하려는 것이었다.
완공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황궁에 전운이 가득했다.
***
황궁 진입로에는 경찰 검문소가 있었고 그곳을 지나면 근위대 검문소가 나왔다.
그런데 그곳에 있던 경찰과 근위병들은 가프 용병단 멕 나이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잠시 살피더니 곧바로 차를 타고 황궁 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루산이 말했다.
[황궁을 지키는 근위대가 전투태세에 들어갔나 보군.]
[저것만 보고 어떻게 아세요?]
시에나가 물었다.
[황궁 사람들이 달아나 버렸다면 검문소 경비병이 남아 있겠어? 저들은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은 거야.]
[아!]
루산의 말을 들은 시에나가 한숨에 가까운 탄성을 작게 토했다.
율리안이 황궁에서 달아나지 않고 루산과 싸우려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루산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데 있어 율리안이 황궁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이로운지 아니면 아우로라 대륙으로 달아나는 것이 더 나은지 몰라도 어찌 됐든 그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그때 루산이 말했다.
[우리가 황궁 근위대와 맞붙으면 노바의 관문들을 막고 있던 수도 군단 잔여 병력이 우리 뒤를 칠 것이다. 굳이 관문을 지키고 있을 의미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그렇죠.]
[내가 일부 병력과 함께 황궁 앞 광장에서 대치하고 있을 테니 그동안 레보르크와 시에나는 다가오는 수도 군단 잔여 병력을 각개 격파해.]
수도 군단 잔여 병력은 각 관문마다 멕 나이트 30여 대.
모든 관문의 잔여 병력을 합치면 상당한 숫자이지만 흩어져 있을 때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전투 거미들과 함께하라. 동쪽 관문 바깥에 있는 필센군이 다른 관문으로 돌아오기 전에 모든 전투를 끝낸다.]
전투 거미를 드러내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레보르크와 시에나가 이끄는 병력이 각각 다른 길로 떠났다.
그들과 함께 노바 산줄기를 타고 따라오던 전투 거미 네 대도 떠났다.
워낙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 산을 넘어가는 거대한 괴물을 목격한 사람도 있었지만, 내전이 벌어지는 혼란한 상황에서 그 사실이 필센군에까지 전달되지는 않았다.
루산은 멕 나이트 50여 대만 이끌고 황궁 앞 광장에 도착했다.
[병력이 저것밖에 안 되나?]
[아닙니다. 검문소를 지키던 병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기체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아도 멕 나이트가 200대는 족히 된다고 했습니다.]
[음! 다른 길목에서 갑자기 나타날지 모른다는 얘기로군. 방어 태세를 굳건히 유지하고 토벌군과 수도 군단이 올 때까지 지킨다!]
[알겠습니다!]
근위대 멕 나이트 100여 대는 루산의 멕 나이트 부대를 감시하고 견제할 뿐 공격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루산과 가프 용병단 파일럿들은 격렬한 전투로 쌓인 피로를 조금은 풀 수 있었다.
[너무 티 나게 쉬지는 말고 방패 좀 높이 들어! 무섭게 보이란 말이야!]
[잔소리 좀 그만 하슈. 그런 건 전문이니깐.]
그렇게 양측의 대치가 이어지는 사이 시에나와 레보르크는, 명령을 받고 황궁으로 달려오던 수도 군단 잔여 병력을 차례로 격파해 나갔다.
전투 거미들이 노바 내 산지 고지대를 선점하여 통신을 중계함으로써 가프 용병단은 수도 군단의 움직임을 먼저 포착하고 움직일 수 있었고,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전투 거미로 포격을 가해 상대를 당황시켰다.
게다가 더 많은 수의 멕 나이트들이 빌딩 뒤에 숨어 있다 급습을 가하는 통에 황궁을 구하러 오던 수도 군단 멕 나이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다섯 경로의 수도 군단 잔여 병력을 모조리 격파한 시에나와 레보르크는 서둘러 황궁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근위대도 수도 군단 구원 부대가 여기로 오는 도중 격파당한 것을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마지막 희망은 토벌군이 다른 관문으로 돌아서 들어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었으나 루산은 그때까지 기다려 줄 마음이 없었다.
- 나는 황제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다. 길을 터 준다면 황제 폐하의 안위에 어떠한 문제도 없음을 약속하겠다.
당연하게도 근위대는 그 약속을 믿을 수 없었다.
- 헛소리는 작작하길 바란다. 그런 마음이었으면 진즉에 나타나 무릎 꿇고 폐하께 청원을 했어야지 무도하게 군대를 이끌고 와 필센군을 쓰러뜨리면서 그게 할 소린가!
근위대장이 분개하여 소리쳤다.
루산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형식을 지킬 뿐이었다.
[어쩔 수 없군. 최선을 다하라.]
마침내 양측이 맞붙었다.
전투 거미들이 황궁 광장 바깥의 전망 좋은 건물 위에서 자리를 잡고 마나포를 발사했다.
쾅!
쾅!
아우로라 연합의 멕 나이트 헤비 스틸을 타고 있던 가프 용병단은 계속된 전투로 장갑판이 뜯어지고 몸체가 찌그러진 기체를 타고도 마지막 전투라는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리고 루산은, 온몸에 마나 진동 화살을 꽂고 허리에는 대검의 날이 박혀 있는 네오 우르사를 타고 대형 해머를 휘둘러 율리안과의 만남을 막고 있는 근위대의 깨끗한 기체들을 쓸어버리며 전진했다.
후웅-!
쩡!
금속끼리 충돌해 생긴 불똥이 활화산처럼 터지고 금속 파편들이 눈처럼 휘날렸다.
근위대의 솜씨는 뛰어났으나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이는 네오 우르사와 수에서 훨씬 많은 가프 용병단의 멕 나이트, 그리고 전투 거미의 원거리 지원 포격으로 너무나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네오 우르사는 근위대 멕 나이트들이 널브러져 있는 광장을 지나 황궁의 거대한 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차마 부수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수송 거미,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열어라.]
[알겠습니다.]
광장 외곽 야산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송 거미가 빠르게 달려와 황궁 성벽 위에 파워 아머 전사들을 내려놓았다.
잠시 후 파워 아머 전사들이 근위대 기사들을 무찌르고 황궁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자동차 한 대가 광장을 가로질러 달려왔다.
가프 용병단 멕 나이트들이 네오 우르사를 향해 달려가는 자동차의 앞을 막자 차에서 한 사람이 달려 나와 말했다.
“황제 일행이 남쪽 문으로 달아났습니다!”
그는 바로 루트 오베론이었다.
황궁 밖으로 나오는 모든 길에 사람을 배치해 황제의 이동 여부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루산은 놀라지 않았지만, 율리안이 달아났다는 사실에는 얼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루산이 네오 우르사 조종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물었다.
“그래서?”
“배를 준비해 엘버 강을 타고 내려갈 생각인 것 같은데, 멀리 가지는 못할 겁니다.”
“왜?”
“수로를 차단할 테니까요.”
루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폭이 넓은 엘버 강을 차단한다는 말이 얼핏 불가능하게 들리고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루산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에 목숨을 걸었다.
피닉스 제철과 아인베크 해운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황제가 아우로라 대륙으로 무사히 달아나면 거사가 실패한다고 생각해 엘버 강 차단 작전을 계획한 것이다.
그들은 동원 가능한 모든 배를 엘버 강 유역에 대기시켜 놓았고, 신호가 오면 차단하기로 했다.
황제 일행이 황궁 남문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루트 오베론은 그들에게 연락을 보냈다.
목숨을 건 사업가들은 무섭다.
반드시 황제가 탄 배를 막을 것이다.
“가시죠.”
루트 오베론이 네오 우르사 조종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지.”
루트 오베론이 탄 차가 앞장을 서고, 그 뒤를 네오 우르사가 겅중겅중 따라갔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시에나가 소수의 멕 나이트를 데리고 따라붙었고, 레보르크는 황궁을 정리하는 한편 토벌군이 도착할 경우를 대비했다.
***
황제와 밤베르크 공작 그리고 근위 기사와 관리들이 탄 배는 엘버 강을 따라 내려갔다.
미리 피란 준비를 하라고 했으면 가족들과 재산을 챙겼을 텐데,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이 자신의 몸뚱이만 떠나게 된 관리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심정도 율리안만큼 처참하고 복잡할 수는 없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배가 강물을 가르고, 바람과 물결이 배에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그런데 갑자기 선원들이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저것들이 미쳤나?”
“비키라고! 이봐, 신호를 보내!”
“신호를 보냈는데도 소용없습니다!”
“뭐야?”
엘버 강을 오르내리는 거대한 화물선과 여객선들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강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가 탄 배를 호위하던 경찰 순시선이 위협적으로 다가갔지만, 소용없었다.
가로막은 화물선과 여객선은 경찰 순시선보다 훨씬 컸고, 그 수가 너무 많았다.
황제 일행이 어쩔 줄 몰라 할 때 강변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 폐하!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거대한 멕 나이트 한 대가 온몸에 화살을 꽂은 채 달려오며 외부 확성기로 소리친 것이었다.
- 폐하! 이대로 떠나시면 수도 군단, 근위대, 노바로 불러올린 지방군은 내 손에 다 죽습니다! 폐하께서 아우로라 대륙으로 가신다면 아우로라에 주둔하고 있는 필센군도 내 손에 다 죽습니다! 폐하께서 전투 중지 명령을 내려 그 목숨들을 살려 주십시오!
그 어마어마한 자신감과 패기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에 배를 타고 가던 율리안은 완전한 패배감을 느꼈다.
몸에서 힘이 좍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후유, 배를 저쪽으로 대시오.”
“하지만, 폐하! 경찰 순시선이 곧 정리할 것입니다! 선장, 뚫고 나가!”
밤베르크 공작이 다급히 율리안을 말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율리안이 호통을 쳤다.
“정녕 내가 질질 끌려가는 꼴을 보고 싶은 겁니까?”
“폐하!”
“내 발로 걸어갈 수 있게는 해 주십시오.”
신하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잠시 후, 율리안이 탄 배가 네오 우르사가 기다리고 있는 강변에 닿았다.
루산이 네오 우르사에서 내려 다가오자 율리안이 근위 기사의 도움을 받아 배에서 내렸다.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루산의 눈길은 불같이 뜨거웠으나, 율리안은 그렇지 않았다.
패한 것을 깨달은 순간 그의 눈빛은 공허하고 씁쓸했다.
루산이 강한 어조로 다그쳐 물었다.
“폐하, 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저는 폐하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었습니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친구.
변경에서 만났지만, 율리안은 변경의 닳고 닳은 사람들과 달리 영특하고 맑고 올바른 사람이었다.
변경으로 밀려난 이주민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며 더 잘 살게 해 주려고 노력한 통치자였다.
그런 율리안이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며 존중해 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아무리 황제가 되었다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루산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후에 율리안이 입을 열었다.
“나도 우리가 친구인 줄 알았소.”
율리안이 고개를 돌려 강물 위에 떠 있는 피닉스 제철과 아인베크 해운의 화물선들을 죽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눈길에는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숨긴단 말이오.”
“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만은 말해 줬다면 좋았을 것을······.”
율리안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걸음을 옮겨 루트 오베론이 이끄는 대로 자동차에 올랐다.
이후에 레오나가 이끄는 병력이 밤베르크 공작과 제국군 총사령부 간부들, 근위 기사와 신하들을 수습했다.
그러는 동안 루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득했다.